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1)
마존현세강림기-1753화(1750/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11화)
3장 위험하다 ⑴
세상에는 그런 이들이 있다.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주변 의 모든 것을 지배해 버리는 이들.
독특한 화술 때문이든, 수려한 외 모 때문이든.
그게 아니면 타고난 존재감이 다 른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든.
이현수가 느끼기에는 창왕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이곳에는 주위를 압도하는 이들이 과할 정도로 몰려있다.
바토르나 장민, 위긴스 같은 총회 의 이사들도 그 존재감으로는 세상 어디에서도 밀리지 않는 이들이다.
강진호는 말할 필요도 없고, 홍왕 역시 그 존재감이라면 강진호에 버 금가는 존재다.
하지만 이 순간.
단순한 등장과 몇 마디 말만으로 창왕은 이곳의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자신에게서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왕재(王才)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홍왕이 가진 것 역시 그러하며, 강진호가 가진 것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창왕이 가진 것 역시 분 명 왕재였다.
시리도록 푸른 새벽에 홀로 빛나 는 존재에게 창왕이라는 이름은 너 무도 잘 들어맞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순간적으로 창왕에게 압도당한 이 현수가 재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 소름이 돋고,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홀러 내린다.
‘왜 이 타이밍에?’
지금 창왕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 낸다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아무 런 의미가 없어지지 않는가.
상대를 이해할 수 없던 이현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회주님, 저놈을 지금……
W o ”
강진호가 창왕을 가만히 바라보다 가 입을 열었다.
“움직이면 안으로 달아나겠지.”
“쫓는 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겠 지만, 그게 저놈이 원하는 결과 같 은데?”
이현수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의 이성과는 달리 그의 마 음은 지금 당장이라도 홍왕과 강진 호가 달려 나가 저 창왕의 목을 찢 어발겨 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이 순간을 놓치는 순간, 뭔가 말 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함이 치밀어온다.
“달려들면 다시 건물 안으로 몸을 빼겠지.”
홍왕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건물 안에는 놈이 마 련한 것들이 수도 없이 튀어나올 테 고.”
이현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내가 실수를 하는 걸까?’
창왕이 안으로 다시 몸을 뺀다면, 결국 선두에 서서 창왕을 추격해야 할 이는 홍왕 아니면 강진호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아 니면 창왕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 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두 사람이 선두에 선다는 점이다.
창왕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을 상대할
방법도 마련했을 것이다. 어설프게 창왕의 뒤를 쫓다가 강진호나 홍왕 중 하나가 살해당하는 최악의 사태 가 발생한다면?
‘안 돼.’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 을지도 모르는데?
할 수 있다면 홍왕을 희생양으로 던져 넣는 한이 있더라도 창왕을 추 격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창왕은 이현수가 그리 움직 일 것을 짐작할 텐데?
그럼 창왕의 타깃은 강진호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 아니지. 이 상황을 아무리 예측했다고 해도 거기까지는…….
턱.
움찔!
이현수가 크게 숨을 뱉어냈다.
“허억! 허억! 허억!”
과호흡으로 질려가던 그의 얼굴이 빠르게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식은땀이 범벅된 얼굴로 이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가 그의 어깨 에 손을 올리고 있다.
“흥분하지 마.”
“……죄송합니다.”
이현수가 굴욕감에 입술을 깨물었
다.
창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저 문을 열고 나와 그들에게 인사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이현수의 머리를 믹서기로 갈아버린 듯 뒤섞어 버렸다. 이 말도 안 되는 격의 차이에 이현수는 굴욕을 넘어 전율까지는 느끼고 있었다.
“별로 달라질 건 없어. 놈을 죽이 러 왔고, 놈이 나타났을 뿐이야.”
“하지만 저 안에는 함정이……
“함정이 있다고 해도 놈을 죽이면 남는 장사지. 그건 네가 한 말이었
지.”
이현수가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기억난다.
어차피 창왕같은 자를 손해 없이 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저놈은 이 해와 득실을 따져서 상대해서는 안 되는 이다. 모든 것을 퍼부어 반드 시 죽여야 하는 자다.
“그럼 회주……
이현수가 막 말을 이어가려던 찰 나였다.
“읏차.”
창왕이 열린 문 안으로 손을 뻗
는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집어 들고 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 했다.
‘ 나와?’
문에서 멀어진다?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창왕을 바 라보았다.
이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은 저 안으로 뛰어 들 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건물의 이점 을 활용하는 방법 뿐일텐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문에서 멀어 진단 말인가.
“……저 망할 놈이.”
차이커창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 는지 욕을 해 댔다.
“ 의자?”
창왕의 손에 들린 물건이 의자라 는 것을 확인한 이현수가 더욱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창왕을 바라보 았다.
‘대체 뭔……
그들의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 에 중앙으로 걸어 나온 창왕이 의자 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곳에 다리 를 꼬고 앉았다.
그러고는 등을 기대고 강진호들을 바라본다.
“다시 만나 반갑군, 마왕.”
“흐음, 홍왕도. 그런데 이쪽은 그 리 반갑지 않군. 아무리 상황이 좋 지 않다고는 하지만, 자네쯤 되는 이가 마왕의 개가 되어 나를 물려고 할 줄이야.”
“원한다면 더 거칠게 물어줄 수도 있지.”
“사양하지, 사양해. 내 뼈마디는 가늘어서 당신 같은 자가 물면 간단 히 뜯겨 나가고도 남을 테니까.”
창왕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흘 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긴다.
“이야기를 해보지, 이야기를.”
그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 이현수 에게로 향했다.
“다시 만나 반가워, 이현수.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나?”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헛짓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이쪽은 그런 수 에 당해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거꾸로 말하면, 내가 쓸데없이 시간을 끌 정도로 멍청하다는 소린 가?”
창왕이 웃었다.
“그러지 마, 이현수. 너는 나를
물먹인 사람이잖아. 나를 실망시키 지 마.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미 내가 모습을 드러낸 이상 시간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너희가 내 목을 잘라낼 수만 있다면 뒤에서 달 려오는 이들은 모두 싸움을 포기하 고 달아날 거야. 나는 저들에게 그 정도의 존재거든.”
창왕이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목 을 베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너희도 이곳으로 온 것 아닌가, 용의 머리를 잘라내려고.”
“독사 새끼의 대가리겠지.”
“표현의 차이지, 표현의 차이.”
창왕이 낮게 웃었다.
거슬린다.
그 여유가.
창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 이건 시간 싸움이 아니다. 창왕계의 무인들은 창왕이 없으면 꼭두각시만 도 못한 존재. 창왕을 죽일 수만 있 다면 백만이든 천만이든 순식간에 와해될 것이다.
머리가 없는 몸뚱아리가 제 의지 를 가지고 싸울 수는 없으니까.
그들이 전쟁에 지는 시나리오에 필수적인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들이 몰려온 적에게 포
위될 것, 또 하나는 그때까지 창왕 이 반드시 살아 있을 것.
심지어 포위되어 공격받는 와중에 도 창왕만 죽일 수 있다면 승부는 끝난다.
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 창왕 은 반드시 몸을 사려야 했다. 저 지 하의 가장 깊은 곳에서 도움이 오기 를 기다리며 농성하고 또 농성해야 했다. 모든 것을 내주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창왕은 그 모든 예 상을 비웃듯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마’치…….
‘처음부터 뭔가가 달랐다는 것처 럼.’
마치 그는 다른 판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창왕의 손짓 하나, 말투 하나에서 묻어나는 저 여유가 이현수의 피를 싸늘하게 식히고 있었다. 세상에는 자신이 죽는 순간에도 웃음짓는 이 들이 있다지만, 저 여유는 그런 것 과는 결이 다르다.
이건 승부에서 이긴자의 여유였 다.
싸우기도 전에 이미 이긴 자의 여유.
질려가는 이현수의 표정을 지켜보 던 창왕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알고 싶나, 뭐가 잘못됐는지?”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침묵은 곧 긍정이 아니던가.
“너희는 딱히 틀리지 않았어.”
창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대단했다고 해야겠 지. 나도 너희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으니까. 과감했지. 그래, 더없이 과감했어.”
창왕이 강진호를 보며 말한다.
“한 대 주겠나?”
빤히 창왕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던졌다.
탁.
창왕이 한 개비의 담배를 꺼내고 는 담뱃갑을 다시 강진호에게 던져 준다.
“한 개비면 돼. 나는 이거 별로 즐기지 않거든. 그래도 지금은 한 대 피워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입에 담배를 문 창왕이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였다.
“••••••쓰군.”
연기를 뿜어낸 창왕이 가만히 모
두를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노려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도 몰랐고, 이렇게 강렬할 줄도 몰랐지. 확실히 너희는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이들과는 조 금 달라. 때로는 나도 섬뜩할 정도 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저 안에 뭐가 있을 것 같나?”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건물을 바 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어.”
창왕이 시리게 웃옸다.
“기껏해야 상황병 몇, 적당히 널 브러진 술병 몇 개, 편안한 의자와 장난감 같은 기관총 몇 개?”
“미로? 하하하하핫! 그거참 재미 있겠네. 물론 미로를 만든다면 재밌 겠지만, 나는 조금 방향치라 말이야. 내가 먼저 길을 잃을 수도 있지.”
“……뭔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으르렁대듯 말하는 이현수의 뒤에 서 강진호가 창왕을 가만히 노려본 다.
이현수와 창왕이 나누는 대화에
그는 관심이 없었다.
전략이 어떻고, 계략이 어떻고. 그건 그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저놈의 목을 베어낼 수 있 는가다.
그런데…….
‘잡히지가 않아.’
이상하게도 창왕의 목을 베는 광 경이 그려지지 않는다. 어떻게 공격 을 하든 연기처럼 이곳을 빠져나가 버릴 것 같다. 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판은 완벽했지. 아니, 정정하지.
완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는 최선이었다고 해야겠지. 이 판의 안에서 놀았다면 나는 지금쯤 죽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좀 더 그럴싸할지를 고민하 고 있었겠지.”
이현수의 피가 차갑게 식는다.
“그런데 말이야……
창왕이 담배 연기를 천천히 흘려 내고는 희게 웃었다.
“머리를 쓰는 자라면 먼저 생각했 어야지, 과연 내가 이 판에 올라와 줄지를.”
“이현수, 그리고 차이커창.”
창왕이 차갑게 웃었다.
“너희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어. 나는 그렇게 대단한 놈도 아니고, 그렇게 똑똑한 놈도 아니야. 너희가 생각하는, 상식을 초월하는 기상천 외한 발상 같은 건 나는 할 줄 몰 라.”
“하지만 너희는 나를 과소평가했 지.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으로 집착이 심하거든. 내가 한 번 엿을 먹었는데, 왜 그에 대해 생각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지?”
“••••••뭐?”
“내가 뭐라고 했더라? 저 안에
뭐가 있다고?”
“상황병, 술, 편안한 의자, 장난 감. 음…… 그래, 하나 추가하지. 거 기에 사람 하나.”
이현수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문으 로 향했다.
바람에 흔들려 끼익대는 철문.
그 활짝 열린 철문 안에서 한 사 람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현수의 몸이 얼어붙는다.
“어째서……
창왕이 싱긋 웃었다.
“판을 깨는 법은 간단하지. 판을 구성하는 다리를 걷어차 버리면 되 는 거야. 더 좋은 건 그 다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거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게 무 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처음부터 모든 것이 뒤틀려 있었 다는 것을 이해했기에.
그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충격 속 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이현수가 아 니었다.
위긴스.
그가 악마라도 본 것 같은 얼굴 로 신음하듯 입을 열었다.
“……마스터.”
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인.
원탁의 마스터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걸어나온 다.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으려나? 그럼 친구끼리 서로 인사라도?”
창왕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모두의 귀를 파고들었다.
인간을 나락으로 밀어 넣고 터뜨 리는 마귀의 웃음소리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