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97)
마존현세강림기-1799화(1796/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8화)
2장 이어지다 (3)
“장가간다.”
강진호가 떨리는 눈으로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 눈은?”
“아, 아니.”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
“자, 청첩장.”
“아니, 뭐가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
“내가 말 안 했나?”
“응?”
주영기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됐어. 이제 일곱 달 남았 다.”
“응?”
강진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박유민은 주영기의 말을 재깍 이해하고 탄성 을 질렀다.
“아……. 와! 영기야! 축하한다!”
“하하, 좀 쑥스러운데.”
“아냐! 이게 뭐가 쑥스러울 일이 야. 축하할 일이지!”
“으으응?”
강진호가 영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박유민이 빠르 게 설명을 해주었다.
“영기, 아빠 된다는 것 같은데.”
“뭐?”
강진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 아빠?”
“그렇게 됐다.”
주영기가 쑥스러우면서도 자랑스
러운 미소를 입에 담았다.
“네 나이가 몇인데 벌써?”
“새꺄. 조선 시대였으면 지금 애 가 장성해서 돈 벌어 올 나이다.”
아니…… 그건 조선 시대고. 주영기가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계획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 었지만, 이리된 이상 어쩔 수 없 지!”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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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스럽다, 내 친구.
진짜 아무 생각이 없구나.
하지만 멍한 강진호와는 다르게 박유민은 그게 맞다는 듯 연신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지. 영기면 그래도 되지. 영 기 같은 타입은 빨리 안정된 가정을 가져야 돼. 그래야 사고 안 치지.”
“……친구야, 그거 축하하는 거 맞지?”
“그럼.”
해맑게 웃는 박유민을 보며 주영 기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새끼, 칭찬해 주는 것 같으면 서 은근히 까는 것 같은데…….
“3개월이라니, 정신 없었겠네?”
“아냐. 뭐, 나름 슬슬 결혼하려고 준비 중이었잖아. 생각보다 조금 빨
라진 것뿐이지, 뭐.”
주영기가 머리를 긁었다.
“결혼이라니, 뭔가 남 이야기 같 았는데.”
박유민이 감회가 새롭다는 듯 주 영기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때? 어떤 기분인지 상상 이 안 가는데.”
“어떻긴 뭘.”
주영기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실감이 안 나는 건 나도 마찬가 지야. 청첩장까지 나왔는데도 아직 남 이야기 같다.”
“야,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뭐 바뀐 게 있어야 실감을 하 지.”
주영기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 다.
“바뀐 거라고 해봐야 마누라 잔소 리가 좀 늘고, 외출하는 시간 좀 줄 고, 이제 술 반만 먹으라 소리 좀 듣고, 고기 너무 퍼먹으면 통풍 온 다고 야채 좀 먹으라 소리 듣는 거 랑…… 주말에 놀러 나가던 거 금지 당하고, 태교해야 한다고 심부름이 랑 또……
주영기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 다.
“조금 전까지는 행복했었다. 박유 민, 이 새끼야……
“아냐. 그건 내 탓이 아닌 것 같 아, 영기야.”
“닥쳐, 좀.”
주영기가 앞에 놓인 맥주를 벌컥 벌컥 마셨다.
“야야, 영기야! 제수씨가 반만 마 시라잖아.”
“으아아아아!”
주영기가 맥주잔을 던지듯 테이블 에 내려놓았다.
“니가 친구냐, 이 새끼야?”
“친구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네 안정적이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우리도 도와야지.”
“••••••웃냐?”
“에이, 기분 좋아 그런 거지.” 강진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얘가 언제 이렇게 사람을 잘 갈 궜지?’
요즘 합숙 생활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월드 챔피언 먹고 자신감이 확 붙어서 그런가. 능글능글 갈구는 박유민이 악마처럼 보이는 강진호였 다.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결혼이라니.’
그의 친구가 결흔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 이었다.
기본적으로 첫 번째 삶에서는 친 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고, 두 번째는…… 그건 그냥 넘어가고.
‘생각해 보니 정말 삭막하게 살았 구나.’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삶이 이리 신기하게 느껴지는 걸 보 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았 다.
“그러니까 이 새끼들아.”
“응?”
주영기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니들도 다 결혼해라.”
결혼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박유 민이 신속하게 강진호의 눈치를 살 피고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하지 만 박유민이 아무리 쾌속하다 해도 강진호의 눈을 피할 수 있겠는가.
“하…… 하하, 그건 나중에 이야
7]..
“나중에는 뭔 나중에야, 이 새끼 야.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 빨리 빨리 결혼해서 애 낳는 게 애국이 지!”
“그러니까 빨리빨리해. 어차피 니 들 뭐 돈도 벌 만큼 벌었고, 사는 데 별 지장 없잖아. 뭐 한다고……
“그, 그만하라니까……
“옹‘?”
주영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박유민 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강진호에게로 슬쩍 돌렸다.
“아, 맞다. 너, 진호 동생이랑 사 귄다 그랬지?”
주영기가 흐뭇하게 웃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잘됐네. 너도 지원해. 동생 시집 보내고 친구 장가보내고를 한 번에 할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은 일이 어 디에 있냐?”
……이 새끼, 맥이는 것 같은데?
“안 그러냐?”
주영기의 물음에 박유민이 움찔하 여 강진호의 눈치를 살폈다.
강진호의 이마에 조용히 핏대가 섰다.
“그건 본인들의 의사가……
“저번에 보아하니 죽고 못 살드 만, 물어는 봤냐?”
“거, 시간 끌지 말고 얼른얼른 해.”
“아니야.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왜? 니 동생이 고생할까 봐? 야, 유민이가……
“아니. 박유민이 고생할까 봐.”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던 주영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그건 니들 알아서 하고.”
뭔가 강진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이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 근데••••••
“웅‘?”
“유민이는 그렇다 치고…… 진호, 너는? 너도 이제 슬슬 장가가야 하 는 것 아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홀러내 렸다.
“영기야.”
“웅?”
“모두가 일찍 갈 필요는 없잖아.”
“아니. 너야 그렇지. 근데 연하
씨는 이제 슬슬 시집갈 나이 아니냐 고.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 는 아닐 텐데.”
“글고 인마, 결혼을 망설이는 건 혹시라도 이게 인연이 아닐 수도 있 어서 그런 거잖아. 세상에 최연하를 마다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
“예쁘지, 돈 잘 벌지, 사람 멋있 지, 성격……. 뭐,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마무리가 이상하다?”
“솔직히 성격은 문제 있잖아?”
아니, 영기야.
그렇게 당당하면 자꾸 뒤돌아보지 말아야지.
설마 여기까지 오겠니…….
강진호가 새로 온 맥주 잔에 맥 주를 채우고는 한 모금 홀짝댔다.
‘결혼이라……
지금까지야 반쯤 농담으로 생각하 던 일이지만, 주영기가 스타트를 끊 어버리니 느낌이 확 달라졌다.
“그럼••••••
강진호가 주영기를 가만히 보며 입을 열었다.
“애를 키우려고 결혼하는 건가?”
“여하튼 이 새끼는 옛날부터 핀트 를 못 맞춘다니까.”
주영기가 혀를 찼다.
“그게 아니고, 새끼야. 내가 이 여자랑 평생 같이 살 건데! 그 와중 에 애가 생겨서 좀 일찍 결혼을 하 는 거라고.”
“으음.”
“결혼이, 인마, 애 때문에 하는 거냐? 좋으니까 하는 거지.”
“……말하는 걸 듣다 보면 별로 안 좋아 보여서.”
“엄살이지, 새까!”
주영기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
렸다. 그러고는 머쓱한지 맥주를 쭉 들이켰다.
“하, 속이 시원하네.”
“……반만 마시랬다.”
“알았어! 알았어, 인마! 알았다고! 아니, 박유민, 저 새끼는 예전에 안 그랬는데, 어떻게 날이 갈수록 애가 뺀질거리냐?”
“사람은 다 변하는 거지.”
“아오!”
속이 탄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 린 주영기가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솔직히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는
데……
« Q »
“결혼이라는 건 그냥 친구를 만난 다거나 하는 거랑은 다른 거잖아. 여차 친구를 사귀는 것과도 다르고. 뭐랄까…… 가족이 되는 거지.”
“‘결혼을 하면 좋겠다’, ‘뭐, 내가 결혼을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 ‘나 는 이 여자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 다’ 싶은 거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면, 굳이 안 할 이유 도 없지!”
박유민이 빙그레 웃었다.
“확실히 영기는 주관이 뚜렷해서 좋아.”
“공치사하지 마, 인마. 조금 전까 지 그렇게 딜 때려 박아놓고는.”
주영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어린놈의 시키들아, 나 결혼하고 나면 존댓말 써라. 하, 이 핏덩어리들. 진짜.”
“미친놈.”
“미친놈.”
욕을 먹고도 좋다고 웃고 있는 주영기를 보니, 강진호도 절로 웃음 이 나왔다.
이리저리 우는소리를 해 대기는
하지만, 결흔을 한다는 사실이 꽤 즐겁고 행복한 모양이었다.
‘결혼이라……
뭔가 등골이 살짝 서늘한 느낌이 었다.
웃는 표정이지만 어쩐지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느낌이 나던 최연 하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근데 영기는 진짜 대단하다. 어 떻게 애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지? 나는 무서워서 못하겠는데.”
“닥치면 하는 거지.”
주영기가 살짝 입을 내밀었다.
“그럼 뭐 어떻게 하냐. 생겼는데.”
“••••♦•아니.”
“그따위로는 안 키워.”
“웅?”
뜬금없는 말에 강진호와 박유민이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생겼으니 키운다. 그냥 대충 키 우면 된다. 애 앞에서 이딴 말을 하 는 애비는 안 될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세상에서 제일 행 복하게 해줄 거야.”
“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되어야
지.”
단호한 결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 맙다.”
“진심으로.”
주영기가 그답지 않게 살짝 머뭇 거렸다.
“말은 이렇게 하는데……
미묘하게 어색해하는 얼굴로 주영 기가 뒷머리를 긁었다.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는 처음이 라.”
“……누군 해보고 하나.”
“걱정된다, 이거지.”
주영기가 허리를 쭉 폈다.
“아오, 몰라! 열심히 하면 어떻게 든 되겠지! 이제 일도 두 배로 열심 히 하고! 손님도 두 배로 친절하게 대하고! 마누라한테도 두 배로 잘하 고.”
“술은 반으로 줄이고.”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진짜!”
투닥거리는 박유민과 주영기를 보 며 강진호가 피식대며 웃었다.
이상하지.
그가 아버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아버지가 된다는 데 이상하 게 그가 뿌듯한 느낌이다.
‘다들 바뀌어가는구나.’
나아간다.
다들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사람이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모양이다.
맥주를 한 모금 머금은 강진호의 귓가에 퉁명한 주영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호야.”
“••••••웅?”
“고맙다.”
주영기는 그 말을 하고는 어색한 지 맥주를 죽 들이켰다. 그리고 강 진호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 다.
그냥 그걸로 충분하니까.
“크으, 맥주 좋네! 오늘 기분 좋 은데, 이차 가야지!”
“어디? 고기 구울까?”
“고기는 뭔! 맥주를 이리 처먹고! 노래방 어떠냐? 오늘 아주 죽도록 지르고 싶은데!”
“콜! 가자!”
응?
어디?
“뭐 하냐? 일어나! 노래방으로 가 자!”
저기…….
얘들아?
나 오늘은 노래방이 좀…….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 가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호가 멍하 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얘들은 노래를 잘 불렀던 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게 강 진호의 불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