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27)
마존현세강림기-1729화(1726/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12화)
3장 끌어내다 (2)
콰아아아앙!
내뻗은 주먹이 무시무시한 마기를 담고 날아든다.
그러자 건너편에서 맞상대하던 이 가 그 주먹에 담긴 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쭈욱 밀려났다.
“이 새끼가?”
마기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피처 럼 붉게 물든 눈이 살기를 잔뜩 뿜 어냈다.
하지만 미처 살기를 표출할 틈도 없이 연이어 연격이 날아들었다.
콰앙!
콰아아앙!
마기와 마기가 충돌하며 커다란 기의 폭풍이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쿠웅!
그와 함께 한 사람이 날아가 바 닥을 나뒹굴었다.
기세를 몰아 상대를 덮쳐들던 이 명환이 바닥에 손가락을 박아 넣으
며 몸을 세웠다.
들썩이던 그의 몸이 그제야 천천 히 안정을 되찾아갔다.
“……저 새끼, 요즘 살벌하네.”
“세지기도 엄청 세졌어.”
그를 지켜보던 마염들이 혀를 내 둘렀다.
과거, 처음 마염들이 결성될 때만 해도 이명환은 지금처럼 두각을 나 타내는 이가 아니었다. 그저 모난 구석밖에 없는 마염들 사이에서 그 나마 강진호와 원활하게 소통이 되 기에 마염들의 대장이 되었을 뿐이 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중 누구도 이명환을 그렇게 평가할 수 없었다.
강진호와 장민의 과격하리만큼 엄 격한 수련을 거치며 이명환은 그 누 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마 염들 중 누구도 이명환보다 강하다 고 자신할 수가 없었다.
마염들이 시기와 질투를 숨기지 못하는 얼굴로 이명환을 바라봤다.
“저 새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보다 약했는데……
“얼마 전이 대체 언제냐? 일 년 을 하루같이 사시나 보네.”
“뭐, 새끼야?”
쏘아붙이는 목소리가 연무장에 튀 듯 울려 퍼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마염들은 무위 이전에 승 부욕과 성격으로 뽑은 이들. 자신보 다 못하던 이가 앞서가는데도 허허 웃을 수 있다면, 이곳에 있을 자격 이 없었다.
배 속에 달군 돌을 넣은 것처럼 부들대야 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명환을 폄하 하는 이는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수련해 왔는지 모르 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그 리 틀린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마염들의 수장 자리를 더없이 부담스러워하던 이명환이지 만, 그 자리에 걸맞은 이가 되기 위 해 노력한 덕분에 이제는 마염들 중 최강을 다투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명환은 자신의 성취가 그리 기쁘지 않은지 여전히 아쉬움 과 미련이 남는 얼굴로 주먹을 내렸 다.
“후욱!”
거친 숨이 토해진다.
“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뭐가?”
“과한 것 같다고.”
이명환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고 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저 새끼, 왜 저러냐?”
“냅 둬.”
“아니, 뭔 지만 훈련하는 것도 아 니고.”
“냅 두라니까.”
몇몇의 불만은 이내 튀어나온 짜 증 섞인 목소리에 짓눌렸다.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언제부터 우리가 열심히 하는 것에
다가 딴지를 걸게 됐냐?”
“못 따라가겠다 싶으면 이 악물고 더 들이받을 생각을 해야지, 쫌생이 처럼 뒷담이나 까려고? 병신들아.”
그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 새끼는 지금 지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거야. 그럼 칭찬은 못해 줄지언정, 엿같이 굴지는 말자고. 저 새끼도 지금 부담이 장난 아닐 거 아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 험담할 시간 있으면 수련이나
해, 새끼들아.”
마염들의 시선이 샤워실로 향하는 이명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쏴아아아아.
수압이 좀 강한 느낌이다. 그게 아니면 지금 그가 과도하게 민감해 서 피부에 닿는 물줄기를 강하게 느 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손을 들어 홀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이명환이 저도 모르게 눈 을 찌푸렸다.
‘부족해.’
노력하고 있다.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 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 갈증 이 가시질 않는다. 강해지고 더 강 해져도 그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너 무 까마득하게 멀었다.
이제까지의 그였다면 그 길이 멀 다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지는 않았 을 것이다. 그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그도 그렇고, 마염들도 다 들 느끼고 있다. 어쩌면 이번 창왕 과의 전투가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 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가능성이라는 것은 현실로 이루었 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 리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죽어버리 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그렇기에 초조하다.
당장 이 전쟁이 벌어질 때까지 최대한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 때 문에.
“후우!”
이명환이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 볐다.
초조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사 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마음대로 되
는 것이던가.
결정적으로 이명환을 힘겹게 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나?’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 다.
언제나 남들보다 더 수련하고, 남 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 수련의 고 통으로 몸이 으스러질 것 같아도 이 악물고 버텨냈다.
하지만 이 말은 여전히 그를 괴 롭힌다.
‘정말 최선을 다했나?’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세상 누가 그 말에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가 있겠는가.
단 하루라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 고 자신할 수 있는 날이 있었던가.
이명환이 샤워기를 잠그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예전에 그는 그리 생각했다. 애초 에 강진호…… 아니, 강진호까지 갈 것도 없이 이사들과 그는 타고난 재 능이 다르다고. 그러니 아무리 노력 한다고 해도 그들처럼 될 수는 없다 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좀 달라
졌다.
어쩌면 그들과 이명환을 가른 것 은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몰아붙인 날이 얼마나 되느냐의 차 이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빨리 알았어야 해.’
이명환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뒈지겠네, 진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탈의실을 울 렸다.
“웅?”
“뭐야?”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봤다.
전신이 멍투성이가 된 공영길이 살짝 문을 비좁아 하며 안으로 들어 왔다.
“……너, 몸뚱아리가 왜 그렇게 됐냐?”
“뭐?”
“왜 멍투성이냐?”
“빤한 걸 묻고 있어. 존나 처 맞 았으니까 그렇지.”
“……바토르 이사님한테?”
“그럼 살아 있겠냐?”
공영길이 콧김을 내뿜었다.
“이 새끼들이 이제는 대련 한 번 하면 쉽게 끝나는 일이 없어. 예전
에는 그래도 주먹 치다가 끝났는데, 이제는 넘어지면 올라탄다니까! 우 리가 뭐 레슬링하냐?”
이명환이 잘 상상이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기야.
저들은 외공을 위주로 익히는 이 들이니까 거리를 좁힐수록 유리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
무학에 정답은 없는 법이고, 자신 의 특성과 무학에 가장 맞는 싸움법 을 선택하는 것 역시 실력이다.
“그러니까, 맞아서 그렇다는 거 네?”
“내가 맞아서 이렇게 됐으면 다른 놈들은 어떻게 됐겠냐? 다 지금 의 무실 실려 갔다.”
“안 물어봤는데?”
“……개새끼.”
공영길이 짜증을 내며 샤워실 안 으로 들어갔다.
이명환이 말없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공영길이 눈을 부라렸다.
“어디 가?”
“뭘 어디 가? 나가야지. 다 씻었 는데.”
“기다려, 새끼야. 나는 아직 안 씻었잖아.”
“내가 씻는 것까지 기다려 줘야 하냐?”
“할 말 있으니까 기다려.”
저것도 참 또라이다.
이명환이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탈 의실에 비치된 의자에 앉았다. 곧 공영길이 튼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 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얼씨구?”
사람더러 기다리라고 해놓고 콧노 래까지 불러 댄다. 예전에는 그래도
염치와 예의를 아는 놈이었는데, 이 제는 염치와 예의가 있을 곳까지 근 육이 들어찬 모양이다.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샤워를 마 치고 나온 공영길이 옷을 챙겨 입었 다.
“바나나 우유 한잔하자.”
“……목욕 왔냐?”
“씻고 나면 바나나 우유가 진리 지.”
공영길이 이명환의 대답도 기다리 지 않고 휴게실로 성큼성큼 걸어갔 다.
한숨을 내쉰 이명환이 그런 공영
길의 뒤를 따랐다.
쪼오오옥.
쪼오오옥.
“……야, 영길아.”
“왜?”
“요구르트 먹냐?”
여섯 개들이 바나나 우유를 마치 요구르트처럼 빨대 하나로 조지던 공영길이 눈을 찌푸렸다.
“인마, 난 덩치가 크잖아.”
“바토르 이사님 반밖에 안 되는 게.”
“……그거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 데, 그 양반은 아무래도 사람 아닌 것 같아. 외계인이거나 거인족이거 나 뭐 그럴 거야.”
다 마신 바나나 우유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공영길이 슬쩍 이명환을 보고는 턱을 쓸었다.
“근데 넌 면상 꼬라지가 왜 그러 냐?”
“•…”뭐가?”
“불만이 가득 차서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데? 요즘 맞 고 다니냐?”
“••••••내가?”
이명환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들어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가 없어졌다. 일 반적인 총회의 회원 중 이명환에게 장난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공영길이 나 천태훈, 둘 정도일 것이다.
“그냥 고민도 좀 있고.”
“면상 펴고 다녀. 보기 엿 같으니 까.”
이명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 다.
“말이 좀……
“뭔 불만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은 변해도 태도는 변하면 안 되 는 법이지. 네가 예전이었으면 고민 있다고 그런 표정으로 지냈겠냐?”
“나는 뭐, 씨발, 대단한 고수님 나신 줄 알았다. 언제부터 이명환이 어깨가 이렇게 뻣뻣해지셨어? 너 잘 나가는 건 알겠는데, 재수 없어지려 고 하니까 적당히 해라.”
“아니, 이 새끼가 듣자듣자 하니 까?”
“뭐? 왜? 한판 붙을래?”
이명환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공
영길을 노려보았다.
공영길은 예전부터 이런 식이었 다. 선을 지킬 줄 모르고, 한 번씩 과하게 말을 한다. 예전부터…….
‘예전부터?’
이명환이 입을 다물었다.
그랬다.
공영길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명환은 그걸 알면서도 공 영길과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다. 과거에는 그게 거슬리지 않았으니 까.
그러면 지금은?
“ 알겠냐?”
공영길이 눈을 찌푸리며 이명환을 바라봤다.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힘 이 세지고 능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네가 대단한 것처럼 굴어도 된다는 건 아냐. 그거, 엿 같은 거거든.”
“너는 회주님이 아니라 이명환이 잖아. 심지어 회주님도 너처럼 굴지 는 않아. 네가 뭔 고민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고민이 있으면 주 변에서 널 알아서 모셔야 되냐? 목 마라도 태워 드려?”
“……아니다.”
“힘은 엿 같은 거지. 사람은 힘이 세지면 과시하고 싶어지거든. 그걸 대놓고 하는 놈들은 그냥 욕먹고 마 는 거지만, 너처럼 은근히 주변 힘 들게 하는 놈들은 주변 사람들이 떠 나는 법이야.”
공영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흐II, 새끼야. 적당히. 내가 아는 이명환은 힘은 없어도 주변 놈 들 생각부터 하던 사람이었어. 너, 언제부터 이런 놈이 됐냐?”
“간다. 다음에 볼 때는 그 면상
좀 펴고 나와라.”
공영길이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 다.
“야, 영길아!”
“••••••왜?”
공영길을 부른 이명환이 한참 동 안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입을 열었 다.
“고맙다.”
“지랄한다.”
공영길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 리고는 미련 없이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이명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