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81)
마존현세강림기-1783화(1780/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16화)
4장 도착하다 (1)
“다시 뵙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 면 실례가 되겠습니까?”
자신에게 다가오며 미소 짓는 고 한봉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귀국을 축하드립니다, 회주님.” 고한봉의 자세는 더없이 깍듯했
다.
이미 김명찬 사태 등에서 얻은 교훈으로 강진호에게 더없는 예의를 다하는 고한봉이지만, 오늘 그의 모 습은 이전과는 또 다른 엄정함을 갖 추고 있었다.
물론 그걸 강진호가 알아보는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강진호가 활주로 쪽으로 줄지어 다가오는 버스를 보며 살짝 눈을 가 늘게 떴다.
“ 앰뷸런스는?”
“눈에 띌 것 같아서 버스로 대체 했습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인원
들은 버스를 통해 따로 마련한 의료 센터로 이송할 것입니다.”
그제야 강진호의 고개가 끄덕여졌 다.
물론 이제는 목숨이 경각에 달한 중환자는 없지만, 그래도 이상이 있 는 이들은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 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넘겼다가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그 책임은 모 두 강진호의 것이니까.
이현수와 협의가 되었는지는 모르 겠지만, 어쨌든 고한봉이 먼저 나서 서 이리 처리를 해주니 고마운 마음 이 들었다. 의사를 수배하는 건 총
회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대규모 의 검사 장비와 치료기기를 동원한 센터를 임시로 만들어주는 건 국가 단위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이었다.
“따로 말씀을 드리긴 하겠지만, 대신 군인 흉내를 좀 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화학 가스를 홉입한 민간인이 대거 치료받는 사 태가 벌어지면 아무리 의사들을 단 속해도 말이 빠져나가는 법이라.”
고한봉의 말에 강진호의 눈가가 실룩였다.
“……군인 흉내요?”
그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자 고한 봉이 재빨리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 다.
“정 불편하시다면 그러지 않으셔 도 됩니다.”
“아니, 불편한 게 아니라……
“그럼 왜……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새 생양아치들처럼 활주 로에 퍼질러 앉아 담배를 피워 대는 회원들을 본 강진호가 답지 않게 자 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도는 해보겠습니다만, 그 게 될까요?”
그제야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걸 깨달은 고한봉이 어색한 얼굴로 헛 기침을 했다.
“군인보단 간첩 쪽에 좀 더 가까 운 것 같은데.”
도무지 강진호와는 대화를 이어가 기 힘든 고한봉이었다.
마침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빠르 게 인원을 통제한 이현수가 그들 쪽 으로 달려왔다.
“아이고! 총리님, 오셨습니까!” 구세주를 본 고한봉이 활짝 웃음
을 지었다.
“하하하, 실장님은 갈수록 정치인 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게 국 회에서 많이 보던 인사법인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현수가 가볍게 너스레를 떨고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중국에서 치료를 받고 넘어오는 방 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서.”
“하하, 치료는 당연히 조국에서 받아야지요. 국가를 위해 가신 분들 에게 치료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 아니겠습니까.” 고한봉이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윗분도 이 일은 실수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이미 지시를 내 리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드러움 속에서 서로 챙길 것은 다 챙기는 두 사람이었다.
고한봉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우 지 않으며 슬쩍 말을 건넸다.
“그 외에도 나눠야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긴 시간 비행하신 분 들께 혹여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쉽사리 자리를 권하지 못하겠습니 다.”
“하하, 중국에서 여기까지 비행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요.”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의 얼굴을 살폈다.
강진호가 담배를 빼어 문 채 노 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댁이 회준데!’
이현수가 자꾸 눈치를 줬지만, 강 진호는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다. 강제로 자리를 만드려고 하면 탈주
라도 할 기세였다.
‘아니.’
물론 강진호는 원래 그런 자리를 극도로 싫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대놓고 표정을 드러내 는 타입은 아니었다.
‘왜 이러시는 거냐고!’
비행기에서 대화를 나눌 때부터 강진호가 예전과는 뭔가 조금 다르 다는 느낌을 자꾸 받는 이현수였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강진호의 변화 가 이현수에게 그리 좋은 쪽이 아니 라는 점이겠지.
이현수가 고한봉 몰래 작게 한숨
을 내쉬었다.
“총리님께서 오셨으니, 회주님과 자 리를 만드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현수가 그새 적절한 변명을 찾 아낸다.
“죄송스럽게도 회주님께서 아직 부상을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가 길 게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려울 것 같 습니다.”
“아아, 그랬지요. 회주님께서 부상 을 입으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만, 제가 너무 들떠서 잠시 잊었습 니다. 아프신 분을 이리 잡아두다니, 제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대 답했다.
그 자연스러운 대답을 들은 이현 수의 입매가 푸들푸들 떨렸다.
‘부상은 얼어 죽을.’
몸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무리하 지 말라고 한 이현수의 말이 무색해 질 정도로 순식간에 자리를 털고 일 어난 강진호다.
예전의 강진호도 회복력으로 따지 면 인간을 벗어난 수준이지만, 지금 은 거의 외계인으로 봐야 할 지경이 었다.
부러진 것도 아니고 으스러진 뼈 가 단숨에 나아버리고, 찢어진 것도 아니고 뜯겨 나간 피부가 흉터도 없 이 나아버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저걸 전수할 수 있으면 의사들 다 굶어 죽지.’
여하튼 지금 강진호는 거의 회복 을 끝낸 상태다. 아니, 회복이 덜되 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총리와의 간단한 회의를 거부할 정도의 몸 상 태는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저리 혼자만 쏙 빠져나가 려 하니 열불이 터질 수밖에.
“우선은 정양하십시오, 회주님. 회
주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 는 이 실장님과 따로 회의를 좀 하 겠습니다.”
“그러시지요.”
강진호가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이현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총리님 잘 모시고.”
이현수가 그의 눈에 담을 수 있 는 한계까지 껄끄러움을 담아 강진 호를 바라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의 절절한 감정은 강진호에게 전해 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그 순간이었다.
부우우우우우웅!
딱히 조용하다고 할 수 없는 활 주로에 강렬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 진다.
자연스레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스포츠카 한 대가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 다.
“……저게 왜 여기 있어?”
끼이이이이익!
맹렬하게 접근해 과격하게 멈춰 선 스포츠카의 운전석이 열리더니,
슈트를 입은 이가 차에서 내린다. 그러고는 정중하게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 이종욱이, 너 이 새끼. 본부에서 업무 처리나 하라니 까 왜 여기 와 있어?”
황당함에 옆에 총리가 있다는 것 도 잊어버리고 욕을 내뱉어 버린 이 현수였다. 하지만 욕을 얻어먹은 이 종욱은 겁을 먹기는커녕 되레 빙긋 웃으며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저야 일하고 싶었죠. 그런데 회 주님이 차 가지고 오라는데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제가 실장님 지시 따른답시고 회 주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잖습니 까?”
그 능글맞은 대답에 이현수의 혈 압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가 이종욱 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두드 려 주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회주님. 그런데…… 저 를 좀 보호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요. 실장님이 화가 많이 나신 모양 인데.”
“ 화?”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이현 수를 바라본다. 이현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재빨리 풀었다.
“괜찮아. 지금부터 이 실장은 바 쁠 테니까.”
“그럼 다행이고요.”
이종욱의 빙긋 웃는 얼굴을 본 이현수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이 실장.”
“예, 회주님.”
“뒤처리는 맡기지. 나는 가봐야
할 데가 있어.”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는 뒤처리 같이해 주신 적 있으십니까. 그냥 빨리 가십시오. 시 간이라도 벌게.”
“명령대로.”
강진호가 싱긋 웃더니 붕붕이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미련없이 차를 출발시켰 다.
부우우우우우웅!
순식간에 멀어지는 스포츠카를 보 며 이현수가 헛웃음을 홀렸다.
세상에 저렇게 산뜻하게 가버릴 줄이야.
“……회주님이 좀 변하신 것 같습 니다?”
눈치 하나로 먹고사는 정치인답게 고한봉도 강진호가 평소와는 다르다 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글쎄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른 이 현수가 적당히 말을 얼버무렸다. 하 지만 고한봉은 멀어지는 강진호의 차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이제는 좀 쉬실 때도 됐지
요.”
“••••••예?”
“회주님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 려오지 않았습니까. 이만한 산을 넘 었으니, 이제는 조금 마음을 풀고 쉬어 갈 만도 하다, 이 말입니다.”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쉬어 간다라……
강진호가 그런 개념을 아는 사람 이었다면 지금까지 이런 고생을 하 지도 않았겠지.
외부인은 그리 볼지도 모른다. 지 금까지 지속되던 압박이 일시에 사 라지면서 강진호가 느슨해졌다고 말
이다.
하지만 강진호에 관해서는 친부모 와도 논쟁할 자신이 있는 이현수가 보기에 지금 강진호의 상태는 일시 적인 해방감에 취한 게 아니다.
차라리 근본적으로 뭔가가…….
“흐음.”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모르겠다.’
어쨌든 그리 나쁜 방향은 아니다. 강진호는 언제나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실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채 살아왔으니까.
고한봉의 말처럼 이제 쉴 때가
되어서든, 이현수의 생각처럼 무언 가 심정의 변화가 있어서든, 어쨌든 그 긴장의 끈이 풀린 건 강진호를 편히 만들어줄 것이다.
“물론 우리와는 관계없는 이야기 지요.”
“허허, 그렇죠.”
고한봉과 이현수가 웃으며 서로를 마주 본다.
빙그레 웃는 입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눈이 서로를 탐색한다. 지금 부터 무척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 다.
기본적으로 관계라는 건 어떻게든
상하가 나뉠 수밖에 없다. 서로가 가진 입지가 달라지면 이제껏 이어 오던 관계를 재정립하는 순간이 반 드시 필요해진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재정립이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 겠습니까?”
“허허, 제가 수련을 하는 여러분 처럼 체력이 좋지는 못하겠지만, 그 래도 아직은 어디 가서 늙었다는 소 리는 듣지 않고 삽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안으로 가시 죠.”
“그러십시다.”
고한봉과 회의실로 향하기 전, 이 현수가 위긴스와 방진훈을 바라보았 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와. 복귀는 알아 서 하고.”
“차 한 대 정도는 내주시겠죠.”
“하하, 물론입니다.”
오래된 친구처럼 휘적휘적 걸어가 는 두 사람을 보며 방진훈과 위긴스 가 고개를 내저었다.
“정치인이라는 건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이들이로군.”
“……저 이현수도 징그럽기는 마 찬가지입니다.”
“그도 그래. 정말 그렇지.”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두 마리의 뱀이 서로를 향해 쉭쉭대 는 것 같아 보인다.
“저것도 전쟁이지.”
“더 지독한 전쟁이요.”
학을 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버스에 타는 회원들을 바라보았다.
전쟁의 마무리라는 건 언제나 이 렇게 조금은 노곤하고, 조금은 지리 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