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11)
마존현세강림기-1713화(1710/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21화)
5장 선공하다 (1)
“이현수가?”
“예.”
강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방진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묘한 눈빛이 어렸다.
“……이르는 것 아닙니다. 보고는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누가 뭐랬어?”
“방금 눈빛이 이상했는데!”
“아니야.”
강진호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다들 눈치만 더럽게 빨라져서는. 방진훈이 불만 어린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보고 아닙니까, 보고!”
“……아, 알았어.”
강진호가 살짝 방진훈의 기에 눌 렸다.
방진훈이 심각한 어조로 말을 이 어갔다.
“사람이 너무 감정적이 되면 사고
를 치기 마련입니다. 이현수가 대단 했던 점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칼 같은 이성을 유지한다는 점이었는 데, 이번에 이현수가 보여준 모습은 평소의 그놈 같지 않았어요.”
“……이현수를 아주 잘 알고 있 네.”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때는 그 새끼를 잡아서 모가지 를 뽑아버리는 게 제 소원이던 시절 도 있으니까요. 당연히 잘 알 수밖 에 없잖습니까.”
아주 무서운 말을 태연하게 내뱉 는 방진훈이었다.
“여하튼 관리해야 합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입에 물린 담배를 빼 재를 턴 강 진호가 조금 미묘해 보이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평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겠 지. 그만한 일을 겪었으니까.”
목이 날아갈 뻔했다.
물론 무인들이야 기본적으로 언제 나 반쯤은 죽음에 맞닿은 채 살아가 는 족속들이지만, 이번에 이현수가 겪은 일은 웬만한 무인들도 트라우 마가 남을 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일단은 약점을 찔렸다는 것에서 참을 수가 없겠지.”
이현수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창왕의 공격이 들어왔다는 건 이현 수가 창왕에게 두뇌 싸움에서 밀리 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 다.
이 일에서 이현수가 얼마나 자존 심의 상처를 입었을지는 굳이 고민 해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나가서 될 일 은 아닙니다.”
“막나가?”
강진호가 뚱한 얼굴로 방진훈을 바라봤다.
“글쎄, 나는 이현수가 그럴 놈이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현실이 그렇잖습니까. 애들 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사람을 곤죽 내놓는 게 어디 정상적인 판단 입니까?”
“그런데 말이야……
“•…”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현수는 원래 그런 놈이었잖 아.”
방진훈이 뭔가 반발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방 이사도 그랬잖아. 예전에는 이현수의 목을 뽑아버리는 게 소원 이었다고. 왜? 이현수가 방 이사를 골탕먹여서? 계략을 너무 잘 짜서 얄밉기라도 했나?”
“아뇨. 그런 건 아니죠.”
잔인하기 짝이 없어서.
이현수에게 죽어간 총회의 제자들 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집 개는 순해 보이는 법이 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매번 말하지만,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야. 행동이 달라지고, 성향이 변할 수는 있지만, 그 근본이라는 건 어디 가지 않는 거지.”
“이현수도 말입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무는 개가 어느 날 사람 을 물지 않게 되었다면, 그건 교육 을 통해 억제할 수 있게 되었거나, 아니면 벌이 두려운 거지. 사람을 무는 근본 자체가 어디로 가진 않 아. 그런 놈들은 조금만 느슨해지면
다시 사람을 물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현수도 마찬가지야. 지금까지 이현수가 나사가 풀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건 굳이 자신이 독해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제는 다시 그럴 필요가 생긴 거 고.”
“창왕 때문에?”
“그래.”
강진호가 묘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수단이 뒤틀리면 결과도 뒤틀린 다고 했나?”
“……예.”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말이 야, 결국 얻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올바른 결과를 원하는 것과 뒤틀리 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라는 것을 반 드시 얻어내는 것은 그 사람이 선택 할 문제겠지.”
강진호의 말에 방진훈이 한숨을 쉬었다.
“입바른 소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기고 나서도 진 것이나 다름없어지는 경우는 피해야 죠.”
“그건 방 이사가 선택해.”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젖히며 말 했다.
“나도 어느 쪽이 옳은 건지는 몰 라. 그건 개인의 선택이겠지. 방 이 사가 그런 방식에 불만을 가지는 이 유는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 고 이현수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생각도 없어.”
“ 다만••••••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를 재떨이 에 비벼 껐다.
“이현수가 감정적일 수 있으니, 상태를 보는 것 정도는 받아들이
지.”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현수가 안으 로 들어왔다. 강진호와 방진훈에게 목례를 한 이현수가 살짝 어깨를 으 쓱했다.
“이래 봬도 완전히 제정신이거든 요.”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지만, 말은 강진호의 입에서 나왔다.
“미친놈이 자기가 미쳤다고 하는 건 본 적이 없거든.”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방진훈의
건너편에 앉았다.
“방 이사님이 뭘 걱정하시는 건지 는 알겠지만, 저는 정말 제정신입니 다. 다만, 그저……
“그저?”
이현수가 슬쩍 방진훈을 바라보고 는 미묘한 미소를 입에 담았다.
“제가 총회에 온 이후부터는 이런 방식을 쓰지 않은 것뿐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현수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제가 영남회에서 일하던 방식이 조금 낯설게 느껴져서 그러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낯설고 어쩌고 할 문제 냐, 이 미친 새끼야?”
“진정하십시오. 그 주먹 휘두르시 면 전 죽습니다.”
“……제정신 맞는 것 같은데.”
방진훈이 머리를 감쌌다.
도무지 이 새끼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 그걸 제정신으로 저지른 거 면, 그게 더 문제 아닌가.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이현수를 바라봤다.
손속이 잔인하다라….
그건 절대 좋은 건 아니다. 강진 호가 아무리 선악 개념이 애매하게
잡혀 있는 인간쓰레기라고 해도 설 마 그걸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런 걸로 이현수를 탓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애초에 강진 호는 그런 걸 탓할 자격이 없는 사 람이니까.
“그래서 뭘 좀 알아냈나?”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아직 검증을 좀 더 해봐야 하지 만, 저들의 대략적인 전력이라든가, 창왕에 신상에 대한 건 파악했습니 다. 딱히 흥밋거리가 가는 건 없지 만, 도움은 될 겁니다.”
“다행이로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막아내기는 했지만, 턱을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다. 정보마저 빼내지 못했다면 화가 나서 주체하 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를 알아냈다는 보고를 하러 회주실을 박차고 들어온 건 아닐 테 고?”
“손으로 열고 들어왔습니다. 자꾸 죄목을 하나씩 추가하지 말아주십시 오.”
“여하튼 말이야.”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선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정보를 분석하면서 생각한 건데, 이놈은 자유롭게 움직이게 놔두면 감당이 안 됩니다.”
“흐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창왕은 저와 타입이 비슷합니다.”
이현수가 슬쩍 방진훈을 보고는 짜증 어린 얼굴로 말했다.
“아, 말 아직 안 끝났잖습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제가
창왕한테는 못 비빈다는 거 저도 아 니까요.”
“누가 뭐랬나?”
“눈으로 말하고 계시잖습니까!”
“……무당이 따로 없네, 그걸 다 알아보고.”
이현수가 ‘내가 힘만 있었어도 한 대 패는 건데’라는 얼굴을 하며 입 을 열었다.
“저놈이 저와 비슷하다면, 제가 제일 싫어할 짓을 해줘야죠. 기본적 으로 머리를 굴리는 놈들이 제일 싫 어하는 건 하나입니다. 내가 예상하 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이현수가 살짝 심호흡을 하며 말 을 이어갔다.
“그것도 종류가 몇 가지 있죠. 준 비가 덜 끝났는데 쳐들어가기, 예상 하지 못한 지점으로 습격해 오기, 미리 예측한 전력을 초과하는 병력 으로 밀고 들어가기.”
이현수가 살짝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듯 말이다.
“세 번째는 놈이 한 번 겪어봤을 겁니다. 그럼 남은 두 가지를 써먹 어야죠. 놈은 분명 저희가 몸을 웅 크릴 거라 생각할 겁니다.”
“확신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한국에서 싸우는 게 이득이니까요.”
방진훈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 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 가 중국에서 저놈들을 맞닥들였다 면, 지금쯤 지하에 묻혀서 눈에 흙 이 들어갔겠죠. 제주도라고는 해도 그나마 한국이었으니 목이나 붙이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에서 싸운다면 최소한 삼 할 이상의
효율을 더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 런 이점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다시 쳐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 죠.”
방진훈이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 야.”
“ 예?”
“그거, 말은 번지르르하다만, 거꾸 로 이야기하면 그냥 뒤통수 한 번 치려고 있는 이점을 다 포기하겠다 는 말이나 다를 것 없지 않냐?”
“네, 맞습니다.”
“너 미쳤어?”
방진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야, 내가 아무리 너한테 비하면 머리가 없는 놈이라지만, 나도 병법 이 뭔지는 알아. 병법이라는 건 이 쪽의 이점을 이용해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거잖아. 어느 미친놈이 허를 찌르겠다고 이점을 포기하냐?”
“그런 식으로는 못 이깁니다.”
“응‘?”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창왕은 괴물입니다. 판이 놈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게 놔두면 무슨 수를 써도 못 이깁니다. 우리가 창
왕에 비해 앞서 있는 포인트는 회주 님의 무력뿐입니다. 그런데 그건 이 미 한 번 써먹었단 말입니다.”
“아마 저 새끼는 다음에는 회주님 이 지금보다 두 배 더 강해져도 상 대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 올 겁니다. 그때는 그냥 낙엽처럼 쓸려 나갈 뿐입니다.”
이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판 자체를 엎어버리는 것. 저 새끼가 상상도 못하는 판을 만들어서 머리를 쓸 틈 도 주지 않고 휩쓸어 버리는 것.”
이현수의 칼날 같은 시선이 강진 호에게 꽂혔다.
“회주님, 결단을.”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나한테 과한 걸 바란단 말 이야.”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강진호의 행동은 재빨랐다.
“이사들 전부 소집해.”
“……예.”
방진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 호가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보았다.
“그냥 대책 없이 쳐들어가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이현수는 나름의 플랜을 세웠을 것이다. 이놈은 그런 놈■이니까.
남은 것은 강진호가 이현수의 계 획을 믿고,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 로 총회 모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벌일 수 있느냐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기이하게 말려 올라갔다.
“아주 지랄 같은 걸 들고 왔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죠.”
“건방 떨지 마. 다른 이사들이 승 인하지 않으면 나도 허락할 생각 없
으니까. 그들을 설득하는 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회주님.”
“응?”
“빤한 말씀을 빤하게 하시게 됐네 요. 예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 이 건방지네.
망할 놈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