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82)
마존현세강림기-1784화(1781/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17화)
4장 도착하다 (2)
부우우우웅.
새벽의 도로를 스포츠카가 질주한 다.
강진호가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차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 잘 없는 그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큰 소리 로 음악을 듣고 싶은 기분이다.
손가락을 비벼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반사적으로 액 셀을 꽉 밟자, 차의 바퀴가 맹렬하 게 회전하며 속도를 높여갔다.
“ 이크.”
어느새 시속 150을 넘은 걸 확인 한 강진호가 속도를 확 줄였다.
쓴웃음을 지은 그가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뭔가 진정이 안 되는데……
왜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쟁이 끝난 뒤에 고양감이나 허 무함이 몰려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
지만,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 은 그런 것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정확하게 짚어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건 이 감정이 강진호에게는 꽤 낯선 감정 이라는 것이다.
발끝부터 뭔가 간질간질하면서 속 은 시원한 느낌이랄까.
‘입마라도 오는 건가?’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한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이상한 것 외에 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창왕이 죽기 전에 그에게 뭔 가 암시를 걸었을 가능성마저 고려
해 봤지만, 그의 몸은 부상의 여파 가 조금 남아 있는 것 외에는 완벽 했다.
“흠.”
강진호가 느긋하게 시트에 등을 기댔다.
감정적으로 조금 업되었을 뿐, 딱 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병적으로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게 문제다.
기분이 이상하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만.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 버린 강진 호가 반사적으로 액셀을 밟으려다가
슬쩍 발을 페달에서 내렸다.
‘조심은 해야겠어.’
어쩐지 사고를 칠 것 같은 기분 이었다.
사람이란 건 참 이상한 존재다. 아니, 어쩌면 부모라는 게 참 이 상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이 꼭두새벽 부터 기어나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 다 돌아오는 것을 보면 자연히 안쓰
러운 마음이 들기 마련 아니겠는가.
밖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오는가는 그 리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돈을 많이 못 벌고, 대단 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건강 부터 챙겨줬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 음 아니던가.
그럼에도 이상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그 안쓰럽던 자식 놈이 소파에서 하릴없이 굴러다니는 걸 지켜본 지 가 불과 삼 일밖에 지나지 않았는 데, 이상하게 열불이 터진다는 사실
이다.
“ 진호야.”
“ 네?”
“……회사 안 가니?”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 었다.
“지금은 제가 가도 할 일이 없어 요.”
“……그래도 출근이라는 게 그게 아닌데.”
“가면 괜히 방해만 돼요.”
백현정의 얼굴이 미미하게 떨렸 다.
저거, 틀린 말은 아니겠지. 강진
호는 이런 일을 거짓말할 사람이 아 니니까.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사람 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가 바로 강 진호 아니던가.
그러니 바른말이라고 봐야 하는 데…….
‘왜 바른말을 듣는데 속이 시끄럽 지?’
이상한 일이다.
백현정이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지칠 때도 됐지.’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강진호 는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제대로 휴
가를 가져 본 적도 없었다. 남들은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덕분에 남들은 감히 꿈꾸지도 못 할 부를 벌어들이기는 했지만, 그 대 가로 가장 활기차야 할 이십 대의 젊음을 고스란히 헌납하지 않았는가.
부모 된 입장으로서는 너무 이른 성공에 목을 매기보다는 인생을 조 금 더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였다.
‘그래. 좀 쉬어야지.’
백현정이 따뜻한 눈으로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따뜻한 시선은 그리 오래 이 어지지 못했다.
“……저거, 일 안 한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같은 회 사 다니시면서.”
강유환이 떨떠름한 눈으로 소파에 누워 과자를 처묵처묵하고 있는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가?’
왠지 살도 좀 붙은 것 같은데?
강유환이 묘한 눈으로 입을 열었
다.
“……남매는 남매인가 보네, 하는 짓이 똑같은 걸 보면.”
“아빠! 나는 요즘 안 저러잖아!”
“그렇지.”
휴식기가 끝나고 다시 활동기에 돌입한 강은영은 나름 연예인의 폼 을 회복한 상태였다. 아직 인기가 다 죽지는 않았는지, 그래도 아침부 터 밤까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물론 예전처럼 이른 새벽부터 늦 은 밤까지 쉴 틈도 없이 빡빡한 스 케줄에 끌려 다니지는 않지만, 그건
찾아주는 곳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더 는 그렇게까지 무리를 할 필요가 없 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집에 잉여 인간이 하나 사라 졌다고 생각했더니, 저게 잉여 인간 이 되네. 이게 뭔 잉여 인간 보존의 법칙도 아니고.”
“이제 겨우 일주일인데요, 뭐.”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던데, 저건……
“ 여보.”
“ o ”
흐 •
백현정이 환하게 웃었다.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뒈 지고 싶지 않으면.”
“어디 남의 아들이 내 아들을 까?”
강유환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강유환이 시선을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내 새끼가 저렇게 소파에 드러누 워 있던 적이 있었나?’
물론 소파는 가족 모두의 것이지 만, 강진호에게 있어서 소파란 정자 세로 앉아 가끔 등을 기대는 물건이
었다. 지금처럼 드러누워 과자 부스 러기를 홀려 대는 곳이 아니라.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광경이지 만, 평생을 당연하지 않게 살아온 놈이 이제 와 당연한 짓을 하니 그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다.
“ 진호야.”
“ 네?”
“회사 안 가니?”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휴가 냈어요.”
“……휴가라니. 휴가철도 아닌데.”
“지금까지 몇 년은 안 갔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강유환이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물론 휴가야 마음대로 낼 수 있 겠지. 제 회사니까.
“그럼 친구는 안 만나니?”
“애들이 바빠요.”
강유환의 눈가가 실룩이기 시작했 다.
“그럼 최연하 씨라도 좀 만나고 그래. 간만에 쉬는데.”
“어제 만났어요.”
“••••••그래?”
“ 네.”
뭔가 짜증이 난다.
강유환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 다.
“아니! 젊은 놈이 쉬면 좀 나가서 놀기도 하고! 여행이라도 좀 가든 가! 집구석 소파에 누워서 일주일째 굴러다니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 사람이 할 짓이야?”
지금까지의 강진호라면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자세를 바로 하고 사 과를 하든가, 그게 아니면 자신의 논리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적어도 강유환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강진호
는 지금까지의 강진호가 아니었다.
“피곤해서 그래요, 피곤해서.”
강진호가 모로 드러누워 쿠션을 머리에 벤다.
“저, 저••••••
강유환이 어이가 없어 입을 쩌억 벌렸다.
‘내 새끼가 왜 저리됐지?’
아니, 아니지.
지금까지 워낙 고생을 해서 그런 가?
“여보, 여보.”
강유환이 다급하게 백현정을 불렀 다.
“ 왜요?”
“저, 저게 그 요즘 티비에서 말하 던 번아웃 증후군인가 뭔가 하는 그 거 아냐? 사람이 갑자기 의욕을 잃 고 일을 손에서 놔버린다는 그거.”
“……번 뭐요?”
“번아웃! 번아웃!”
“근데 이 양반이 왜 갑자기 소리 를 질러?”
강유환이 찔끔하고는 목을 움츠린 다.
“아니, 나는 걱정이 돼서.”
“냅 둬요. 그래도 진호인데, 며칠 이나 가겠어요?”
“ O으”
— T그 •
“그만큼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뛰 어다녔으면 좀 쉴 때도 됐지. 그 번 아웃인가 뭔가는 치료법이 뭐래요?”
“쉬는 거라던데.”
백현정이 뚱한 얼굴로 강유환을 바라본다.
“……쉬게 해주자, 이 말이지.”
“알면 잔소리 그만하고 냅 둬요. 보기 좋구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백현정 역시 자꾸만 드러누워 있는 강진호를 힐 끔힐끔 바라본다.
“안 하던 짓을 하니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렇지?”
그러자 강은영이 피식 웃어버렸 다.
“안 하던 짓이라고 하니까 좀 이 상하네. 예전에는 원래 저랬잖아, 오 라비.”
“웅‘?”
“예전에 교통사고 당하기 전만 해 도 거의 인간 말종이었지. 공부도 안 하지, 운동도 안 하지, 친구도 별로 없지,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저 렇게 굴러다니거나 컴퓨터만 하고.”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전 이야기 도 아니잖아?”
“……굉장히 옛날이야기 같은데.”
“사람이 바뀌어도 근본은 어디 안 가는 법이지.”
불과 며칠 전에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도 콧방귀를 뀔 수 있었을 것 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하게 비웃 을 수가 없다.
소파에 들러붙어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저놈의 트레이닝복은……
평소에는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도 여유로움으로 보였는 데, 오늘따라 저 트레이닝복이 더없 이 추레해 보인다. 당장 벗겨서 가 져다 버리고 싶을 만큼.
“……여하튼 괜찮아지겠지.”
“그렇지.”
뭔가 가족들의 불안한 눈빛이 쏟 아졌지만, 강진호는 그 눈빛을 받으 면서도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근데 이 양반이 왜 출근을 안 하 셔? 뭐, 어디 가셨데?”
“집에 계시다는데요?”
“ 오늘?”
“ 네.”
“그동안은 뭐 하시고?”
“계속 집에 계셨다는데요?”
방진훈이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열흘 동안?”
“네.”
“출근 한 번을 안 하고?”
“ 네.”
방진훈의 고개가 묘하게 꺾였다.
“거참, 이상하네. 그럴 양반이 아
닌데. 그새 연락은 하나도 없었고?”
“전화 한 통 왔었습니다.”
“뭐라시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전사한 애들 가족한테 지 급할 보상안 마련해서 보고하라고 하더라고요. 부상 깊어서 장애 남은 애들이랑 더는 총회에서 활동 못 하 게 된 애들도 따로 추려서 보상안 마련하고요.”
“그러고는?”
“그게 단데요.”
방진훈의 눈가가 푸들푸들 떨렸 다.
“아니, 이 양반이 전쟁 끝났다고 정신줄을 놔버렸나. 어떻게 열홀 동 안 출근 한 번을 안 하지?”
예전의 강진호였다면 부상이 낫자 마자 총회로 달려와 온갖 닦달을 해 댔을 것이다.
보나마나 커다란 의자에 앉아서 담배 한 대 꼬나물고 턱짓으로 온갖 지시를 해 댔을 텐데…….
“어디 부상이 있으신 거 아냐? 그거 숨기려고 일부러 출근을 안 하 신다든가?”
“……그렇게 섬세하신 분이 아닙 니다.”
“……그렇지, 그렇지. 그건 확실히 그렇지.”
방진훈이 이 이해할 수 없는 기 사에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네. 여하튼 그래서 괜찮 아? 회주님이 안 계시는데?”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일처 리가 쾌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일주일쯤 더 쉬어주 셨으면 좋겠는데.”
이 새끼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여하튼 너 이 새끼, 회주님 없다 고 일처리 네 맘대로 하지 말고, 제 대로 보고하며 진행해. 알았어?”
“전화를 잘 안 받으신다니까요.”
“그럼 찾아가, 이 새끼야! 애새끼 가 빠져 가지고.”
불만어린 표정을 숨기지 않는 이현수를 보며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르겠네.’
그 강진호가 열흘이나 출근을 하 지 않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 에 방진훈이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