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98)
마존현세강림기-1800화(1797/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9화)
2장 이어지다 (4)
“끄으웅.”
박유민이 배를 움켜잡았다.
“아우, 속이……
속이 미식거리고 머리가 지끈지끈 하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과격하게 놀아댄 모양이다.
“오차 가야지, 오차!”
“아니…… 해 뜨잖아, 영기야!”
“아, 몰라! 나 오늘 집에 안 들어 가! 절대 안 갈 거야!”
“……답도 없네.”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자 다시 속 이 뒤집혔다.
결국 주영기는 술은 반만 먹는다 는 약속이 양이 아니라 횟수를 의미 하는 거라며 그들을 강제로 끌고 투 어를 돌았다.
그렇게 뜨는 해를 보고서야 주영 기를 택시에 실어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차마 술 냄새를 있는 대로 풍기며 숙소로 돌아갈 수 없던 박유 민이 찾은 곳은…….
쿵!
“야, 이 화상들아!”
문을 박차고 들어온 조미혜가 두 눈에서 불을 뿜는다.
“아침부터 술 처먹고 기어 들어오 더니,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자고 있어? 내가 오빠들 때문에 속 이 썩어, 속이! 애들이 대체 뭘 보 고 배우겠어!”
“아우우…… 소, 소리 지르지 마.
머리가 울려. 우욱!”
“그냥 죽어! 그냥!”
조미혜가 이불을 걷어차자, 박유 민이 엉금엉금 기어 조미혜의 공격 에서 벗어났다.
“아니, 근데 이 양반이?”
조미혜가 다시 눈에서 불을 뿜었 다.
이불을 들춰 보니 강진호는 이 난리가 났는데도 아주 몸을 굼벵이 처럼 웅크린 채 숙면을 취하고 있었 다.
“일어나라고, 이 화상아아아아아아!” 그녀의 고함 소리가 보육원을 쩌
렁쩌렁 울렸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사 장님.”
“오빠도!”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은 두 사 람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세상에,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예전보다 나아 져야지, 어떻게 날이 갈수록 막장이 되어가! 막장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뿜어내는 패기에 멀쩡 한 사회인들이 깨갱대고 있었다.
“아니! 사과는 됐고, 왜 이러는 건지를 설명해 보라고.”
“아니, 그, 우리가 그러려던 게 아니라……
“ 영기가……
조미혜가 혀를 찼다.
“못났다, 못났어. 그새 친구 핑계 를 대네.”
억울하다.
이건 너무 억울하다.
물론 강진호와 박유민도 나름 주
영기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혼에 대 한 부담감과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흥분한 주영기를 말리는 건 강진호 가 아니라 강진호의 할아버지가 와 도 무리였다.
“그래그래. 이제 나랑 놀기 싫다, 이거지? 결혼하니까 나는 가정에 충 실하고, 너희는 너희끼리 놀겠다, 이 거지? 아, 같이 술 먹어주는 친구 하나 없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 네.”
……패 죽이기 전에는 말이다.
“오빠들.”
“ 으응?”
“나는 오빠들이 애들한테 좀 모범 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 물론 알아. 오빠들 성공하고 잘나간다는 거. 그런데…… 애들이 오빠들을 보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 지’가 아니라, ‘막살아도 어차피 성 공할 사람은 성공한다’ 소리를 할까 봐 겁나거든? 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나란히 반성하는 두 사람을 보며
한진성이 입을 가리고 웃어 댔다.
“거, 그러게 좀 잘……
“니가 제일 문제야, 니가! 어? 니 가!”
조미혜가 손에 든 베게를 한진성 에게 집어 던졌다.
“오빠들은 성공이라도 했지! 너는 재수생 주제에 왜 막사냐고!”
“재수생에게도 인권이 있다!”
“인권은 얼어 뒈질! 너 하는 꼴 보면 마틴 루터 킹도 성경책으로 후 려 까겠다!”
한진성을 걷어차는 조미혜를 보며 강진호가 작게 속삭였다.
“유민아.”
“응?”
“미혜도 그렇고, 우리 주변 여자 들이 성격이 조금 드센 것 같지 않 아?”
“진호야, 그거 내가 생각을 해봤 는데……
“응?”
“그냥 그거 우리가 잘못된 것 아 닐까? 한두 명이 그러면 우연일 수 도 있는데, 다들 그러면 뭔가 원인 이 있다는 이야기잖아.”
뭔가 반박할 수 없는 논리에 강
진호가 시선을 돌렸다.
“오늘이 주말이니 망정이지, 평일 이면 어쩌려고 했어?”
조미혜의 화난 목소리를 들은 박 유민이 방긋 웃었다.
“에이, 아니지. 오늘이 주말이니까 그냥 막 마신 거지, 평일이었으면 적당히……
“나가아아아아아!”
보육원의 그네에 앉은 강진호와 박유민이 씁쓸한 눈빛을 했다.
“ 진호야.”
“웅?”
“예전에 미혜가 밤에 잠을 잘 못 잤거든?”
“왜‘?”
“애들이랑 있어도 무섭다고 만날 울고 그랬어. 그래서 내가 애 데려 다가 옆에서 재우고 밤에 토닥거려 주고 했는데……
“참 뭐랄까, 음……
박유민이 빙긋 웃었다.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느낌인 데.”
“••••••힘내.”
“응.”
쓸쓸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도 애들이 다들 예전보다 활 기차서 좋은 것 같아.”
“……너무 활기차지.”
“응……. 좀 과하긴 한데.”
박유민이 뒷머리를 긁었다.
예전 그가 아직 성심 보육원에 있을 때의 아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다들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둡거나 음울한 건 아니지만, 그 묘한 그늘은 박유 민이 노력한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 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보육원의 아이들은 뭐랄까…….
“영기는 참 대단한 것 같아.”
“ 왜?”
“애를 낳잖아.”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박유민의 그 말에 공감하고 말았다.
하지만 박유민의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뿌듯함이 어려 있었다. 그 작은 아이들이 이제는 박유민을 구박할 만큼 컸다는 사실이 더없이 좋은 모양이다.
“흐 ”
■亡r •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들러볼까?”
“응? 어딜?”
강진호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 다.
“ 가자.”
“……진호야, 어디 가려고? 차도 안 타고 와놓고?”
“택시 타고 가면 돼. 얼른 따라와 봐.”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진호 를 따라나섰다.
“……저기요.”
“웅?”
“온다는 데가 집이셨어요?”
택시에서 내린 박유민이 눈앞에 보이는 강진호의 집을 보고는 고개 를 갸웃했다.
“아니지.”
“그럼 여긴 왜 왔는데? 차는 술 집 앞 주차장에 세워놨는데.”
“기다려 봐.”
강진호가 차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
끼리릭.
뭔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강진호가 자전거를 끌고 나와 박유 민 앞에 세웠다.
“너…… 이거?”
“간만에 타고 가자.”
박유민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 데면 그 냥 택시타고 가도 됐잖아.”
“느낌이 다르지.”
친구야.
예전의 너는 참 효율적인 아이였 는데, 이제는 정말 비효율적인 인간 이 되어버렸구나.
“그래서 안 탈 거냐?”
“타야지!”
강진호가 씨익 웃으며 자전거에 타자, 박유민이 재빨리 그 뒤에 올 라탔다.
“ 간다.”
강진호가 페달을 꾹 밟았다.
두 사람을 태운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얼굴을 스 치는 바람을 느끼며 박유민이 자신 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이 탔는데.”
“그렇지.”
강진호도 간만에 조금 신이 났는
지,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댔다.
골목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 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좀 살살 가자, 진호야.”
“예전이랑 다를 게 없는데.”
“그럼 그땐 내가 겁대가리가 없었 네.”
나이를 먹어 패기를 잃어버린 친 구의 말에 강진호가 웃으며 페달에 서 살짝 힘을 뺐다.
“내가 교통사고라도 낼까 봐?”
“그럼 롤러코스터 못 타는 사람들 은 사고 날까 봐 못 타고?”
어?
그러네?
예전보다 예리해진 친구의 변화에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쇄애애애액!
강진호가 탄 자전거가 큰 도로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이 제는 웬만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좁 은 골목을 요리조리 파고든 자전거 가 누가 봐도 가팔라 보이는 오르막 을 평지처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몸이 기울어진 박유민이 멍한 눈 으로 앞을 바라본다.
‘생각보다 오래됐구나.’
이 길을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오르던 날들이 말이다.
참 이상한 게 인연이다.
우연히 강진호가 보육원으로 가던 그를 발견하고 자전거를 태워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박유민과 강진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강진호는 몰라도 박유민은 지금처 럼 살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작은 인연이 박유민을 지금 여기까 지 이끌고 왔다.
“ 진호야.”
“왜?”
“……안 힘드냐?”
“별것 아냐.”
강진호가 바이크도 잘 오르지 못 하는 언덕을 쾌속하게 나아갔다. 이 럴 때 보면 정말 사람 같지가 않다.
박유민이 고개를 돌려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늘어선, 오래되고 작은 집 들.
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는 풍경을 만들 어낸다.
‘ 이상하네.’
한때는 이 광경을 두 눈으로 보 는 게 힘들던 시절도 있었다. 하루
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게 그의 처지 를 너무 극명하게 느끼게 해줬으니 까.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런 감정도 추억이 되는 모양이다.
이 광경이 더없이 그립게 느껴지 는 걸 보면 말이다.
쇄애액.
달동네의 정상까지 자전거가 한달 음에 올라간다.
끼이이익!
그제야 멈춰 선 자전거에서 박유 민이 흘쩍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말
없이 앞을 바라본다.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다.”
두 사람의 눈에 옛 성심 보육원 의 건물이 들어온다.
“철거할 것 아니었어?”
“뭐, 적당히 활용해 보려고 했는 데……
이런저런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는 딱히 건물이나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 기에 옛집도 아무렇지도 않게 팔고,
부서진 자전거도 깔끔하게 폐기했 다.
흐}지만…….
이 집은 그런 것들과는 조금 다 르다.
예전과 다르게 펜스가 쳐진 보육 원으로 두 사람이 다가간다.
“열쇠 있어?”
“……없는데?”
박유민이 한숨을 쉬자,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펜스를 움켜잡았다.
“넘어가자.”
“우리 집에 들어가는데 담을 넘어
들어가야 하다니……
펜스 위로 훌쩍 올라선 강진호가 박유민의 손을 잡아끌어 준다. 위로 오른 박유민이 강진호의 도움 없이 아래로 훌쩍 뛰어내린다.
“다친다.”
“나는 팔만 멀쩡하면 돼.”
“……그도 그러네.”
강진호가 피식 웃어버렸다.
그저 담을 넘는 것에 불과하지만, 박유민은 이제 딱히 그의 도움을 필 요로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곳에 올라오는 것마저 그의 도움을 받았 는데 말이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 Q.方
W..•
지금의 보육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고 아담한 건물. 그 건 물을 바라보는 박유민의 눈이 조금 가라앉았다.
“……여기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 는데?”
“열쇠 있…… 아니, 뭐,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다시 오……
우두둑.
경첩이 상하지 않게 자물쇠만 맨 손으로 뜯어낸 강진호가 어깨를 으 쓱했다.
“ 진호야.”
“응‘?”
“아까 물어보려다 못 물어본 건 데……
“ O ”
흐 •
“너, 외계인이냐?”
“……뭘 새삼스레.”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강진 호를 보며 박유민이 고개를 내저었 다.
문을 완전히 닫아놓아서인지, 보 육원의 내부는 생각보다 먼지가 많 이 쌓여 있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 쓰던 가구들도 반 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새로운 보육원으로 이사를 하면서 개인 물 품은 가져갔지만, 가구는 모두 새로 장만을 했기에 굳이 옮길 필요가 없 었다.
그리고…….
그 남은 가구를 차마 처분하지 못하다 보니 지금처럼 남게 된 것이 다.
두 사람이 말없이 보육원의 모습 을 바라본다.
조금 어둑해진 내부를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에 익숙한 사람이 미소 짓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이곳만 보면 그 사람, 원장 수녀님이 웃으며 반겨줄 것만 같다.
– 진호 왔니?
강진호가 눈을 살짝 감았다.
‘너무 오랜만에 왔네요.’
눈을 감은 강진호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