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3)
마존현세강림기-1755화(1752/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13화)
3장 위험하다 ⑶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위긴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 었다.
마스터.
한때는 그가 가장 믿고 따르던 이.
그리고 이제는 서로의 다른 입장 때문에 다른 길을 걷게 된 이.
그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다.
달라진 것은 이제는 다른 길을 걷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
몇 걸음 되지 않는다.
그가 서 있는 곳과 마스터가 서 있는 곳. 그 차이는 불과 몇 걸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몇 걸음이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거리감을 낳게 했다.
‘내 잘못이다.’
위긴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몰아붙여도 저항할 수 없다고 생
각했다. 완벽한 우위를 점한 이상 과격하게 몰아붙이고, 쥐어짜 내 최 대한 총회를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 다고 생각했다.
반발?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창왕과 마스터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할 이가 누가 있었겠 는가. 그는 물론이고, 총회의 누구도 그 가능성을 생각한 이는 없을 것이 다.
최소한의 연결 고리가 있고, 최소 한의 당위성이라도 있어야 고려의 대상이라도 될 텐데, 애초에 창왕과 마스터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존재 하지 않는다.
그저 창왕이 그 존재하지도 않을 가능성을 강제로 만들어 버린 것일 뿐이다.
위긴스가 이를 갈아붙였다.
“이게 원탁에 옳은 결정이 될 거 라 생각하십니까?”
마스터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 다.
“미련이 남는 모양이군, 위긴스.
자네답지 않게 말이야. 내 마음을 돌려볼 생각인가?”
“마스터……
“이미 출발한 열차를 멈춰 세울 방법은 내게도 없네. 자네가 그걸 원했다면 조금 빨랐어야지.”
“……출발 신호를 주지 않은 이는 마스터 시죠.”
“아니. 나는 그동안 몇 번이고 말 하고 또 말했네.”
“그 신호를 무시한 건 다름 아닌 자네야. 내가 몇 번이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소리치고 발악을 할 때,
내 반웅을 조소로 웃어넘긴 이는 다 름 아닌 자네란 말이네. 이해하는 가‘?”
조곤조곤한 어투였다.
그렇기에 더욱 아프게 박혀드는 어투였다.
“이보게, 위긴스. 정의를 논하고 선을 지킨다는 건 약속이라네. 서로 가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합 의된 선을 넘어서지 않겠다는, 암묵 적인 동의라는 의미지.”
마스터의 투명한 눈이 위긴스를 가만히 바라본다.
“원탁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극단
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곳으로 만든 건 바로 자네가 아닌가. 자네는 원 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나를 이익에 물들게 하고, 원탁 전 체의 목적을 추구가 아닌 보신으로 바꾸어 버리지 않았던가.”
“마스터, 저는……
“그런데 이제 와 자네가 나와 원 탁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자네가 원한 그대로 변한 것뿐인 데?”
할 말이 없다.
마스터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위긴스는 원탁을 총회의 말을 맹 목적으로 따르는 개로 만들고 싶었 다. 개는 추구하는 가치가 존재해서 는 안 된다. 그저 던져 주는 먹이에 만 신경이 쏠려 있어야 한다.
정의와 수호라는 고고한 가치를 논하던 마스터를 저토록 타락시킨 것은 다름 아닌 위긴스 자신이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마스터.”
그럼에도 위긴스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건 너무 가셨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의외로 마스터는 순순히 인정했 다.
“나는 언제나 자네를 가르치는 입 장이었네, 위긴스. 가르치는 이가 학 생에게 원하는 것은 가르친 것 이상 을 해내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자 네는 좋은 제자였네.”
마스터가 새하얀 미소를 입가에 담았다.
“그러니 배우는 입장이 된 내가 어찌 자네에게 배운 것에만 그치겠 는가. 당연히 그 이상을 보여야겠 지.”
위긴스의 눈에 암담함이 머물렀
다.
“마스터……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은 마스터 가 그를 배신했다는 절망감에서 오 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
그를 배신하고 반대편에 선 마스 터에게서 조금의 망설임도, 조금의 안쓰러움도 전해져 오지 않는다.
그 사실이 위긴스를 견디지 못하 게 만들었다.
“이건 합리가 아닙니다.”
“당신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총
회에 굴복하는 것은 그래도 원탁의 미래를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이지 만, 저 욕심 많은 여우가 원탁을 그 대로 두겠습니까? 당신은 수천 년간 이어온 원탁의 역사를 제 손으로 끝 장내는 선택을 한 겁니다.”
“제멋대로 재단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창왕이 휘파람을 불었다.
“누굴 세계 정복이라도 노리는 악 당처럼 몰아가는데, 나는 유럽 같은 곳은 별다른 관심도 없어. 내가 전 부를 노릴 이였다면 애초에 그쪽에 연대를 제안하지도 않았겠지. 나는
생각보다 소심한 이라서 중국을 온 전히 먹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거든.”
창왕의 희게 웃었다.
“그 증거로 삼왕계는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적이 없지. 욕심 많은 돼지처럼 일본이고, 유럽 이고, 미국이고 가리지 않고 처먹은 총회와는 다르게 말이야.”
“여전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위긴스라고 했나?”
창왕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담 았다.
“너희는 스스로 위악을 뒤집어쓰 고 있다고 착각하는군. 뭔가 대단한 목적이 있어서 악함을 가장하고 있 을 뿐, 스스로는 선량하다고 믿는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현실은 거 꾸로지. 세계 어디를 보아도 총회보 다 과격한 곳은 존재하지 않아. 너 희는 위악이 아니라 진짜 악이지. 스스로의 안위라는 변명으로 공격하 고 또 공격해 질서를 파괴하는 악.”
“제멋대로 지껄이지 마라.”
“이해를 못하는군. 스스로의 안위 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걸 합리라는 이름으로 포장
하겠다고? 세상은 그걸 악이라고 부 른다. 너희가 보기에는 내가 악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보기에는 너희 가 악이지.”
창왕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왕의 주구들답게 말이야.”
위긴스가 뭔가 반박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결국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의미가 없다.
말 몇 마디로 돌릴 수 있는 상황 이 아니다. 설사 마스터의 마음이 바뀐다고 해도 여기까지 와버린 이
상은 되돌릴 수 없다.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때.
지금껏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 다.
찰칵.
익숙하고도 낯선 소리와 함께 강 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스터.”
“……회주님.”
마스터의 눈이 강진호를 응시한 다.
“그게 그쪽의 선택인가?”
마스터가 말없이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조금의 시간 뒤 에 마스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는 당신께는 딱히 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원탁 을 최대한 배려해 주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니, 원탁이 아니라 저를 배려해 주셨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원탁의 마스터고, 원탁에 가장 이득 이 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
다. 특히나 회주님께서 위긴스에게 원탁에 대한 처리를 위임하는 이상,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마스터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왜 그 말을 내게 하지 않았 나?”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 다.
“당신은 옳고 그름에 따라 움직이 는 이가 아닙니다. 당신의 행동 원 리는 더 가까운 이의 선택에 극단적 으로 쏠려 있습니다. 위긴스와 제가
다른 의견을 낸다면, 당신이 제 의
견에 귀를 기울였겠습니까?”
“어쩌면 그게 총회를 여기까지 끌 고 온 원동력일지도 모르지요. 하지 만 원탁은 총회가 아닙니다. 총회일 수도 없고, 총회가 되어서도 안 되 는 곳이지요. 그런 원탁의 입장에서 당신들은 그저 압제자에 불과합니 다.”
마스터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었 다.
하지만 그런 마스터를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은 그저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딱히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군.”
마스터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유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모 든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 이지. 중요한 건 너는 그쪽을 선택 했다는 거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이제 적일 뿐이야.”
마스터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
강진호의 입에서 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머리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마스터는 새삼스레 한 가지를 떠 올렸다.
‘나는 저 사람을 적으로 상대한 적이 있던가?’
결정은 이미 끝났다. 돌이킬 수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이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등골이 서늘해져 오는 것은 이성이 아닌 그의 본능이 지금 경고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진호가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 들였다.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 지. 하지만 너도 한 가지는 알았어 야 해.”
“친구에게는 이유가 필요하지만, 적에게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주 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건 이쪽에 있 을 때의 이야기지.”
타다닥.
담배 끝이 타들어 간다.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배신이라……
그리 맛이 좋지 않은 단어다.
이미 한번 뼈저리게 경험한 단어 니까.
“후……
남은 담배 연기를 모조리 뱉어낸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마스터와 창왕을 바라보았다.
“꺼져.”
“도망쳐 봐. 여기에서는 달아날 수 있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잊지 마. 나를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 오 면, 너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창왕이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
었다.
“무지한 자의 허세만큼 허무한 것 은 없는 법이죠. 걱정하지 마시길. 당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으 니까.”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 말 역시 그대로 돌려 주죠.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온 다면, 당신은 나의 손을 잡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 천천히, 그 리고 충분히 즐기시길.”
저벅저벅.
마스터가 창왕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던 그가 슬쩍 눈을 감는다.
“그럼 총회 여러분.”
창왕이 우아하게 인사를 한다.
“ 건투를.”
사삿.
짧은 파공음과 함께 창왕과 마스 터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 라졌다.
고요함.
수많은 이들이 있음에도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상황을 완
벽히 이해한 이들은 지금부터 벌어 질 일을 알기에 숨을 죽일 수밖에 없고, 이해하지 못한 이들도 공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찰칵.
담배를 새걸로 바꾼 강진호가 연 기를 뿜어내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던 방진훈 이 슬쩍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바토르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 었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엿 된 거지.”
우드드득.
바토르가 고개를 슬쩍 돌려 위긴 스를 바라봤다.
“위긴스.”
“개 같은 생각은 나중에 해라. 이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틈도 없 어.”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
“이현수!”
“예!”
이현수가 반사적으로 크게 대답한 다.
“생각해.”
이현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강진호의 시선이 숲 너머 산 아 래로 향한다.
“긴 밤이 될 테니까.”
강진호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