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
마존현세강림기-175화(175/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1화)
1장 알바하다 (1)
사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최미선 경리는 조용히 머그잔에 아메리카노를 따랐다.
“……난리 났나 보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강세아면 간만에 이미지 깨끗하고 예뻐서 코드에서 제대로 밀고 있는
애가 아니던가.
대부분 그룹으로 활동하는 현재 아이돌 판에서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자기 입지가 확실한, 몇 안 되는 거 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애를 준영이 같은 애가 물 었으니……
같은 회사이긴 하지만 더 보이스 에 소속되어 있는 애들은 질이 영 좋지 않았다. 좋은 말로 하면 놀 줄 아는 애들이고, 나쁜 말로 하면 반 쯤은 양아치였다.
그런 애가 코드에서 애지중지하는 애를 건드렸으니 사단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건드렸다 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지만.
‘하지만 설마 재경에서 직접 올 줄이야.’
코드 선에서도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경 그룹에서 직접 온 것을 보면 재경이 강세아를 관리한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응? 미친?’
지금 안에서 들려온 말이 미친놈 이 어쩌고 하는 말이 맞나?
아무리 재경에서 나왔다고는 하지 만, 그런 발언까지 할 수 있는 건가? 자신의 사장이 맞아 죽을 짓을
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소린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진짜 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미 들려오고 있는 고 성만으로도 상황이 어떤지는 알 것 같았으니까.
“쥐 잡네, 쥐 잡아.”
조금 깨소금 맛인 것도 같으면서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고도 했다.
악덕 사장의 모범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사장이 대판 깨지는 꼴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래도 사장이랍시고 내 회사의 사 장이 다른 사람에게 깨지는 것을 보니 미묘한 안쓰러움도 생겨난다.
‘어머, 미쳤나 봐.’
이게 노예근성인가?
그녀가 정신과 상담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아주 후련한 얼굴을 한 조규민이 걸어 나왔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한 조규 민은 안에서 쏟아지는 환대를 받으 며 밖으로 나갔다.
열린 문 사이로 힐끔 안쪽을 바라
본 최미선은 초주검이 되어 있는 그의 사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가리며 웃고 말았다.
“이 실장.”
“ 예.”
“준영이데리고 와. 지금 당장!”
“……예.”
아마 오늘 사장의 화를 받아야 할 사람은 준영이인 모양이었다.
“처리했습니다.”
— 확실하게요?
“예. 곧 보도자료가 나갈 것이고,은영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해명을 할 것입니다.
– 잘 해결하셨네요.
조규민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재경을 등에 업고 누군가에게 깽 판을 쳐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조규민이었다. 과거 이사장 사태 때 힘을 좀 써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서류상으로 작업을 하고 직 접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서 지 금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 기분이 정확하게 어떠냐 면…….
‘이래서 사람들이 성공하려고 하는 거군.’
재력, 아니, 재력이가져다준 권 력의 맛은 매우 달콤했다. 그 힘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 음에도 중독이 될 것처럼 달콤했다.
이러니 권력을 잡은 이들은 그 권 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 모든 수를 다 쓰는 것이리라.
‘다른 건 몰라도 스트레스는 확실 하게 풀리는군.’
이번 스캔들 사태를 겪으면서 생 긴 체증이 한꺼번에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건 절대 내가 쇼핑을 못해서 이러는게 아냐.”
– 예?
“아, 아닙니다.”
조규민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그래서 지금 복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강진호씨.”
– 예.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추스르기는 했지만, 그 애송이 놈은 어쩌시 겠습니까?”
– 애송이요?
“그 준영인가 뭔가 하는 애 있잖 습니까. 걔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될텐데요. 감히 강은영 씨에게
찝쩍댄 놈 아닙니까. 지금 그놈을 그냥 두면 앞으로도 강은영 씨에게 접근하는 놈이 많을 겁니다. 강진호씨의 눈에야 여전히 귀여운 동생이 겠지만, 강은영 씨도 여자로서 매력 이 차다 못해 넘치는 분입니다. 확 실하게 경고를 해둬야겠죠.”
– 그런가요?
“예. 적어도 이 바닥에서는 다시 활동하지 못하게 해두어야 앞으로도 피해가 없을 것입니다.”
조규민은 살짝 과장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 이면에는 준영에 대 한 일은 내가 처리하겠다는 뜻도 담
겨 있었다. 지금까지 강진호가 그에게 적대하던 이들을 어떤 식으로 처 리해 왔는가를 알고 있는 조규민은 이번 사태만은 강진호가 나서지 않 기를 바랐다.
— 그냥 두세요.
“……네?”
조규민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본인이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로 알아들은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진호의 말은 달랐다.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건데, 그게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 잖아요.
“그, 그렇죠.”
– 방법이 조금 과한 면은 있지만 그건 조금 타이르면 될 일이고, 그런 일 때문에 자기가 하려던가수를 못하게 된다는 건 심한 처사죠.
“예, 그렇습니다.”
– 앞으로은영이한테만 접근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별일도 아닌데요, 뭐.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면 그 녀석은 몰라도 앞으로 접근할 남자 놈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 그 처신은은영이가 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이들을 밀어낼 일이 아니라요.
조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괜찮아.’
최근 강진호가 과거보다 확실히 과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직 균형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강진호의 생각은 그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조규민은 아주 잠시 권력의 맛을 보았음에도 이만큼이나 큰 달콤함을 느꼈다. 그런데 강진호는 언제나 마 음만 먹으면 권력이나 재력을 끝도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
다. 그리고 지금가지고 있는 권력 역시 웬만한 이들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힘에 휘둘 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못해.’
조규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강은영 씨는 곧 복귀하시겠 군요?”
– 네?
“아니, 별일이 아니라고 하셨잖습니까? 이제 소속사에서 해명 보도 나가면 다시 왕성하게 활동해야 잡
음이 적습니다. 제가 지금 댓글 부 대 동원해서 강진호씨 동영상 열심 히 퍼 나르고 있단 말입니다.”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 하튼은영이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예요.
“……별일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 그건 그 남자 쪽 입장이고,은 영이는 다르죠.
‘그건 무슨 잣대야!’
아니다.
이 남자…… 다른 쪽으로 위험하다.
권력에 취하지는 않는 사람이지
만,가족에게는 스토커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잠시 잊은 조규 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래서…… 그럼 앞으로 강은영 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일단은 아버지 말씀도 있고 하니까, 한 며칠은 아버지 카페에서 일을 할 거예요.
목소리에 아쉬움이가득 담겨 있 었다.
강진호가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 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남자 지금 여동생을 혼내지 못해서 매우 매우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 분
명했다.
“아, 그렇군요.”
그래도 다행이다. 아마 강유환이 강진호의 마수를 막아준 모양이었다.
“그럼 강진호씨는 뭘 하고 계십니까?”
– 저요?
“네.”
– 저는 지금 택배 상하차에 와 있는데요.
“……네?”
조규민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럼 오늘 밤부터 출근하면 됩니까?”
“그래라.”
소장이라는 사람은 매우 퉁명스러 웠다.
“거, 몸은 멀쩡해 보이는데 허우 대 아깝게 괜히 일하다가도망가지 말고. 요즘 것들은 책임감이 없어. 일을 하다가 못하겠으면 못하겠다 하면 되지, 왜 말도 안 하고도망가 느냔 말이야. 그럼 그 일은 누가 대 신해!”
박유민은 이마에서 땀에 나는 느 낌이 었다.
소장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친구가도망을 갈 걸 걱정하시 느니,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걸 걱 정하시는게 더 빠를 거예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다 그렇게 말하고 시작하더라 고.”
소장이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괜히 경험 삼아 해보겠다고 하지 마. 보아하니 없는 집 자식 같지는
않은데, 그런 사람들은 얼마 못 버 텨.”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열심히 하라 고 하는 거 아닌가요‘?”
소장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해보면 알아, 해보면. 그럼 오늘 밤에 다시 나와. 여기 있어봐야 지 금은 할 일 없으니까.”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갑자기 웬 알바야?”
“하래.”
“누가?”
“아버지가.”
“으음……”
박유민은 침음성을 흘렸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굳이 강진호를 험한 일로 돌리려고 하는 아버지의 뜻은 잘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님, 아버님의 자식은 사람이 아닙니다.’
바닥에 놓인 통나무가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되지만, 코끼리에게는 장 난감이 되는 법이다.
강진호에게 육체형 노동을 시키는
것은 물고기를 물과 조인시키는 것 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기야, 모르시겠지.’
박유민은 알아도 강지환은 모른다. 오히려가족이기에 더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니.
박유민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물류 센터를 돌아보았다.
‘사상 최강의 알바생을 만나겠구 만.’
강진호가 일하는 모습을 본 소장 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그날 밤.
“나왔어?”
소장이 강진호를 보더니 낄낄 웃 었다.
“그래도 남자라고 패기는 좀 있 네.도망 안가고 온 걸 보면. 그 패기 끝까지 잘 유지해서 일 끝날 때까지도망가지 말고 일해.”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말은 잘한다, 말은.”
소장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보통 택배 상하차라는 것은 일용 직을 쓰기 마련이다. 진득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잘 없기에 짧으 면 몇 시간, 길면 몇 달을 버티다가 다른 곳으로가버리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이 일이 힘들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신의 근성을 시험하겠답 시고 일을 일이 아닌, 무슨도전 과 제처럼 하려 드는 뜨내기들이 워낙 에 많았다.
소장의 눈에는 강진호도 그런 놈 중 하나로 보인 것이다.
애초에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과 그냥 놀러 온 사람을 구분하는 법은 간단했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
는 사람은 복장부터가 달랐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온 놈이야 안 봐도 빤했다.
처음에야 생각보다 쉽네 어쩌네 하고 허세를 떨다가 세네 시간 일하 고 나면 허리가 부러져 나가는 느낌 에 새파랗게 질릴 것이 빤했다.
아무리 몸이 좋아 보인다고는 해도 일에 쓰이는 근육과 피트니스 센 터에서 만드는 근육은 그 용도부터 다르니까.
‘고생 좀 해봐라.’
분류와 상차, 하차 중에서 제일 힘들다는 차량 하차에 강진호를 배
치해 놓은 소장이 낄낄대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시간이 되어 작업장으로 향한 이 들이 차량에 실린 택배들을 컨베이 어 벨트로 옮기기 시작했다.
“저, 저 새끼 뭐야?”
“ 으응?”
등 뒤에서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 에 고개를 돌린 소장이 눈을 찢어져 라 부릅떴다. 입이 절로 서서히 벌 어 졌다.
“뭐, 뭐하는 새끼야, 저거?”
소장이 기겁을 하여 벨트로 달려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