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16)
마존현세강림기-1718화(1715/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1화)
1장 거침없다 (1)
차에 오른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 게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런 추태를……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것 같은데, 무인이라는 놈이 남이 보는 앞에서 잠에 빠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최연
“조심해서 가고.”
강진호가 파르르 떨리는 얼굴로 그를 배웅하는 최연하를 바라보았 다.
그녀의 얼굴이 뭔가 반질반질한 것이,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그런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운전할 수 있겠어요?”
“ 네?”
“아무 데서나 엎어져 자는 것 보
면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히 졸 음운전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몰 라‘?”
평소 같았으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웃었을 테지만, 지은 죄(?) 가 있는 강진호다 보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자고 갈래요?”
“지, 집에는 가야죠. 잠은 집에 서……
“이제 부모님도 딱히 뭐라고 안 하실 건데? 아니, 저번에 뵈니까 은 근히 눈치도 주시는 것 같던데, 통
화할 때 요즘은 혼수로 애 하나는 해 오는 거라고 하시던데?”
엄마.
엄마…… 왜 그랬어, 엄마.
왜 나 팔아먹어, 엄마?
그가 없는 곳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줄이야. 강진호가 배신 감에 치를 떨었다.
“어때요? 하나 만들어보……
“돼, 됐습니다.”
최연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싫은 티를 내?”
“생각하고 말하자, 생각하고.”
“넵.”
최연하가 피식 웃고는 차를 탕탕, 두드렸다.
“얼른 가서 좀 쉬어요. 그리고 나 한동안은 스케줄 없으니까 자주 좀 놀러 오고.”
“네. 그럼.”
강진호가 부리나케 차를 몰고 빠 져나가자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멀어지는 차를 보며 최연하가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건 순진한 건지, 똑똑한 건지.” 전자는 아니겠지, 아마도.
최연하가 벌써 점이 되어 사라져
가는 강진호의 차를 바라보다가 피 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부우우웅.
강진호가 액셀을 힘껏 밟았다.
‘무서웠다.’
강진호가 공포를 느낀다고 하면 총회 사람들은 웃어버리겠지만. 이 모골이 송연한 느낌은 공포라는 단 어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었 다.
“이상하지.”
어떻게 사람이 날이 갈수록 저렇 게 능청스러워지는 건지 잘 모르겠
다. 예전에는 옆에 앉기만 해도 당 황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느껴졌는 데, 지금은…….
아니, 뭐…….
그게 싫다는 건 아닌데……. 여하튼!
예전의 최연하가 여우같은 느낌이 라면, 지금은 어…….
곰이라기도 뭐하고, 호랑이라기도 뭐하고.
여하튼 여우처럼 귀여운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다.
앞에 보이는 차를 빠르게 젖힌 강진호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
‘신기한 일이네.’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그리 무방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정말 난생처음이다. 심지어 가 족들 앞에서도 그리 잠든 모습을 보 인 적이 없는 강진호였다.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해도 주변에 누군가가 접근하는 느 낌이 들면 바로 잠에서 깨기 일쑤였 는데, 접근하는 수준도 아니고 사람 의 무릎을 베고 잠에 들다니…….
‘청마가 이 꼴을 봤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졌겠군.’
강진호도 잘 모르겠다.
이게 강진호가 이 세계에 너무 적응한 나머지 더 이상 일상생활에 서는 적의 존재를 감지할 필요가 없 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최연하라 는 사람이 이제껏 그가 겪어본 적이 없는 수준의 편안함을 주기 때문인 지.
전혀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고, 어 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걸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거지.’
강진호가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어
떤 이유가 있든 간에 그렇게 잠드는 경우는 없었을 게 분명하다.
강진호가 한 손을 들어 이마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서일까?
시아가 트인 느낌이다. 미묘하게 세상이 선명해지고, 마음이 편안해 진 느낌. 닦기 전에는 안경이 더러 워진 것을 모르다가 닦아내고 나서 야 원래의 선명하던 세상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닌 척했지만, 일련의 사태로 강 진호도 심적으로 많이 몰려 있었다 는 의미겠지. 그게 이 짧은 잠으로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된 거고.
그렇다는 건…….
* 으 w
강진호가 슬쩍 옆을 바라보고는 차의 핸들을 빠르게 돌렸다.
타닥, 타다다닥, 타다다닥.
손가락이 재빠르게 키보드 위를 누빈다. 그와 동시에 화면에 수많은 데이터들이 채워져 나가기 시작했 다.
7、으
‘— —| •
살짝 내려온 안경을 밀어 올린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후……
짧게 한숨을 내쉰 이현수가 손을 뻗어 담배를 잡았다. 한 개비를 꺼낸 후, 입에 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미 재떨이에는 담배 꽁초가 수 북하게 쌓여 있었다.
‘담배가 너무 늘었어.’
한때는 입에도 대지 않는 수준이 었는데, 어느 순간 하루 종일 담배 를 입에 물고 있게 됐다. 이런 백해 무익한 걸 피운다고 해서 스트레스 가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 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현수가 조금 답답한 마음에 창
문을 열려던 그때였다.
벌컥.
“아, 깜짝이야!”
문이 확 열리면서 강진호가 걸어 들어왔다.
“회, 회주……
“바비큐라도 해 먹냐? 아니면 뭐 가스실이야?”
저 강진호에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라면 정말 많이 피워 대긴 한 모양이다.
“창문 좀 열어. 숨 막혀 죽겠다.”
“안 그래도 지금 열려고 했습니
다.”
이현수가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 어나 창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어색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웬일이십니까? 손에 든 그건 또 뭐고요?”
“술.”
“예?”
“술이라고.”
강진호가 손에 든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사람도 들어갈 것 같 은 커다란 봉투 두 개 안에 맥주와 소주, 그리고 안줏거리들이 가득 들
어 있었다.
“……뭔 대학생들 자취방에서 파 티 벌이는 것도 아니고, 그게 다 뭡 니까?”
“한잔하려고.”
“둘이서요?”
“그래.”
이현수가 뚱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부셔서……
“싫으면 말고.”
강진호가 다시 봉투를 주섬주섬 챙겨 들려 하자, 이현수가 기겁을 하며 강진호에게로 달려갔다.
“에헤이! 에헤이! 사람이 뭐 그렇 게 급하십니까. 자자, 일단 내려놓으 시고.”
이현수가 강진호에게서 봉투를 빼 앗아 들고는 테이블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너무 많이 사 오셨 네. 이러면 다 미지근해질 텐데.”
“응?”
강진호가 맥주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맥주 캔에 순식간에 하얀 서리가 어렸다.
“……냉장고가 필요 없으시구나.” 거참, 편리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무학을 좀 더 익혀볼 걸 그랬나.
“정리할 게 남았어?”
강진호가 턱짓으로 컴퓨터를 가리 키자, 이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일이 끝난 건 아니지만, 저건 아 무리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입니 다. 결행 당일까지 계속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죠. 오차는 계속 생기는 법이니까요. 잠시만요. 일단 저장 좀 하고.”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끈 이 현수가 너스레를 떨며 다가왔다.
“그런데 왜 안 하던 일을 하고 그
러십니까?”
“보나마나 여기서 궁상떨고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이 새벽에 회사로 다시 출근하시는 겁니까? 회주님, 인간에 게는 사생활이라는 게 필요한 법입 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할 말 없네요.”
“됐으니까 앉아.”
강진호와 이현수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치이이익.
맥주 캔을 딴 이현수가 두말없이 맥주를 쭉 들이켰다.
“ 카아.”
단숨에 맥주 한 캔을 비워 버린 이현수가 더없이 좋은 표정으로 고 개를 흔들었다.
“안 그래도 맥주 한 잔이 정말 간 절하던 차였습니다. 편의점에 다녀 올까 계속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딱 시기 좋게 강진호가 술을 사 왔다.
“이렇게 회주님하고 둘이 마시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네요.”
“바빴으니까.”
“그러게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 다. 그 모습을 본 이현수도 자연스 레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술에 담배라…… 오래 살긴 글렀 군요.”
“걱정하지 마. 너는 과로로 요절 할 테니까.”
“그래도 제가 나름 무인입니다.”
“무인 최초로 과로로 죽는 업적을 달성하겠지.”
“……영광스러운 일이네요.”
한동안 말없이 맥주를 비우던 이 현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 O »
“왜 갑자기?”
강진호가 소파에 몸을 살짝 묻었다. 그러고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냥 너도 힘들겠다 싶어서.”
“……새삼스럽네요.”
“그래, 새삼스럽지.”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 여기까지 오는 데 여유라고는 부릴 새가 없었 지. 그런데 여기까지 와 편해지는
게 아니라 더 힘들어진다는 게 웃기 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제 이야기입니까, 회주님 이야기 입니까?”
“둘 다라고 해두지.”
이현수도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회주님을 만났 을 때만 해도 제 인생이 여기까지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
“예. 저는……
이현수가 옛 생각을 하는 듯 미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영남회에서 아등바등하다
가 김석일을 죽이고 살해당하거나 김석일의 손에 죽을 거라고 생각했 거든요.”
“끔찍한 인생이군.”
“당시에는 그것 말고는 길이 없다 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현수가 웃어버렸다.
아주 옛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 만, 생각해 보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몇 년 사이에 너무도 많 은 것이 바뀌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징징대는 게 굉장히 배부른 투정같이 느껴지 네요.”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도 마찬가지다.
‘정말 폭풍 같았지.’
이 세상에 처음 돌아왔을 때에는 이 평화로운 세상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돌 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의 삶은 중 원에서의 삶보다 오히려 더 치열하 고 격정적이었다.
중원에서의 삶이 느슨하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괜찮습니다, 회주님.”
“ 웅‘?”
“걱정해 주시는 건 잘 알고 있습
니다. 제가 굉장히 무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뭐, 물론 생각하시는 것보다 편 히 일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굉 장히 빡세고 굉장히 힘든 건 사실인 데……
“……성과급 줄까?”
“주시면 감사히 받죠……
“그래.”
이현수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힘들긴 하지만 제가 지금 무리를 하 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
하고 머리를 써도 미래가 바뀌지 않 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 이건 아무것 도 아니니까요.”
“제가 오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 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를 믿어주십시오. 저는 지금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피곤해 보여서 한잔하러 온 거 지, 네가 뭘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
한 적은 없어.”
“알아서 하겠지. 이현수니까.”
이현수가 말없이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이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불만 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이현수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래서 이 사람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서.
“한잔해.”
강진호가 맥주 캔을 들었다.
그러자 이현수도 새 맥주를 따 앞으로 내밀었다.
맥주 캔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맑 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돈도 많으신 분이 맥주나 사 오신 겁니까? 양주나 뭐 그런 거 없습니까?”
“이현수.”
“예.”
“닥치고 처먹어.”
“•…”넵.”
두 사람이 마신 맥주 캔이 테이 블을 가득 채울 때까지, 술자리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