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77)
마존현세강림기-1779화(1776/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12화)
3장 혼란하다 ⑵
“사망자는 모두 수습했습니다.” 방진훈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빌어먹을.’
제대로 시원하게 싸워보지도 못했 는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가 죽 었다. 물론 사망자의 수가 적었다고
해서 기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피해는 적을수록 좋은 법 아니던가.
“저…… 스승님.”
“음?”
천태훈이 조심스레 방진훈의 눈치 를 보았다.
“한국으로 시신을 옮겨 갈 방편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차라리 여기 에 매장을 하는 게……
“뭐, 이 새끼야?”
방진훈이 눈을 부릅뜨더니 책상 앞에 있던 재떨이를 잡아 천태훈에 게 집어 던졌다.
천태훈이 움찔하며 목을 움츠렸
다.
내공이 실리지 않은 재떨이 따위 에 다칠 그가 아니지만, 저 재떨이 에 실린 방진훈의 노기가 문제였다.
“이 새끼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고 있어?”
“아니, 저는……
“야, 이 새끼야!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싸우다가 개죽음당한 애들이 야. 그런데 그걸 우리 편하자고 대 충 여기다 묻어버리고 가자고? 그게 씨발, 사람이 할 소리야?”
천태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죽은 새끼들이 눈이라도 편하게
감게 해줘야 할 것 아냐!”
“알고 있습니다만, 이대로라면 시 신들이 부패할 거라……
“그 방법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냐! 냉동 창고든 뭐든 수배 해! 그리고 이 실장 닦달해서 애들 옮길 방법 찾고!”
“……예.”
방진훈이 천태훈의 태도가 영 마 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일그 러트렸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린 방 진훈이 이내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뭐 하는 짓이냐.’
살아남았다고 해서 상처가 없는 게 아니다. 몸이 멀쩡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쩡한 건 아니다.
무인도 사람.
동료들이 불타 죽어가는 전장을 빠져나온 이들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다. 당장 지금 방진훈 만 해도 흥분하지 않았는가.
“다른 애들은?”
“일단 치료 중입니다. 가스를 많 이 마신 놈들은 극심한 두통을 호소 하고 있습니다. 개중에 좀 심한 놈 들도 있어서 의사를 수배하고는 있 는데……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은 홍왕계에서 지원해 주기 로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예.”
방진훈이 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쓸어내렸다.
‘보통 일이 아니군.’
한국에서는 어쨌든 전쟁이 끝나면 수습은 문제가 아니었다. 짜증나고 귀찮고 손이 많이 가서 속이 시끄러 울 뿐이지, 방법은 언제나 존재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니다.
타국이라는 것이 이리도 발목을 잡아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개 같은 양놈 새끼.”
이곳으로 올 때는 텔레포트 진으 로 대량의 병력을 한 번에 옮겼다.
하지만 마스터의 배신과 함께 텔 레포트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애초에 옥쇄를 할 각오로 돌아갈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처음부터 그 영감이 마음에 안 들었어.”
“……위긴스 이사님도 처음에는 싫어하셨잖습니까. ”
“그건 그거고, 인마!”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어 댔다.
“여하튼 여기서는 죽도 밥도 안 돼. 일단은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돼.”
방진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실장은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현수 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재촉하지 않으셔도 바빠 죽을 지경입니다.”
이현수를 본 방진훈이 얼굴을 와 락 일그러뜨렸다.
“야, 인마! 죽은 애새끼들 시체도 처리 못 하고 있다고! 멀쩡한 놈들 도 치료를 못 받아서 상태가 나빠지
잖아! 송장 늘릴 일 있어?”
“처리 중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치료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겁니다. 홍왕계에서 자신들의 영역 에 있는 의료진을 우선 파견해 주기 로 했고, 상태가 안 좋은 놈들은 이 송할 겁니다.”
“그럼 애초에 보내 버리면 되잖 아.”
“너무 멀어요. 의료진 없이 이송 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 까.”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이사님만 답답한 게 아닙니다. 조금만 참아주 십시오.”
방진훈이 맥이 탁 풀린다는 얼굴 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빌어먹을.’
이현수의 말은 틀린 게 없다.
답답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짜 증을 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어떻 게 되고 있어?”
“그게 생각만큼 쉬운 문제가 아닙 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쉬며 설명을 했 다.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마련하 는 것 이전에, 지금 총회를 모두 물 려도 되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데?”
“흥왕계 새끼들을 얼마나 믿느냐 의 문제겠죠.”
방진훈이 입을 다물었다.
“한국으로 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차이커창 놈이 정부 쪽과 접촉하는 중이니까요. 창왕의
발을 핥던 새끼들도 창왕이 없어진 이상 홍왕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겁니 다.”
“으음, 그럼 그 새끼들은 살려두 는 거야?”
“죽인다고 해서 딱히 좋을 것도 없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그런 놈들은 이득만 있으 면 누구의 발이라도 핥습니다. 지금 까지 창왕의 발을 핥았다면, 이제는 훙왕의 발을 핥겠죠.”
“그거 완전 쓰레기잖아.”
“예, 그렇죠. 그런 쓰레기라야 의
미가 있는 겁니다. 괜히 그놈들을 제거했다가 아래에서 청렴한 놈들이 올라오기라도 하면 골치만 아파지는 거죠.”
이곳이 한국이었다면 말이 전혀 달랐을 거다.
하지만 이곳은 중국.
괜히 암덩어리를 제거해 줄 이유 가 없다. 그건 이쪽만 불편해지고, 중국만 이득을 보는 일이니까.
“우리는 그렇다 치고, 홍왕계도 거기에 동의했다는 건가?”
“당장은 안정이 우선이니까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완전하게 정
부 쪽에 대한 장악이 끝난다면, 차 이커창도 결국은 그들을 제거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 고 려할 필요가 없다.
“정부 쪽의 정리가 끝나면 숨을 필요도 없습니다. 전세기라도 빌려 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 O ”
M..•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이 완전 히 홍왕계의 손에 떨어집니다. 이번 에 쓴 경험을 한번 한 터라 솔직히 개운하게 돌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상황이 엿 같군.”
이현수의 말을 이해한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 지만, 그랬다가는 중국에 남겨둔 홍 왕계가 우려스럽다는 의미였다.
지금의 홍왕계는 그들의 확고한 동맹이지만…….
“동맹이라는 새끼가 등에 칼을 찌 른 게 바로 엊그제니까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전쟁 전을 기준으로 원탁과 홍왕 계 중 누가 더 믿음직스러웠던가.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한 번 벌어진 일은 반드시 또 벌
어진다. 지금이야 홍왕계가 그들의 동맹이라지만, 언제 마음을 돌릴지 모를 일이다.
화장실을 갈 때와 올 때의 마음 이 다른 것은 평범한 진리니까.
“뭐, 그런 건 대충 알겠는데…… 방진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죽치고 있 을 수는 없어. 어쨌든 간에 결론을 내려야지.”
“예. 그래서……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회주님이 복귀하시는 대 로……
그때, 이현수의 전화가 울리기 시 작했다. 수신 거부를 누르려던 이현 수가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는 재빨 리 전화를 받았다.
“예. 이현수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현수가 방진훈을 바라봤다.
“회주님께서 다 모이시랍니다.”
“……여하튼 양반은 못 되는 사람 이야.”
그 말에는 확실히 동의하는 이현
수였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 겠군.”
강진호의 대답에 모두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괜찮다고 말하자니 꼴이 말이 아 니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모두가 강진호의 상태를 슬쩍슬쩍 살펴 댄다.
옷 아래로 친친 감긴 붕대가 드 러나 있는 것을 보면 그리 좋은 상 황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거나 당 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 람이 저리 앉아 있다는 건 좋은 신 호임에 분명하다.
“……여하튼 끈질기군.”
바토르의 말에 강진호가 피식 웃 어 버렸다.
담배를 꺼내 문 강진호가 불을 붙이려 하자 위긴스가 미간을 좁혔 다.
“아직 환자이십니다.”
“담배 피운다고 문제 생길 정도면
벌써 죽었어.”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그냥 입을 닫지요.”
강진호가 웃어버리고는 담배에 불 을 붙였다.
“ 후우••••••
한 모금 빨았다고 어질어질한 것 을 보면, 확실히 지금 몸 상태가 말 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상태로는 홍왕도 못 이기겠 군.’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하며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상황은 대충 보고받았다.”
슬쩍 이현수에게 시선을 준 강진 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들 수습하느라 고생이 많았어.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불렀다.”
“방향이라 하시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강진호의 말에 몇몇이 눈을 찌푸 렸다.
“주인,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이 해하고 있는 거겠지?”
“물론이다.”
“창왕계를 집어삼킨 홍왕이 태도 를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강진호가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 다.
“그런 우리가 여기에 있는다고 달 라질 일이 아니야. 오로지 저들에게 달린 일이지.”
“음, 그래도 대비는 필요하지 않 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홍왕은 배신 못 해.”
“……이유는요?”
“감당할 수 없으니까.”
선문답 같은 대답이다. 하지만 이 중 몇몇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 다.
‘혹왕인가?’
그들은 흑왕에게서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흑왕 이 대단한 자라는 건 확실히 이해했 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왕이나 홍왕 같은 다른 삼왕에 비해 뭔가 유별나 게 대단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강진호의 생각은 다른 모 양이었다.
“흑왕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이 상, 홍왕은 한동안 자중할 거다. 그 러니 상관없어.”
으..方
M..•
“뒤처리는 홍왕에게 맡기고, 한국 으로 돌아간다.”
“회주님, 저는 일단 유럽으로……
“나이트들 전부 한국으로 소환 해.”
위긴스가 살짝 놀란 얼굴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그들 전부를 말입니까?”
“그래. 소환해. 오지 않는 이는
배신으로 간주한다. 나이트들이 오 는 즉시 동의를 얻어서 원탁을 장악 해.”
“……확실히 그게 나은 면도 있겠 습니다.”
원탁의 중심은 마스터지만, 원탁 을 움직이는 이들은 나이트다. 그들 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다면 원탁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에서 적진에 오래 머무는 건 위험하 다. 무시할 수 있는 건 무시하고, 최대한 빠르게 한국으로 복귀한다.”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회의를 주재하자 지지부 진하던 일들의 방향이 뭔가 명쾌해 지는 기분이었다.
“움직여. 지금은 신속해야 할 때 야.”
“예!”
별다른 반론 없이 자리에서 일어 난 이사들이 밖으로 나간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시 볼 때까지라……
그 말인즉슨, 곧 자신의 앞에 다 시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 건방지군.”
강진호의 손끝에서 쥐고 있던 담 배가 부러져 나간다.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진 담배가 천천히 타들어갔다. 짙은 회색의 재 를 남기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