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8)
마존현세강림기-1760화(1757/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18화)
4장 추격하다 (3)
“……저게 대체 뭐지?”
왕진렌이 떨리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으로 가득 찬 하늘이 말 그 대로 비행기로 가득 차 있다. 중국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지만, 이런 광경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본 적
이 없었다.
“전쟁이라도 나는 건가?”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켜 기사 를 검색해 봤지만, 넷상에는 어떤 관련 기사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왕진렌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큰일이 벌어졌을 때 언론이 통제 되는 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실제로 전쟁이 난다고 해도 정부가 마음먹고 숨기려 든다면 그들이 알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 SNS 쪽도 뒤져 보았 지만, 그 외에는 본 사람이 없는 건
지, 그게 아니면 올라오는 족족 삭 제당하고 있는 건지 관련 글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체 이게……
왕진렌이 초조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위쪽을 바라볼 때였다.
“거기, 너! 뭐 하는 거야?”
왕진렌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 간다.
그를 향해 공안이 무시무시한 얼 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왕진렌이 겁을 집어먹었다.
교외의 대로에 위치한 그의 집은 웬만해서는 공안을 잘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이 영 익숙지가 않다.
“저, 저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당장 집으로 들어가!”
“예! 지금 갑니다, 지금!”
왕진렌이 화들짝 놀라 자신의 집 으로 뛰쳐 들어가려 했다.
한데 그때.
“어이!”
“예?”
“이리 와봐.”
왕진렌이 두려움에 젖은 눈으로 공안을 바라보았다.
“당장!”
“예!”
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자 공안 이 그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날카로 운 눈빛으로 말했다.
“ 신분증.”
“여,여기 있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한 공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 쓸데없는 글 같은 건 올리지 마. 지금 극비 훈련 중이니 까.”
“예! 예! 그럼요.”
“가봐.”
“예!”
왕진렌이 다급하게 집으로 향했 다.
‘훈련이라고?’
무슨 훈련 통제에 공안까지 동원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 궁금증을 풀 방법은 없었다. 그의 신분까지 확인한 이상, 관련 글을 웹에 올리면 그는 즉시 공안의 수사망에 걸리게 될 것이다.
‘아무리 훈련이라고 해도……
그때 였다.
쿠르르르르룽.
커다란 진동과 함께 둥 뒤에서
그의 귀를 잡아끄는 거대한 소음이 들려왔다.
왕진렌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 다.
“••••••탱크?”
왕진렌의 눈이 커졌다.
대로변으로 거대한 전차들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 새끼가? 당장 들어가지 못 해?”
“예! 예! 지금 갑니다!”
왕진렌이 화들짝 놀라 집으로 뛰 쳐 들어갔다.
지금 뭔가…… 분명 뭔가가 벌어
지고 있었다.
“모조리 쏟아붓고 있습니다.”
“ 흐음••••••
창왕이 쏟아지는 강철의 비를 바 라보며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한참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창왕이 고개를 돌려 그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재미있지 않은가?”
편안해 보이는 창왕과는 달리 마
스터의 얼굴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 었다.
“무인들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수천 년 동안 연구해 왔지. 수련하 고 또 수련하고, 개척하고 또 개척 하면서 말이야.”
마스터가 슬쩍 고개를 내려 창왕 을 바라봤다.
“중화에서 열병기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수백 년간 개량을 거쳤지만, 그럼에도 화기는 무인을 뛰어넘지 못했지. 하지만 불과 백 년. 인류의 역사에 비한다면 찰나에 불과한 백 년의 시간 만에 병기는 여기까지 와
버린 거지.”
마스터가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폭격을 바라봤다.
그 역시 무인.
저 광경이 결코 반가울 리가 없 다. 한때는 원탁의 나이트로서, 그리 고 그 이후로는 원탁의 마스터로서 수많은 분쟁에 개입하고 싸워온 마 스터지만, 저처럼 현대의 화기가 오 로지 무인을 척살하기 위해 비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보는 건 단연코 처 음이었다.
언젠가는 이런 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무인이라면 누구 라도 그 명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병기에 비해 무 인의 발전은 너무도 더디다.
아니, 오히려 과거 그들의 전성기 에 비하면 오히려 더 약해지지 않았 던가.
현대를 살아가는 무인이라면 누구 라도 알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저 과학이라는 이름을 한 강철의 병기 들이 그들의 무학을 무의미하게 만 들어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죽기전까지는 그걸 보지 않
기를 바랐건만.’
복잡한 심경이었다.
쏟아지는 현대의 병기들이 무인들 을 일방적으로 두들기고 있다는 사 실도, 그 공격의 대상이 된 이들이 다름 아닌 총회의 무인들이라는 사 실도.
아마 지금 이 전장에 속한 이들 중에서 가장 복잡한 심경을 가진 이 는 바로 마스터일 것이다.
“찝찝한 얼굴이로군.”
창왕이 그런 마스터를 보며 낮게 웃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괜찮아. 사람이라면 그렇겠 지.”
창왕이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게 감정적으로 동조해 주기를 원하지는 않아. 그건 의미가 없는 일이지. 저들을 안쓰러워하든 그렇 지 않든.”
창왕이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는 그런 창왕의 미소를 보 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섬뜩함을 느꼈다.
강진호와는 그 궤가 다르다.
그가 강진호에게 느낀 두려움이
좀더 근원적인 존재 자체에 대한 두 려움이라면, 이자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그저…….
‘그래……. 인간이다.’
창왕은 사람에게 존재하는 부정적 인 감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응축시 킨 것 같은 존재였다.
이익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짓도 주저하지 않고, 욕망을 위해서는 지 독한 인내도 마다하지 않는다. 손을 쓰는 데는 거침이 없고, 수많은 사 람들을 일거에 학살하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모든 요
소가 이 사내를 가장 완벽한 무인으 로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저들이 안쓰럽다고 해도 너는 이제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으 니까.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를 도울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 나?”
늪에 빠진 기분이다.
별생각 없이 숲을 걷다가 잠시 숨을 돌렸을 뿐인데, 어느새 발목까 지 늪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무릎까 지 잠겨들었고, 발버둥을 치자마자 순식간에 가슴까지 빠져들었다.
이제는 그저 목만 내놓은 채 조 금이라도 늦게 빠져들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야.’
마스터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이곳이 늪인지 알면서도 발을 들 인 건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는 않은 모 양이군. 방독면까지 준비하다니, 역 시 저쪽도 만만치 않아.”
기동력이 중점이 되는 승부다. 적 어도 저들은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게를 1그램이라도 줄
이는 게 기본이다. 그럼에도 방독면 을 준비했다는 것은 만일에 대비한 다는 마음가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다.
읽어냈다는 거겠지.
이쪽에서 이런 공격을 준비할 거 라는 사실을 말이다.
창왕은 등골을 타고 오르는 감각 에 전율했다.
이현수나 차이커창은 그가 그들이 차마 닿지 못하는 드높은 곳에서 그 들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창왕의 입장에서 저들과의 두뇌 싸 움은 결국 종이 한 장로 갈리는 숭
부다.
그 한 장, 한 장이 겹겹이 쌓여 칼로도 뚫리지 않는 두터운 벽을 만 들어내는 법이다.
그리고…….
‘이번 한 번은 저쪽에서 종이를 찢어냈지.’
그게 몇 장일지는 모르겠지만 말 이다.
겉으로 본다면 창왕의 승리다. 그 는 어쨌거나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 은 채 저들을 중독시키고 있으니까. 실점 없이 득점만 했는데 패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겉만을 논했을 때의 이야기.
창왕은 이번 공격에서 원하는 만 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고, 이현수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했다. 그 렇다면 누구의 승리인지는 너무도 빤한 일 아니겠는가.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더 재미있는 곳은 저들의 탈출로 다.
“어떻게 생각하지?”
“뭘 말입니까?”
“저들이 달아나는 방향이 하필이 면 이쪽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
나‘?”
마스터가 얼굴을 굳혔다.
창왕의 말대로 지금 총회는 그와 마스터가 있는 쪽으로 진격하고 있 는 중이었다. 방향이 이쪽을 향하는 순간, 과연 저 움직임이 탈출인지 공격인지도 애매해진다.
“우연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우연일 리가 없어.”
창왕이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설사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그 우
연을 굳이 우연이라 생각해 줄 이유 가 없다. 상대를 과소평가해서 손해 를 보는 경우는 흔하지만, 상대를 과대평가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문 법이니까.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무슨 의미지?”
“이탈하실 겁니까?”
창왕이 낮게 웃었다.
“아니지, 아니야. 그건 의미가 없 어. 저들은 아마 우리가 이탈해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방법이 뭔지 는 모르겠지만…… 뭔가 있겠지. 그 짧은 사이에 내게 뭔가를 했다든
가.”
창왕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 말과는 달리 그에게는 딱히 고민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옳은 선택일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노리는 곳이 명확하고, 공격하는 방향이 탄한 것만큼 상대하기 쉬운 적이 없는 법이지. 병력을 나눌 필 요도 없고, 예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어. 그저 겹겹이 쌓기만 하면 그 만이지.”
창왕이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알지. 그래, 너희도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돌진한다? 멧돼지처 럼 잔꾀는 버리고 오로지 힘으로 뚫 어버리겠다?”
창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것도 좋아.”
창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머리를 쓰는 이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손해를 줄이려고 드는 거야.”
“칠 할의 확률로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육 할의 확률
로 더 크게 이기는 방법을 택해 버 리지. 기책과 대승이라는 말에 현혹 되어서 말이야.”
창왕의 시선이 쏟아지는 강철의 비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겁쟁 이라서 손해를 크게 보더라도 반드 시 이기는 쪽을 선호하거든. 힘으로 나온다면 이쪽이 물러설 이유는 없 지.”
하늘 위로 피어오른 마기의 불꽃 을 보며 창왕이 손을 뻗는다.
“짓뭉개주지.”
마스터가 가만히 그런 창왕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삼왕이라는 건가.’
강진호와 다른 의미로 격이 다르 다.
그 역시 유럽을 지배하는 원탁의 마스터지만, 이 인간 같지도 않은 괴물들의 싸움에서는 그저 놀아나는 장기말에 불과하다.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 얼마든지.”
마스터가 살짝 심호홉을 했다.
이 말을 한다는 건 스스로를 돌 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겠다 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선택은 이미 끝난 지 오래였다.
“강진호를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창왕이 고개를 돌려 마스터를 바 라본다.
그의 무색투명한 눈빛이 마스터를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
“충고 고맙군.”
“저는 그저……
“ 다만••••••
창왕의 입가가 비틀렸다.
“쓸데없는 충고야. 세상에서 가장 마왕을 경계하는 이는 다름 아닌 나 니까.”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풀지 못 한 의혹이 하나 남아 있었다.
‘경계한다라……
재단하고 측정한다.
창왕은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모든 것은 거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