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0)
마존현세강림기-1742화(1739/2125)
마존현세강림기 70권 (25화)
5장 시작하다 (5)
“이게 뭐 하는 짓거리인지.”
흥첸이 슬쩍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 다 보니 이제는 지겨움이 긴장을 앞 서기 시작했다.
“똑바로 지켜봐. 그러다가 걸리면 어쩌려고.”
“걸리기는 개뿔이.”
흥첸이 눈을 찌푸렸다.
“저 새끼들, 쫄아 가지고 웅크린 게 벌써 며칠째야? 홍왕은 얼어 죽 을 홍왕. 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그를 지적한 이도 그 말에는 딴 지를 걸지 않았다. 사실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들이 공세를 취한 지 벌써 일 주일이 다 되어가건만, 저들은 방어 에 급급한 채 단 한 번의 반격도 시도하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아? 수는 저들이 열 배 이상 많은데.”
“이상할 게 뭐 있어. 전에 제대로 박살 나지 않았으면 벌써 반격했겠 지. 한 번 처 맞아보니 정신이 든 거지.”
“그도 그런데……
훙첸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는 심드렁한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 다.
‘돌겠군.’
그가 한 말이 틀리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홍왕계가 그리 만 만한 곳이라면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대치하지는 않았을 것이 다.
한 번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나, 홍왕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 대고, 언제든 그들의 목을 조여올 수 있는 난적이었다.
지금 저들이 웅크리고 있는 이유 도 분명 뭔가 노림수가 있을 것이 다.
그럼에도 저들에 대한 욕을 쏟아 내는 것은 상황이 고착화된 것에 대 한 답답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머저리 같은 놈들. 아무리 그래 봐야 창왕께 대항할 수는 없을 텐 데. 차라리 머리 숙이고 항복이라도 하지. 그럼 목숨은 건질 수 있을 텐
데.”
“미안하군. 모가지가 좀 뻣뻣해서 말이야.”
“……뭔 소리야?”
흥첸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의 옆에 있던 이는 당황한 눈으로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내, 내가 한 말이 아냐.”
“ 뭐?”
흥첸의 머리가 반사적으로 앞쪽으 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지금까지 보 지 못한 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차디차게 굳어 있는 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손이 반사적으로 휘둘러졌다.
하지만…….
서걱.
그의 팔이 채 뻗어지기도 전에 목이 잘려 나가 허공으로 둥실 떠올 랐다.
훙첸의 곁에 있던 이의 목도 순 식간에 잘려 나갔다.
“흠.”
가볍게 손을 털어낸 이가 눈을 찌푸리며 바닥에 쓰러진 흥첸의 몸 을 바라보았다.
“창왕의 개 주제에 잘도 지껄이는
군.”
이미 숨이 끊긴 몸이 짧게 경련 을 일으킨다. 그의 말을 들었을 리 는 없겠지만, 꼭 대답을 하는 것처 럼 말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이가 눈을 가늘게 뜬다.
“오래도 참았지. 최대한 신속하게 뚫고 이동한다!”
“예!”
낮고 짧은 대답과 함께 그의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점점 더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간다!”
대답도 없이 모두가 거친 기세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방어선은 뚫었습니다.”
“좋아.”
차이커창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딱히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 정 도는 당연한 거니까. 중요한 건 지 금부터 다.
뇌가 익어버릴 정도로 생각에 생 각을 거듭해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냈다. 이현수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지금부터는 단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일조, 돌파합니다.] [삼조, 돌파했습니다!] [십사조, 돌파했습니다!] [이십칠조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정 리에 들어갑니다.]1초에도 두세 개씩의 보고가 쏟 아지지만, 차이커창은 그 모든 보고 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늦어! 더 빠르게 치고 나가! 저 쪽에서 대웅할 시간을 줘서는 안
돼!”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겠습니 다.”
“북동쪽이 방어막이 생각보다 두 텁다! 그쪽으로 예비대 투입해서 뒤 흔들어!”
“예!”
차이커창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 다.
“총회에서의 연락입니다!”
“타이밍 한번 죽여주는군. 연결 해!”
“예!”
차이커창이 앉은 자리에서 수화기
를 들었다.
[늦지는 않았겠지?]“막 시작한 참이다. 그쪽이야말로 늦지 마라. 이건 먼저 움직이는 쪽 이 망하는 게임이니까. 뒤통수를 친 다면 네 목은 어떻게든 물어뜯고 죽 을 테다.”
[이 새끼는 신뢰라는 게 없네. 페 이즈 3에 들어갔다. 지금 우회 중이 니까, 곧 준비가 끝날 거야. 그전에 이동 완료해라, 짱깨 새끼야.]“망할 새끼가!”
뚝!
전화가 끊기자 차이커창이 이를
뿌득 갈고는 거칠게 수화기를 집어 던졌다.
‘ 여하튼.’
말하는 싸가지는 논할 필요도 없 지만, 어쨌든 그림 자체는 처음에 그린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
여하튼 이현수…….
적일 때는 엿 같은 놈이지만, 아 군이 되면 이만큼 든든한 놈도 혼치 않다. 기계적일 정도로 완벽하게 진 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이쪽도 질 수는 없지.’
이 모든 계획은 차이커창과 이현
수의 움직임이 완전히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무전기에서 쏟아지던 보고를 받던 차이커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비대 멀었어?! 북동쪽이 느리 다고 하잖아! 이 게을러터진 자라 새끼들아!”
“추, 출발했습니다!”
“제 타이밍에 뚫어내지 못하면 모 두 묻어버린다고 해!”
“예!”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돼.’
이게 정말 통할지 아닐지는 차이 커창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전략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우선은 현재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취한다.
“너도 얻어맞는 기분을 한 번 느 껴봐야지, 창왕.”
어두운 방 안.
수많은 모니터와 스크린이 좌우
사방을 모두 도배하고 있다. 그 방
안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이가 양 손을 깍지 끼고 그 위에 턱을 올리고 있다.
길게 흘러내린 머리가 손목을 타 고 흐르듯 일렁인다.
굳게 닫힌 사내의 입이 짧게 경 련했다.
벌컥!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다들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왕……
“조용히.”
사내.
창왕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호 들갑을 떨던 이가 입을 꾹 닫았다.
“서두를 것 없다.”
“그러나 지금……
“바삐 움직인다고 달라지는 건 없 어. 반대도 마찬가지지.”
창왕의 눈이 살짝 감긴다.
정보량이 과도하다.
자신이라면 어떤 정보든 어렵지 않게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 지만, 지금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는 그의 생각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기이할 정도로 말이다.
‘이 정도로 쉽게 정보가 넘어올
리가 없지.’
창왕의 뇌리에 그 기묘한 미소를 가진 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현수.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에게 한 방 을 먹이고 떠난 총회의 지낭.
‘이래서 미리 제거를 했어야 하는 데……
아무래도 이현수가 정보에 독을 푼 모양이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이 쏟아지는 정보들의 진위 여부를 충 분히 판별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창왕이라 고 해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동 방향은?”
“몽골과 대만을 지났습니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겠고, 산개하 고 있나?”
“예! 정확합니다.”
“둘러싸겠다는 거로군.”
창왕이 손가락을 펴 자신의 관자 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홍왕계도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 다고 합니다! 홍왕계를 둘러싼 이들 이 속절없이 뚫리고 있습니다.”
“이동 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창왕이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어차피 뚫리라고 만들어놓은 방어 선이다.
“궤멸되는 순서대로 표시해서 가 지고 와. 그걸 보면 진격로가 나오 겠지. 애초에 그렇게 배치해 뒀으니 까.”
“예!”
창왕이 다시 화면을 바라본다.
“제공권은 의미가 없지. 수송도 불가능해. 다짜고짜 떨어뜨리기만 하면 모를까, 그런 바보들은 아니지. 그럼 보자, 뭘 노리는 거지? 이현 수? 차이커창?”
창왕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런 이들을 만난다는 건 너무도 즐거운 일이다.
그는 한동안 그와 두뇌전을 벌이 는 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아니, 때때로 그런 멍청이들을 겪어 보기는 했지만, 그들의 수준은 ‘상 대’라는 말을 쓰기에도 허무할 만큼 저열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그가 겪 어온 이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 빤한 움직임 속에 숨어 있는 진득한 악의(惡意)가 창왕의 손끝을 저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목적은 나로군.”
차이커창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깍지 낀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중국을 흔드는 게 아냐. 창왕계 를 흔드는 것도 아니지. 기본적으로 는 정보량을 늘린 것과 같은 수작이 로군. 전선을 확대하고 무의미한 짓 거리를 반복한다. 그 속에 의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로군.”
어린아이가 치는 장난 같다.
빤하고 한심해서 차마 계략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작질이다.
하지만…….
‘그 수작질이 먹힌다는 건가?’ 창왕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흐음.”
창왕의 손끝이 가만히 앞쪽에 놓 인 책상을 그어 댔다.
그그그극.
손톱이 책상을 긁으며 긴 선을 만들어낸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선이 마구 그 어졌지만, 창왕의 시선은 여전히 무 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리 뒤흔들어 봐야 별 의미가 없지.”
푸욱.
창왕의 손가락이 책상의 가운데를 꿰뚫었다.
“결정적으로 한 방을 먹이지 못한 다면 말이야.”
창왕이 미소를 지었다.
“기존 위치에서 모두 대기한다.”
“대, 대기라고 하셨습니까?”
“흔들자고 작정하는 놈들에게 굳 이 흔들려 줄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저들이 어디로 상륙하는가야.”
차이커창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홍왕계가 움직이는 이상, 그들도 반드시 중국 땅에 내려서려고 할 거 다. 하지만 진입은 불가능하겠지. 결
국은 영공의 경계를 오가다가 수송 기를 조금 밀어 넣는 정도에 불과 해. 그 정도는 이미 대비가 끝났다.”
“그럼••••••
“대기로 충분해. 흥분할 것 없다.”
“아, 알겠습니다.”
“나가봐.”
“예.”
보고를 마친 이가 새삼스러운 얼 굴로 창왕을 바라보았다.
바다가 뒤집히고, 하늘이 무너지 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창왕은 평소 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저 시릴 듯한 냉정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창왕의 적에게는 조금의 승산도 존 재하지 않을 것이다.
쿠
문이 닫히자 창왕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눈가를 살짝 긁었다.
“재미있어.”
누구도 그와 이런 전쟁을 하려 들지 않았다.
창왕을 아는 이는 어떻게든 그를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한다. 이전의 홍왕과 차이커창이 그러했듯 말이 다.
‘이건 이현수로군.’
그를 겪었음에도 대담하게도 다시
싸움을 걸어온다.
적이지만 마음에 든다. 이런 놈이 그의 밑에 있었다면 창왕계가 중국 을 집어삼키는 시간이 십 년은 더 빨라졌겠지.
“하지만 아직 어려.”
창왕이 느긋하게 화면을 바라본 다.
흔들고 또 혼들어도 그가 흔들리 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은 그저 낭 비에 불과하다.
그러니 흔들리지…….
벌컥!
그때, 다시 문이 열리더니 조금
전 나간 이가 안으로 뛰쳐 들어온 다.
“차, 창왕이시여!”
창왕의 고개가 옆으로 확 꺾였다.
“이동하던 전투기들이 영공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몰려 들어옵니다!”
쩌적.
눈가를 긁던 창왕의 손톱이 피부 를 파고들었다.
찢어진 상처에서 붉은 피가 주르 륵 홀러내리기 시작한다.
“들어온다고?”
“그, 그렇습니다.”
“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건가?”
창왕이 상처를 꾹 누른다. 순식간 에 피가 멎었지만, 붉게 남은 상흔 만은 완전히 사라지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군, 생 각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미미한 떨림이 묻어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창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