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62)
마존현세강림기-1764화(1761/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22화)
5장 울부짖다 (2)
마스터의 손이 얕게 떨렸다.
하지만 마스터는 자신이 손을 떨 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 로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몰입해 있 었다.
비전.
언제 설치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비전 위로 상공에서 찍은 영 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마스터가 덜덜 떨리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참아내는 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 는 최선이었다.
“좋은 세상이지 않나?”
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 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창왕이 눈앞의 비전을 보며 옅게 미 소 짓는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려면 목 숨을 걸고 가까이 접근해야 했지. 그런데 이제는 드론 하나 띄우는 걸 로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볼 수 있단 말이야.”
그가 가볍게 자신의 턱을 어루만 진다.
“물론 가격이야 좀 나가지만, 마 왕의 전투를 지켜볼 수 있는 대가라 면 거저나 다름없지.”
마스터는 도무지 이 인간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저걸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건가?’
비전에서 보이는 강진호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한 마리의 악귀나 다름없 었다.
저건 강하고 강하지 않고를 논할 일이 아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범을 만난 사람 은 그대로 굳어버린다. 머리로 계산 하기 이전에 본능이 먼저 자신의 운 명을 알아버리기 때문이다.
저 광경이 딱 그 꼴이었다.
전신을 검은 마기로 두르고, 인간 을 말 그대로 도살하고 있는 강진호 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항하겠다 는 의지가 도무지 일지 않는다.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
마스터는 이미 저 모습을 본 적 이 있다. 강진호가 원탁의 최후의 보루였던 엘더 나이트들을 상대할 때 말이다.
그때의 강진호 역시 저항의 의지 조차 꺾어버릴 정도로 강하고 잔혹 했다.
원탁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 는 엘더 나이트를 혼자의 힘으로 참 살하던 강진호는 전혀 인간으로 보 이지 않았다. 그 압도적인 힘 때문 에 마스터가 저항을 포기하고 강진 호에게 무릎을 꿇은 게 아니던가.
하지만…….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지금의 강진호는 그때의 강진호와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숨이 막혀온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저 려오는 밀도 높은 마기.
그 마기를 화염의 재단처럼 뿜어 내며 휘두르는 강진호의 모습을 대 체 뭐라 해야 할까.
저건 정말…….
“무시무시하군.”
창왕이 허리를 좀 더 당겨 화면
을 뚫어져라 웅시한다. 강진호의 일 검에 달려들던 창왕계의 무사 수십 명의 목이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는 다.
잘린 목으로 피 분수를 뿜어낸 몸뚱아리가 휘청이더니, 썩은 짚단 처럼 바닥으로 털썩털썩 쓰러진다.
창왕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좁아졌 다.
‘일검이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 지 않다. 그 역시 삼왕 중 하나, 무 의 정점에 선 자라 불리는 이니까.
하지만…….
‘결과가 같다고 그 과정도 같은 건 아니지.’
저 말도 안 되는 마기가 뿜어내 는 위세는 창왕조차 전율하게 만들 었다.
대체 어떻게 기운을 운용하면 저 만한 밀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감 조차 잡히지 않는다.
마기의 특성인가? 아니면…….
“흐음.”
창왕이 낮게 숨을 흘렸다.
그 짧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또 수십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무슨 장난감 병정의 목을 따는
것 같군.”
창왕이 키득대며 웃자 마스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시를 내리지 않습니까?”
“ 음?”
마스터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저런 병력 으로는 마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후퇴를 명하고 다른 수 를 쓰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로군. 아주 합리 적이야.”
창왕이 미소 지으며 마스터를 돌
아본다. 그믐의 달처럼 호선을 그린 눈으로 말이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군.”
마스터가 창왕을 보며 낮게 신음 을 흘렸다.
알 수가 없다.
얼굴은 웃고 있다. 눈 역시 부드 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과 눈빛이 맞 아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스터는 이자의 감정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웃고 있는데 그 웃음이 어떠한 감정을 바탕으로
흘러나오는 건지 짐작도 할 수 없 다.
창왕은 그의 긴 삶을 통틀어도 명백히 이질적인 유형의 존재였다.
“일전에 내가 왜 마왕을 놓친 줄 알고 있나?”
“텔레포트 때문입니다……
“아니지.”
창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결과론이야. 상황이 거기까 지 가버린 것부터 잘못이었지. 내 계산으로는 그전에 끝나야 했어. 그 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글쎄요.”
“나는 강진호라는 자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지. 기 껏해야 홍왕 정도라고 생각했거든.” 이건 창왕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때의 그는 이미 과거 홍왕과 강진호의 전투에서 홍왕이 우위를 점했다는 정보를 얻은 뒤였다.
아무리 강진호가 날고 기는 재주 를 지녔다고 한들, 그 짧은 시간 만 에 그 수준에서 완벽히 벗어날 것이 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 가.
강진호의 무위를 예측하지 못했음
에도 그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이중, 삼중의 안배를 깔아놓은 창왕이 오 히려 대단한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흐}지. 중요한 건 실수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같은 실 수를 반복하지 않는 거야. 내게는 마왕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해.”
“……여기까지 와서 말입니까?”
“지금이니 더욱 중요하지. 지금이 아니라면 전력을 다하는 마왕의 모 습 같은 건 볼 수 없거든.”
창왕이 옅게 웃으며 말하자, 마스 터가 이를 갈았다.
“겨우 그 정보를 위해 수하들을
희생시킨다는 말입니까? 저 많은 수 를?”
“그게 합리적인 것 아닌가?”
창왕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 정도의 무인이야 얼마든지 충 원할 수 있지. 아니, 설사 충원할 수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저 별 것 아닌 것들의 목숨과 마왕에 대한 정보 중 뭐가 더 귀한지는 빤한 일 아닌가?”
“왜 대답이 없지?”
창왕이 비웃듯 마스터를 바라본
다.
“합리는 서양인들의 자랑 아니었 나? 그대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총회를 버리고 내게 붙은 걸 텐데 말이야.”
“……사람의 목숨은 당신 생각보 다 귀합니다.”
“흐음, 오해하는군.”
창왕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나는 사람이 귀하지 않다고 한 적은 없어. 다만, 더 중요한 게 있 다는 의미지.”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도 알고 있다.
스스로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말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 차라리 말을 섞지 않는 쪽이 낫다.
하지만 창왕은 그런 마스터를 내 버려 두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고 내게 붙었 다는 것처럼 구는군.”
마스터의 몸이 살짝 떨린다.
“이게 네가 내게 원한 모습 아닌 가? 어떤 수를 쓰든 반드시 강진호 를 죽이고 총회를 무너뜨리는 것 말 이야.”
마스터는 다문 입을 열지 못했다.
창왕이 그런 마스터를 비웃듯 바 라봤다.
“결과는 반드시 만들어내고 싶지 만, 스스로의 손은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거로군. 좋아, 나쁘지 않지. 나는 그런 위선을 아주 좋아하거든. 하하핫!”
창왕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사람이라는 건 재미있는 면이 있다.
“걱정할 것 없어. 그렇다고 해도 약속은 지킬 테니까 말이야. 나는
신용이 확실한 사람이거든.”
“ 다만••••••
창왕이 슬쩍 마스터를 보며 말했 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겠지. 우리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계약을 주고 받는 관계로 끝날 것인지는 그쪽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나?”
마스터가 질끈 눈을 감았다.
“실례했습니다.”
“용서하지.”
짧게 손을 내저은 창왕이 마스터
에게서 눈을 떼고는 다시 화면을 바 라본다.
‘ 나약하군.’
유럽의 원탁을 이끌어온 이라고 해서 그래도 나름 강단이 있을 줄 알았건만, 도무지 상대해 줄 만한 그릇이 아니다.
하기야 그러니 강진호와 이현수에 게 있는 대로 휘둘렸겠지.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반면…….
촤아아아아악!
피 분수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조악한 화면을 통해 보는 광경임에 도 숨을 죽이게 만들 만큼 어마어마 한 박력이 전해진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군.’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고 했던가?
그 말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지 금 강진호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 다.
상대가 되지 않는 이들을 상대하 고 있음에도 강진호에게서는 여유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위압이라는 건가.”
강자가 다수를 상대할 때 저지르
는 가장 흔한 실수는 최대한 체력과 내력을 보존하려 드는 것이다.
그건 일견 합리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막상 상대하는 이들로 하 여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 든다. 그렇다면 적도 마지막의 마지 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으로 달 려들게 된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상대가 감 히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짓밟고 있 다. 저 강진호를 바로 앞에서 상대 하는 이들은 심혼이 얼어붙어 제 힘 의 반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지.”
저들이 강진호를 크게 소모시킬 수 있다는 기대?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소모품은 소모품 나름의 역할이 있다. 저들 모두를 던져서 티끌만큼 이라도 강진호를 지치게 만들 수 있 다면 그걸로도 이득이다.
“진짜는 따로 있으니까 말이지.” 천천히 다리를 꼰 창왕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애초에 선두에 나설 생각도 아니 었잖아? 그렇지, 마왕?”
그는 부하를 앞세우며 뒤로 숨어
들고, 강진호는 부하들을 지키기 위 해서 선두에 섰다.
물론 강진호가 더 대단하고, 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창왕은 애초부터 강진호보 다 위대해질 생각은 없었다.
‘그런 건 네가 가지라고.’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결과.
비겁하든 비열하든, 그게 아니면 추잡하더라도 반드시 승리라는 결과 를 손에 넣는 것이다.
“자, 그럼……
창왕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두 번째를 시작해 보지.”
그의 신호에 대기하던 이들이 바 쁘게 무전을 치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슬쩍 바라본 창왕이 다시 비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화염에 둘러싸인 사신이 그 의 수하들을 짓뭉개며 돌진하고 있 다. 저 걸음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이곳, 창왕의 목이 있는 곳이다.
창왕이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빛 이 소름 끼치는 차가움을 내뿜었다.
‘아직 아니야, 아직.’
그가 진짜 보고 싶은 건 따로 있
었다.
일전에 그가 강진호와 승부를 낼 때, 그는 전투 중에 한 가지를 느꼈 다.
저 말도 안 되는 악귀는 싸우는 와중에도 강해진다.
마치 전투를 먹고 자라는 짐승처 럼 말이다.
‘조금만 더.’
그가 해야 할 것은 지금의 강진 호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정확하 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전쟁 동안 얼마나 더 강해질지를 완벽하게 계산해 내는 것이다.
적을 완벽히 파악해 낼 수만 있 다면, 그는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 설사 그 적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 해도 말이다.
“조금 더 보여줘 봐.”
창왕이 이를 드러냈다.
“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