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79)
마존현세강림기-1781화(1778/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14화)
3장 혼란하다 (4)
“우와! 공항 엄청 크다!”
“……뭐가 커 인천공항에 비하면 그렇게 큰 것도 아니구만.”
“인천공항 가보셨습니까?”
“너…… 설마 비행기 처음 타냐?”
“탈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수련 하기 바빴지. 배타고 제주도는 한번
가봤습니다.”
“자랑이다.”
버스가 공항을 향해 줄지어 들어 갔다.
“여권 없는데, 괜찮습니까?”
“……좀 앉아라.”
“중국어 못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앉으라고, 이 미친놈들아.”
이현수가 이마를 꾹꾹 눌렀다.
하필이면 그가 탄 버스에 마염들 이 들어차 있다. 이놈들은 머리까지 마기가 들어찼는지 생각이라는 게 없다.
“중국어가 왜 필요해! 비행기로 바로 갈 건데!”
“어? 그럼 저희, 공항에 안 들어 갑니까?”
“건물로 안 들어가는 거지. 비행 기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바로 간 다.”
그 말에 몇몇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몇몇은 아쉽다는 듯 입맛 을 다셨다.
‘아쉬워하는 놈은 뭐야?’
소풍 온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전투 후의 반동은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무기력증에 빠져 공포심과 싸우거나, 다른 하나는 과도한 활력 을 보이는 것.
처음에는 마염들이 과히 흥분해 있는 걸 보면서도 차라리 무기력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던 이현수이 지만, 이쯤 되면 말이 좀 달라진다.
“적당히 해라. 아직 아픈 놈도 많 은데.”
“죽는 것도 아닌데요, 뭘.”
“남자가 가스 좀 마셨다고. 그거 군대 가면 다 하는 겁니다. 아, 실 장님은 군대 안 다녀오셨나?”
“그런데 이 새끼들이?”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자 마염들이 찔끔하여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현수가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하튼간에……
기분은 이해한다.
어쨌거나 다들 죽음을 각오하고 중국으로 넘어왔다. 죽자고 하는 사 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저 중 대부 분은 살아서 한국 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이들 이다.
그런데 사지 멀쩡하게 다시 한국 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그 감회야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뒤쪽 에 따라오는 트럭들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절로 무 거워 졌다.
피해는 크지 않다.
그들이 얻어낸 것에 비하면 피해 가 크지 않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수라고 해도 죽음은 죽 음이다. 그걸 외면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회주님.”
“ Q »
“곧 도착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시기 전에 홍왕을 잠깐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여쭤봐도 되 겠습니까?”
강진호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중국이 정리되는 대로 한국으로 찾아올 테니, 다시 한판 붙자더군.”
이현수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무인이란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대화를 나누는 건가?
“쓸데없는 짓을.”
이현수는 그리 말하는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여하튼 이들의 세계는 이현수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중국을 정리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이현수가 살짝 입맛을 다셨다.
강진호와 대화를 해보면 이 사람 이 정말 중국이라는 땅에 아무런 미 련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정말 욕심이 나지 않으십니까?”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해야 하 나?”
“사람이라는 건 상황과 입장에 따 라서 생각이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어려울 때와 쉬울 때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생각 하는 건데……
“ 예?”
“대체 네가 말하는 중국을 먹는다 는 게 무슨 의미지?”
이현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무인계를 지배할 수도 있고, 무 인계만 지배한다면 저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쓸어 담을 수 도 있잖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건 땅따먹기가 아니야.”
“무인계를 지배한다고 치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떻게든 해냈다고 치자고. 그럼 이제부터 내가 중국 무인들을 키우면 되나?”
“ o 으”
“아니면? 적당히 약하게 만든 다 음에 그놈들을 이용해서 뭘 해볼 까?”
이현수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쓸데없이 일을 늘리는 것밖에 안 돼. 그저 중국을 내가 발아래 뒀다 는 자부심 하나를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다.”
“보통은 그 자부심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는 법이죠.”
“나는 아니야.”
강진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무인으로서의 호승심은 아직 남아 있다. 아니, 그건 여전히 강진호를 움직이게 만드는 행동원리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명예욕은 존재 하지 않는다. 타인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가 어떤 업적을 세우든, 그건 그의 삶을 바꾸지 못하니까.
“주객전도지.”
“ 예?”
“안락하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일 인데, 내가 스스로 그 안락함을 포 기하면서까지 다른 곳에 매달릴 필
요는 없다는 의미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더 늘리는 건 자제해야겠지.”
이현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본 다.
“왜?”
“아니, 아니요……
이현수가 살짝 겸연쩍은 듯 입을 열었다.
“회주님이 이리 말을 잘하시는 분 인가 해서.”
딱히 부정할 수 없던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조금.”
“ 예?”
“조금 옛 생각을 했을 뿐이야.”
강진호가 더 말을 하지 않고 팔 짱을 낀 채 의자에 등을 기댔다.
‘초심이 라……
과거의 꿈을 꾼 것 때문인지 여 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느새 그 의 삶이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게 변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번 창왕과의 전쟁은 과거 그가
마교를 이끌고 중원을 횡행하던 때 와 딱히 다를 게 없었다. 그때도 상 대들은 온갖 수를 써 그의 발목을 잡아댔다. 결국 강진호는 무력으로 그 모든 걸 뚫어냈지만 말이다.
똑같은 전쟁과 똑같은 삶.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 그는 군림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간다 는 점일 것이다.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검이라……
“ 예‘?”
“아무것도 아니다.”
흑왕이 한 말이 한 번씩 떠올라 그를 생각하게 만든다.
‘날카로움이라……
과거의 적천마존은 확실히 지금의 강진호에 비한다면 몇 배는 더 날카 롭게 벼려져 있던 칼이다.
더 강하고 더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삶을 대하는 자세의 문제다.
하지만…….
‘굳이 날카로울 필요도 없지.’
강진호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 다.
하늘이 더없이 푸르다.
시리도록.
여러 대의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 는 격납고 앞에서 내린 총회의 무인 들이 비행기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촌놈처럼 두리번거리지 말고 빨 리 타라!”
딱히 두리번거리는 이는 보이지 않지만, 이현수는 학생들을 인솔하 는 선생처럼 쉴 새 없이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왜 저런답니까?”
“냅 둬라. 저것도 병이야. 못 고 친다.”
천태훈과 방진훈이 그 모습을 보 며 혀를 찼다.
수속을 할 필요가 없기에 탑승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안타깝게 죽은 이들의 관을 싣는 데 시간이 좀 걸 렸을 뿐이다.
“탑승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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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미 소를 지었다.
중국 땅에서 중국 정부가 준비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간다라…….
“그야말로 개선이로군.”
“사실 그럴 자격이야 충분하지 않 습니까?”
“그도 그러네.”
“우리 정부 측에서도 전세기를 보 내준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만, 번거 로울 것 같아서 일단 제 선에서 거 절했습니다.”
“잘했어.”
나쁜 의도는 없겠지만, 지금은 하 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 은 마음뿐이다.
“타시죠.”
U 으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행 기의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 계 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비행기의 입구 앞에
선 강진호가 가만히 뒤를 돌아보았 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강진호는 쉽사리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든다.
이대로 한국으로 가면 한동안 중 국 땅을 밟을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여기는 중원이 아니야.’
같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같은 시 간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건 다른 세상이다. 그쯤은 강진호도 얼마든
지 알고 있다.
하나…….
어쩌면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을 과거의 중원처럼 여기며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그와 강진호에게만은 이곳 은 여전히 중원일지 모른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 니까.
“먼저 타. 한 대 피우고 들어가 지.”
“ 예.”
이현수가 별말 없이 비행기 안으
로 들어갔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폐를 쓰다듬은 연기가 허공으로 천천히 흩어졌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다.
그가 정말 청마라면 왜 지금에 와서야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까?
그리고 그는 대체 자신에게 무엇 을 바라는 걸까?
아직은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일 이다.
하지만…….
“고리타분하군.”
강진호가 가만히 담배를 빨아들였 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설사 흑왕이 청마라고 해도 강진호는 그의 바람 에 화답해 줄 수 없다. 그게 어떤 바람이든 말이다.
왜냐면 강진호는 더 이상 적천마 존이 아니니까.
“과거는 과거지.”
담배 끝을 튕겨 불을 끈 강진호 가 꽁초를 바닥으로 던지려다 머쓱 한 얼굴로 주머니 안에 찔러 넣었
다.
그러고는 미련없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간이 계단을 제거하고 준비를 마 친 비행기가 별다른 대기 없이 활주 로로 향한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올라 한국으로 향하기 시 작했다.
공항 건물의 최상층.
VIP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앉 은 이가 확 트인 전면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비행기의 뒷모습
에 고정되어 있었다.
쪼르륵.
사내가 손을 뻗어 술병을 잡고는 잔에 따랐다.
위스키를 가득 따른 사내가 두어 번 잔을 흔들고는 쭉 들이켰다.
탁!
잔을 내려놓은 사내가 미묘한 미 소를 머금고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비행기의 모습을 두 눈으로 쫓았다.
위잉.
자동문이 열리며 정장을 차려입은 이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가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깊이 고개를 숙
였다.
“출발하시겠습니까?”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볼일이 끝났으니 가봐야지.”
“재회는 어떠셨습니까?”
“재회라……
사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아 보이더군.”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얼굴이야. 사람 같더군.”
“그럼 조금 일찍 뵐 걸 그랬습니 다.”
사내가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술
병을 들었다.
“이 술은 사십 년을 숙성하지.”
“물론 사람의 입이라는 건 제각각 다른 법이니, 오래 숙성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풍미만은 깊어지지.”
“그렇습니다.”
“사람도 다를 바가 없어.”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를 바로 만났다면 달라진 게 없는 그를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건 의미가 없는 일이지. 술을 오 크통 안에서 숙성시키며 기다리듯
그라는 사람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었지.”
“그럼 이제 기다림이 끝난 겁니 까?”
사내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길 기대하고 있지. 어쩌면 나뿐 아니라 그도 말이야.”
사내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 나 밖으로 걸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반쯤 비어버 린 술병만이 외로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