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26)
마존현세강림기-1728화(1725/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11화)
3장 끌어내다 (1)
‘어쩐지.’
그제야 이현수의 과할 정도의 저 자세가 이해가 가는 고한봉이었다. 아마 애초에 강진호가 오기로 했겠 지.
하지만 뭐랄까…….
통쾌함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한 손에 목이 틀어 잡힌 채 짤짤 흔들리고 있는 이현수를 보고 있으 려니, 통쾌하기보다는 안쓰러웠다.
결국은 더 윗사람의 손에 잡혀 혼들릴 수밖에 없는 실무자의 서글 픔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할까요?”
“예?”
“이쪽에서 저지른 실수니, 이쪽에 서 해결하겠습니다. 원하신다면 며 칠 거꾸로 매달아놓을 수도 있는 데.”
“……아, 아닙니다, 회주님.”
고한봉이 기겁을 하며 손을 내저
었다.
“협상을 하다 보면 그럴 때도 있 는 법이지요.”
“그래도 주둥아리는 함부로 놀리 면 안 되는 법인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흐으으음.”
강진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듯 이현수를 슬쩍 돌아봤다. 그 의 눈이 살짝 번뜩였다.
어떻게든 부정적인 대답을 이끌어 내 이현수를 조지고 싶다는 의지가 두 눈 가득 느껴졌다.
이현수가 그 눈빛을 받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그걸 이르냐!’
이건 백 퍼센트 위긴스의 작품이다. 아마도 쪼르르 달려가 총리에게 사과 해야 한다고 강진호를 꼬드겼겠지.
잘못한 게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뭔가 서글퍼지는 이 현수였다.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회주님.”
고한봉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 묘하군.’
정치권에서도 학생 시절부터 관계 를 이어온 이들은 훗날 상하관계로 만나도 친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 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격의라는 것을 따지게 된 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 격의가 보 이지 않았다.
총회라는 단체의 힘과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적당히 남의 눈을 의식 할 만도 한데, 이들은 여전히 순수 해 보였다.
‘물론 진짜 순수할 리는 없겠지 만.’
보기에 따라서는 어떻게 행동하든 누구도 우릴 건드릴 수 없다는 오만 함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설사 이 모습이 오만함의 표현이라 해도 그 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 고한봉이었 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오신 겁니 까?”
“아랫사람의 일은 윗사람이 사과 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하하, 그럼 저는 절대 잘못을 하 면 안 되겠군요.”
강진호가 윗사람에게 사과를 받겠 다고 나설까 봐 겁이 나는 고한봉이
었다. 저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강진호의 대답은 살짝 의 외였다.
“윗분께서는 한 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만……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거리를 두는 게 나은 관계도 있 는 법입니다. 얼굴을 알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느끼는 순간, 거리감과 함께 어려움도 사라지는 법이니까 요.”
고한봉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방금 강진호의 발언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는 정부는 몰라도 최고위만은 존중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강진호 역시 그의 윗사람에게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참 이상하군.’
더없이 안하무인이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는 지킬 것을 지킨다. 꽤 여러 번 본 사이지만, 고한봉은 여 전히 강진호라는 사람을 완전히 파 악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여기까지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도 저 행동에 대한 호감도.
고한봉은 강진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알고 있다. 그의 전임이던 김명찬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조금 전에 강진호가 말한 대로 세상에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최선인 관계도 있는 법이다. 강 진호가 위쪽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 기 바라는 것처럼 고한봉 역시 강진 호와 그런 관계가 되기를 원했다.
“회주님.”
고한봉이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뵙기 힘든 분을 뵈었으니, 몇 가 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전에……
“네?”
“여기 흡연 됩니까?”
고한봉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강진호는 더없이 심각한 일이라는 듯이 안색을 굳히 고 있었다.
“건물 내 흡연은 당연히 금지입니 다. 거, 물을 걸 물으십……
“물론 됩니다.”
이현수와 고한봉의 말이 갈렸다.
이현수가 뚱한 얼굴로 고한봉을 바라봤다. 그러자 고한봉이 어색한 웃음을 홀렸다.
“무, 물론 법은 그렇습니다만, 여 긴 사유지고, 어…… 여하튼 괜찮을 겁니다.”
“거, 총리쯤 되시는 분이……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 다. 그러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
며 머리를 긁었다.
“계속하시죠.”
“아, 예.”
고한봉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 다. 뭔가 잡아놓은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정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 을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 다.”
“두 가지?”
“예.”
고한봉이 마른침을 삼켰다.
“총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막대 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총회에서 요 구할 것이라 예상되는 일 중 적당한 금액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으니까요.”
오 Q.W
M..•
“물론 알고 있습니다. 이건 살아 남기 위한 전쟁이라는 것을요. 하지 만 어떻게 시작한 전쟁이든 이기는 순간 승자는 그 대가를 바라기 마련 입니다. 배상금이라든가, 권리라든 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과거, 그가 마교를 이끌고 중원을 쳤을 때도 패배한 이들은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 은 이득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 법 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 다면 정부 쪽에서도 얻는 것이 있어 야 합니다.”
“흐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장.”
“예, 회주님.”
“홍왕계와 이야기해서 중국 쪽에
서 줄 수 있는 걸 받아내.”
“알겠습니다.”
강진호는 딱히 중국에 미련을 두 지 않지만, 확실히 정부의 일은 별 개의 문제였다. 그가 한국에 만족한 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한국에 만족 할 이유는 없다.
정당하게 얻은 이득이라면, 그걸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주 님.”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런 말에 감사를 들어야 한다니, 저쪽에서 얼마나 그를 비상식적이고
독단적인 인간이라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지금은 그저 저들이 요구하는 것 이 그에게는 별 필요가 없고,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귀찮은 건 이현수가 할 테니까.’
저들의 요구 중 들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홍왕계와 논의하는 건 귀찮음의 연속이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강진호가 귀찮을 일은 없잖 은가.
“또 하나……
고한봉이 슬쩍 눈치를 살폈다.
“지원이야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 다. 하지만 만약 이번 일이 저희가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시에 는…… 저희 역시 리스크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부정하겠다?”
“죄송합니다.”
고한봉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 나 왔다. 강진호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듯.
강진호가 빤히 고한봉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지.”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쯤은 예상을 했다.
그리고 강진호 역시 굳이 구차하 게 물귀신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 다.
“원하는 건 얻어 가십시오. 대신 그쪽에서도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해 줘야 할 겁니다.”
“물론입니다,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 벌써?”
“바쁘신 분이니까.”
고한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진호 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했습니다.”
“잘해보죠.”
두 사람이 가볍게 손을 마주 잡 았다.
부우우웅.
이현수가 차선을 변경하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 보조석에 앉은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왜?”
“ 아뇨.”
“말을 해.”
이현수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좀 뭐같아서요.”
“ 뭐가?”
“……그렇잖습니까. 그 새끼들, 전 쟁에서 이기면 얻을 건 다 얻고 싶 은데, 진다 싶으면 피해 보기 싫다, 이거 아닙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내린 창문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 낸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 다 그런 거지.”
“알긴 아는데…… 그래도 엿 같은
건 엿 같은 거죠.”
“그것도 맞는 말이지.”
저쪽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한다 는 게 기분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먹이는 던져 줬으니, 지들 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겠 죠.”
“그렇겠지.”
이현수가 미묘하게 눈을 찌푸렸 다.
“그 차이커창 놈이랑 협상해서 뜯 어내는 거요.”
“음‘?”
“그거, 제가 알아서 해도 되는 거 죠‘?”
“……그렇겠지?”
“알겠습니다.”
이현수의 눈에 묘한 빛이 흘렀다.
그 눈빛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강진호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어쨌 거나 강진호는 지원만 받아내면 된 다. 그 뒤의 일이야 어찌 되든 상관 없었다.
나라가 이득을 보든, 이현수가 뒤 통수를 치든.
그때쯤이면 강진호도 더 이상 이 런 의미 없는 관계를 이어갈 필요를
느끼지 못할 테니까.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야.”
사과는 그저 구실일 뿐이다.
강진호가 직접 얼굴을 들이민 것 만으로도 고한봉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조금 더 협조적이 되겠지.
“정치인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 하루하루가 이런 일들의 반복이겠지.”
“그래서 거긴 괴물들이 사는 곳이 죠. 정계와 재계는 사람이 발을 들 일 곳이 아닙니다. 사람으로 들어가
괴물이 되어 살아남거나, 아니면 사 람으로 쫓겨나는 곳이죠.”
그리고 그런 의미로는 댁도 충분 히 괴물 같습니다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전쟁 같은 건 그냥 언 제 출발하자로 충분했는데.”
“뭔 조선 시대…… 어, 맞네. 그 러네. 그때네.”
옛날 이야기를 한다 싶었더니, 진 짜 옛날 이야기네.
“그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거죠. 지금은 젖먹던 힘까지 뽑아내야 합
니다.”
“ 알아.”
강진호가 슬쩍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면 되는 건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 까? 이제 미군 쪽 돌아야 합니다. 그리고 몇 군데 더 들러야 해요.”
“영업이란 게 원래 그런 겁니다. 더럽고, 구차하고, 티도 별로 안 나 고. 그런데 없으면 안 되는 것. 회 주님도 이런 애환을 조금 느낄 필요 가 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한 손으로 얼굴을 덮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애쓰시네.’
애초에 이런 일은 강진호에게 맞 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 쩔 수가 없다. 전쟁이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한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웅?”
“마지막입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이죠. 이번 전쟁만 끝나면 회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나도 내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군.”
“그렇게 될 겁니다. 반드시.”
이현수의 확언을 들으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조금 더 고생해 보자 고.”
“예!”
두 사람을 실은 차가 거침없이 도로를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