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89)
마존현세강림기-1791화(1788/2125)
마존현세강림기 72권 (24화)
5장 돌아보다 (4)
“왜 저러고 있는 건지 나한테 설 명을 해줄 사람?”
“글쎄, 그게……
조미혜의 볼이 경련을 일으킨다.
그녀의 눈에 보육원 거실 TV에 연결된 게임기로 신나게 게임을 해 대고 있는 강진호와 한진성의 모습
이 똑똑히 들어왔다.
게임?
어, 할 수 있지. 그럼 할 수도 있 지.
그런데 그 게임기 앞에 놓인 과 자 봉지와 음료수 컵들이 그녀의 머 리를 살짝 돌려 버리고 있었다.
“야! 재수생!”
“아오, 씨!”
한진성이 고개를 홱 돌린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재수생을 재수생이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 공부 안 하고 뭐 하는데?”
“하……
한진성이 혀를 쯧, 차더니, 조미 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이라는 건 적당한 휴식을 취 해줘야 할 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거야. 그것도 몰라?”
“……얘들아.”
“옹, 언니.”
“저 잉여 인간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는데?”
“저녁 먹기 전부터였을걸?”
“아하? 저녁 먹기 전? 지금 시간 이 11신데?”
조미혜가 앞으로 달려들어 한진성 의 등짝을 걷어찼다.
“야, 이 망할 인간아! 니가 그러 고도 사람이냐!”
“악! 아악! 내가 아니라 형이 하 자고 했다니까! 진호 형이!”
“오빠가 그럴 리가 있냐? 네가 꼬셨겠지. 안 그래, 오빠?”
조미혜의 눈이 자신을 향하자 강 진호가 빙긋 웃었다.
“그럼.”
“거봐, 인마!”
“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 니!”
“놈? 이게 어디 오빠한테 놈 소 리를 해!”
등짝을 후려 맞는 한진성을 보며 강진호가 조심스레 컨트롤러를 내려 놓았다.
얻어맞는 와중에도 한진성이 원독 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강진호 는 그 시선을 깔끔하게 외면했다.
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가, 인간아! 가! 왜 생활관 나간 사람이 이 시간까지 들어와 놀고 있 어! 니 집으로 가라고!”
“아니! 저기, 이사장이 같이 노는 데, 왜 나만……
“이사장이야 이사장이니까!”
“와••••••
굉장히 억울하지만 말은 된다.
“……그런데 오빠는 이 시간에 집 에 안 가고 뭐 해? 오늘 자고 갈려 고‘?”
“응? 아니. 뭐, 그런 건 아닌 데……
강진호가 슬쩍 조미혜의 눈치를 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뭐, 집에 빨리 들어가 봐야 할 것도 없고.”
“응?”
미묘한 표정 변화를 귀신같이 알
아챈 조미혜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 진호를 바라본다.
“흐음.”
강진호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뭐, 편한 대로 흐fl. 자고 갈 거면 저 방에서 자고.”
“그래도 돼?”
“……이사장님, 왜 이러시는 건데 요? 여기 이사장님 소유 건물 아니 십니까?”
“재단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재 단의 소유……
“아, 됐고.”
‘그 재단이 니 거잖아요’ 소리를
삼킨 조미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하튼 편한 대로 하세요.”
게임을 하든 드러누워 자든 강진 호가 오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기 본적으로 강진호가 보육원에 와 있 으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좋아지는데…….
“근데 쟤들은 다들 왜 저러지?”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 이들을 본 조미혜가 고개를 갸웃했 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도 조금 나 른한 느낌이 든다. 벌써 잘 시간은 아닌데 말이다.
“별문제는 없어?”
강진호의 말에 조미혜가 눈을 찌 푸렸다.
“또, 또 뭘 사들이려고. 오빠 쇼 핑 중독이야.”
“아까는 이사장이라더니.”
“개인 카드로 긁으니까 그렇잖 아!”
이건 미묘한 일이었다.
성심 복지 재단의 자본금은 그냥 강진호의 개인 통장에서 출자된 돈 이다. 물론 나름 이익 사업을 하여 운영비를 보충하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강진호의 사
비로 메워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내 돈을 쓰는 쪽이 훨씬 편한데.’
골치 아픈 회계 처리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물론 그걸 강진호가 하는 건 아 니지만.
“그래서 필요한 건 없어?”
“오빠.”
“응?”
“우리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 들이야. 얻어먹기만 하는 건 아니라 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혹시 기분 나쁘게 했으
면 미안하다.”
“왜 그걸 그렇게 받아! 사람 무안 하게!”
조미혜가 빽 소리를 지르자 한진 성이 실실 웃는다.
“왜 지가 화를 내지?”
“ 죽는다?”
“네……
한진성이 슬쩍 조미혜의 눈치를 보고는 강진호에게 속삭였다.
“형.”
“ 웅?”
“요즘 애들 휴대폰이 없어. 동영 상 강의니 뭐니 해서 필요한데.”
“음, 애들이 폰이 필요하다고?”
“오빠,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어.”
“아니, 아니지.”
한진성이 당당하게 말했다.
“생각해 봐. 이게 놀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학업을 위한 일이잖아. 그럼 진호 형의 문제가 아니라 보육원의 문제가 되는 거지. 진호 형은 재단 의 이사장으로서 이걸 당연히 알아 야 한다고!”
“그냥 우리끼리 알아서 하면 되 지.”
“어허!”
한진성이 강진호의 어깨를 주무르
며 말했다.
“너, 뭘 잘 몰라서 하는 소린데, 진호 형은 성심 보육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 이거 야. 그런데 잘 모르는 일 때문에 그 평가가 깎이면 얼마나 섭섭하겠어. 형, 안 그래?”
“뭐래?”
한진성이 찌그러지자 조미혜가 강 진호를 보며 말했다.
“오빠, 없어도 되니까 신경쓰지 마. 오빠 보육원에 돈 너무 많이 쓰
는 것 같아.”
“그래도 필요하면……
“그렇게 돈 낭비를 해서 어떻게 하려고? 오빠라고 평생 잘 벌 수는 없잖아. 우리 괜찮으니까 그러지 마. 알았지?”
“ 아니••••••
“없어도 된다니까.”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뭐가 없어도 돼?”
강진호와 조미혜가 떨리는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최연하가 눈을 부라리며 두 사 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음산한 오러가 뿜어져 나오 는 것만 같다.
“……지옥에서 왔나.”
“어, 언니, 오셨어요? 미국 갔다 고 들었는데?”
“방금 도착했어.”
“아•…”
“그래서 뭐가 있어야 한다고?”
최연하가 눈에 불을 켜자 조미혜 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이 되었 다.
“그게•…”
“간단하네.”
설명을 들은 최연하가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산뜻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이 양반이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게 걱정이다, 이거 지? 부담되고?”
“……좀 그렇긴 해요. 그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
조미혜가 조금 민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받은 게 있으니,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요.”
“기특한 것 같으니라고.”
최연하가 손을 뻗어 조미혜의 등 을 팡팡, 때렸다.
어린애가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것이 기특하기는 하지만, 그게 꼭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야.”
“ 네?”
“애는 애답게 주면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 거야. 네 나이대 다른 애 들이 엄마 아빠가 선물 사 준다고 왜 이렇게 비싼 걸 주냐고 뭐라고 하는 것 본 적 있어?”
“근데 오빠는……
“아, 그렇지. 이 사람은 너희 부 모가 아니지.”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괜찮아.”
“네?”
최연하가 심드렁한 얼굴로 강진호 를 턱짓했다.
“본인도 뭐 그렇게까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거야. 그런 말 듣는다 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만큼 섬세한 사람도 아니고.”
아,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본인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해도 되나?
조미혜가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강진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사.”
“언니, 그게……
“자, 봐봐. 지금 문제가 두 개지. 첫 번째는 과연 진호 씨가 사 주는 물건을 턱턱 받아 제끼는 게 애들한 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네.”
“문제 안 돼.”
“언니.”
최연하가 피식 웃으며 조미혜를
바라보았다.
“네 제일 큰 문제가 뭔지 알아?”
“……저는 모르죠.”
“다른 애들도 너처럼 개념 있기를 바란다는 거야.”
조미혜가 살짝 입을 벌렸다. 하지 만 그 말에 제대로 움찔한 것은 오 히려 강진호였다.
“물론 착하고, 개념 있고, 생각도 깊 고, 거기에 예쁘기까지 하면 좋겠지.”
“예쁜 건 왜?”
“좋잖아?”
뭔가 뜬금없는 느낌이지만, 아무
래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람이 다 그렇지가 않아. 모두가 착하고, 개념 있고, 생각이 깊을 수는 없거든. 다른 부모 있는 집안 애들이 비싼 물건 사 와서 자 랑할 때 너 같은 애는 다르니까 어 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누 군가는 눈물이 날 수도 있는 거야.”
“그래도……
“그걸 당연히 이해하라고 하는 것 도 좋은 건 아냐.”
최연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너도 많이 겪었다며, 보 육원에 온 사람들이 학을 떼며 도망
가는 거.”
조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보육원 에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부 모 없이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 다들 착할 거라는 이상한 환상. 그 환상 이 깨어지면 좋은 마음으로 온 이들 은 누구보다 매몰차게 등을 돌린다.
“돕는다는 건 그런 게 아냐. 착한 사람이니까 돕는다. 내 마음에 드니 까 돕는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돕지 않는다. 그건 그냥 지 만족이 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거기에 너무 맞추려고 하지 마. 착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필 요 없어. 네가 적당히 약아빠지고, 네 잇속만 챙긴다고 해도 저 오빠가 외면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조미혜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법이지. 별걱정을 다 한다. 내 성격도 버티는 양반이 니들 이 좀 약게 군다고 실망할까 봐?”
“본인 성격이 안 좋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
“진호 씨는 닥쳐요.”
“네.”
강진호가 방긋 웃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짜증 나니까 그런 거에 꿀리지 마. 애들이 좋은 거 사와서 자랑하면 나한테 말해. 나는 우리 애들이 어디 가서 기죽는 꼴 못 봐. 어디 내 앞에서 돈지랄이야?”
“언니, 그게 본심인 것 같……
“너도 조용히 하고.”
“네.”
강진호와 조미혜를 단숨에 제압한 최연하가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돈 펑펑 쓰는 문제 말인
데……
“……네.”
“너, 이 사람 재산이 얼만 줄 알 아?”
“……모르죠.”
“그럼 그냥 써.”
최연하가 굳이 부연해 주었다.
“이 양반은 돈은 산처럼 쌓아놓 고, 쓰는 거 없이 목 늘어난 트레이 닝복이나 입고 다니는 양반이라서 돈 쓸 데가 없어. 니들 아무리 써봐 야 이 사람 이자도 다 못 쓰니까 그냥 편하게 써.”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내 돈인데 왜 당신이?’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 혜야.”
“네, 언니.”
“애들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그런데……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느 낌을 주면 안 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 으니까. 봐. 나도 이 성격에 연애하
잖아.”
“네, 언니. 그 말 들으니까 알 것
같아요.”
“죽을래?”
투닥대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호 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있는 그대로라……
총회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할 소 리이긴 하다.
하지만…….
‘맞는 말이지.’
어쩐지 총회에 가보고 싶은 마음 이 생기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