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71)
마존현세강림기-1773화(1770/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6화)
2장 격돌하다 (1)
콰드드득!
뼈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변한 손이 명치에 틀어박힌다. 그와 동시 에 용암조차 얼려 버릴 것 같은 한 기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몸 안에서부터 얼어붙는 감각.
내장에 성에가 끼고, 심장이 얼음
으로 뒤덮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휘 두르는 검은 멈추지 않는다.
마기를 잔뜩 담은 검이 창왕의 관자놀이에 틀어박힌다. 갑옷처럼 두른 내력을 뚫고 머리를 베어내지 는 못했지만, 검에 담긴 내력만은 한 올 남김없이 온전히 창왕의 머리 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폭음이 터지며 창왕의 머리가 부 러질 둣 옆으로 꺾였다. 코와 입에 서 피가 터지고, 눈의 실핏줄이 모 조리 터져 나간다.
하지만 그 지경이 되어서도 창왕 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로지 서로를 죽이기 위한 공격.
악의(惡意)조차 넘어선 무언가로 서로를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증오?
아니면 분노?
이미 그런 것도 초월한 지 오래 다.
무학의 극의에 오른 자들은 평범 한 이들과는 사고 자체가 다르다.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그 이유를 따 지고 합리를 논하는 이들은 결코 마 지막 벽을 넘어설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무념(無念).
또는 맹신(盲信).
옳다 생각하는 것을 파(破)하고, 그르다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정신의 마지막 한 줌까지 끌어모아 오로지 육체에 임하노니…….
콰아아앙!
강진호의 검과 창왕의 주먹이 허 공에서 격돌했다.
홍왕의 눈썹이 꿈틀한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창왕의 수하 들을 보며 그가 안색을 살짝 굳혔
다.
“의미 없는 짓은 하지 마라.”
“너희의 주인은 어떨지 모르겠지 만, 나는 스스로 무인을 자부하는 자다. 그 어떤 것이 걸려 있다 한 들, 신성한 승부에 끼어들 생각은 없다. 그러니 너희는 더 이상 나를 모욕하지 마라.”
그 말을 들은 창왕의 수하들이 말없이 뒷걸음질 쳤다.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 는 광경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저 숭부에 홍왕이
뛰어드는 순간, 창왕은 순식간에 목 숨을 잃을 테니까.
하지만 홍왕은 그럴 생각이 추호 도 없었다.
어부지리를 취하기 위해?
아니다.
‘나는 무인이다.’
저 승부에 끼어든다는 것은 그 스스로가 무인임을 거부하고 모리배 가 되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 결 과,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 주 던 자부심을 모두 잃게 된다.
껍데기만 남아서 왕좌에 앉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홍왕이 슬쩍 시선을 돌려 그의 옆에 서 있는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 나갈 듯 몸을 기울이고 있는 이현수조차도 그에게 저 싸움에 끼어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로지 강진호에게 고 정되어 있다.
“왜 저렇게까지……
이현수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 다.
지금의 싸움은 복싱으로 치면 서
로 가드를 오픈한 채 안면에 정타를 날려 대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 었다.
강진호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강진호가 무모한 싸움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지만, 이현수가 아는 강진호 는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누를 줄 아는 자였다.
그리고 창왕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저런 정면 대결로 대체 뭘 얻겠 다는 건가.
그때, 그의 귓가에 나직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물러서는 쪽이 진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낸 이를 바라보았다. 홍왕이 전방으 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어갔 다.
“자신을 꺾는 일이 될 테니까.”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어차 피 더 강한 쪽이 이기는 건데.”
“물러서지 않는 쪽이 더 강한 법 이지.”
이현수는 도무지 흥왕의 말을 이 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홍왕은 그런 이현수의 반웅 을 보면서도 굳이 설명을 더 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말을 해봐야 이현수 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유치원 생에게 상대성논리에 대해 강론해 봐야 돌아오는 것은 물음표뿐일 테 니까.
홍왕과 이현수의 무학에 대한 이 해도 차이는 그 정도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다. 그러니 도무지 이해를 시 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다.’
경지를 넘어 극한에 이르게 되면
무엇이든 형식을 넘어 이념의 영역 으로 넘어간다.
지금 저들의 경지쯤 이른 이들에 게 육체의 단련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아무리 내력을 쌓고, 아무리 근육을 단련해도 육체가 가진 한계 이상의 힘을 내뿜는 건 불가능하다.
그때가 되면 무학은 정신의 영역 으로 넘어가는 법.
지금 저들은 육체의 강건함을 겨 루고 있는 게 아니다. 누구의 정신 이 더 단단한가, 누구의 신념이 더 확고한가를 겨루는 것이다.
홍왕의 육체가 부르르 떨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지금 그의 눈에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 다 많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정신이 육체를 초월하고, 순간의 승부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든 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상처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오직 자 신만이 올곧음을 그 두 손으로 증명 하고 있었다.
재미있지 않은가.
‘돌고 돌아 원초라는 거로군.’
더 빠르고, 더 강할 뿐. 이건 본 질적으로 어린아이의 드잡이질과 다 를 바 없다.
하지만 그 드잡이질은 지금까지 홍왕이 봐온 어떠한 싸움보다 더욱 격렬했다.
콰아아아앙!
창왕의 허리가 뒤로 꺾인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검게 변한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창왕은 의식을 회복하고 날아드는 강진호의 검을 피해냈다.
창왕쯤 되는 이마저 의식이 날아 갈 정도의 충격.
인간의 육체에서 어떻게 이런 힘 이 뿜어지는 건지 이해가 어려울 정
도였다.
‘……부서지겠군.’
단 한순간이라도 의지를 잃는다 면, 저 힘은 연약한 그의 육체를 말 그대로 분쇄해 버릴 것이다. 일격, 일격에 육체를 조각내고도 남을 힘 이 실려 있다.
역시나 부조리하다.
강진호의 존재 자체도 부조리하지 만, 강진호의 육체에 담겨 있는 힘 역시 부조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인간의 육체에서 이리 어 마어마한 힘이 뿜어져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가공할 내력으로 천 근처럼 짓눌 러 대는 홍왕의 기공 역시 경악스럽 지만, 순간의 파괴력으로 따지자면 감히 강진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검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음속을 아득하게 초월해 버린 검 은 소리를 뒤에 남겨두고 날아든다. 창왕이 몸을 비틀며 검을 피해냈다.
그그극.
검끝이 그의 목을 긁고 지나간다. 목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의식이 날아가지 않았으니 그걸로 됐다.
소수마공을 잔뜩 실은 그의 손이 검을 움켜잡은 강진호의 손을 그대 로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우드드득!
뒤늦게 터진 폭음 속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섞여 나온다. 아 마도 손가락뼈가 모조리 으스러졌겠 지.
하지만 그 역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연이어 휘둘러진 강진호의 청루가 그의 복부를 파고든다. 구음백골조 의 장력이 청루의 앞을 가로막지만,
다급히 뽑아낸 장력이 충분한 힘을 싣고 날아온 검을 완전히 막아낸다 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창왕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간다. 버티고 또 버텼음에도 힘 대 힘의 대결에서는 도무지 강진 호를 압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패한 것은 아니 다.
고오오오오!
피를 뿜으며 튕겨나면서도 창왕은 그 양손에 기운을 끌어 올렸다. 배 속의 내장이 모두 뒤틀린 듯, 입가
로 피가 꾸역꾸역 솟구쳐 올라오지 만, 아직 내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니!
빙글.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창왕이 스 산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며 양손을 미친 듯이 휘저었 다.
콰콰콰콰콰콰!
탁한 듯 짙은 유백색의 장력이 쏘아지고 또 쏘아진다. 뿜어진 장력 뒤에 또 다른 장력이 쏟아지고, 그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수많은 장력
이 폭포처럼 내뿜어진다.
이내 수백을 넘어 수천에 달하는 장력이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를 뒤덮는 헤일처럼 강진호를 뒤덮 어갔다.
우둑.
자세를 낮춘 강진호가 적루에 내 력을 밀어 넣는다.
우우우우우웅!
검이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비 명을 내지르지만, 강진호는 더욱더 내력을 밀어 넣었다.
“핫!”
그리고 일검!
세상을 갈라 버릴 듯 횡으로 휘 둘러진 검끝에서 시커먼 검기가 폭 발적으로 뿜어졌다.
창왕의 장력이 작은 물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해일이라면, 강진호의 검기는 마치 하늘에서 내 리꽂히는 한 줄기 벼락과도 같았다.
유백색의 해일 위로 벼락이 내리 꽂힌다.
그리고 그 검은 뇌전은 밀려오는 해일을 단숨에 가르고, 부수고, 터뜨 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사방으로 장력이 비산한다.
순간의 파괴력으로는 강진호가 위!
모두가 그렇게 확신하던 순간이었 다.
콰앙!
갑자기 짧은 폭음이 터지더니, 강 진호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듯 휘 청 였다.
“뭐……?”
천하의 강진호도 놀랐는지 둥 뒤 를 돌아본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어…….
쾅!
옆구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강진 호가 옆으로 쭉 밀려났다.
“큭!”
바닥에 검을 꽂아 몸을 멈춘 강 진호가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무형장(無形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다.
거창한 전설상의 무학은 아니다. 그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만큼 은밀한 장력일 뿐이다.
기감은 완전히 펼쳐 낸다면 그 미세한 기척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
지만, 이런 격렬한 전투 와중에 그 런 섬세한 일을 동시에 하는 건 강 진호에게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꽤나 준비를 한 모양이로군.’
검을 피해내고 육체에 틀어박히는 장력이라든가, 기척 없이 날아드는 무형장까지.
이전의 창왕에게서는 볼 수 없던 수법들이다. 강진호를 상대하기 위 해서 새로이 창안했거나, 그게 아니 면 이전의 싸움에서는 숨겼다는 의 미.
하나…….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쿵!
강진호가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정면에서 날아드는 무형장의 장력을 막아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해 도 상관없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기운으 로 잡아내지 않아도…….
평생을 싸우고 또 싸워온 그의 육체는 절로 위기를 감지하고 몸을 움직이니까.
쾅! 콰앙! 쾅!
연이어 세 번의 장력을 막아낸 강진호가 고개를 위로 꺾었다.
하늘.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하늘에 창왕의 모습이 보인다. 허공으로 몸 을 띄워 올린 그가 양손을 좌우로 펼친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우우우우우우웅!
그의 양손에 실린 기운들이 폭발 적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강진호 조차 일순 섬뜩함을 느낄 정도의 거 친 사기가 창왕의 몸을 타고 휘돌았 다.
유백색으로 부유하는 기운들은 마 치 유부에서 빠져나온 악령들이 절
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강진호오오오오오오오!”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른 창왕 이 아래에 있는 강진호를 향해 폭풍 과도 같은 장력을 내뿜기 시작한다.
유백색의 유령과도 같은 장력들이 저승문을 뚫고 나오는 악령들처럼 기괴하게 춤을 추며 강진호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마치 지금까지 강진호의 손에 죽 은 이들이 원귀가 되어 그를 단죄하 러 오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