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32)
마존현세강림기-1734화(1731/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17화)
4장 침공하다 (2)
“이거, 일이 꼬이는데……
이현수가 문 담배 끝이 신경질적 으로 타들어 갔다.
‘창왕계가 아니다, 이 말이지?’
지금은 창왕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진호가 창왕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강진호의 감각은 귀 신이나 다를 바가 없다. 신뢰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 흑왕계? 아니면 제삼■의……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혹왕계가 맞다.
여기까지 와서 강진호의 손을 벗 어날 만한 감시자를 가진 새로운 세 력의 출현?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니까. 하지만 이현수를 괴롭히 는 건 이 업계는 그 비상식적인 일 이 숨 쉬듯 벌어지는 곳이라는 점이 었다.
“빌어먹을.”
결국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머리만 복잡해진 이현수가 장탄식을 토했다.
“타이밍 한 번 죽여주네.”
이제 중국으로 들어갈 준비는 모 두 끝났다. 당장 홍왕계는 이미 중 국에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미 기호지세다. 여기서 그들이 계획을 멈춰 버리면 중국에 있는 홍 왕계는 고립된 채 말라 죽는다. 벌 써부터 차이커창이 그를 저주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지 않은 가.
‘그런 놈들 뒈지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그놈들이 없으면 아쉬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머리를 벅벅 긁은 이현수가 짜증 어린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모니터의 자료들을 살 피던 이현수가 재떨이에 담배를 거 칠게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났다.
‘일단은 회주님과……
그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벗 어났다.
“ 아니••••••
이현수가 두어 번 눈을 끔뻑이고 는 고개를 갸웃했다.
“개기름이……
“응?”
“아니, 아니요. 오늘 뭔가 탱글탱 글해 보이시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렇겠죠?”
그렇겠지, 그래야겠지.
아니, 그런데 왜 기분이 좋아 보 이십니까, 회주님?
이현수가 멀뚱멀뚱 강진호를 바라
봤다. 강진호가 괜히 어색한지 낮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아시 죠?”
“그럼.”
“그…… 우리가 하려던 계획이 새 로운 놈들의 출현으로 완전히 꼬일 수도 있다는 것 분명 알고 계시죠?”
“당연하지.”
“……진짜 아시는 것 맞죠?”
“그럼.”
이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닌데.’
이 양반, 지금 기분이 좋은데? 지
금?
이현수의 눈이 광망을 토했다.
“아니! 상황을 아신다는 분이 그 렇게 헤벌쭉하고 있을 일입니까? 이 게 지금 보통 일도 아니고!”
“……누가 헤벌쭉했는데?”
“제 앞에 계신 분이요!”
“……분이라고 생각은 하냐?”
놈은 아니고, 놈은?
“물론이죠. 제가 얼마나 회주님을 존경하는데요. 저는 세종대왕님보다 회주님을 앞에다 둘 자신도 있습니 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라.”
“아까 발랐는데.”
이현수가 자연스레 주머니에서 립 밤을 꺼냈다.
태연스레 입술에 립밤을 바르는 이현수를 보니 주먹이 경련했다.
“여하튼 지금, 그…… 좋아하실 일이 아니잖습니까!”
“ 알아.”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소파에 등을 기댔다. 하지만 여유롭게 등을 기대는 모습에서는 그 어떤 초조함 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예?”
“계획 바꿀 거야?”
“……이젠 무리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들이받아야 한다. 이미 계획은 실행되고 있으니 까.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닥치고 돌진하는 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나 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럼 다른 대처 방안 있어?”
“ 없죠.”
“그런데 뭘 어떻게 하라고?”
이현수가 눈을 끔뻑였다.
“아니, 답이 없긴 한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머리가 좋은 이들은 이게 문제다. 평범한 이들은 하지 않을 고민까지 도맡아 하니까.
“손쓸 수 없는 문제는 잊어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다가……
“예?”
“우리에게는 더없이 믿을 만한 아 군이 있잖아.”
“홍왕이요?”
강진호가 심드렁한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봤다.
“혹시 지금 창왕을 말씀하시는 겁 니까?”
“그렇지.”
이현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군이 라……
틀린 말은 아니다.
이번에 온 이들이 창왕계 소속이 아니라면, 전장의 변수가 될 수 있 다. 그리고 창왕은 변수를 극단적으 로 증오하는 타입이 아니던가.
“그들과 창왕이 손을 잡았을 확률
“미지수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럴 확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래.”
창왕이 누군가와 손을 잡을 생각 이라면 이미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창왕은 자신의 동맹이 될 이로 강진 호를 낙점했다.
그가 제2의 안을 마련했을까?
‘아니겠지.’
그럴 수 있었다면 진즉에 누군가 와 손을 잡고 홍왕계를 멸망시켰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힘과 힘의 문 제가 아니다.
창왕은 미식가와 같다. 그에게 있
어서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게 아니 다. 자신의 미학을 완성시키는 그 무언가다. 그런 이가 동맹을 제안한 상대와 틀어졌다 해서 바로 다른 이 를 알아봤을 리는 없다.
이현수가 짧게 침음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나 창왕에게나 그쪽은 돌발 변수나 다름없다는 거 겠죠?”
“그렇지.”
이현수가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볐다.
‘이런 간단한 것 하나 생각하지
못하다니.’
사람이 여유가 없으니 머리가 돌 아가지 않는다. 평소의 이현수라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일이건만.
“머리 좀 식혀.”
“……끙, 죄송합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 개를 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창왕계 쪽으로도 이미 감시는 파견되었겠네 요.”
“그렇겠지.”
“그걸 창왕이 모르지는 않을 테
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위는 모르겠지만, 꼼꼼함으로 따진다면 강진호는 감히 창왕에 비 견될 수 없다. 그런 쪽으로는 차원 이 다른 존재가 창왕이었다.
“공동의 적이라……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싸우는 와중에 또 공동의 적이 있다라……. 이게 참 웃기지도 않는 일이네요.”
“흔한 일이지, 예전에도.”
“하기야 역사적으로도 흔한 일이 었죠.”
이전투구를 벌이다가도 외적이 나
타나면 힘을 합쳐 싸우는 일이야 너 무 흔해서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 다.
“하지만 공교롭네요. 홍왕계와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전쟁이란 원래 그런 거야.”
“수많은 이들이 서로 싸워서 흡수 하거나 힘을 합치고 동맹을 맺는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은 한 곳에 도달하지.”
“ 일통.”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주님?”
“음‘?”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회주 님은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일 통에 이른다는 걸 알고 계시잖습니 까?”
“그렇지.”
“그런데 왜 홍왕계를 집어삼키려 하지 않으십니까? 저 넓은 중국마저 지배할 수 있으실 텐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과거의 마교도 그 과정을 거쳐 무림일통에 거의 도달했다. 청마가 배신하지만 않았더라면 당대의 구파
일방을 비롯한 정파들을 싸그리 몰 살시키고 마도천하를 열었겠지.
하지만 그 뒤에 뭐가 펼쳐졌을 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죠.”
“하지만 그 뒤에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일본 도……
“일본도 마찬가지야. 일본은 스스 로 자멸한 거지. 그 많은 고수를 모 조리 털어넣고 스스로 망해 버린 거 지. 그렇기에 일본을 접수하는 데는
크게 피가 흐르지 않아.”
“그렇죠.”
“하면? 너는 일본을 지배하는 대 신 수천 명을 죽여야 한다면 어쩔 건데?”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머리는 그래도 해야 한다고 외친 다. 그 피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 어마어마하니까. 하지 만…….
‘나도 사람인데.’
냉정하고 싶지만, 학살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거야.”
강진호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 했다.
“홍왕계를 모두 무너뜨린다고 해 도 중국에 무인은 넘쳐 난다. 그들 이 순순히 우리에게 고개를 숙일까? 수도 없는 세월 동안 저항하는 이들 이 생겨나고, 그들을 끊임없이 죽여 야 할 거야. 그래서 얻는 거라고는 고작 돈 몇 푼이지.”
이으..”
M..•
이현수가 자신은 의견이 다르다는 듯 입을 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저들은 강대한 힘 앞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러고 있 잖습니까? 목숨을 걸고 나라를 뒤엎 어 버린 우리와는 다르죠.”
“내가 죽고 나면?”
“ 그건••••••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도 무사하려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이거나, 저들의 무학을 말살해 버려야 하지. 결과는 같아.”
“게다가
“예‘?”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삼왕계를 모조리 때 려잡고 중국을 손에 넣어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는 건 이제는 더 쓰지 도 못할 돈뿐이라는 거지. 그 대신 끝도 없이 귀찮아질 거고. 난 굳이 그럴 생각은 없어.”
“그 돈이란 게……
“그리고……
강진호가 턱짓으로 이현수를 가리 켰다.
“네가 있으면 홍왕이 있든 말든 어차피 뽑아낼 건 다 뽑아낼 수 있 잖아.”
어…….
그건 그렇지.
“원칙은 변하지 않았어.”
강진호가 간단하게 말했다.
“건드리는 이는 죽인다. 하지만 싸우려 들지 않는 이들을 굳이 찾아 죽일 생각은 없어. 한 뭉텅이로 엮 어버리기에 중국은 너무도 넓고 다 양한 이들이 살아간다. 삼왕계의 죄 는 삼왕계의 죄야.”
“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 다.”
“ 다만••••••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에 배신한 놈들은 대가를 치 르게 해줘야지.”
“중국 인민군 쪽을 말씀하시는 겁 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건드린 건 그쪽이니까.”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참 많이 변했다 싶으면서도 변하 지 않은 것이 있다.
확실한 건 이 사람은 ‘지배’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기야 따지고 보 면 총회의 회주가 된 것도 거의 억 지로 끌고 와 강제로 앉힌 것이니
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들은 배제하 고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출발은?”
“계획은 삼 일 뒤입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그대로 진행될 겁니 다.”
“삼 일이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다.
“뭐, 좋아. 기다릴 만한 시간이 지.”
이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양반, 기분 좋은 것 맞구만!
“그래서 이번에는 배로 넘어가 나?”
“인원이 인원이니까요. 일단은 이 번에는 국가에서 화물선을 징발해 줄 겁니다.”
“……등급이 낮아진 것 같은데?”
“유람선은 말도 안 됩니다. 이 시 국에 중국에 입국하는 유람선이 있 을 리가 없죠. 그리고…… 화물선도 나름 나쁘지 않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겠지.”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 을 붙였다.
“알았어.”
“예. 그럼.”
이현수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 가자 강진호가 담배를 길게 빨았다.
‘삼 일이라……
우드드득.
그의 주먹이 뼛소리를 만들어 냈 다.
‘초조할 정도군.’
전투가 가까워질수록 잡념이 사라 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마치 그의 몸이 이 순간만을 위 해서 지금껏 텐션을 낮춰뒀다는 것 처럼 말이다.
‘누구든 좋아.’
앞을 가로 막는 이가 있다면 그 누구든 베어버릴 뿐이다. 그게 강진 호가 전장을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등골을 타고 흐르는 묘한 전율과 함께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한동안 볼 수 없던 미소가 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