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4)
마존현세강림기-1756화(1753/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14화)
3장 위험하다 (4)
타닥!
담배 끝이 타들어 간다.
“후욱!”
거칠게 연기를 뿜어낸 레이놀드가 시선을 고정하지 못한 채 혼란스레 주변을 돌아보다가 신경질적으로 담 배를 재떨이에 쑤셔 박았다.
미처 반도 타지 못한 담배들이 재떨이를 수북하게 채우고 있다.
“……돌겠군.”
그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초조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사람이 어디 자신의 마음을 제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겠는가.
총회가 산맥으로 진입한 이후부터 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통신도 끊 겨 버렸다. 기껏 산에 들어갔다고 해서 위성 교신이 끊길 리는 없을 테니,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 가고 있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못해 먹겠군.”
스스로 전장에 뛰어든 이들이 있 는데, 어디 그가 함부로 힘겨움을 논하겠냐마는, 직접 전장에 돌입하 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이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그의 운명이 그가 아닌 다른 이 들에게 걸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후!”
더는 버티지 못한 레이놀드가 화 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 어나는 순간이었다.
“사령관님!”
날카로운 고함 소리.
듣는 이의 시선을 절로 잡아끄는 목소리에 그의 고개가 과격하게 돌 아갔다.
헤드셋을 끼고 있던 상황병의 다 급한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 살짝 질린 안색이 뒤이어 나올 말을 미리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우, 움직입니다!”
“어디야!”
“중부전구! 중부전구입니다. 219 기계화여단과 포병여단 쪽이 움직이 고……
그때, 다시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192기계화보병사단도 움직입니
다! 3기갑사단도 심상치 않습니다!”
“북부전구! 사령관님, 북부전구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놀드의 얼굴이 순간 핏기를 잃어갔다.
“빌어먹을, 뭐가 이렇게 중구난방 이야! 제대로 취합해서 보고해!”
“부, 불가능합니다! 모조리 움직 입니다!”
“위성으로 확인하고 있는 베이징 인근 부대들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레이놀드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갔다.
뇌가 거걱대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충격은 상황병 들이 느끼는 것에 비해서는 딱히 크 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패닉에 빠진 상황병들이 화면을 보며 무언가를 제멋대로 지껄여 대기 시작했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빌어먹을, 진정해, 이 병신 새끼 들아!”
레이놀드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걷어찼다. 그 역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은 모두를 진 정시켜야 한다.
“모두 움직일 리가 없어! 절대 그 럴 리가 없어. 애초에 보병은 이 전 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보병 마저 움직인다면, 그건 이쪽을 혼란 시키려는 수작질이다!”
“예!”
“움직이는 걸로는 의미가 없어! 확실히 이동하는가를 확인해!”
“알겠습니다!”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아낸 레 이놀드가 통신병에게 소리쳤다.
“상황을 전해! 당장! 움직임이 시 작됐고,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는 상태! 파악이 되는 대로 바
로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해!”
“예!”
뇌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 아파오고, 손 끝이 파르르 떨린다.
‘진정해라.’
저들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움직인 다는 건 분명 뭔가가 일어났다는 뜻 이다.
인민해방군에 잠입시켜 둔 스파이 들은 작전 명령이 내려진 적이 없다 고 했다.
‘절대 무리야.’
아무리 저들이 조심하고 또 조심
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사전 준비 도 없이 부대를 동시에 움직일 수는 없다. 아니,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전투에 바로 투입하는 건 절 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미군조차도 불가능한 일인 데, 인민해방군이 그걸 해낼 수 있 을 리가 없다.
“주력 부대는 따로 있다! 저건 그 저 무력시위거나 혼란책에 불과해! 직접 움직이는 쪽을 제대로 파악 해!”
“예!”
“공군! 공군 쪽은?”
“공군은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 다!”
“끝까지 놓치지 말고 확인해!”
“예! 아직……
상황판을 본 상황병의 눈동자가 뒤흔들렸다.
“활주로에 움직임이 있습니다! 공 군, 움직입니다!”
레이놀드가 책상을 움켜잡았다.
“……전격적으로 움직이는군.” 조건이 갖춰졌다는 소리다.
“대, 대웅은?”
레이놀드의 입이 굳게 닫혔다.
개입할 명분은 만들기에 따라서 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전쟁 중 제 대로 된 명분으로 시작된 일이 어디 에 있든가. 명분 같은 건 끼워 맞추 는 것이지,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 다.
다만…….
명분을 논하기 전에 리스크를 감 당할 수 있는가.
도울 방법이야 많겠지. 자국민이 폭격을 당한다는 핑계로 적당히 끼 어들어 공군의 진입만을 막아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태가 중국과의 전면
전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 디에 있는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눈으 로 스며든다. 레이놀드가 신경질적 으로 눈가를 홈치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을 보고하고 외교 채널 열라고 해!”
“다른 대웅은 어떻게 합니까?”
“……우선은 외교적으로 대응한 다.”
“사령관님, 이건……
“닥치고 빨리 전달이나 해!”
“예!”
레이놀드가 입술을 물어뜯었다.
안다.
지금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대응한 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인지 말이다.
물론 명분은 충분하다. 기본적으 로 군대는 무인계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 원칙적으로는.
하지만 그걸 지키지 않는다고 대 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강제 성이 없는 원칙은 말 그대로 원칙일 뿐,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상황이 심각해진다 싶으
면 목을 걸고라도 개입할 각오를 했 건만…….
‘나는•…”
레이놀드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자신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주범 이 될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버텨내 기에 레이놀드는 과도하게 평범한 이였다. 나름 엘리트로서의 분석력 은 갖추었지만, 모든 것을 건 도박 을 할 수 있는 결단력까지 갖추라는 건 너무 과한 요구였다.
“일단은 대기한다! 돌아가는 상황 을 좀 더 파악한 뒤에 대웅을 정한
“예!”
그 공허한 말에 우선은 우렁찬 대답이 돌아온다. 불안을 날려 버리 겠다는 듯 말이다.
의자에 파묻듯 몸을 기댄 레이놀 드가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신이여……
♦ * *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쓴웃 음을 머금었다.
‘껄끄럽군.’
차라리 적이 미친 듯이 들이닥치 기 시작했다면, 머리가 복잡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은 그것보다 더 나빴다.
굳이 비유하자면 도저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는데, 그 구덩이에 슬금슬금 물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 이라고 할까.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보며 과연 이 물이 얼굴을 넘어설 때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기분이
었다.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새 정신을 차린 이현수가 냉정 을 되찾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 었다.
“죄송합니다.”
“됐어.”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담배 끝이 살짝 거칠게 타들어 간다.
“어차피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어. 호랑이를 잡으려면 목 숨을 걸어야지. 팔 하나 정도는 잘
려 나가도 남는 장사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 온 것 아닌가?”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
입에 물린 필터가 부러져 나간다.
“일단은 살아남는다.”
“예.”
이현수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 다.
“상황은?”
“포위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위망은 좁혀지고 있을 겁니다.”
“탈출로는?”
“없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지난번처럼 텔레포트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만한 인원을 동 시에 옮길 방법이 없습니다. 소수는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남은 이들은 몰살당할 겁니다.”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군.”
강진호를 비롯한 이사진들, 그리 고 주요 전력을 빼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머리를 잃은 이들은 저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도살당하게 된다.
처음 그들이 창왕을 제거함으로써 노린 상황처럼 말이다.
“그 외의 탈출법은 하나뿐입니 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몰려들고 있지만, 아직 진이 완 전히 갖춰진 건 아닙니다. 뚫어낼 수 있다면…… 뚫어낼 수만 있으면 됩니다. 한 방향을.”
“정석이로군.”
애초에 포위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것뿐이다.
문제는…….
“적도 당연히 우리가 그렇게 움직 이리라 생각할 거고.”
“……예.”
창왕은 그들을 이곳으로 유인하고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하자 면, 그들을 이곳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온갖 준비를 다 했을 것이 다.
“입장이 바뀌었군.”
“송구하지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차라리 이게 낫다.
목적은 단순할수록 좋은 법이니 까.
“상의해.”
“예?”
“어떤 방향으로 뚫고 나갈 건지, 어느 쪽이 뚫었을 때 우리가 가장 유리한 곳인지.”
이현수가 멍하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가장 뚫기 용이한 곳이 아니라 요?”
“그건 의미가 없어.”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보았다.
“뚫어낸다고 끝이 아니다. 이대로 물러나거나 도주한다면 결국 우린 지는 거야. 지면 뒤가 없다.”
“포위당했다고 끝이 아니야. 전쟁 은 이제 시작이니까.”
이현수의 창백한 낯빛에 혈색이 돌아온다.
‘이래서야.’
저 말을 해야 했던 사람은 이현 수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강진호 가 이현수에게 해주고 있다.
‘이래서 내가……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정해. 그리고……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뒤는 내게 맡겨라.”
“예!”
이현수가 차이커창에게로 달려갔 다. 그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지만, 중국 땅에서 벌어지는 일 을 논하는 데는 차이커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호에게 이사들이 다가왔다.
“로드, 저는……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차마 강진호와 눈을 마주치 지 못하고 있었다.
“뭘 잘못했나?”
“……총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럼 됐어.”
“하지만 저는……
강진호가 손을 뻗어 위긴스의 멱 살을 움켜잡았다.
당황한 위긴스가 강진호의 손길을 따라 쭉 끌려왔다.
“잘나신 샌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도 누가 잘못했는가가 중요한가?”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그럴 생각을 할 바에 다음 일을 생 각하겠어. 아닌가?”
“……로드가 옳으십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호가 그제야 위긴스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끝난 듯이 굴지 마.”
강진호의 눈이 섬뜩하게 빛난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그 말에 바토르가 히죽 웃었다.
“그렇지. 이제 시작이지.”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한쪽으로 돌아간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 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어두운 밤하늘.
그 하늘의 끝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육중한 쇳덩어리.
결코 날 수 없는 쇳덩어리를 손 도 닿지 않는 높은 하늘 위로 띄워 올린, 과학이라는 이기의 산물이.
어두운 하늘을 더욱 어둡게 물들
이며 몰려오고 있었다.
“어디 보자고……
검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어둡고 무거운 목소리가 홀러나온다.
“마지막에 누가 서 있는지.”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