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78)
마존현세강림기-1780화(1777/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13화)
3장 혼란하다 (3)
“아주 벌벌 떨어 대더군.”
차이커창이 피식 웃으며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네가 분위기를 잡았겠지.”
“부정하지는 않지.”
이현수가 살짝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따라갔어야 하는 건데……
그도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 불 가능한 일이지만, 저놈이 대체 어떤 얼굴로 중국 정부 쪽 놈들을 만났을 지가 너무 궁금하다.
아마 개선한 장군 같은 얼굴이었 겠지.
“제길, 그걸 눈으로 봤어야 하는 건데.”
“찍어놓을 걸 그랬나.”
대답을 한 차이커창이 웃음을 터 뜨렸다.
‘설마 내가 이놈과 농담을 주고받 는 사이가 될 줄이야.’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영 원한 친구도 없다지만, 그와 이현수 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기 위해 온갖 계략을 짜내던 사 이였다.
당장 그가 이현수를 죽이기 위해 한 일만 몇이던가.
‘참 세상 일이라는 건 알 수가 없 군.’
고개를 내저은 차이커창이 말을 이었다.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부 쪽은 창왕 그놈이 전적으로 알
아서 한 모양이더군.”
“혹왕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는 건가?”
“그래, 그런 모양이야. 어쩔 줄을 몰라 하더군. 침착하려고 애는 쓰는 데 겁을 먹은 게 눈에 보일 정도였 어.”
“한심한 것들이.”
차이커창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그들은 한때 대단하던 이 들이다. 그 당의 정점에 오를 수 있 다는 건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 한 일이지.”
“그게 바로 불행이지. 극단적인
비효율.”
경쟁이라는 건 조직을 강인하게 만든다. 어떤 의미로든 가장 우수한 인재들만이 살아남아 조직의 위로 올라간다.
문제는 그들이 정점에 오를 때쯤 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젊고 총명하던 시절을 내부 경쟁 으로 보낸 이들은, 그 젊음을 바쳐 따낸 달콤한 열매에 취해 젊은 시절 의 총기를 잃어버린다.
현명함을 잃고 권력에 취해 버린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쉽게 유지 해 줄 수 있는 수단에 목을 매기
마련이다. 아마 창왕은 그 부분을 간단하게 파고들었을 것이다.
“확실히 문제이긴 하지만……
차이커창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 지. 주제넘기도 하고.”
“꼴에 주제 파악은 하는군.”
“덕분에 말이야.”
차이커창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쪽이 아니라 되레 총회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 아 닌가? 이제 너희 나라에서는 총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 지 않을 텐데?”
“엿 같은 소리는 지껄이지도 마.” 이현수가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 다.
“중국인인 너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은 정치에 무력 집단이 개입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배재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나 역 시 마찬가지다.”
“흐음.”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윗분이 그걸 질색하시는 경향이 있어서 시도도 해볼 수 없어. 물론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
“아쉬운 일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도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번거로운 건 문제지. 하지만 모 든 것을 쉽게 하려다 보면 잃지 말 아야 할 것도 잃게 되는 법이지. 지 금 총회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균 형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제 파악이겠지.”
차이커창이 묘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여하튼 재미있는 놈■이다.
때때로는 미친놈처럼 선을 제멋대 로 넘어 대는 놈이 이런 말을 태연
하게 지껄인다는 게 특히나.
“흠, 그것 역시 내가 신경 쓸 문 제는 아니로군.”
차이커창이 본론을 꺼냈다.
“지금부터 정부 쪽에서 전적으로 지원을 해줄 거다. 한국과 협의만 된다면 전세기는 오늘 당장이라도 가져와도 괜찮아. 뭣하다면 이쪽에 서 지원해 주지. 허가만 받아와.”
“아주 협조적이신데? 하루라도 빨 리 우리를 중국에서 치워 버리고 싶 으신 모양이군.”
“부정하지는 않지.”
차이커창이 입맛이 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이번 전투의 전개 과정과 결과를 창 왕계도 모두 지켜봤다는 것이다.
마지막 승부야 그 많은 인원들이 다들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 만, 결국 강진호가 창왕을 물리쳤다 는 말은 퍼질 수밖에 없다.
흑왕이 마무리를 하기 전 이미 창왕은 강진호에게 패배했으니, 사 실 틀린 말도 아니다.
결국 총회가 이대로 계속 중국에 머무른다면 이 전쟁의 진짜 승리자 가 누구인지에 대한 말이 나올 수밖
에 없다. 그의 수하들도 이미 총회 를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마왕이 문제지.’
이번 전투에서 모든 이들의 시선 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강진호 와 바토르다. 승부에 이르기 전, 폭 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 여준 초월적인 무위는 창왕계의 무 사들에게 단단히 각인되어 버렸다.
돌이켜 보면 시작부터 이걸 노리 고 나선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강진호가 그렇게까지 치밀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 지만.
“여하튼 거슬린다.”
차이커창이 단호하게 말했다.
“애초에 일이 잘 끝나면 우리가 중국을 장악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뿐이니, 방해하지 말고 빨리 꺼져 버려.”
“……말하는 본새 보소.”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물론 차이커창의 말에 그리 틀린 것은 없었지만 말이다.
“상황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알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우리는 대체 그 놈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왜 거기서 창왕만을 죽였을까?
흑왕이 마음만 먹었다면 강진호를 노리는 건 별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에도…….
“ 여하튼……
경지를 벗어난 인간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족속뿐이다. 이현수 같은 평범한 인간은 도무지 그들의 사고를 따라갈 수가 없다.
‘뛰어나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 라 궤가 다르다.
강아지가 아무리 고양이와 친하다
고 해도 근본적인 사고의 차이를 극 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여하튼 중국은 맡기지. 창왕계의 잔당들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은 아닐 테니, 잘해보라고.”
“……고양이 쥐 생각해 주는군.” 차이커창이 피식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너희도 그 리 편해 보이지는 않는군. 일단 내 부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빤한 소리를 늘어놓는군.”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우선은 원탁부터 정리를 해야 한 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들도 수정을 해야 한 다.
“……나는 전후 처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동감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기분이 좀 달 라.”
“음‘?”
이현수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미 간을 주물렀다.
“전후 처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 그 산에서 다 뒈졌으면 편해졌을 테 니까.”
불안함이 없는 건 아니다.
흑왕의 존재는 여전히 미지에 가 려져 있고, 그의 태도 역시 분명하 지 않다.
차라리 적개심을 확연하게 드러냈 다면 방향이라도 간명해졌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뭔가 스멀스멀 발밑으로 기어오는 느낌. 그 찝찝함 을 떨쳐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 다.
하지만…….
“어쨌거나 한 고비는 넘겼다.”
“큰 산을 넘었지.”
창왕이라는 지독한 적에게서 해방 되었다는 게 이현수를 잠 들 수 있 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었다면 창왕의 손에 죽는 게 아니라 신경쇠약으로 죽었을지도 모를 판이었으니까.
“지독한 놈•이었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창왕은 그들을 무던히도 괴롭혔다.
그보다 더 강한 적이 존재할 수 는 있겠지만, 그보다 상대하는 게 더 고통스러운 적이 있을지는 의문 이다.
차이커창이 슬쩍 이현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동맹은 창왕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변화가 필요 할 것 같지 않군. 적이 있다는 건 좋은 거지.”
“적이 없었으면 뒤통수라도 쳤을 것처럼 말하는군.”
“모를 일이지, 그런 건.”
차이커창이 피식 웃자, 이현수가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차이 커창.”
“말하지.”
“나는 너를 믿지 않아.”
이현수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우리 같은 족속은 결국 누구도 믿지 않으 니까.”
“그렇지.”
차이커창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어떠한 관계를 맺더라도 일단은 의심하고 계산한다. 끝없이 의심한 끝에 더는 의심할 수 없게 된다면, 신뢰하는 게 아니라 광신한다.
그게 그들과 같은 이들의 특징이
다.
그들의 끊임없는 의심과 계산이 홍왕과 강진호에게는 향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한동안 너를 적대해야 할 이유는 없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 겠군. 서로를 위해서 말이야.”
차이커창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 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를 죽이려고 들지는 마라.”
“안 해, 병신아. 네가 없으면 홍
왕계는 머리 나쁜 무인놈들 밖에 안 남을 텐데,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 라고.”
이현수가 손사레를 쳤다.
어쨌거나 말이 통하는 이가 있다 는 건 항상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급해 보이는군?”
“빨리 꺼지라더니.”
이현수가 눈을 찌푸리고는 말을 이었다.
“전세기는 그쪽에서 준비해라. 한 국에서 구해 오는 건 번거로운 일이
니까.”
“최상급으로 준비해 드리지. 짧은 비행 시간 동안 더없이 안락하게 말 이야. 기내식도 준비해 드릴까?”
“주둥아리 털기는.”
이현수가 가만히 차이커창을 바라 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주님은 중국에는 관심이 없다. 너희가 한국을 노리지만 않는다면 별문제는 없을 거다.”
“흐 ”
■司’ •
“너희 입장에서는 작은 나라에 불
과해. 그렇게 득달같이 달려들 필요 는 없지. 창왕이 만족이라는 걸 아 는 놈이었다면, 지금처럼 야산에 암 매장당하는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 을 거다.”
“협박 잘 들었다. 다 지껄였으면 꺼져.”
“개새끼.”
이현수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 리고는 방을 나갔다.
쿵, 문이 닫히자 차이커창이 담배 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만족이라……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기는.
홍왕계는 결국 홍왕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왕은 강진호에게 무인으로서의 호승심을 느낄지언정 세력으로서의 우위를 논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는 덫에 걸려 버렸어.’
홍왕은 반드시 강진호를 자신의 힘만으로 이겨내고 싶어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홍왕계가 총회에 비 해서 압도적인 힘을 갖추는 날이 온 다고 해도 •홍왕은 절대 그 힘을 이 용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인과 무인의 정당한 승부로 강 진호를 이기기 위해서.
‘그걸 방해하는 이는 누구라도 용 서받을 수 없겠지. 설사 나라고 해 도.’
하지만…….
홍왕이 강진호를 홀로 꺾어낼 수 있을까?
정말?
차이커창이 담배 필터를 잘근잘근 씹었다.
“……케이지가 너무 단단하군.”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지만, 차이커창은 굳이 이 상황을 벗어나 려 들지 않았다. 창왕에게 쫓겨 한 국으로 도주할 때에 비한다면 이건
천국과도 같은 상황이니까.
동물원에 갇힌 짐승은 불행하다고 하지만, 야생에서 굶어 죽어가는 짐 승에 비한다면 적당히 안락하고 즐 거운 삶이겠지.
“젊은 날의 총기를 잃고 권력과 편안함에 취한다라……
차이커창이 낮게 웃었다.
“나도 늙어가는군.”
재떨이에 재를 터는 차이커창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