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22)
마존현세강림기-1724화(1721/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7화)
2장 승부하다 (2)
쿠우우우우웅!
주먹과 검이 맞부딪치는 충격이 산을 뒤흔들었다.
“뭐, 뭐야!”
두 사람이 서로 맞붙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총회의 회원들이 기숙 사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지진인가?”
쿠우우우우우우웅 !
지진 따위가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한번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거 대한 기와 기의 충돌에 회원들의 얼 굴이 금세 새파래졌다.
“저게 지금……
“세상에……
짐작은 어렵지 않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여럿 있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그 몇 없는 이 중 하필 두 사람이 지금 이곳 총회에 머무르 고 있다.
경의.
경악을 넘어 경의가 담긴 시선으 로 모두가 산 위쪽을 올려다봤다.
“가, 가봐도 될까?”
“헛소리하지 마. 그럴 거면 다들 있는 데서 붙으셨겠지.”
“그, 그렇겠지?”
그들이 총회에서 빠져나간 틈을 타 서로 맞붙는다는 건, 지켜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 지만 총회의 회원들은 그 사실을 알 면서도 타는 목마름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살아생전 한 번 보기
힘든 광경인데.’
‘딱 한 번만 어떻게 구경이라도.••…
“동작 그만.”
슬금슬금 위쪽으로 향하려는 이들 에게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이명환이……
어느새 나타난 마염들이 총회로 올라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야! 네가 뭐라고 길을……
“이사님들 명령이시다. 위로는 못 올라가.”
“그리고……
이명환이 눈을 찌푸렸다.
“너희가 주변에 알짱대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저 비무를 망칠 담량이 있냐?”
그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말도 안 되지.’
그야말로 세상 다시없을 일이다. 그들이 주변에 몰려들어 승부에 영 향을 준다면, 평생 후회할 일이었다.
그들도 무인이다. 무학을 추구하 는 이라면 누구라도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맞붙는데, 그 전 투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얌전히 기다려. 나도 속 타 죽겠 으니까.”
“끄웅.”
이명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 였다.
사실 이 전투를 바로 옆에서 지 켜보고 싶은 사람이야 누구보다 이 명환이 더하겠지.
그 짐작이 그리 를리지 않았는지, 담담히 말을 하는 이명환의 얼굴은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초조한 기 색이 역력했다.
쿠우우우우우웅!
그런 그들의 반웅에 호웅이라도 하듯이 다시 산이 울렸다.
모두가 어이가 없다는 듯 산 위
를 바라보았다.
한 번의 울림만으로도 기겁할 일 인데, 지진이나 다름없는 충격이 연 이어 터져 나온다. 사람과 사람이 맞붙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당장 무학을 익히고 있는 그들도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 기가 힘든데.
“이런 걸 용쟁호투라고 하는 건 가?”
“용 같은 건 여기 오면 찢겨 죽 어. 어디 용을 들이대?”
아쉬움과 기대, 그리고 안타까움
이 뒤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이명환 이 고개를 돌려 산 위를 바라보았 다.
‘빌어먹을.’
사실은 알고 있다.
이 전투를 본다고 해도 아직 그 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없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보고 싶다, 이 두 눈으로. 이명환이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틀 어쥐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황금빛 경기를 뿜어내는 주먹에
얻어맞은 강진호가 쏘아진 포탄처럼 날아갔다.
우지지지직!
그가 튕겨 나간 방향에 있던 나 무들이 강진호의 몸과 충돌하며 힘 없이 부러지고 뿌리째 뽑혀 나왔다.
쿵!
수십 그루의 애꿎은 나무를 부러 뜨린 끝에 바닥에 떨어진 강진호가 고개를 두어 번 흔들고는 몸을 일으 켰다.
‘장난 아니군.’
그가 슬쩍 시선을 내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얻어맞은 가슴의 살이 검게 죽었 다. 바로 앞에서 105mm 포탄에 격중 되어도 이런 충격은 아닐 것이다.
홍왕은 홍왕.
세상에 그를 이리 종잇장처럼 날 려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 겠는가.
강진호가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 켰다. 두어 번 머리를 혼들어 먼지 를 털어낸 강진호가 청루와 적루를 잡고 홍왕을 향해 걸어간다.
홍왕은 강진호를 날려 버린 곳에 서 가만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황 역시 그리 좋
아 보이지는 않았다.
잘려 나간 의복 사이로 보이는 육체가 곳곳이 베여 피를 흘리고 있 다. 특히나 턱부터 귀까지 그어진 검상은 보는 사람의 눈을 절로 찌푸 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또옥, 또옥.
손끝을 타고 피가 방울방울져 흘 러내린다.
홍왕이 귀찮다는 듯 손을 한 번 털어내고는 눈을 일그러뜨리며 강진 호를 노려보았다.
“후우.”
그의 입에서 낮은 심호흡이 홀러
나왔다.
누가 압도하고 있는가는 서로 주 먹을 맞댄 이들이 가장 잘 아는 법.
지금 여유를 가진 쪽은 되레 맞 아 날아간 강진호 쪽이었다.
“ 아프군.”
홍왕의 시선이 강진호의 가슴 어 림으로 향했다. 옷이 으스러져 드러 난 가슴 어림이 검게 물들어 있다.
커다란 상처.
하지만 그것뿐이다.
강철을 종잇장처럼 찢고, 바위를 모래로 으스러뜨리는 그의 권을 정
면으로 얻어맞았음에도 강진호의 육 체는 아직 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 다.
굴욕감.
상대에게 뒤진다는 것보다 그의 권이 상대의 육체를 제대로 파괴하 지 못했다는 것에서 굴욕감이 치밀 어 오른다. 무너진 프라이드가 몸에 새겨진 상처보다 더 아프게 그를 찔 러 댔다.
‘큰 벽이라……
저 마왕은 이 비무를 시작하기 전에 그에게 말했다, 창왕보다 더 큰 벽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지금 강진호는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중이었다.
“어깨가 좁아졌군.”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홍왕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에게서 이런 격한 감정이 드러 나는 모습을 본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 이 낮게 가라앉았다.
‘패배가 생각 이상으로 큰 모양이 군.’
패하지 않는 이는 처음 경험하는
패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 만 홍왕의 패배는 단순한 실망에 그 치지 않고 심마(心魔)의 영역에 이 르렀다.
강진호 역시 패배를 경험했지만, 홍왕처럼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강진호 역시 자신이 절대 패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숭부에 임 하지만, 그의 자신감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정면으로 마주한 결과다.
하지만 홍왕은 그렇지 않다.
홍왕은 실력과 프라이드라는 두 가지의 재료로 만든 강철의 갑옷을 입은 거인.
그 어떤 공격도 그의 갑옷을 뚫 지 못하고, 그 어떤 방패도 그의 주 먹을 막아낼 수 없다는 완벽한 확신 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이다.
한데…….
그 완벽해 보이던 갑옷의 등 뒤 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동안은 몰랐기에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게 된 순간부 터 언제 그 구멍으로 상대의 공격이
파고들지를 항시 신경쓸 수밖에 없 다.
그렇게 되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완벽하게 승부에 전 념할 수 없어지니까.
홍왕에게 패배란 그런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신경 이 쓰이고,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 는 미묘한 불안함.
평범한 이들에게는 딱히 의미를 가지지 못할 그 미묘한 불안함이 백 천간두에서 칼날을 타는 이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지는 게 무섭나?”
홍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왕이여, 나를 모욕할 셈인가?”
“ 모욕?”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좋겠지.”
저벅.
강진호가 홍왕과 거리를 좁히며 걸어간다.
“패배를 극복하는 방법이야 아주 간단하니까. 패한 자에게 다시 승리 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지고 또 져서 패배에 익숙해지는
거지.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 테 니까.”
“이!”
노기로 황금빛 서기를 줄줄이 뿜 어내는 홍왕이 강진호를 향해 돌진 했다.
콰앙!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으로 쫓 을 수가 없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바닥에 운석 이라도 맞은 듯 쩌적쩌적 갈라지며 파여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명백히 바닥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굉음이 산을 울렸다.
콰앙! 콰앙! 콰아앙!
순식간에 산에 수십 개의 크레이 터가 만들어졌다.
두 사람이 충돌하는 순간, 내려밟 은 진각을 감당하기에 흙과 자갈로 만들어진 바닥은 너무도 연약했다.
가공할 속도로 달려들어 충돌하 고, 다시 달려들어 또 충돌한다.
힘 대 힘.
뒤를 돌아보지 않는 강격의 연속.
이건 홍왕이 가장 자신 있어 하 는 싸움이다. 천하제일의 내력과 천 하제일의 패도를 자부하는 홍왕에게 있어서 힘이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확고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신성하고도 오롯 한 영역을 마귀가 흙발로 짓밟으며 들어왔다.
콰아아아앙!
쿠웅! 쿠웅!
커다란 폭음과 함께 두 개의 소 음이 터진다.
한 곳에 두 개의 운석이 떨어진 듯 서로 겹친 모양의 크레이터가 만 들어 진다.
그건 앞으로 내딛는 발이 만들어 낸 현상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뒤로 튕겨났다는 뜻.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그리고 또 한 번의 폭음과 함께 홍왕의 모습이 드러났다.
“크윽!”
그의 두 발이 바닥으로 박혀들었 다.
다리가 땅을 파고듦에도 굳건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홍왕이지만, 그의 눈은 그 자세와는 다르게 얕게 혼들 리고 있었다.
‘내, 내가 힘에서……
그의 눈에 그를 향해 달려드는 강진호의 모습이 보인다.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강진호가
검을 뒤로 젖힌다. 활처럼 휘어진 강진호의 손에 들린 적루가 검은 화 염을 휘감으며 불타올랐다.
“하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젖혀졌던 강진호의 적루가 제트엔진 같은 굉음을 내뿜으며 홍 왕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큭!”
황금빛으로 변한 홍왕의 주먹이 있는 내력을 모조리 싣고 날아드는 적루를 맞받아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앗!”
검은 강진호의 검과 황금빛의 주 먹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 아아 앙 !
산이 뒤흔들리며 총회 건물의 창 문이 모조리 깨져 비처럼 쏟아진다. 멀쩡하던 나무가 뽑혀 날아가고, 대 지가 가뭄이라도 든 것처럼 쩌적쩌 적 갈라진다.
황금의 경기와 검은 마기가 갈기 갈기 찢겨 마치 불꽃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인간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에 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광경을 만들어낸
이들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다.
쿠우우우우웅!
튕겨 나간 홍왕의 몸이 바닥으로 박혀든다.
“쿨럭!”
그의 입에서 선지피가 울컥 울컥 토해져 나온다.
이 한 번의 충돌로 내부가 완전 히 뒤집혔다.
홍왕이 핏발이 선 눈으로 솟아오 른 먼지구름…… 아니, 정확히는 그 먼지구름 사이로 보이는 한 남자의 형체를 웅시했다.
저벅.
강진호가 먼지구름을 뒤로하며 홍 왕을 향해 걸어온다.
그의 입과 코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왕.”
한 손을 들어 흘러내린 코피를 소매로 닦아낸 강진호가 묘한 미소 를 지으며 홍왕을 향해 턱짓했다.
“끝?”
“……이, 이놈!”
흥왕이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바 닥을 내리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야지.”
강진호가 피에 젖은 이를 드러내
며 웃었다.
가각!
바닥에 적루를 박아 넣은 강진호 가 빈 손으로 반대쪽 팔목을 움켜잡 았다.
우두두둑!
부러진 뼈를 맞춘 강진호가 아무 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적루를 뽑아 들었다.
“좀 더 날 재미있게 해봐.”
흥왕이 괴성을 내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