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7)
마존현세강림기-1749화(1746/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7화)
2장 둘러싸다 (2)
들썩인다.
어둠에 잠긴 산맥은 마치 검고 어두운 물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용의 형상과도 같았다. 그 돋아난 용의 등뼈 같은 산맥의 곳곳이 들썩 이기 시작했다.
적막을 깨는 비명.
숲의 냄새를 뒤덮고 비릿하게 코 를 찔러오는 피 내음.
거기에 더해…….
귀가 멀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이라고 할지라도 이 산맥에서 번져 오는 섬뜩함은 어찌하지 못할 것이 다.
알 수 없는 무거움이 용을 뒤틀 어 버리겠다는 듯 산맥 위로 내려앉 고 있었다.
파아아앗!
잘린 목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막아!”
푸른빛의 검기를 뿜어내는 창왕의
무사들이 그 두 눈에서 귀화를 뿜어 내며 산을 내달렸다. 절대 상대를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와 시린 살기가 그들에서 흘러나온다.
“죽여!”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이들 역 시 기세에서는 조금도 밀리지 않는 다. 아니, 기세로만 따지면 저 창왕 계의 무인들을 오히려 압도하고 있 었다.
채앵!
검과 검이 맞부딪치고…….
우드득!
주먹이 뼈에 틀어박힌다.
조용한 전쟁.
이제는 포격과 총격으로 온 세상 에 그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바깥세 상의 전쟁과 다르게, 무인과 무인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고요하고 또 적 막했다.
하지만…….
서걱!
“꾜으윽……
늑골에 틀어박힌 검이 늑골을 잘 라내고 심장마저 베어낸다. 아직 검 을 뽑지 않았음에도 검과 살 사이에 서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온다.
파아아앗!
상대의 심장을 가른 검이 미련없 이 뽑혀 나왔다. 바닥에 쓰러진 이 가 상처로 피 분수를 뿜어내며 경련 한다.
하나 그뿐.
죽음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
죽음이 드문 현실에서의 죽음은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죽음이 만연한 전장에서의 죽음이란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한다.
수많은 죽음에 그저 또 하나의 죽음이 추가될 뿐이다.
그저 쌓인 낙엽과 돋아나는 풀, 그리고 짓밟혀 솟구친 홁먼지 사이
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 리는 게, 심장이 갈라진 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서 무인이란 부나방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를 단 련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스스로 의 목숨을 가치 없게 만드는 것. 스 스로 높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은 그 노력의 결과로 스스로를 낮출 뿐이다.
이곳은 그런 이들의 전장.
가치를 알지 못하고, 소중함을 알 지 못하고, 그저 상대를 죽이는 것
만을 목표로 삼는 아귀들의 전장이 다.
쿠우우웅!
내뻗어진 정권이 상체를 꿰뚫는 다.
마치 포탄이 뚫고 지나간 듯 가 슴이 뻥 뚫려 버린 이가 입으로 역 류하는 피를 어쩌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모로 쓰러진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선 이는 그가 쓰러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몸 이 채 바닥에 닿기 전에 바토르가 날린 발차기가 이미 숨이 끊어진 이 의 육신을 두들긴다.
콰앙!
그 발에 실린 거대한 힘을 감당 하지 못한 인간의 육체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마치 포탄처럼 전 방으로 쏘아졌다.
“큭!”
“아아악!”
탄환처럼 쏘아진 뼈와 육편이 달 려오던 이들의 몸을 파고든다.
그들이 주춤한 틈을 놓치지 않은 바토르가 평소와는 다른, 간결하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그들의 앞으로 달려들어 십여 번의 주먹질을 날린 다.
퍼석! 퍼서석!
무언가를 깨뜨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이들의 머리가 순식 간에 터져 나간다.
“바토르 님!”
“달려!”
바토르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평소와 같은 광소는 없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고함도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과도할 만큼의 자신감을 잃지 않던 바토르가 지금 이 순간은 그 누구보다 신중하다.
바토르의 눈이 전방을 빠르게 훑 었다.
‘우측에 서른, 좌측에…… 마흔 정도인가?’
창왕의 무사들을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몰려온다. 적은 끝없이 밀려오 지만, 발을 멈춰서는 안 된다.
관건은 시간.
상대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괴물이다. 한시의 틈도 주지 않은 채 몰아붙여야 한 다.
“공영길!”
“예!”
“앞으로 나서라! 교대한다!”
“예!”
바토르가 미련 없이 뒤로 물러났 다.
그가 지금까지 손수 키워낸 그의 제자들은 창왕계의 무사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 일대일로 맞붙는다 면 평범한 창왕계 따위는 말 그대로 압살하고도 남는다.
그럼 그들을 믿기에 물러나는가.
아니.
설령 공영길 등이 창왕계의 무사 들을 감당하지 못해 죽어 나가는 한 이 있어도 바토르는 지금 물러났을 것이다.
‘체력을 온존해야 해.’
일전에 강진호와 창왕이 맞붙었을 때, 그의 힘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었다면 완전히 지쳐 버린 창왕의 목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그저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만은.
절대 이번만은 그런 일이 벌어져 서는 안 된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 라도 창왕을 죽일 수 있다면, 자신 들의 승리다. 아무리 거대한 뱀이라 도 머리를 잃고는 살 수 없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맞서 나가라! 쥐
새끼가 빠져나갈 틈을 줘서는 안 된
“예!”
근육을 터질 듯이 부풀린 그의 제자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우둑.
바토르가 슬쩍 고개를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이가 손을 뻗어 그의 다리를 움켜잡고 있다.
풀린 동공.
질려 버린 얼굴.
바지 끝단을 잡는 손에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은 이미 그를
대부분 잠식했다.
그럼에도 손을 뻗는 것은 생에 대한 의지인가, 아니면 끝까지 잃지 않은 투지의 증명인가.
툭.
바토르가 발을 저어 바지를 잡은 이의 손을 털어내고는 걸음을 옮겼 다.
동정? 연민?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는가.
이곳에 선 이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이들이다. 그저 저자는 운이 나빠 빨리 죽은 것뿐이고, 그는 운 이 좋아 아직 살아남은 것뿐이다.
연민과 동정은 이 지옥을 살아서 빠져나간 뒤에야 가질 수 있는, 값 싼 감상이겠지.
“목숨값 한 번 더럽게 비싸군.”
바토르가 혀로 입술을 핥고는 걸 음을 옮겼다. 한 줌의 내력도 낭비 하지 않겠다는 듯 천천히 말이다.
선두에 선 차이커창의 눈이 차갑 게, 또 차갑게 불타올랐다.
웬만해서는 선두 같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치에 서지
않는 차이커창이지만, 지금 이 일은 그를 자발적으로 선두에 세울 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했다.
‘창왕!’
차이커창의 눈이 차게 빛난다.
‘절대 달아나지 못해! 절대!’
평소 육감이라는 것을 그리 신뢰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그 의 육감이 맞을 거라 자신할 수 있 다. 이 기회에 창왕을 잡지 못한다 면, 그들에게는 다시는 창왕을 궁지 에 몰아넣을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 다.
창왕은 꾀 많은 여우고, 걱정 많
은 너구리다.
한 번 위기에 처한다면 그다음부 터는 어떤 일이든 지금보다 몇 배의 신중을 기할 터. 애초의 전력상의 우위를 잡은 쪽이 신중에 신중을 기 한다면 일발역전의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반드시!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비켜라, 잡것들아!”
날카로운 칼과 같은 경기를 뿜어 내는 그의 수도가 얼핏 난잡스러워 보일 정도로 현란하게 휘둘러진다.
그의 손이 막아서는 창왕의 무인
들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속도를 올려!”
“차이 커창!”
홍왕의 묵직한 음성이 차이커창을 화들짝 놀라게 만든다.
“……흥왕이시여.”
“흥분을 가라앉혀라.”
차이커창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달아오르던 마음이 천천히 식 는다.
“우린 지금 사냥을 하는 게 아니 더냐.”
“예, 홍왕이시여.”
“사냥꾼은 항상 이성을 차갑게 식
혀야 하는 법이지. 흥분한 사냥꾼에 게 당하는 사냥감은 없는 법이다.”
차이커창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 다.
세상에는 몰라서 할 수 없는 일 과 알아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있 다. 지금 그가 저지른 실수는 명백 히 후자에 속하는 영역이다.
머리는 항상 차갑게 유지해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금세 흥분 해 버렸다.
“자책하지 마라.”
“……홍왕이시여.”
“창왕은 그만큼 위험한 자다. 그
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상황이니, 머리에 피가 몰리지 않는 게 더 이 상하지.”
홍왕의 목소리는 놀랄 정도로 담 담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순간순간 강렬한 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역시 지금 완전히 평온하지는 못하 다는 듯이 말이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이라도 창왕을 으깨놓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서는 우리는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 가 있지.”
“예.”
“흥분은 놈의 목을 손에 들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 예?”
홍왕이 차이커창을 보며 낮게 말 했다.
“상대는 창왕이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수월하군.”
차이커창이 입을 다물었다.
‘수월하다?’
확실히…….
창왕을 여기까지 몰아넣은 게 수 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들이 이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들인 노 력과 지불한 대가를 생각한다면, 이 건 절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창왕의 목을 베어내고 나서야 겨 우 이득이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투자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저항이 약하군요.”
“그렇다.”
홍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은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저항이 격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수월할 만큼
쉽게 적의 심장부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
상대는 창왕, 그리고 창왕계다.
아무리 허를 찔렸다고 하나, 그를 상대하는 게 이리 쉬울 리가 없다.
“핵심이 없어. 그저 수만 채웠을 뿐.”
“……같은 생각입니다.”
“하면 어찌하겠나?”
차이커창이 눈을 찌푸렸다.
어찌하냐니.
상대는 창왕. 창왕계의 머리이자 심장이다.
창왕을 잃은 창왕계는 홍왕을 잃
은 홍왕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급격하게 무너진다.
그 영향력은 어쩌면 총회에서 강 진호가 가지는 장악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런 창왕에게로 가는 길을 막는 이들이 나약하다?
‘뭘 준비하고 있는 거지, 창왕?’
차이커창의 눈이 섬뜩하게 빛난 다.
“전진합니다.”
“상대가 함정을 파고 있다고 해 도?”
“애초에 당연히 희생은 따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차이커창이 단호하게 말한다.
“이건 죽이느냐, 죽느냐의 싸움이 지, 피해를 줄일 수 있느냐의 싸움 이 아닙니다. 시간은 놈의 편이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가 불리해 집니다. 설사 놈이 함정을 파놓았다 고 해도 우리는 그 함정에서 기어올 라 놈의 목을 따야 합니다.”
홍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제 생각이 맞을지는……
“그걸로 됐다.”
홍왕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너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자는 없다. 네가 그리 말한다 면 나는 너의 수족이 되어 그저 따 를 뿐이지. 다만……
홍왕이 앞으로 나선다.
“지금부터는 내가 선두에 선다.”
“홍왕이시여,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라.”
홍왕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창왕의 목을 따는 일을 마왕에게 맡겨둘 생각은 없다. 그건 나의 역 할이어야지. 하니 창왕에게 도착하 기 전까지 적당한 여흥을 즐기는 것 도 괜찮겠지.”
선두로 나선 홍왕이 은은한 금광 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각 부대에 전달해라. 속도를 더 높여라. 여우는 단번에 몰아야 하는 법이니까!”
“예!”
차이커창의 눈이 시리게 빛났다.
‘반드시 잡는다! 반드시!’
하지만 그 단호한 결의와는 반대 로, 차이커창의 가슴 한구석은 알 수 없는 의혹으로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