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63)
마존현세강림기-1765화(1762/2125)
마존현세강림기 기권 (23화)
5장 울부짖다 (3)
우드드득!
검의 손잡이가 비명을 내지른다.
내력을 넣어 충분히 강화된 검이 뒤틀릴 만큼 어마어마한 악력으로 검을 움켜잡은 강진호가 폭발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아아앗!
용솟음치는 마기를 두른 검이 폭 발적으로 휘둘러지는 광경은 마치 쏟아지는 폭포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 폭포를 연상케 하는 기운이 마기가 아니라, 정말 물이라고 해도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할 수 없어 보 였다.
콰아아아앙!
검과 인간의 육체가 충돌하며 어 이없게도 폭음이 터져 나온다. 말 그대로 분쇄되어 버린 인간의 육체 가 육편이 되어 사방으로 폭죽처럼 터져 나간다.
“후욱.”
호흡이 살짝 가빠진다.
육체가 아닌 정신이 들끓어 오르 는 기분이다.
차갑게 가라앉은 이성은 분명 유 지되고 있는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터 열기가 치솟아 오른다.
하지만 강진호의 내면이 어떻든 간에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조 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검은 화염 속에서 빛나는 핏빛의 안광이 일렁인다.
다시 한번.
파아아아아아아 앗 !
과하다.
겨우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몸을 베어내기에는 너무도 과도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휘둘러진다.
그 검은 화염의 폭포에 휩쓸린 이들은 시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 했다. 남긴 것은 그저 붉게 물든 대 지뿐.
저 악마가 검은 화염과 붉은 눈 으로 그들을 베어 넘기는 동안 그들 을 둘러싼 세상은 점점 더 어두운 하늘과 붉은 대지로 바뀌어가고 있 었다.
“아•••••• 아아••••••
그리고 선두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보던 이가 자신도 모르게 점차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처음.
이 전투에 돌입한 뒤 처음 생긴 일이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된 균열을 멈추기 쉽 지 않은 것처럼, 한 사람이 물러나 기 시작하자 연쇄적인 현상이 벌어 졌다.
필사적인 의지와 등 뒤에 대한 공포로 버티고 있던 이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 작한 것이다.
“무, 물러서지 마!”
“창왕께서 보고 계신다!”
앞쪽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는 것을 알아챈 이들이 상황을 다잡 기 위해 소리쳤지만, 그 정도로는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각오를 되돌 릴 수는 없었다.
이들의 의지는 공포에서 기인한 다.
창왕의 명령을 어겼다가는 죽음보 다 더한 꼴에 처한다는 공포.
하지만 눈앞에서 강진호를 본 이
들은 그 공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지금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건 누가 보증하지?’
알 리가 없다.
죽어본 이가 없으니까.
그저 막연히 죽음보다 창왕의 고 문이 더 두려울 것이라 생각했을 뿐 이다.
하지만 막상 지금 눈앞에서 실체 화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 이들 은 그 생각이 얼마나 짧은 것이었는 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죽음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
이 있는가.
그건 죽음이 창왕의 고통보다 더 평온한 상태를 보장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지껄일 수 있는 말이다. 죽 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단 말인 가.
다가온다.
검고 검은 어둠을 두르고, 핏빛의 혈광을 내뿜는 사신이 그들에게 다 가오고 있었다.
저 사신과 조우한 이가 지금껏 맞이한 결과는 오로지 하나뿐이었 다.
죽음.
더없이 공평하고, 더없이 확실한.
살아생전 처음으로 모호한 관념으 로만 존재하던 죽음을 눈앞에서 맞 이하게 된 이들은 생물로서의 본능 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덜덜 떨리는 다리가 절로 움직인 다.
시선은 차마 떼지 못했지만, 몸은 저 악마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필사적으로 그 본능을 억누르던 이성도 이번만은 힘을 쓰지 못한다.
“다, 달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군가의 비명.
그건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를 끊 어놓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선두에 선 이들이 점점 빨리 물 러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공포는 들불처럼 번지기 마련.
시작은 더뎠지만, 그 공포가 퍼지 는 데는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 다.
옆을 지키던 이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데, 그 자리에 홀로 남아 강진호를 맞상대할 사람이 누가 있 겠는가.
마지막으로 그들을 부여잡고 있던 수의 우위와 주변의 시선이라는 두 요소가 제거된 순간, 철저하게 훈련 된 병사들은 이성을 내려놓고 짐승 으로 돌아갔다.
“으아아아아악!”
“악마!”
눌린 것이 컸던 만큼 반동도 크 게 돌아왔다. 전력으로 강진호를 피 해 달아나는 이들에게 둥 뒤를 막고 있는 이는 더 이상 동료로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달아나면 창왕을 피 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한다. 그런
데 뭐가 더 주저할 게 있겠는가.
“비켜!”
“거기서 나오라고!”
뻗은 손이 달려는 이의 뒷목을 움켜잡고 끌어당긴다.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 달리던 이들이 서로 얽혀 들며 고함을 내지른다.
“뭐, 뭐야!”
앞쪽의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뒷 열은 갑자기 자신들 을 향해 좀비처럼 달려드는 동료들 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켜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악!”
덮쳐든다.
동료고 뭐고를 따지고 있을 상황 이 아니다. 등 뒤에서 악마가 쫓아 오는데 느긋하게 차례를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리 없다.
“뭐, 뭐 하는 거냐!”
손이 뻗어진다.
다급한 손이 허공을 휘젓고, 인간 의 벽을 밀치고 들어갔다. 당황하여 일단 버티려는 자와 뚫어내려는 자 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뒤섞이고 얽 혀든다.
“비키라고오오오!”
어디선가 피가 솟구친다.
그리고 그 피는 이성을 내려놓은 자들을 더욱 흥분시키기에 충분했 다. 오로지 생존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들은 더 이상 주저 할 게 없었다.
서걱! 서걱!
칼이 휘둘러진다.
어차피 열리지 않을 길이라면 힘 으로라도 뚫어야 한다. 조금 전까지 등을 지켜주던 아군의 목에 칼을 박 아 넣은 이가 경악으로 부릅뜬 눈이 채 감기지 못한 얼굴을 짓밟으며 뛰 어오른다.
“이 미친 새끼들아!”
조금 전까지 어깨를 맞대던 이들 이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른다.
그건 아비규환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광경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
악마가 사는 곳이 지옥이라면, 악 마가 강림한 곳 역시 지옥이 되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사실을 부정 했다.
달아나고 얽혀드는 이들을 지켜보 는 그의 눈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 는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그가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
다.
되레…….
강진호가 바닥을 걷어차며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창왕의 무인들이 얽혀든 곳을 향해 주저 없이 마기로 불타오 르는 검을 휘둘렀다.
“아, 안 돼에에에에!”
콰드드드드득!
얽히고설켜 간격이 좁아진 이들의 몸뚱아리에 악마의 칼날이 박혀들었 다.
내공으로 강화된 무인들이 조금의 틈도 없이 얽혀 있는 공간은 강철로
만든 벽 이상의 강도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검은 그 공간 자체를 단번에 짓이겼 다.
파아아아아앗!
잘려 나간 상체들이 팽이처럼 회 전하며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맹렬 히 회전하는 육체가 잘린 단면에서 피와 내장을 분수처럼 사방으로 뿜 어냈다.
아무리 강단이 큰 이라고 해도 이 광경 앞에서는 그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끔찍하고 참혹한 광경
이었다.
생명이란 그 자체로 존엄한 것.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생명 이란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이곳에서 존엄한 것은 오로지 강진 호 하나였다.
“흐……. 흐아아아아악! 아아아아 아아악!”
아슬아슬하게 검끝이 닿지 않아 살아남은 이들은 눈물을 내쏟으며 비명을 질러 댔다.
“비켜! 이 개 새끼들아아아아아!”
누구도 다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기가 완전히 꺾여 버린
순간, 이곳에 있는 이들은 병사도 아니고, 무인도 아니었다. 그저 겁에 질려 포식자에게서 달아나기를 갈구 하는 피식자일 뿐이다.
손에 잡힌 애병이 버벅이는 이의 등에 틀어박힌다. 그걸로도 충분치 않았는지 비명을 내지르며 몇 번이 고 등을 찌르고 또 찔러 댄다.
그렇게 한 사람이 쓰러지면 그 육체를 짓밟으며 다시 달아난다.
하지만 그들이 달아나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강진호가 그 들을 쫓아오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쿵!
등 뒤에서 들리는 진각 소리.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한 이들이 눈을 부릅뜨며 몸을 날렸지만, 강진 호의 검은 더없이 빠르고 강하며, 또한 무정했다.
파아아아아아앗!
그건 검술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휘두르기 였다.
어떠한 기교도 담겨 있지 않은, 단순한 휘두르기.
하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빠르고, 그렇기에 더없이 강했다.
육체가 찢겨 나간다.
군세가 꿰뚫린다.
더는 저항하지 못하는 이들은 강 진호에게 완벽한 공격로를 만들어주 었고, 그 공격로를 따라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성인이 개미 떼를 밟아 대는 것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기 시 작한다.
과도하게 뿜어진 피가 안개처럼 부유한다.
살아남으려는 자는 피의 안개를 벗어나기 위해 눈물을 쏟으며 발악 했고, 인간의 마음을 내려놓은 악마 는 그런 이들의 등을 갈라대며 전진 했다.
군마보.
마왕의 전진이다.
바토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뒤에는 총회의 무인들이 뒤 따르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손끝이 떨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주인•…”
덜덜 떨리는 아래턱을 필사적으로 진정 시킨다.
평생 누군가를 두려워해 본 적 없다 자부하는 바토르지만,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수많은 전
투를 치러온 그조차도 떨게 만들었 다.
“……미쳤군.”
어떻게든 슬쩍 웃어보려 하는데,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살아생전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들을 막기 위해 이곳에 모인 이들이 몇인가.
적어도 수만.
그래, 수만 명이다.
그 많은 이들이 총회가 아닌, 오 직 강진호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겁 에 질려 달아나고 있다.
동료의 등에 칼을 박고, 바닥을 기어서라도 달아나기 위해서 발악하 고 또 발악한다.
이건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다.
하나 또한…….
‘빌어먹게 끝내주는군.’
바토르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무인. 무학을 익혀 세상에 정점에 서려 하는 자다. 무학을 익 힌 이라면 누구나 이런 광경을 꿈꿀 것이다. 인간을 넘어 초인의 영역에 든 이들이 수의 차이를 초월하여 절 대에 군림하는 모습을 말이다.
너무도 공포스러운 광경이지만,
또한 너무도 전율적인 광경이었다.
“……사람이 아니군요.”
위긴스의 신음 같은 목소리에 바 토르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였다.
항상 놀랐다.
강진호는 언제나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했고, 예상한 것 이 상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강 진호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한 예측마 저 뛰어넘고 있었다.
“……괴물 같으니.”
바토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 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감탄하고 있 을 때가 아니다. 바토르가 막 고함 을 내질러 전진을 명하려던 바로 그 때였다.
콰드드드드드득!
뭉쳐 든 무인들을 후려쳐 날려 버린 강진호가 무심하게 발을 뻗는 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앙 !
강진호가 내디딘 바닥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더니, 강진호의 전신 이 검고 붉은 폭염에 휩싸인다.
폭발이 얼마나 강했는지 날아드는
충격파에 맞은 것만으로 덤프트럭에 치인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 바토르가 눈을 부릅뜨며 고함를 내질렀다.
“주이이이이인!”
그의 눈에 하늘로 치솟는 거대한 연기가 화인처럼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