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21)
마존현세강림기-1723화(1720/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6화)
2장 승부하다 (1)
쿠우웅!
대지가 흔들린다.
쿠우우우웅!
하늘이 요동친다.
한 번, 한 번의 충돌이 일어날 때 마다 세상을 이루는 기운들이 비명 을 내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총회의 이사들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금 저곳에서 어떤 승부가 벌어 지고 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 들은 이곳에 없다. 각자의 무위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을 받아 들일 뿐이다.
아마추어가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프로의 경기를 본다고 해도 그 안에 서 이루어지는 모든 동작을 볼 수 없고, 모든 동작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그들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어
마어마하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끄으응, 여기 계셨네요.”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누구 하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지금 저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있다면, 그는 무인이 아니다.
대답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 작은 부분에 쓸 신경조차 모 조리 눈에 집중한다.
콰아아아아앙!
황금빛 섬광을 검은 불꽃이 휘감 는다. 그 광경은 마치 거대한 빛의 기둥을 타고 검은 용이 승천하는 것
처럼 보였다.
장관.
그 말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있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맞붙어서 이런 광 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겠다.
“누가 이깁니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현수에 게로 돌아갔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 고 둘의 전투에 빨려 들어가던 이들 이지만, 지금 이현수가 던진 질문은 무인이라면 받아내지 않을 수가 없
는 질문이다.
“그래도 아직은 홍왕이……
바토르가 선공을 하자, 장민이 얼 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네 눈은 장식으로 처 달아놓고 다니냐? 너무 높은 데 달려 있다 보니 쓸모가 없어진 모양이지? 마존 께서 저런 놈에게 질 것 같으냐?”
“영감, 신앙 간증은 교회에 가서 해라. 무력을 논하는데 왜 신앙을 끌고 들어오나?”
“아주 눈까지 근육이 되어버린 모 양이로군. 네가 그러니까 아직 그 꼴이지.”
“이 영감이?”
바토르와 장민이 서로 눈을 부라 렸다.
“자자, 진정하십시오.”
위긴스가 그런 두 사람을 만류했 다.
“그냥 의견일 뿐이잖습니까.”
“그러는 너는 누가 이길 것 같은 데‘?”
위긴스가 혹 들어온 질문에 눈을 찌푸렸다.
“그래도 아직은 홍왕이……
“이런 빌어 처먹을.”
장민이 짜중이 잔뜩 어린 눈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약해 빠진 놈들이 뭘 안다고 함 부로 지껄이는 거냐?”
방진훈이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아니, 장로님, 솔직히 우리가 저 상황을 제대로 못 보는 건 사실이지 만, 장로님도 저 두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잘 모르잖습니까?”
그게 꽤 아픈 지적이었는지 장민 이 움찔했다.
“그럼 너는 누가 이길 것 같은 데?”
“저야 모르죠. 제가 아는 건 우리 회주님이 어디서 맞고 다니는 꼴을 본 적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모두의 평가를 들은 이현수가 가 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냥 그럴 것 같다는 의견이고,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말 이네요.”
“마존께서 이기신다니까!”
“그래도 아직은 홍왕이!”
“거, 맞을 양반이 아니라니까 그 러네.”
“하하하, 어차피 동맹인데, 지면 뭐 어떻습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어 버렸다.
뭣도 모르는 양반들이 자존심만 세서는 어쨌거나 제 말이 맞다고 소 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뭐, 이게 무인의 특징이지.’
평생을 승과 패, 생과 사가 갈리 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보니 승부에 굉장히 민감하다.
“너는?”
“예?”
네 사람의 시선이 이현수에게 동 시에 꽂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제 의견이 의미가 있습니까?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어도 그것보다 는 더 정확할 텐데.”
“어차피 여기 다 똑같다! 이 영감 도 뭣도 모르면서 그냥 지껄이는 거 야.”
“어……
다시 말해 저 두 사람과 이들의 차이가 이들과 이현수의 차이만큼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현수는 그 저 들은 정보로 이들의 강함을 짐작 할 뿐, 눈으로 보고 이들의 무위를 감지하지 못한다.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큰 모양이 네.’
“그래서 너는 누군데?”
“뭐 빤한 걸 물으십니까. 당연히 회주님이지.”
“쯧, 확실히 빤한 걸……
“회주님이 자기가 이긴다고 했거 든요.”
“그게 뭔 의미가 있어?”
“예?”
“그 양반은 누구랑 붙어도 지가 이긴다고 하는 양반이잖아.”
그 말은 맞다는 듯 위긴스가 고 개를 끄덕였다.
“결과를 예측해서 말하는 게 아니
라, 일단 말을 해놓고 강제로 결과 를 만드는 게지.”
“색다른 방향의 예언이야.”
“그건 맞죠.”
이사들이 동시에 말을 토해냈다.
이현수는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맞는 것 같은데?’
그가 생각해도 그쪽이 더 신빙성 이 있었으니까.
저 양반은 저기 산이 있다고 하 면, ‘산 없는데?’라고 대답을 하고는 산을 지워 버릴 사람이다.
어쨌든 내가 이긴다고 근거 없이 장담한 뒤에도 그냥 이겨 버려서 결 과를 맞춘다.
그런데…….
“근데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닙니 까?”
이사들이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던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거대한 폭음이 터지며 커다란 충 격파가 그들이 있는 곳을 덮쳤다.
“큭!”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이현수를 보호한 이사들이 격하게 고개를 돌 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기이이이이잉!
홍왕의 우수가 황금빛으로 물든 다.
미증유의 거력이 실린 우수가 검 은 마기의 불꽃을 향해 내뿜어진다.
콰아아아아아!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은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황금빛의 섬광이 마기 를 헤집는다.
하지만 황금의 섬광에 닿은 검은
불꽃은 처음보다 두 배는 더 크게 타오르며 황금빛의 섬광을 집어삼킨 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무저 갱처럼.
빛조차도 저 타르 같은 짙은 어 둠에는 그 힘을 잃어버렸다.
“큭!”
홍왕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공격은 강진호의 마기를 뚫 지 못한다. 이전에는 공격 일변도의 강진호였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과 거와는 다르게 완전함을 손에 넣었 다.
‘먹히지 않는다면 그 육체에 직접 때려 박아주지!’
홍왕을 둘러싸고 있던 황금의 기 운이 순식간에 응축되더니, 양손을 금색으로 물들였다.
“오오오오오오!”
홍왕의 발이 바닥을 내리밟았다.
콰아아아앙!
단순히 땅을 박찬 것뿐이거늘, 바 닥이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움 푹 파였다. 그 반동으로 홍왕의 육 체가 탄환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마치 육체가 길게 늘어난 것처럼 잔상이 늘어진다.
홍왕을 맞이하는 강진호의 마기도 그 크기를 줄이며 강진호의 몸 안으 로 빨려 들어간다.
“후우!”
두 눈을 붉게 물들인 강진호가 양손을 좌우로 펼쳐 냈다. 그러자 검은 마기가 검은 뱀처럼 청루와 적 루를 휘감고 타올랐다.
두 검을 십자로 교차한 강진호가 날아드는 홍왕의 권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기운과 기운의 충돌.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충격만으로 바닥이 파이고 나무가 뿌리째 뜯겨
날아간다.
“마왕!”
홍왕의 두 눈이 금빛으로 빛났다.
쾅! 콰앙! 쾅!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수십 번의 권격이 강진 호를 향해 쏟아진다. 소나기처럼 쏟 아지는 권격 하나하나가 산을 허물 고 바다를 밀어낼 힘을 동반하고 있 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쏟아지는 권 격의 빗속에서도 단 한 치도 물러서 지 않고 강 대 강으로 홍왕을 맞받 았다.
파아아아앙!
적루가 날아드는 홍왕의 주먹을 후려친다.
손목으로 전해지는 충격.
팔이 뒤흔들리고, 어깨가 터져 나 갈 것 같다.
재미있는 일이지.
원초적인 무학은 이렇게 시작한 다. 힘과 힘으로 서로를 부수려 들 고,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을 목표 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 질수록 처음의 원시적인 방향에서 탈피하게 된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 강진호와
홍왕은 무학에 처음 입문한 이들이 겨루는 것처럼 그저 자신의 힘과 속 도로 상대를 찍어 누르기 위해 전력 을 다하고 있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의 회귀.
무학이라는 껍질을 탈피하고, 야 성과 야성이 서로 맞부딪친다.
“마와아아아아아아앙!”
홍왕의 주먹이 금빛의 서기를 머 금고 강진호의 가슴을 부수어간다.
강진호가 교차한 검으로 그 권을 막아낸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홍왕의 주먹이 강진 호의 검에 박혀들었다. 정말 황금처 럼 금빛의 질감을 두른 주먹이 베이 며 피 보라가 솟구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손해는 아니 었다. 전력으로 질러낸 홍왕의 주먹 을 막은 대가로 강진호의 근육은 갈 가리 찢겨 나갔으니까.
종아리와 허리, 팔의 근육이 파열 되며 끔찍한 고통이 밀려온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고통을 느끼 며 되레 비릿하게 웃었다.
“급해 보이는군.”
“급할 것 없잖아? 천천히 즐기자 고. 시간은 많으니까.”
콰앙!
강진호의 발이 홍왕의 복부를 파 고든다.
홍왕의 몸이 거대한 기차에 치이 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속도 로 튕겨 나갔다.
“퉤!”
강진호가 목구멍으로 밀려 올라온 피를 뱉어낸다.
저 강력하기 짝이 없는 권력을 막아낸 대가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내부가 진탕되어 피가 역류하고 있
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분노하기보다는 되레 저릿하기까지 한 쾌감에 전율 하는 중이었다.
‘강하다.’
제아무리 최고점에서는 조금 내려 왔다 한들 홍왕은 홍왕이 아니던가.
주먹을 맞대는 것만으로 강진호에 게 이만한 충족감을 줄 수 있는 이 는 세상을 통틀어도 단둘. 아직 맞 붙어본 적이 없는 흑왕을 감안해도 셋에 불과하다.
그러니 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육에서 밀려오는 고통.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쏟아져 나와 한껏 상기된 육체.
그리고 혀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의 맛까지.
너무도 익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감각.
강진호는 전신을 휘감고 도는 감 각을 즐기며 발을 내디뎠다.
“차근차근 부숴놓는 것도 싫어하 지 않거든.”
쿵!
강진호의 발이 바닥을 밟으며 커 다란 발자국을 만들어낸다. 극한까
지 끌어올린 마기는 단순한 걸음마 저도 하나의 초식으로 화하게 했다.
그리고…….
“흐음.”
바닥에 쓰러져 있던 홍왕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딱히 충격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요즘은 등이 땅에 닿는 일이 늘 어나는군.”
“너무 편히 살아온 거지.”
“그럴지도 모르지.”
홍왕 역시 강진호처럼 웃었다. 그에게도 상대란 너무 간절한 것.
그는 어쩌면 강진호 이상으로 싸
울 이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강진 호는 싸울 이를 찾지 못해 외로운 존재였지만, 홍왕은 자신의 상대가 될 이들을 알고 있음에도 싸울 수 없었다.
그 어깨 위에 짊어진 것이 너무 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살아생전 처음 으로 어깨에 올려진 짐을 내려놓고 그저 한 무인으로서 강진호와 맞붙 고 있었다.
‘자유롭군.’
홍왕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물론 취할 생각은 없다. 그의 힘
은 무게를 견디는 것에서 나오니까. 그가 해야 할 일을 잊고, 그가 이어 받은 것을 놓고, 그를 의지하는 이 들을 버린다면, 어쩌면 더 자유로운 권을 구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홍왕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순간만은 자유로울 수 있겠 지.”
“지껄이지 말고 덤벼봐.”
“오냐!”
홍왕이 광소를 터뜨리며 강진호에 게 달려든다.
더는 무인의 의미를 찾을 수 없 는 시대.
종파와 세력을 초월한 진정한 의 미의 비무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