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4)
마존현세강림기-1746화(1743/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4화)
1장 터뜨리다 (4)
콰드득!
“끄르륵……
뚫린 목에서 피와 함께 바람 소 리가 새어 나온다. 경악과 좌절을 내뿜던 눈에서 점점 빛이 사라져 갔 다.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낸 방진훈이
맹수와도 같은 눈빛으로 주변을 살 폈다.
이내 밀리는 곳을 발견한 방진훈 의 몸이 제비처럼 날아올라 창왕계 무인의 등으로 떨어졌다.
쾅
깔끔한 돌려차기로 한 사람을 걷 어차 날려 버린 방진훈이 버럭 소리 를 질렀다.
“더 몰아붙여! 더!”
평소의 그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다.
적을 하나 더 쓰러뜨리는 것보다 는 조금이라도 덜 다치는 게 낫다는
게 방진훈의 지론이다.
대승을 거두는 것보다 희생자가 한 명이라도 더 적은 게 낫다. 승리 라는 결과만 거둘 수 있다면, 그게 대승이든 아니든 뭔 상관이란 말인 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방진훈의 지 론이 나설 때가 아니었다.
‘시간이 없어!’
이 승부는 촌각을 다루는 숭부다. 때로 사람을 이끄는 이는 자신의 방 식을 접어두고 오로지 결과에만 모 든 것을 걸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 었다.
“지금까지 수련을 한 이유가 여기 에 있다! 물러서지 마, 이 새끼들 아! 다 죽여 버려!”
“예!”
그리고 다행히 그의 수하…… 아 니, 그의 제자들은 평소와 다른 말 을 내뱉는 방진훈의 지시를 의심 없 이 따라주고 있었다.
‘망할 놈들.’
중간 중간 그를 바라보는 눈에 신뢰가 가득하다.
이런 눈빛을 낯간지러워하는 방진 훈이지만…… 사실 싫지는 않았다.
웃긴 일이다.
과거, 그가 이중걸과 대항할 때, 그를 따르는 이는 총회 전체에 비하 면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때도 그는 이런 눈빛을 받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 불과 몇 년 만에 총 회의 모든 무인들이 그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내게 된 것이다.
“킁!”
괜히 이상한 감정이 든 방진훈이 콧바람을 내뿜었다.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닌데.’
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 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지금이 아니 면 또 언제 감상에 젖어보겠는가.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마침내.
강진호를 처음 만난 이후로 수많 은 일을 겪으며 마침내 여기까지 왔 다.
어쩌면 총회가 그동안 끝없이 쇄 신하고, 끊임없이 단련을 해온 이유 도 이 전쟁을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그러니 모든 걸 걸어야지!
“저 새끼들 별거 아냐! 홍왕계고 창왕계고, 우리 적은 아니다! 모조 리 쓸어버려!”
“예!”
방진훈의 고함에 총회의 무인들이
호응하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파죽지세.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그럴 수밖에.’
적이라고 할 놈들도 없었으니까.
그들을 막는 창왕계의 무인들이 그들의 반수만 되었어도 이리 간단 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앞에는 딱히 적 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만이 겨 우겨우 그들을 막아설 뿐이었다.
‘너무 넓지.’
창왕계의 수가 얼마나 될까?
오만? 십만?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봤자다.
이 넓은 중국 땅에 흩뿌려 놓게 되면 십만이라는 숫자도 아무런 의 미가 없어진다.
“그래도 몰려온단 말이지? 바퀴벌 레 같은 새끼들!”
방진훈의 시선이 한쪽으로 홱 돌 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검이 달빛을 받아 새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방진훈이 지체 없이 그쪽으로 방 향을 틀었다.
“이사님!”
“저희가……
“시끄럽다!”
방진훈이 전력으로 달려 나가 그 를 덮쳐 오는 적을 향해 뛰어들었 다.
순간적으로 몇 개의 검이 그의 육체 곳곳을 찔러온다.
“새끼들이!”
거칠고 폭급한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손은 더없이 부드럽게, 또 부 드럽게 휘둘러졌다. 검에 담긴 힘을 능수능란하게 비껴낸 주먹이 활짝 펴지며 검면을 가볍게 밀어냈다.
“ 엇?”
검을 뻗은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검이 손을 이탈하여 튕겨 져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 후, 이어지는 권격.
파파파파팟!
짧게 끊어 치는 격타음과 함께 단번에 수십 번의 주먹이 내질러진 다.
방어는 부드럽게, 공격은 쾌속하 게.
강진호를 위시로 한 마인들과는 다른, 그리고 바토르의 힘과도 다른.
강진호를 만난 이래 수년간 방진 훈이 고심하고 또 고심하여 창안해
낸 총회의 정공이 지금 이 순간 빛 을 발한다.
부드러움과 속도의 조화.
정공이 추구하는 개념을 확실하게 담아내면서도 총회가 추구하는 파괴 력을 잃지 않은 권격이다.
방진훈의 연격에 얻어맞은 창왕계 의 무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 고 튕겨 나간다.
“혹!”
짧게 호흡을 끊어 친 방진훈의 회축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들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쾅
짧지만 확실한 파괴력.
호방하게 몰아치는 홍왕과는 다르 다. 이건 홍왕과도 같은 강자를 위 한 무학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재능 에 절망하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오 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무 인의 길을 놓치 않고 제 길을 묵묵 히 걷는 이들을 위한 무학이다.
탁
순식간에 십여 명을 날려 버린 방진훈이 자세를 바로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이 주먹을 불 끈 쥐었다.
이곳의 모두는 알고 있다.
방진훈은 결코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 그 재능은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총회를 이끄는 강진호나 바 토르, 장민이나 위긴스 같은 이사들 이 가진 재능에 비하면 방진훈은 그 저 평범한 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진훈은 포기하지 않았 다.
그만이 총회의 유일한 적통이라는 사실에 어깨를 짓눌리면서도 악착같 이 달라붙어 자신의 역할을 사수해 냈다.
“역시!”
“그래야지!”
무인들의 입에서 저마다의 감탄사 가 흘러나온다.
총회에 방진훈이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방진훈이 총회의 이사직을 사퇴하 고 물러나 버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태반 은 결국 무인이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두고 앞서 나가는 이들이 너무 눈부셔서 바라보고 싶 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방진훈은 견뎌냈다.
세상 다시없을 천재들이 각축을
벌이는 그 지옥 같은 전장 속에서도 버티고 또 버텨 자신의 가치를 증명 했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수로 포기하 겠는가. 재능이 없어도 버틸 수 있 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가 바로 앞에 있는데.
그들은 강진호를 동경하지만, 강 진호를 따라 하려 들지는 않는다. 뱁새는 뱁새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 는 법이다. 그들의 롤 모델은 강진 호가 아닌, 바로 방진훈이다.
“뭐 해, 이 새끼들아! 빨리 안 움 직이고!”
“예!”
총회의 무인들이 목이 터져라 대 답을 하며 방진훈에게 따라붙었다.
‘내가 이번 일만 끝나면 어떻게든 은퇴한다!’
그리고 저 남해에 좋은 집을 얻 어서 편안히…….
아니, 잠깐. 이거, 사망 플래근가?
“은퇴 안 해! 천년만년 붙어서 살 거다! 빌어먹을!”
그러니 일단은 이기고 보자고!
방진훈이 제자들을 이끌고 전력으 로 달려 나갔다.
“노골적이군.”
창왕이 화면에 뜬 점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붉은 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점 들이 위치를 바꾼다. 점점 안쪽, 그 러니까 내륙 쪽으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기로군.”
정저우.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다.
창왕이 흥미롭다는 듯 화면을 바
라봤다.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잡아낸 정보력은 칭찬해 주겠지만……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 다.
“이래서야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이현수?”
평가는 간단하다.
잔재주는 많지만, 판을 뒤엎을 만 한 능력은 없다. 결국 저들의 목표 는 자신일 수밖에 없다. 그 목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혼란스레 날뛰어도 결국은 이곳만 지키면 그 만이다.
‘아니, 아닌가?,
창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대로라면 저들이 그가 있는 위치를 잡아냈다 해도 이곳까지 도달하기 전에 최소 한 전력의 20%는 깎여야 했다.
상륙에 실패해 모두 죽든, 한국에 그대로 머무르게 되든 말이다. 하지 만 지금 저들은 전력을 보존한 채 자신의 목을 노리고 정저우로 몰려 들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저들의 숭리라고 해야 한다.
냉정하게 봐서 말이다.
“흠.”
창왕이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커피를 잡았다. 얼음이 녹아 살짝 미지근해진 컵의 감각이 거슬린다.
‘정상이 아니군.’
조금 전, 저들이 해낸 일을 평가 절하한다든가, 지금 이 작은 온도 차이에 거슬림을 느낀다든가.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창왕이 평 온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 하고 있었다.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 창왕이 탕, 소리가 나게 컵을 내려놓았다.
“긁어보겠다는 거로군.”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창왕은 이현수와 차이커창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 다.
잔재주에 불과하다. 분명 잔재주 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잔재주가 효과를 본다 면, 단순한 잔재주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그래봐야 잔재주.”
이건 흥분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시리도록 냉철한 이성이 지금의 상 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쌓아놓은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 출해 낸다.
“변수, 변수라……
이게 다가 아니겠지. 그렇지?
너희는 나를 위해 몇 가지 변수 를 더 준비했을 거야. 아니, 어쩌면 십여 가지의 변수를 준비해 뒀을 수 도 있겠지.
그 하나라도 내 심장에 닿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낚싯대가 많다고 월척이 걸리는 건 아니지.”
모든 걸 걸고 도박을 하는 이를 상대하는 방법 따위는 너무도 간단 하다.
“재미있어.”
창왕이 입가가 뒤틀린다.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그가 지 도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몸을 홱 돌 렸다.
전쟁이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창 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탕!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간 창왕이
복도를 걸으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 다.
“암사(暗四)!”
“예, 창왕이시여!”
“지휘관들을 모두 부르고, 정저우 주변의 병력들을 모두 모아라!”
“예? 하지만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을 모두 모으면……
“상관없다!”
“예!”
암사가 즉시 고개를 격하게 숙였 다.
한 번의 되물음만으로도 충분히 무례했다. 지금이 급박한 전시가 아
니었다면 용서되지 않을 만한 실책 이다.
“어차피 저놈들은 지금 우리가 어 떻게 방어하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 을 거다. 그럼 굳이 그 장단에 맞춰 줄 필요는 없겠지!”
그럼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고 싶었지만, 그건 암사에게 허락 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따르 는 존재. 생각을 하는 건 창왕의 일 이고, 그 지시를 이행하는 게 암사 의 일이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예!”
“차가운 커피도 한 잔.”
“……예.”
창왕이 빙그레 웃는다.
“듣자하니 강진호도 커피를 좋아 한다던데, 아쉽군. 마주 앉아 카페에 서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했다면 참 즐거웠을 텐데.”
이제 그럴 일은 없겠지.
이 전쟁이 끝나는 순간, 그와 강 진호, 둘 중 하나는 목이 떨어질 테 니까 말이다.
“정정하지. 커피는 한 잔이 아닌 두 잔.”
“예!”
창왕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 을 입에서 꺼냈다.
“죽을 이에게 커피 한 잔 정도는 선물할 수 있겠지. 얼음이 다 녹기 전에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완전히 여유를 되찾은 창왕을 보 며 암사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이 전쟁은 그들이 이긴다.
암사가 그 사실을 확신하는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