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9)
마존현세강림기-1751화(1748/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9화)
2장 둘러싸다 (4)
“움직이지 않습니다.”
“흐음.”
레이놀드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 러 졌다.
“한시도 눈을 떼지 말라고 해!”
“예!”
‘무슨 생각이지?’
그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쪽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처럼 저들도 가용한 모 든 방법을 활용하여 총회를 제거하 려 들 것이 분명했다.
이건 이현수와 그가 미리 감안한 부분이다.
‘이상해.’
무인계의 전쟁에 군과 현대의 화 력을 동원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 다. 이건 무인계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지켜 야 하는 불문율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
저들이 언제 그런 불문율을 제대 로 지킨 적이 있었던가.
영해와 영공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을 수 있기에 최대한 자제한다고 치더라도, 자국 의 영역 내에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 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아니, 이건 굳이 중국을 논할 것 도 없지.’
자국이 위기에 처한다면 과연 그 협정이나 불문율을 지킬 나라가 몇 이나 되겠는가.
지금까지 이런 불문율이 지켜져 왔다는 건, 거꾸로 말해 각국이 위
기라고 생각할 만한 대규모의 전쟁 이나 침략이 벌어진 적이 없다는 의 미였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다고?
총회가 저 창왕의 목줄을 잡아가 는 이 상황에서?
“반드시! 반드시 움직일 거다! 미 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보고해!”
“예!”
레이놀드의 손가락이 초조하게 허 벅지 위를 오갔다.
‘이럴 리가 없는데?’
대웅책은 이미 잡아뒀다. 타국의
군대가 그 국가 안에서 움직이는 걸 막을 방법은 없지만, 방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군대가 움직이지 않아버리면 그들 역시 끼어들 수가 없다.
“움직임이 없습니다!”
레이놀드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빌어먹을.”
분명 이건 희소식이다. 인민해방 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숭률은 더 욱 상승할 테니까. 하지만 레이놀드 를 괴롭히는 건 눈에 보이는 숭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불안함이었다.
“……일단 움직이지 않는 사실을
전달하고, 좀 더 면밀히 살펴 보도 록! 저놈들은 반드시 뭔가를 꾸미고 있다.”
“예!”
레이놀드의 손이 가스라니 자라난 수염을 거칠게 쓸었다.
“무슨 문제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레이놀드가 손을 내저었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직은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계 안에서 마모된 톱니바퀴가 미 묘하게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느낌?
인간의 오감으로는 인식하기 어려
울 만큼 미묘하게 느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느껴지는…….
‘위화감.’
레이놀드의 눈이 초조하게 상황판 을 쫓았다.
“이현수에게…… 아니, 아니다.” 레이놀드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가 느끼는 위화감을 저 이현수 가 느끼지 못할 리 없다. 그의 역할 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해석은 그가 아닌 이현수의 몫이다.
괜히 그가 한발 더 나서는 일이 전체적인 흐름을 뒤틀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피가 마르는군.”
레이놀드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 가 새어 나왔다.
* * *
파아아앗!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간 다.
마염들은 두 눈으로 귀기를 내뿜으 며 말 그대로 야수처럼 달려 나갔다.
“저, 적!”
촤아아아악!
간간이 그들을 막아서는 이들이
존재했지만, 마염들은 그동안 그들 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를 바로 그 실력으로 증명했다.
“좌측방에 접근한다.”
“이쪽이 가지.”
이명환의 목소리에 즉각적인 반응 이 돌아온다.
그동안 때로는 원수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함께 수련하고 싸워온 마 염들은 딱히 긴 대화 없이도 서로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막아라!”
“접근하게 두지 마라!”
창왕의 무사들 역시 정예라면 정
예.
가장 위험한 쪽이 어디인지 모를 리가 없다. 뿜어내는 기세와 섬뜩한 감각만으로도 이들을 절대 앞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와 실행은 분명 거리 가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앞을 막아서려던 이의 팔이 통째 로 뜯겨 나간다. 거친 마기를 내뿜 는 마염들의 발톱은 강진호의 발이 멈추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 나간 이
가 피 분수를 뿌리며 목숨이 끊어진 다.
이명환이 명령을 내리기는커녕 되 레 가장 먼저 달려들어 적의 목을 꿰뚫었다.
‘어디지?’
그의 눈이 눈앞의 적을 넘어 그 뒤를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도 안에서 뭔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라온다. 폭발한 흉성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 를 유혹했다.
이성을 놓고 이 감각에 몸을 맡 기라고 말이다.
마약과도 같은 유혹.
하지만 이명환은 필사적인 노력으 로 그 유혹을 밀어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 자신들의 역할은 적을 분쇄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전진해 창 왕의 다리를 물어뜯는 것이다. 이성 을 놓고 마기를 받아들였다가는 그 들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정신줄 놓지 마! 절대로! 혀를 깨물어서라도 정신을 유지해!”
“알았다!”
이명환이 핏발 선 눈으로 전방을 웅시한다.
‘어디냐.’
이곳에는 딱히 사람이 숨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짙고 울창한 숲뿐. 창왕이라는 고상한 작자가 몸을 숨기기에는 너 무도 투박했다.
‘정말 여기에 있나?’
작은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명환 은 금세 그 의심을 지워 버렸다.
생각은 그가 하는 게 아니다.
이명환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뒤로 돌아간다.
그들의 뒤를 느긋하게 따라오는 강진호와 그 옆에서 달리고 있는 이
현수의 모습이 두 눈에 똑똑히 들어 왔다.
“모조리 죽이고 길을 열어라! 회 주님을 멈추게 하지 마라!”
짐승 같은 화답 소리와 함께 마 염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뒤따르던 이현수 가 진저리를 쳤다.
“독한 새끼들.”
찰박!
바닥을 밟은 발걸음에 고여 있던 피가 튀어 오른다.
‘좀 깔끔하게 죽이면 안 되나?’
곳곳에 널려 있는, 참혹하게 뜯겨
나간 사지와 바닥을 구르는 목을 보 니 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다만…….
‘진짜 강하네.’
그동안 몇 번이나 마염들의 실력 에 놀랐지만, 지금은 또 감상이 다 르다. 있는 힘을 다해 길을 여는 마 염들의 모습은 아군의 입장에서 봐 도 섬뜩할 정도였다.
“저 새끼들, 진짜 세지긴 했네요.” 그 말에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표정만으로도 강진호의 생각을 이 해한 이현수가 가볍게 웃었다.
“물론 회주님의 눈에는 안 차시겠
지만.”
“흐음.”
강진호가 찌푸린 미간을 풀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 부분이 지.’
지금의 마염들은 그가 과거에 거 느리던 마염들에 비해 그리 뒤처지 지 않는다. 당시의 마염들은 적천마 존의 친위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 면서도 딱히 강진호에게 무학을 전 수받지는 못했으니까.
그저 강진호의 손발이 되어 움직 였을 뿐이다.
‘나는 그때 그걸 키워냈다고 생각
했지만.’
여하튼 지금의 마염들은 무위는 그들보다 조금 부족할지는 모르지 만, 과거의 마염들에 비해 확고한 목표의식과 이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마염들에 비해 확 실히 동료의식이 강하다.
개개인은 몰라도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지금의 마염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실전이 부족해.’
수도 없는 전투와 전쟁의 나날들 속에서 실력을 키운 과거의 마염들
과 다르게, 지금의 마염들은 아직도 실전 경험이 극도로 부족했다.
지금도!
파앗.
강진호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허리가 반으로 잘린 채로도 달려 나가는 마염의 다리를 베려던 창왕 계의 무사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 난 다.
마염들도 이현수도 눈치채지 못한 한 수.
강진호가 무심한 눈으로 마염들의 뒤를 따랐다.
‘뭐든 완벽할 수는 없어.’
모자라다면 서로 보완하면 된다. 그래도 안 된다면 강진호가 도와주 면 되는 일이다.
그게 총회의 핵심이다.
“이현수.”
“예.”
“저번처럼 포격이 쏟아지거나 미 사일이 날아올 확률은 얼마나 되 지?”
“벌어지기 어렵습니다.”
“어째서?”
“간단합니다. 저번에 우리가 일방 적으로 포격을 얻어맞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그곳이 완전
히 평지였다는 것.”
“ O ”
M..•
“그리고 또 하나는 그때 저희가 소수였다는 점입니다. 폭격은 전쟁 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지만, 폭 격을 통해 전쟁의 승패가 결정 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타깃팅이 확 실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나 무인 을 상대로 하는 거라면 더더욱 그렇 습니다.”
이현수가 바닥을 슬쩍 찼다.
“이런 산이라면 적의 포격이 떨어 지는 속도보다 저희가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속도가 더 빠를 겁니다.
아무리 폭격을 때려봐야 그건 땅 위 의 일이죠. 벙커 버스터라도 동원하 지 않는다면, 피해는 확실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 포격이나 미사일은 아니라 는 건가?”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결정타가 되지 못할 겁니다.”
“흐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현 수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는 그런 걸 준비 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이현 수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모 든 걸 동원해서 군의 움직임을 감시 하는 중입니다. 전에도 같은 수를 썼다면, 절대 그리 일방적으로 얻어 맞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해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방 을 바라보았다.
‘모르겠군.’
포위하는 쪽이 오히려 불안해한 다.
그 이유가 정말 상황이 이상해지
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이 창왕의 이름에 너무 휘둘리고 있기 때문인가.
“바깥쪽의 적은?”
“도착하기까지 최소한 한 시간은 더 걸립니다.”
“한 시간이라……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군.”
일반적인 전쟁에서의 점령전이라 면 한 시간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지 만, 기동력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한 군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인들 에게 한 시간은 너무도 긴 시간이었
다.
“그럼 한 시간 내로 창왕의 목을 딸 수 있다면 대승을 거두는 거로 군.”
“정확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을 가리켰다.
“그럼 한번 물어보자고.”
“ 예?”
이현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강 진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구 경만 했는지 말이야.”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울창하게 우거져 있던 숲이 그 끝을 보인다 싶더니, 나무와 나무 사이로 회색빛의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긴가?”
“예. 위성에서 확인한 대로입니 다.”
이현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 다.
“탈출로는?”
“제가 미리 확인한 바로는 존재하 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정보를 백 프로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창왕은 자신이 살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할 겁니다. 개인 과 개인으로 붙었을 때, 회주님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 느꼈을 테니 까요. 그런 놈이 회주님이 단독으로 잠입할 수 있는 루트가 있는 곳을 은신처로 삼았을 리가 없습니다.”
“확신하나?”
“예, 확신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 지만, 지금은 말해봐야 말만 길어질 뿐이다.
“그럼.”
강진호가 천천히 걸음을 늦췄다.
“지금 저기에 창왕이 있다는 말이 로군.”
“예!”
지금은 성냥갑 정도의 크기로 보 이지만, 바로 앞까지 간다면 거대한 건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독이지.”
그리고 저 안에 있는 창왕은 쥐 와 다름없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비틀리기 시작 했다.
“자, 이제 나오겠지. 도깨비든 호 랑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