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2)
마존현세강림기-1754화(1751/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12화)
3장 위험하다 (2)
이현수의 눈이 멍하게 마스터를 응시했다.
‘어째서?’
이해했다.
아니, 이해하지 못했다.
저곳에 마스터가 서 있다는 사실 은 이해했지만, 어째서 마스터가 저
곳에 서 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지금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결 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말이다.
마스터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 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의 차분 한 시선이 모두를 훑는다. 장민에게 서 출발한 시선이 강진호에게 잠시 멈췄다가 결국에는 한 사람에게 고 정된다.
“……대체 왜 당신이 그곳에 계시 는 겁니까!”
억눌린 목소리.
진실이라는 무게를 버텨내며, 존 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는 희망을 좇 는 목소리였다. 위긴스의 입에서 나 온, 그 뒤틀린 목소리를 들은 마스 터의 입가에 새하얀 미소가 어린다.
“어째서라……
마스터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것참 이상한 말이로군.”
“모든 것은 이익을 위해 움직인 다.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자 네 아니던가, 위긴스.”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천하의 그라고 한들 이런 상황에 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설득?
상대는 설득 같은 게 먹히는 이 가 아니다. 마스터가 여기까지 움직 였다면 이미 계산은 끝난 지 오래일 테니까.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창 왕이 재미있다는 듯 웃어 댔다.
“위기감이 부족하지, 위기감이.”
그의 시선이 이현수에게로 향했 다.
“말했다시피 너는 나를 너무 과대 평가했고, 또 과소평가했다. 너희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내 손아귀를 빠져나갔을 때,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되었어.”
창왕의 목소리가 이현수의 귀를 파고들었다.
“이해할 수 없지. 그래, 이해할 수 없어. 이현수.”
그의 눈이 정확하게 이현수를 웅 시했다.
“너 정도 되는 남자가 어째서 내 가 그 방법에 대해 조사할 거라 생 각하지 않은 건가?”
창왕의 발끝이 리듬을 타듯 살짝 들썩였다. 그 가벼운 몸짓 하나마저
도 지금의 이현수를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말했다시피 나는 조심스럽고 좀 스러운 인간이거든. 그래서 조사했 지. 너희와 손을 잡은 서양의 무인 들이 누구인지. 조금 알아보니 상황 이 아주 재미있더군.”
높지 않은 목소리.
선생이 학생에게 수업을 하듯, 배 려심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이해가 가나?”
으드득.
이현수가 이를 갈아붙였다.
그 표정을 본 창왕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흐음, 나는 좋은 선생은 아닌 모 양이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 을 보니 내가 마음이 아프군.”
이해는 이미 예전에 했다.
장자커우에서 위긴스는 마력 전지 를 활용한 대규모 텔레포트로 모두 를 포위에서 벗어나게 했다.
창왕의 입장에서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방법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거기서 멈췄어.’
어떤 식으로든 창왕이 같은 수에 는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수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다 생 각하고 폐기했다.
이현수는 거기에서 멈췄다.
하지만 창왕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안전장치가 있었을 텐데?”
“아, 안전장치?”
창왕이 피식 웃었다.
“그 세뇌를 말하는 건가?”
“이것참, 왜 이렇게 나를 실망시 키지, 이현수?”
“••••••뭐?”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창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렸 다.
“나는 모든 사(邪)를 지배하는 자, 모든 사술의 정점에 있는 자다. 애초에 섭혼술은 마교의 영역이 아 니야. 그건 사교의 영역이지.”
“마왕께서 아무리 뛰어나시다고 해도 사술의 영역에서 나와 대등할 수는 없지. 그가 건 섭혼은 다른 이 들에게는 손도 댈 수 없는 영역이겠 지만, 내게는 아니야.”
창왕이 살짝 고개를 꺾으며 이현 수를 바라봤다.
“그런데…… 설마 믿은 건가, 섭 혼은 풀리지 않은 절대의 세뇌라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번 손에 넣은 건 결코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이현수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었다.
“무르군.”
창왕이 천천히 담배 연기를 빨아 들였다.
“네 실수는 하나야. 나를 흔들기 전에 본인을 의심했어야지. 어딜 밟 고 선 줄도 모르는 놈이 뛰어오를
생각만 하다 보면 발밑이 무너져 추 락하는 법이니까.”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정론.
이현수가 온갖 발악을 해 가며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려 노력하는 동안 상대는 그저 담담히 자신이 해 야 할 일을 했다. 오로지 핵심만을 짚어가며 말이다.
‘아니, 아니야.’
그것조차 틀린 해석이다.
창왕은 애초에 이현수가 뒤흔드는 판 위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 그는 자잘한 잡기의 영역이 아니라 이 판 의 근본을 부여잡곤 쥐어뜯는다.
‘처음부터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 다는 건가?’
패배감 같은 걸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등을 타고 배어난 땀이 몸을 축 축이 적신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앞이 캄캄하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차이커창 의 안색도 거의 시체와 다를 바 없 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창왕 역시 그것을 보았는지 차이 커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차이커창, 나를 실망시킨 건 너 역시 마찬가지다. 이현수는 몰라도
너는 알았어야지. 그 수많은 세월 동안 나를 견제하고 두려워한 너라 면 적어도 내가 너희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지 않는 존재라는 건 알아야 했다.”
그때.
지금껏 상황을 주시하던 홍왕이 입을 열었다.
“차이 커창.”
“••••••예?”
“지금의 상황은? 어째서 저자는 포위를 당하고도 저토록 당당한 것 인가.”
차이커창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상황에 빤한 내용을 설명해 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홍왕은 마스터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가지는 것도 당 연하다.
“저희는……
차이커창이 주먹을 움켜쥐고는 입 을 열었다.
“창왕을 몰아넣기 위해서 이 모든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창왕계의 병 력과 창왕 사이의 틈을 찌르고 파고 들어 등 뒤에서 창왕계가 조여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사이 창왕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승리한다는 생각으 로……
“그렇지.”
“거꾸로 말하면, 여기서 창왕이 탈출하게 된다면 저희는 그냥 창왕 계에 포위되는 것뿐입니다. 가용한 모든 병력을 적의 주둥아리 안에 밀 어 넣는 것뿐이죠.”
“탈출한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 게……
“저 마스터란 자는 마법사입니다.”
홍왕의 눈이 살짝 혼들렸다.
“……위긴스 이상의 마법사입니
다. 그것도 고위 마법사인 동시에 기사.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절정의 무인인 동시에 술사인 자입니다. 우 리는 지금 저자가 창왕을 데리고 이 곳에서 전이해서 빠져나가는 걸 막 을 수 없습니다. 그때 우리가 빠져 나간 것처럼 말입니다.”
홍왕이 가만히 차이커창을 바라보 다가 창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를 미끼로 썼다는 거로 군.”
“……예.”
“그리고 유유히 빠져나가겠다 라……
홍왕의 입가가 뒤틀렸다. 이놈에게 농락을 당하는 게 처음 은 아니지만, 이건 정도를 넘었다.
“창왕.”
“아, 기다려.”
창왕이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을 좌우로 저었다.
“너와는 언제나 할 말이 많지, 홍 왕. 하지만 여기는 네가 나설 무대 가 아니야. 지금은 우리끼리 즐기도 록 조금 내버려 뒀으면 좋겠군.”
홍왕을 무시한 창왕의 눈동자가 이현수에게로 향했다.
“ 감상은?”
이현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 었다.
조금 전 차이커창이 말한 그대로 다. 아니, 그 이상이다.
저놈은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까 지 기다렸다.
중국으로 잠입하기 위한 텔레포트 진은 원탁과의 협력으로 설치됐다. 마스터가 그 위치를 모를 리가 없으 니, 그 모든 정보가 창왕에게도 들 어갔다는 의미다.
그곳만 틀어막으면 애초에 총회가 중국에 들어올 수 있을 리도 없었
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상황을 방치 한 이유?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곳으 로.
“난……
“마스터!”
이현수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위긴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신 겁니까!”
그 목소리에는 여러 가지가 뒤섞 여 있었다.
분노, 좌절, 불신, 그리고 배신감.
하지만 그 요동치는 감정의 편린 을 직접 받아들이는 마스터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멍청한 짓이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창왕이 어떤 자인지 모르십니까! 상대를 가려가며 손을 잡아야 한다 고 제게 가르친 이가 누구였습니 까‘?”
“나였겠지.”
“한데 어째서?”
“말 그대로네, 위긴스.”
마스터가 빙그레 웃는다.
“상대를 가려가며 손을 잡은 게 지.”
“그게 뭔……
“생각해 보게나.”
마스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원탁에 있어 지금껏 총회보다 강 압적이고 폭력적인 침략자가 있던 가?”
“그대들이 지금껏 저지른 일을 생 각한다면, 내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말이야. 특히 나 위긴스, 자네가 원탁을 제 발밑 에 두고 마음대로 주무르려 한 걸
잊었는가?”
“마스터, 저는……
“아아, 알고 있네. 보통은 그런 법이지. 하지만……
마스터가 빙그레 웃었다.
“그게 내가 자네와 총회를 참고 감내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지. 원탁이 추구하던 정의가 흐려지고, 원칙이 아니라 이득을 좇기로 한 순 간부터 나 역시 딱히 총회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어졌네. 그렇지 않은가?”
“그 대안이 창왕이란 말입니까? 기껏 찾아낸 대안이?”
“그렇다네.”
위긴스가 이를 갈았다.
“총기가 흐려지신 모양이군요. 이 용만 당하다가 폐기 처분될 겁니 다.”
창왕이 미간을 좁혔다.
“이거, 제멋대로 말하는군. 나는 생각보다 신사적인 사람인데 말이 야.”
위긴스는 그런 창왕에게는 눈길조 차 주지 않았다.
마스터가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 는 위긴스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이용만 당하다가 폐기 처분당할
거라 했는가?”
“예. 모르시는 겁니까?”
“흐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거꾸로 묻지, 위긴스.”
“••••••예?”
“자네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던 가?”
위긴스가 입을 닫았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 고 마스터를 바라보던 위긴스가 힘 겹게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저는……
투명한 마스터의 눈이 위긴스를 꿰뚫는다.
“쓸데없는 변명은 하지 말게나, 위긴스.”
“자네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야. 결국 이 전쟁이 끝나면 나는 그 효 용가치가 다하겠지. 남은 건 제거되 거나 자네의 꼭두각시가 되어 원탁 을 통째로 들어 총회에 바치게 되겠 지.”
“창왕은 다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회주님은……
“알고 있네. 강진호는 인격자지. 아니, 인격자라기보다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 하지만 문제
는 바로 그 관심이 없다는 데 있 네.”
마스터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했다.
“다스리는 것에 무관심한 통치자 는 폭군보다 더한 악인 법이지. 그 는 원탁을 그저 자네에게 맡길 뿐이 고, 자네는 승냥이처럼 원탁을 뜯어 먹을 사람이지. 그에 비하면 차라리 중국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창왕이 낫지 않겠는가?”
으득.
위긴스가 이를 갈아붙였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네, 위긴
스.”
마스터의 목소리가 지옥에서 흘러 나오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모두의 귀를 파고들었다.
“이건 자네들이 초래한 결과니까.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뿐이네.”
마스터가 천천히 걸어가 창왕의 바로 뒤에 섰다.
“죽음이라는 대가를 말이지.” 돌아선다.
상상도 하지 못한 배신을 직면한 이들이 몰아치는 현실에 저도 모르 게 휘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