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68)
마존현세강림기-1770화(1767/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3화)
1장 대면하다 (3)
비틀렸다.
뭔가 비틀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비틀어진 것인 지 명확하게 잡아낼 수가 없었다.
창왕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검을 휘두르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호흡이 얕다.
얕고 빠른 호홉은 그의 피가 평 소보다 빨리 돌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흥분이라도 했다는 건가?’
창왕이 자신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손바닥으로 온기…… 아니, 온기 를 넘어선 열기가 전해진다. 명백하 게 달아오른 얼굴의 온도에 그의 표 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강진호.’
그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 은 지금 강진호를 상대하는 이들이 제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준비하는 자.
그가 자신의 주변에 배치한 이들 은 오로지 저 강진호를 상대하기 위 해서 고르고 고른 이들이다. 부족한 무력은 상성으로 메우고, 그래도 부 족한 것은 과격한 충성심으로 채운 이들.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무력은 사라질 리가 없고, 상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없어질 것이라고는 과격 한 충성심뿐이지 않은가. 저들의 창 왕에 대한 믿음과 충성이 혼들리지 않았다면, 저들이 저리 속절없이 밀
릴 리가 없다.
“이••••••
얼굴을 감싼 창왕의 손톱이 피부 를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을 타고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내가……
차라리 강진호가 달려들어 그의 목을 베어냈다 해도 이런 굴욕감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
무력에서 밀리는 것은 창왕에게 수치가 될 수 없다. 그의 자부심은
그가 움켜쥔 전장 위에서는 결코 그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강진호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말 만으로 그의 안배를 모조리 짓뭉개 고 짓밟았다.
그의 모든 전략의 근원이 되는 창왕계의 확고한 충성심과 두려움을 모조리 불태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것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하여 아름답 게 지어 올린 건물도, 토대가 사라 진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건 건물을 짓는 이로서는 어찌할 수 없
는 이치다.
‘논리도 아니고, 계산도 아니야.’
언젠가 그의 전략이 무너지는 날 이 온다면, 그건 그보다 더 뛰어난 전략가를 만나는 순간일 거라 생각 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마주한 현 실은 상상보다 몇 배는 참혹하고 무 자비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왜 부정하지 못했지?’
알고 있다.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습관 이 되어버린 그의 사고 체계는 그가 물러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를 알아서 계산해 버린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 든 일들을 이미 알았음에도 그는 물 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이 강진호의 말이 사실이 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된다는 게 창왕의 머릿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고 있었다.
“웃기지 마!”
창왕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 가 터져 나왔다.
아직 그의 주위에는 그의 수하들 이 남아 있다. 절대 그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걸 머리
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치밀어 오른 그의 감정이 처음으로 그의 육체를 그의 통제 밖으로 밀어냈다.
‘개 같은 소리를.’
창왕이 이를 갈아붙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평소라 면 절대 드러내지 않을 감정을 얼굴 가득 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 다.
콰아아아아!
마치 소용돌이가 이는 것 같다.
강진호의 검끝에서 휘몰아치는 마 기는 달려드는 이들의 육체를 수수 깡을 꺾듯 베고 부러뜨린다.
지금 강진호를 상대하는 이들은 앞쪽에 배치한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건만, 강진호 는 자신에게는 그 차이가 아무런 의 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 는 중이었다.
“이••••••
창왕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다.
저럴 리가 없다.
아니, 저래서는 안 된다.
간격은 그가 생각한 만큼 정밀하 지 못하고, 당하는 이의 뒤를 받쳐 주는 이들은 그의 생각만큼 쾌속하 게 달려들지 못했다.
강진호가 가진 무학의 단점.
그건 한 번, 한 번에 과도한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그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스타일에 가깝지만, 어찌 되었든 세상 모든 것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생겨나 는 법.
일격, 일격에 힘을 쏟으면, 그 일 격이 끝난 뒤에 빈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누구도 강진호의 그 빈틈을 노릴 생각을 하지 못했 다.
이유?
누가 강진호에게 달려들고 싶겠는
가.
저 악마에게 목숨을 걸고 달려드 는 것은 창왕조차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 는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내주는 일 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의지로 할 수 없는 일.
그렇다면 의지가 아닌 다른 것으 로 채우면 된다. 창왕은 자신에 대 한 충성심이 가장 뛰어난 이들로 강 진호를 상대하게 했다. 상대의 몸에 생채기 하나를 내는 것으로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이들을 고르고 골라 냈다.
하지만…….
“달려들어, 이 머저리 같은 놈들 아!”
달려들지 못한다.
지금 강진호를 상대하는 이들은 끈이 끊어진 병사와도 같았다. 그에 대한 공포심이 무뎌지고, 확고한 믿 음이 사라진 이들은 그저 평범한 무 인일 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한계.
이건 수하들을 무인이 아니라 군 인에 가깝게 다루는 창왕이 가진 근 본적인 한계였다.
명령, 그 자체를 의심하여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은 순식간에 오합지졸 이 되어버리는 법이니까.
파아아아앗!
잘려 나간 팔다리가 튕겨 나온다.
그리고 그 틈에 벌어진 인의 장 막 사이로 강진호의 눈이 정확하게 창왕에게로 틀어박혔다.
움찔.
그 눈빛을 받은 창왕의 육체가 자신도 모르게 반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쏟아지는 피 사 이로 보이는 강진호의 입꼬리가 희 미하게 말려 올라가는 모습이 창왕 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이……
창왕이 주먹을 움켜잡았다.
그저 웃는 것 하나로 이리 피가 거꾸로 솟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분노하는 이유는 지금 강 진호가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
창왕은 끊임없이 강진호의 전투 방식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러 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는 당연한 광 경도 당연하게 보이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마기로 몸을 둘러 몸을 방어했을 강진호가 굳이 마기 를 두르지 않은 채 상대를 상대한
다.
의도는 두 가지.
하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들이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는 걸 과시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그 비웃음을 내게 보여주겠다는 건가, 마왕?’
촤아아아악!
튀어 오른 피가 창왕을 향해 날 아든다.
평소라면 그 피를 뒤집어쓰지 않 기 위해 몸을 숙였을 창왕이지만, 이번만은 굳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수하들의 피가 그의 얼굴에 흩뿌 려진다.
“……창왕이여.”
그의 등 뒤에서 조금 떨리는 목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 켜보던 마스터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의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 오?”
“내가 당신의 계책을 논할 수는 없 겠지만, 이곳에서 더 물러난다면……
창왕이 고개를 슬쩍 돌려 마스터 를 바라보았다.
그 스산한 눈빛에 마스터가 입을 꾹 다물었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오는 법이 지.”
“지껄이지 않아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지껄이지 않아야 하는데. 인간은 그걸 못한단 말이야.”
창왕은 마스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후……
그의 입에서 짧은 호흡이 흘러나
온다.
오히려 이쯤 되자 머리가 더 냉 정해진다.
어디서부터 뒤틀렸는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그런 걸 계산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승리한다면 천천히 복기할 시간이 생길 것이고, 패배한다면 생각할 이 유가 사라질 테니까.
“……아주 엿 같은 일이지.”
창왕이 헛웃음을 홀렸다.
결론은 간단하다.
그가 준비한 모든 것을 강진호가 홀로 뚫어내 버렸다. 그가 안배한
모든 것을 강진호가 홀로 무너뜨렸 다.
그는 총회라는 집단을 짓밟는 방 법은 완벽하게 세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강진호의 발을 묶어둘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그걸 인정해야 한다.
그럼 남은 것은 이제 하나뿐이다.
“그만.”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전장은 그 목소리에 반응 하지 않았다. 강진호에게 달려드는 이들도 그저 움직이던 대로 적을 노 리고, 적을 사냥할 뿐이었다.
으드득.
창왕의 손이 투명하게 물들어가며 섬뜩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그러더니…….
일수의 휘두름이 유백색의 강기를 내뿜으며 강진호의 그의 수하들이 맞붙는 곳을 향해 가공할 속도로 날 아들었다.
콰아아앙!
강진호에게 달려들던 그의 수하들 이 등 뒤에서 날아든 구음백골조에 반웅도 하지 못하고 격중되어 튕겨 나간다. 하지만 그 강기는 강진호에 게는 닿지 못했다.
검을 교차한 강진호가 강기를 막 아내고는 천천히 검을 내렸다.
“물러서라, 쓸모없는 것들아.”
창왕의 눈이 더없이 섬뜩하게 모 두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그의 수하들이 움찔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창왕은 그런 이들을 욕하 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저들은 병사.
그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소 모품에 불과하다. 그 소모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잘못 한 것이 아니라, 창왕이 잘못한 것
이다.
왕이라 불리는 이는 그만한 책임 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법.
“나와라, 마왕. 아니, 강진호.”
창왕의 싸늘한 목소리가 강진호의 귀를 파고든다. 그 목소리를 들은 강진호가 희게 웃으며 얼굴에 묻은 피를 홈쳤다.
“……이제 와 그런다고 해서 딱히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
“알고 있다.”
창왕의 눈이 스산하게 가라앉았 다.
“하지만 너를 죽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네까짓 게?”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겁쟁이는 겁쟁이답게 굴어야지. 안 그래, 창왕?”
창왕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리 걱정해 주지 않아도 된 다.”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 할 필요는 없으니까.”
창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겁쟁이든 뭐든, 결과를 낼 수 있 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저들은 내가
용감해서 따른 게 아니니까.”
나름 침착을 되찾은 듯한 창왕의 말에 강진호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 다.
창왕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 했다.
“너는 나를 인정하지 않아. 그렇 지?”
강진호가 말없이 미소 지으며 창 왕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지. 내 손에 죽는다면 너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 의 굴욕이 없을 테니까.”
창왕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이 희고 투명하게 물들어간다.
“네게 주지, 네가 가장 원하지 않 는 죽음을.”
그 말을 들은 강진호가 낮게 웃 었다.
“잘도 지껄이는군.”
강진호가 청루와 적루를 늘어뜨리 고 창왕을 바라보았다.
“잊지 마.”
“너는 처참하게 죽는다.”
창왕과 강진호의 눈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강진호는 평소의 그와 같지 않게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창왕을 노 려보았고, 창왕은 반대로 불타오르 는 듯한 눈으로 강진호를 쏘아보았 다.
이윽고…….
누군가 신호라도 내린 듯, 강진호 와 창왕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서로 를 향해 돌진했다.
푸르고 흰 창왕의 기운과 붉고 검은 강진호의 기운이 세상을 반으 로 가르며 서로를 향해 해일처럼 밀 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