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35)
마존현세강림기-1737화(1734/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20화)
4장 침공하다 (5)
“ 일어났니?”
“예.”
“별일이네. 네가 늦잠을 다 자고.”
“그러게요.”
강진호가 스스로 생각해도 별일이 라는 듯 웃었다.
“그래, 사람이 잠을 푹 자야지.
나는 한 번씩 보면 네가 24시간 깨 어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할 때가 있 어.”
“……설마요.”
예리하시다.
방에서 잘 안 나갔는데.
“얼른 씻고 밥 먹자.”
“밥 하셨어요? 왜 자꾸 그러세요.
저희가 알아서 먹으면……
“내가 알아서 해.”
“넵.”
칼날 같은 백현정의 시선을 받은 강진호가 목을 움츠렸다.
“네가 한다는데, 왜 네가 나를 불
편하게 해?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내가 먹을 테니까.”
“머, 먹을게요.”
“그럼 빨리 가서 씻고 와.”
“네.”
괜히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강진호가 욕실로 들어갔다.
“흠……
거울을 본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수염이 좀 자랐나?’
이 육체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거겠지. 얼마 전까지는 크게 수염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며칠 사이에
푸릇하게 올라온 수염이 보인다.
강진호가 손톱으로 가볍게 입가를 그었다. 면도날보다 더 날카로운 기 운이 수염을 깔끔하게 베어낸다.
면도가 잘됐는지 확인을 마친 강 진호가 샤워기를 틀고 샤워를 시작 했다.
쏴아아아아.
차가운 물이 몸으로 쏟아지지만, 강진호는 딱히 큰 한기를 느끼지 못 했다.
‘이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야.’
예전에는 육체가 강화되면서 불편 함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뜨거움도, 차가움도 결국은 인간 으로서 당연히 느껴야 할 것들이다. 스스로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감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결국은 인간성에서 멀어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쏴아아아아.
강진호가 가만히 얼굴로 떨어지는 물줄기의 감각을 받아들였다.
아마 한동안은 느끼기 힘들겠지.
‘밥 식겠네.’
강진호가 재빨리 몸을 씻기 시작 했다.
아르르르르르르.
이■르르르르르!
강진호가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 내는 작은 생물을 바라보았다.
‘얘는 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고, 사실 은 하룻강아지도 범이 무서운 줄은 안다. 그런데 이놈은 눈도 뜨고 냄 새도 맡는데 왜 강진호를 만만히 보 는 걸까?
한 번 죽은 이후부터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에게도 이런 대 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강진호인지 라 지금 상황이 새삼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아르르르르르!
강진호가 쪼그려 앉아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
콰득!
강진호의 손가락을 두어 번 잘근 잘근 씹은 동동이가 이건 뭔가 이상 하다는 듯 물러나 고개를 갸웃거린
다.
“딱딱하니?”
어, 미안하다.
내가 쓸데없이 단단해서.
아르르르르르르!
강진호가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 강아지와 친 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물론 그 와중에 동동이가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물어 댔지만,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늦잖아, 이 인간아!”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강은영이 튀어 나와 반찬을 나르고 있다.
“엄마가 밥을 하시는데! 돕지는 못할망정!”
“눈꼽이나 좀 떼라.”
“괜찮아. 볼 사람 없잖아.”
“내가 보잖아.”
“그래서?”
“……아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한때는…….
저 우락부락한 것이 귀엽던 시절 도 있었다.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
는, 아득한 먼 옛날에는 그런 느낌 을 받은 적도 있었지.
지금의 강진호가 그때의 강진호를 다시 만날 일이 있다면 일단 뒤통수 를 후려쳐 버릴 것이다. 아니면 안 과에 데려가거나.
“나는 오라비처럼 아침마다 출근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일어 나자마자 씻을 필요가 없네요! 부럽 지?”
“아니.”
lg도 부럽지 않다, 동생아.
“그런데 너, 요즘 살쪘다.”
“이 양반이 미쳤나! 어디서 아침
부터 태클이지?”
강진호와 강은영이 투닥대기 시작 할 때, 안방 문이 열리며 강유환이 걸어 나왔다.
“음, 역시 활기차군. 행복한 집안 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기 마련이 죠.”
“싸우잖아요!”
“싸우는 건데.”
“그것도 좋지.”
강유환이 흐뭇하게 웃었다.
강진호의 다리를 물어뜯던 동동이 가 강유환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꼬 리를 친다.
“그래그래, 우리 막내.”
강유환이 동동이를 번쩍 안아 들 었다.
“행복한 집에는 개가 있기 마련이 지. 착하고 귀여운.”
아르르르르르르!
“……그리고 개는 나쁜 사람을 알 아본다더구나. 너, 요즘 뭐 하고 다 니니?”
“……아무것도요.”
강유환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 이상한데?”
강진호의 등에서 살짝 땀이 배어
났다.
확실히 착한 일은 아니지, 착한 일은.
“다들 앉아. 밥 다 됐어.”
“넵.”
강유환이 동동이를 바닥에 내려놓 고는 식탁에 앉는다.
그러고는 흐뭇하게 웃으며 밥상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진수성찬이로군. 진호 야, 될 수 있으면 좀 늦게 출근해 라. 네가 있어야 내가 이런 반찬 먹 어본……
“숟가락이라도 뜨고 싶으면 조용
하지?”
“……난 언제나 잘 먹는다, 진호 야.”
“네.”
강진호가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 다. 그러고는 앞쪽에 있는 햄을 집 으려는 순간.
“이거 잘 구워졌네.”
강유환이 강진호가 먹으려던 햄을 낚아채 식탁 아래로 가져간다. 동동 이가 달려들어 그 햄을 날름 받아먹 었다.
“……개한테 사람 먹는 거 주면 안 된다던데요. 건강에 나쁘대요.”
“햄은 사람 몸에 좋고?”
“앞으로 밥 먹을 때 소금 다 빼 고, 깔끔하게 생식 한 번 해보련?”
“……아닙니다.”
강유환이 싱긋 웃는다.
“예전에 아빠가 개를 키웠다.”
“예‘?”
“너희가 태어나기 전이었지. 그때 는 나도 나름 그런 쪽에 관심이 많 아서 사람 먹이는 건 하나도 먹이지 않고, 건강하게 잘 길렀다. 오래 장 수하더구나.”
“아••••••
“그런데 결국에는 너희가 태어나 기 전에 죽었지. 그때 내가 무슨 생 각을 한줄 아니?”
“……글쎄요.”
“이럴 거면 차라리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놀고 싶은 것 마음껏 놀게 할걸. 그 몇 년 더 사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애를 그리 심심하 게 키웠을까.”
강유환이 새로 햄을 하나 집어 동동이에게 던져 주었다.
“사람이든 개든 지금이 행복한 게 중요한 거지. 너무 멀리 보다보면 눈앞에 있는 행복을 놓치는 법이
야.”
강진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뭔가 별것 아닌 이야긴데 와닿는 기분이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 어. 그거 어머니가 다 키우셨지, 당 신이 뭘 했다고? 밥도 제대로 챙겨 준 적 없으면서?”
“••••••네?”
강진호의 고개가 강유환에게로 홱 돌아갔다.
“크, 크흠. 아니, 내가 한 번씩 산 책도 시켰는데.”
“목줄도 안 하고 키운 갠데, 산책 은 뭔 산책이에요? 그냥 자기가 주 고 싶어서 주는 거면서 말도 안 되 는 걸 가져다 붙여.”
“허허허. 동동아, 햄 먹자.”
강진호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조금 감동했는데!
“밥 먹자. 옹? 밥?”
“식탁에서 개 먹일 거 있으면, 밥 이라도 챙겨 주든가!”
강유환이 도와달라는 듯 강진호를 바라보았지만, 이번만큼은 강지호도 깔끔하게 강유환의 시선을 외면했 다.
좀 혼나야 돼, 혼.
“얼른 밥 먹어라. 네 아버지 실없 는 소리는 한 귀로 홀리고.”
“그러고 있어요.”
“네.”
강진호가 가볍게 웃으면서 숟가락 을 들었다.
다만…….
‘햄을 줘서 친해지는 건가?’
어디 한 번…….
콰득.
아, 아니네.
아무래도 얘와는 상성이 맞지 않 는 것 같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은영이, 너는 오늘 안 나 가?”
“오늘은 약속이 없네요.”
“응? 오늘 유민이 쉬는 날 아냐? 데이트 안 해?”
강은영이 사색이 된 얼굴로 강진 호를 바라봤다.
“••••••웅?”
“데이트?”
백현정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다.
“유민이랑 은영이가 왜 데이트를
해? 너희 사귀니?”
강진호가 슬쩍 강은영을 돌아봤 다. 강은영이 죽일 듯한 눈으로 강 진호를 노려본다.
“……말씀 안 드렸어?”
이를 악문 강은영의 표정을 보니, 대답은 딱히 듣지 않아도 될 것 같 다.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 은 강진호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 다.
‘그냥 말을 하면 되지, 뭐 이상한 거라고.’
“은영아?”
“그.. 사귀는 거까지는… 어…
네.”
뭔가 횡설수설하려던 강은영이 결 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진호, 너는 미리 알았고?”
“네.”
“그런데 왜 엄마한테 말을 안 해? 너, 나 따시키니?”
“……엄마, 그런 말은 어디서 배 웠어?”
백현정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 서 강은영을 노려보았다.
“이 기집애가?”
“아니, 엄마. 말하려고 했는데, 그
게 좀……
강은영이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 슬쩍슬쩍 바라보았지만, 강진호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 미리 좀 말하지.
“유민이가 오늘 쉰다고?”
“네.”
“진호, 너는 유민이한테 연락해서 안 바쁘면 밥 먹으러 오라고 해. 유 민이 본 지도 오래됐는데, 같이 밥 한 번 먹게.”
“저 오늘 못 들어오는데요.”
“네가 왜? 너는 필요 없어.”
“……네.”
백현정이 강은영을 두어 번 쏘아 보고는 수저를 들었다.
“이놈의 기집애가 연예인이니 뭐 니 해서 어디서 헛바람 든 기생오라 비를 물어 오는 게 아닌가 했는 데……. 그래도 유민이라니 다행이 라면 다행이지.”
“에이, 다행이라니.”
강유환이 단호하게 말했다.
“말은 바로해야지. 유민이 같은 애를 어디서 구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지. 요즘 그런 애 없어.”
강유환이 살짝 주먹을 쥐어 보였 다.
“나는 우리 딸 응원한다. 파이 팅!”
“헤헤.”
“웃어?”
백현정이 눈을 부라리자 강은영이 목을 쏙 집어넣었다.
“여하튼 유민이 한 번 보자고 해. 사람 같지도 않은 딸내미 만나주는 데, 우리가 잘 보여야지.”
“엄마는 내가 뭐 어때서!”
“네가 내 배 아파서 낳은 딸이니 까 그래도 눈이라도 마주치고 살 지……
“ 엄마!”
백현정이 혀를 찼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희게 웃었다.
강은영이 왜 말하지 못했는지 강 진호는 안다.
무서웠겠지.
박유민은 다리를 저니까. 자신의 딸이 장애가 있는 사람과 만나는 걸 원하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결국은 이해한다고 해도 그 과정 에서 오가는 말들이 무서웠을 것이 다. 하지만 강유환도, 백현정도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굴고 있 다.
“그래서 진호, 너는 언제 오는 데?”
“어, 저••••••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며칠 정도는 집에 못 들어올 것 같아요.”
“또?”
“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는데?”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릴 수도 있 어요. 중국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거기 가서 상황을 봐야 해서.”
“ 중국?”
“네.”
강유환이 허허 웃는다.
“우리 아들놈이 이제는 글로벌하 게 노네. 그래, 남자가 그 정도는 해야지.”
“해외라고는 가본 적도 없는 사람 이 말은!”
“……그러니 쟤라도 가봐야지.” 강진호가 작게 웃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부모님을 모시 고 해외라도 한 번 다냐와야겠다.
이번 일이 잘 끝나면 말이다.
‘ 편안하네.’
아무것도 아닌 일상.
그렇기에 더 눈부신 일상.
그 시간이 지금 끝난다.
그리고 강진호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