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06)
마존현세강림기-1708화(1705/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16화)
4장 씁쓸하다 (1)
“……새, 생각…… 생각처……럼 시원하진 않……군.”
생명이 꺼져 간다.
이성휘의 숨이 끊어져 가고 있었 다. 그리고 그건 굳이 강진호가 아 니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누가 봐도 이성휘의 몰골은 살아
있는 이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천하의 강진호조차도 이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위긴스.”
“예, 로드.”
“살릴 수 없나?”
위긴스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건 위긴스 나름의 배려다. 이성 휘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성휘는 되레 그런 둘을 비웃었다.
“……헛짓거리하지 마……라.”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해졌 다.
하지만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라 는 걸 강진호는 알고 있었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밝게 타오르듯, 지금 이성휘는 마지막 남 은 생명을 태우는 중이다.
“내 몸은 내가……
슬쩍 아래를 내려다본 이성휘가 피식 웃었다.
“……내가 잘 안다는 말……도 웃 기겠군.”
쩍 갈라져 내장을 쏟아내는 복부
를 보면 누구라도 그의 운명을 짐작 할 수 있을 테니까.
이성휘가 낮은 웃음을 홀렸다.
“이성휘, 아니, 오빠……
이현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
악연이라면 악연이다.
처음부터 악연인 자보다 인연이 비틀어져 악연이 된 자가 더욱 사람 의 가슴에 화인을 남긴다는 것을 감 안한다면, 지금 이현주가 어떤 심정 일지 다른 이들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기침을 토해내는 이성휘의 입에서
핏물이 울컥울컥 토해져 나왔다. 하 지만 그를 둘러싼 누구도 이성휘의 피를 피하려 들지 않았다.
“왜……
강진호가 서서히 죽어가는 이성휘 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물을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만은 묻고 싶었다.
어째서 이성휘는 이현주와 이현수 를 지키려 들었는가.
“크흐•…”
이성휘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나는…… 나는 후회……하지 않
는다, 강진호. 나는 절대 후회……하 지 않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나
는…… 똑같이 너와 싸울 거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에게 있어서 이성휘는 적이다. 하지만 이성휘의 선택이 잘못되었 다 할 수 있는가.
그걸 판단할 자격은 강진호에게 없다.
그는 선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 다. 그저 다른 방향을 선택한 이에
게 비난을 가할 수는 없다.
이성휘가 잘•못된 것은 선택이 아 니라 그 방식이다.
그 방식을 긍정할 생각은 없지만, 죽어가는 이에게 따져 물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웃기……지도 않아. 난…… 나
이성휘의 입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와 동시에 이성휘의 눈이 점점 그 빛을 잃어간 다.
“오빠!”
이현주가 그런 이성휘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위긴스.”
“예.”
“도와.”
“회주님, 하지만 그러면……
“알아. 하지만 그걸 원할 거야.”
위긴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해보겠습니다.”
위긴스의 손끝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가 이 성휘의 맥문을 부여잡고 기운을 밀 어 넣기 시작했다.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 조치가 이성휘의 남은 생명을 더 빨리 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처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조금 더 살아가는 건 이성휘 역시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성휘의 눈에 빛이 돌아온다.
“……의식을 잃었나?”
“그래.”
“끝이군.”
이성휘 역시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챈 모 양이었다.
“그만둘까?”
“……제대로 말을 남기지 않고 죽
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 지만, 역시나 미련이 남는군.”
이성휘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 현주야.”
«
O 99
…흐으
“너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내가 대신 말해주마. 사부님이 지금의 너를 봤다면 분명 자랑스러 워하셨을 거다. 그분은 항상 말씀하 셨지. 제 길은 제가 개척하는 거라 고. 너는 네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져.”
이현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홀러나오는 눈물과 북받치는 감정 때문에 입을 열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강진호.”
이성휘가 강진호에게 시선을 돌렸 다.
“……네 얼굴 보는 게 그리 유쾌 하지는 않군.”
“내가 널 도운 이유는…… 이성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다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없어.”
“도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다. 그저 내 발이 알아서 움직였을 뿐이야. 제멋대로 군 게 네게 도움 이 되었다고 해서 감사받을 이유는 없지.”
이성휘가 희게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도 강진호의 눈에 인상 깊게 남았다.
“마지막에 화해하고 용서하고 ……. 좆같은 소리 지껄이지 마. 나 는 끝까지 네 적이다. 나는 죽어도
너를 인정하지 않아.”
“그래.”
그걸로 좋다.
죽는 그 순간에 마음을 바꾼다고 해서 인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는 없다. 사람은 최후의 순간에 먹 은 마음이 아니라, 살아온 길로 평 가받는 법이니까.
강진호도, 이성휘도 그걸 알고 있 다.
“ 어둡군.”
이성휘가 조금은 허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점점 흐려진다.
저들의 힘으로도 그의 생명을 더 는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거겠지.
“강진호.”
“말해.”
“나는 중국 놈들 손에 죽지 않 아.”
“나를…… 나를 죽일 수 있는 건 한 사람뿐이야. 그건 너도 알고 있 겠지?”
“•…”그래.”
“적어도 내가 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내 마지막을 초라 하게 만들지 마라.”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망설임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이 순간 그의 망설임은 지금까지 어떤 망설임보다 무거웠다.
눈을 뜬 강진호가 손을 뻗어 이 성휘의 목을 가볍게 움켜잡았다.
“그……
화들짝 놀라 강진호의 팔을 붙잡 으려 한 이현주가 피가 나도록 입술 을 깨물고는 손을 다시 내렸다. 이 게 이성휘를 돕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에 닿은 손에서 알 수
없는 뜨거움을 느끼며 이성휘가 흐 려지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네.’
정신이 멍해지기 때문인지, 아니 면 그가 원래 멍청했기 때문인지.
왜 이현주도 아닌 이현수를 위해 목숨을 걸었는지, 그는 여전히 스스 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기야.
살아가며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충동을 이기지 못해 일을 저지 르고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 붙일
뿐이다.
‘그러니 됐어.’
더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더 생각할 여력이 없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이성휘의 입가가 뒤틀렸다.
“강진……호.”
“나••••••는•••••• 나는 네게•••••• 이성휘는 더 말을 이어가지 못했 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성휘가 무엇을 묻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이성휘의 목을 잡은 강진호의 손 에 힘이 들어간다.
“개 같은 적이었다.”
이성휘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말려 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빛이 급격히 꺼져가기 시작했다.
우드득.
강진호의 손이 그의 목뼈를 분지 른다.
동시에 이성휘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빠!”
이현주가 이성휘를 부둥켜안고 오 열했다.
강진호가 눈을 감고는 몸을 일으 켰다. 두어 발 뒤로 떨어진 강진호 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엿 같은 기분이군.’
누군가의 죽음이란 다른 이들에게 항상 커다란 감정을 전해주기 마련 이다. 하지만 설마 이성휘의 죽음이 그를 동요시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세상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후우.”
짧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의 시선에 죽은 이성휘와 그를 잡고 오열하는 이현주의 모습이 들어온 다.
그리고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 던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 히 강진호를 향해 다가왔다.
“한 대 주십시오.”
강진호가 말없이 담배를 꺼내 이 현수에게 내밀고는 불을 붙여주었 다.
지금 강진호의 심정이 복잡하다지
만, 어디 이현수의 심정에 비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곳에서 가장 복잡 한 감정을 겪고 있는 건 분명 이현 수일 것이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니. 늦어서 미안하다. 내가 조 금 더 일찍 왔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제가 연락드린 것보다 먼저 출발하신 것 같던데.”
“총리가 연락해 왔더군. 네 전화 가 꺼져 있다고.”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야.’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어 쩌면 그게 전화위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저들의 감시를 받은 건 분명 제주도에 들어오기 전부터다.
총리의 연락을 받고 조금이라도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 순간 저들은 어떤 피해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이현수를 죽이려 들었을 것이 다.
우연과 우연이 맞물려 겨우 목숨 을 부지했다고 봐야 한다.
대신 다른 이가 죽었을 뿐.
“……회주님.”
“음?”
“……어설프게 넘어간 덕분이긴 하지만, 저놈…… 아직 총회 회원 명부에 있습니다.”
강진호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 었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연고도 없는 사람이니……
“ 알아.”
강진호가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에서 수습하지.”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숙였다.
“사람이란 건……
“참 알 수가 없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야 할 것은 많다.
너무도 수월하게 뚫려 버린 방어 체계를 점검해야 하고, 왜 이런 일 이 벌어졌는지를 다시 파악해야 한 다. 사로잡은 이들을 심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이 장소를 수습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다.
하지만…….
강진호도, 이현수도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통곡해 줄 만한 의리도 없고, 감
사를 표할 만큼의 관계도 아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이 가슴을 맴돌고 있었다.
“총회로 돌아가자.”
“놈도 그걸 원할 테니까.”
“예, 회주님.”
강진호의 눈가에 순간 서늘한 살 기가 치밀어 올랐다.
‘창왕.’
딱히 개인적인 원한 같은 건 가 져 본 적이 없다.
적일 수밖에 없어서 적이 되고, 싸 울 수밖에 없어서 싸웠다. 주먹을 뒤
섞으며 상대에 대한 평가를 했을 뿐, 서로 죽이고 죽어야 하는 관계에 원 한은 오히려 우스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건 도를 넘었어.’
그는 가장 건드리면 안 되는 부 분을 건드렸다.
차라리 그를 공격해 왔다면, 그게 아무리 험악한 공격이라고 해도 창 왕에 대한 분노를 품지는 않았을 것 이다.
하지만 이현수를 공격한 것은 강 진호에게 있어서 금기를 건드린 것 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 현수.”
“예, 회주님.”
“손 놓고 있는 건 이 정도면 됐어.”
“창왕을 죽인다.”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겠습니다, 그 명 그대로.”
한참 동안 말없이 이성휘의 시신 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눈을 감고 몸 을 돌렸다.
입맛이 쓰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깊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