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13)
마존현세강림기-1715화(1712/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23화)
5장 선공하다 (3)
“……괜찮을까?”
방진훈이 살짝 걱정된다는 얼굴을 했다. 그의 시선이 해명을 요구하는 듯 위긴스에게로 향했다.
“왜 나를 보나?”
“그래도 저 미친놈들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라도 하는 사람
은 위긴스 님뿐이잖습니까.”
위긴스가 뒷머리를 긁었다.
‘보통 미친놈들이어야지.’
한때는 그가 이현수에게 실무적인 것을 가르칠 때가 있었다. 그가 이 현수에게 스승이라 불리는 건 단순 히 마법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이제는 저놈이 감당이 안 돼서.”
위긴스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
다.
너스레를 떠는 게 아니라 정말 감당이 안 된다.
이전에도 전략적인 부분에서는 딱 히 위긴스보다 못할 것이 없는 이현 수였다. 그저 경험이 위긴스보다 부 족해 때때로 쓸데없이 과격한 모습 을 보였을 뿐.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일 만큼 쌓인 덕분인지, 아니면 창왕의 등장 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인지, 위긴스 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를 내놓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그쪽이 전공이 아니
라……
“그럼 대체 위긴스 님의 전공이
뭡니까?”
위긴스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거, 아픈 곳을 찌르네.’
위긴스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형의 인간이다. 딱히 못하는 게 없다. 아 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분야에 서 웬만한 이들이 평생을 걸쳐 성취 해야 할 경지까지 순식간에 올라 버 리는 천재형이다.
단…….
‘얕지.’
많은 분야를 섭렵했다는 말은 거 꾸로 말해서 한 분야를 제대로 깊게 파고들 수 없었다는 말과 그리 다르 지 않다. 다른 분야에 쏟아부을 정 신력과 노력으로 한곳을 진득하게 파냈다면, 이미 한 분야의 대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게 안 되는 사람도 존재한다. 바로 위긴스처럼 말이다.
“크홈, 그런 이야기를 하러 모인 게 아닐 텐데.”
“맞는 말이다.”
바토르가 턱을 긁으며 눈을 찌푸 렸다.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이현수가 짠 전략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이건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이 전략 은 리스크가 너무 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어떤 전략에 실패하더 라도 총회가 전멸할 상황은 벌어지 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략은 총 회의 모든 총력을 동원하여 중국으 로 이동해야 한다.
실패한다면?
‘아무도 못 돌아온다.’
위긴스가 심각한 얼굴을 했다.
물론 알고 있다. 언젠가 창왕은 반드시 한국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다 보면 준비 를 끝마친 창왕을 상대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 이해 못할 위긴스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 해도 지형과 국가의 이점을 포기하고 총력으로 선제공격 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다 면?
위긴스는 아니라 대답할 것이다.
그곳에서 위긴스와 이현수의 인식 이 벌어졌다.
“위긴스.”
“예, 바토르 님.”
“승산은 있다고 보나?”
위긴스가 침중한 눈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한참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위긴스의 입에서 부정적인 어조가 흘러나왔다.
“아니요.”
“굳이 따지자면 한 삼 할 정도의 숭률은 있다고 봅니다만…… 저 창 왕을 상대로 삼 할의 승률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왜 막지 않았지?”
“이현수의 제 계산이 다르기 때문 입니다.”
바토르가 흥미롭다는 듯이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예전이었다면 그와 제 계산 이 다른 순간, 저는 어떤 수를 써서 라도 이 전략을 막았을 겁니다. 하 지만 지금은……
위긴스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뿌듯해하는 것 같기도 한, 알 수 없 는 표정을 한 위긴스가 말을 이어갔
다.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계 산이 이현수보다 정확할 것 같지 않 습니다.”
이사들이 다들 살짝 놀란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위긴스가 이현수의 재능과 능력을 인정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현수를 자신의 위로 두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그쪽을 믿어야 한다는 건가?”
“예.”
위긴스가 팔짱을 끼고 소파에 등 을 기댔다.
“게다가 이미 이쪽에 여러 번 엿 을 먹인, 홍왕계의 차이커창마저 이 현수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놈의 능력이야 다들 아시잖습니 까.”
“모기 같은 놈■이지.”
잡아 죽이고 싶은.
“그 두 사람이 같은 의견을 내는 데, 그걸 막겠다는 것도……
위긴스의 표정이 침중하게 가라앉 았다.
‘더구나 차이커창 역시 홍왕계의 운명을 걸었다.’
총회의 일에 조언을 하는 정도라
면 안일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운명까지 걸려 있는 일을 대충 한다 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차이커창은 이 승부에 동전을 던졌다.
“으음, 그럼……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들 역시 이현수의 전략이 무엇 이 잘못되었다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모든 전력을 이끌고 중국으로 처들어간다는 전략 자체가 가져오는 껄끄러움을 어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
“왜 사람을 불어모았나 했더니, 쓰잘데기 없는 소리나 지껄여 대고 있군.”
장민이 심드렁한 어조로 입을 열 었다.
“ 영감.”
바토르가 눈을 찌푸렸다.
“좀 협조적으로 나와봐라. 이 일 에는 마교의 운명도 걸려 있잖아.”
“머저리 같은 놈들.”
장민이 손을 내저었다.
“마존께서 이현수의 전략을 긍정 하셨는데, 더 무슨 협의가 필요하다 는 말이냐.”
“저……
강진호가 죽으라면 죽을 거냐고 소리치려던 바토르가 입을 다물었 다.
‘저 인간은 진짜 죽겠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장민이 영 불만스럽다는 눈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홍왕의 말이 틀린 게 없다. 그리 고 그 홍왕의 자세는 다름 아닌 너 희가 지녀야 할 자세지. 어려운 전 략이라 해도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하는 법!”
장민이 으르렁대듯 말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아무런 상관 없다. 마존께서 명하신다면 전심전 력으로 적들을 쳐 죽일 뿐이다.”
장민이 뿜어내는 날카로운 살기에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농담 같은 말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라니까.’
위긴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하지만 위긴스의 말에도 그리 틀 린 건 없다.
“이리된 이상, 일단은 최대한 효 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겁니다.”
요 Q.
M”.-
“각자 지휘하고 있는 아이들을 다 시 한번 단속해 주십시오. 아마 이 번에는 자신들의 병력을 이끌고 따 로 움직여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요.”
“골치 아프네.”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특히나 방 이사의 어깨가 무겁겠 지.”
“말도 마십쇼.”
방진훈이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다른 이들이야 제 제자들만 이끌
면 된다. 하지만 장민은 마교를 이 끌어야 하고, 방진훈은 총회의 일반 무인들을 모조리 관리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로들을 좀 살려두는 건데.”
“……숙청의 부작용은 언제나 같 은 법이지.”
과거, 이중걸을 따르던 장로들 중 반쯤만 살•려뒀더라도 일선 지휘관으 로 쏠쏠히 써먹을 수 있었을 것이 다.
안타깝게도 방진훈의 계파는 총회 내에서도 굉장히 젊은 축에 속했다. 이대로 시간이 십 년만 더 흐른다면
그들이 성장하여 모두를 이끌 수 있 겠지만, 지금 당장은 무게감을 가진 중견층이 극도로 부족한 게 사실이 었다.
“그래서 그동안은 최대한 전면전 을 안 만들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자리를 지키는 형식으로 싸워왔죠. 그런데 이게…… 익숙하지 않은 타 국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입장이 되 면 지휘를 할 사람이 어떻게든 필요 한 법인데……
“흐음, 마교의 장로들을 조금 파 견해 줄 수는 있네만?”
“넣어두십쇼. 어디 마인 놈들을.”
방진훈이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자, 장민이 미 묘하게 시무룩해했다.
“그 문제도 빠르게 해결을 해야겠 지.”
위긴스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위긴스가 막 뭔가를 말하려는 순 간, 바토르가 입을 열었다.
“자세부터 바꿔라.”
“••••••예?”
바토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모두
를 돌아보았다.
“이번에 이현수 사태에서도 느꼈 지만, 지금 우리는 제 역할을 해내 지 못하고 있다. 시키는 대로 제자 들을 육성하고, 싸우랄 때 나가 싸 우는 일만 할 거라면 이사라는 직위 는 필요없지.”
“애초에 우리의 역할은 주인을 보 좌하는 것이다. 이현수가 계획을 수 립하고 주인이 실행하면, 우리는 그 들이 놓치는 것을 찾아내고, 그 일 이 좀 더 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러
지 못했지.”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요. 수 련도 해야 하고.”
“변명 지껄이지 마라. 그럼 주인 이나 이현수는 일이 없어서 그 많은 걸 해냈느냐?”
방진훈이 찔끔하여 입을 닫았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나는 하 는 일도 없이 밥이나 받아 처먹고 거들먹대는 식충이가 되고 싶은 생 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동감입니다.”
바토르가 눈을 빛냈다.
“이번 전쟁의 승패는 우리에게 달
려 있다. 이현수의 계획을 이끄는 건 주인이지만, 그걸 실행하는 건 우리다. 영감의 말대로 힘들다고 해 서 물러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뤄 내야 한다.”
위긴스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토 르를 바라보았다.
이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토 르가 했기에 의미가 있는 말이다. 왜냐면 지금 한 말에 가장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바토르였기 때문이다.
바토르는 총회에는 큰 관심이 없 던 사람이다. 그는 오로지 강진호에
대한 흥미와 충성심, 그것만으로 총 회에 몸을 담던 사람이었다.
중간중간 강진호의 요구에 맞춰 제자들을 키워내기는 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총회가 아닌 강진호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금 처음으로 강진호 가 아닌 총회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이사들도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지, 조금 전보다 훨 씬 더 진지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 다.
“숭패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라……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아이쿠야, 나는 이런 건 부담된 다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지.”
“압니다, 안다고요.”
방진훈이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 라본다.
하지만 위긴스는 그런 방진훈의 반응이 뭔가를 깊이 생각할 때 나오 는 버릇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총 회의 무인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비상 체제로 돌아갑 니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현수가 계획을 구체화하기까지 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그리 고 로드 역시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 시겠죠. 하지만 그쪽에서 지시가 떨 어지지 않아도 우리 나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이사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였 다.
“전력을 다하십시오.”
위긴스가 눈을 빛냈다.
“만약 우리가 패하는 순간이 온다
면,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이 시간 을 어설피 사용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 으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합니다.”
“빤한 소리지. 하지만 정론이다.” 바토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도 그렇고, 전쟁도 그렇고. 결국 무언가를 뛰어넘어야 나아갈 수 있는 법이지. 이번에는 저 창왕 을 뛰어넘을 뿐이다.”
이사들의 눈에 결연한 의지가 어 렸다.
“움직여라.”
“예!”
총회의 이사들이 저마다 바삐 움 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총회에 짙은 전운이 깔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건곤일척의 승부가 시작되는 순간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