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02)
마존현세강림기-1804화(1801/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13화)
3장 짊어지다 (3)
할 일이 생겼다는 것.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달라지기 마 련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어? 어디 가니, 이렇게 아침부 터?”
“출근해야죠.”
백현정이 살짝 놀란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출근 할 일이 있어도 점 심때가 다 될 때까지 미적거리다가 힘없이 기어 나가거나, 그도 못해서 소파에서 결국 저녁까지 뒹굴대기를 반복하던 강진호가 아닌가.
그런 강진호가 이른 아침부터 깔 끔하게 준비를 마치고 생기 넘치는 얼굴로 집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니, 아니지. 바람이 불어서 애가 이상해진 거였지.”
“……이상이라됴.”
“이상하긴 했지, 이상하긴.” 강진호가 피식 웃어버렸다.
“여하튼 다녀오겠습니다. 좀 늦을 수도 있으니까, 저녁은 먼저 드세 요.”
“그래, 알았다.”
강진호가 바짓단을 물어뜯는 동동 이의 엉덩이를 두어 번 두드려 주고 는 현관을 나섰다. 밖으로 나와 느 긋하게 담배를 무는 그의 눈에 집 앞에 대어져 있는 세단이 들어왔다.
세단의 문이 열리더니, 조규민이 그를 향해 깍듯하게 인사했다.
“나오셨습니까?”
“중간에서 만나기로 한 것 아니었 습니까?”
“제가 모셔야죠.”
조규민의 말에 강진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회주도 동네 친구처럼 대하는 총 회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런 대접을 받으니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 다.
“타시죠.”
“담배만 마저 피우고요.”
“차에 재떨이 있습니다. 뭘 새삼 스럽게.”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매너를 지 켜야 하는가, 아니면 효율을 택해야 하는가’ 사이에서 갈등하던 강진호 가 차에 올랐다. 홉연을 하는 차치 고는 깔끔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일찍부터 나오셨네요.”
“직장인은 부지런해야 하는 법이 죠.”
“……그냥 직장인은 안 그런 것 같던데.”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출발하겠습니다.”
조규민이 시원스레 액셀을 밟는 다.
“회사는 잘 마무리되셨어요?”
“강진호 씨…… 아니, 이제 그냥 이사장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이사장 님께서는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시겠지만, 퇴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 니다.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못 해도 한 달은 더 걸리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인수인계할 게…… 어……
많겠네.
어, 그렇지. 황정후의 성미를 맞
추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 아마 새로 들어오는 비서는 죽어 나가지 않을까?
“지팡이로 후려치시진 않겠죠?”
“원래 안 그러셨습니다. 대체 회 장님을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분이 얼마나 진취적인 분이신데.”
“꼰대라면서요?”
“진취적인 꼰대이시죠.”
과연 조합이 가능한가 싶은 괴이 한 말이지만, 뭔가 말이 되는 것도 같다. 황정후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 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도 덕담 많이 해주십니다.” 조규민이 피식 웃었다.
“저도 첫 직장부터 재경에서 시작 한 재경맨이다 보니 기분이 싱숭생 숭합니다. 언제까지 재경이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까 떨리기도 하고, 긴장 도 되네요.”
“……사무직으로 시작한 것처럼 말씀하시 네요. 경호원이 었으면서.”
아픈 데를 찔린 조규민이 미묘하 게 인상을 썼다.
“어쨌든 재경은 재경 아닙니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끄응, 한숨을 내쉰 조규민이 말을 돌렸다.
“그래도 참 많이 바뀌셨습니다. 예전 같으면 건물이나 부지 돌아보 는 일 정도는 제게 맡기고 보고만 받으셨을텐데.”
조규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비효율적인 느낌도 좀 있긴 하지만.”
“첫 삽이니까요.”
강진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모든 일을 제가 다 챙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제 손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그 말을 들은 조규민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새삼 강진호가 진심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리더가 사업 체가 굴러가는 방식을 속속들이 알 지 못하면 결국에는 방만해지는 부 분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 업체를 이끄는 사람은 일하는 사람 보다 더 박식해야 하는 법이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 역시 마찬가지다.
강진호의 경영 능력은 이중걸이나 방진훈에 비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
도 그가 무리 없이 총회를 이끌 수 있는 이유는 총회의 근간이자 근본 인 무학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 누 구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더 큰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린 강진호가 영혼 이 조금 빠져나간 얼굴로 중얼거렸 다.
“……공부를 해야 하나.”
“예?”
“아니…… 박식해야 한다고 하시 니까.”
조규민이 건수를 잡았다는 듯 씩
웃었다.
“하시면 좋습니다.”
“원래 복지 재단은 설립하는 이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 다. 저희야 원장쯤 되는 이를 따로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이런저런 꼼수 를 써서 처리하기는 했지만, 원래는 이사장님이 공부를 하셔서 자격증을 땄어야 합니다.”
“……그, 그래요?”
“예. 나라에서 그런 법을 정해둔 이유야 간단하죠. 복지 재단을 운영 하는 이가 복지에 대해서 모르면 문
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야 너무 당연한 소리다.
복지 재단의 이사장이 복지에 대 해 모르는데 재단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강진호 같은 인간이 니까 적당히 아랫사람을 굴려먹어서 해결해 버리는 거지.
내심 그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끼 고 있던 조규민이다. 그러다 보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준비하겠습니다.”
“네?”
“교재 쪽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사실 대학을 다니는 쪽이 제일 간편
하기는 한데, 이사장님이 워낙에 바 쁘시니까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할 수 는 없죠.”
“원래는 2급만 따도 되는데…… 이사장 체면이 있지, 2급으로 되겠 습니까? 1급을 노리시죠.”
“……그거, 사회복지과 나와야 하 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 상에는 학점 은행제라는 좋은 제도 가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로 학점을 수료하시면 지원 자격이 생기니까, 오늘부터 부지런히 들으시면 됩니
다.”
강진호가 떨리는 눈으로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우는소리하시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네‘?”
조규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래도 나름 휴학생인데, 학점 은행제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나요?”
조규민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꺾 였다.
“……그건 생각을 못해봤는데, 일 단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예.”
강진호가 헛웃음을 홀렸다.
이 세상으로 처음 돌아왔을 때, 그를 가장 당황시킨 게 바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음에도 공부에 매진한 이유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나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공부할 거리 를 스스로 찾아내고 있다.
‘세상 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그럼에도 딱히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재미있었다.
“자, 그럼 모시겠습니다.”
“ 예.”
강진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게 뭔 소리야?”
이현수가 황당한 얼굴을 했다.
[아니, 갑자기 사람이 잔소리가 너무 많아졌다니까요. 오늘도 부지 좀 돌아보는데, 예전 같았으면 ‘음, 여기 괜찮네요’라고 할 사람이 여기
는 채광이 어쩌고, 수도가 어쩌고, 접근성이 어쩌고!] [나는 뭔 부동산 업자인 줄 알았 잖아요. 예전에 이사장님은 대범한 게 장점이었는데, 뭔 불만이 쉴 새 가 없어.]
“어……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꼼꼼하면 좋은 거지, 뭐.”
[아니, 그렇기는 한데…….]“그래서 부지는 결정했고?”
[건물이고 부지고, 다 마음에 안드신답니다. 더 알아보라고 하시니 까 이제부터 발품 또 팔아야죠, 뭐.]
“새꺄, 네가 처음부터 좋은 데로 알아봤으면 이럴 일 없잖아.”
[와…… 이리 나오시겠다?]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강진호는 원래 이런저런 곳에 신 경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강진호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학이라든가 가족 같이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관해서는 강진호는 세상 누 구보다 꼼꼼한 사람이니까.이제는 그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대충대충 넘기려고 하 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해. 그동안 너 이 새끼 소속 어정쩡하다고 농땡 이 친 거 내가 다 아는데.”
[무슨 모함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요. 소 속이 어정쩡해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고!]“지랄한다.”
이현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여하튼 이번에 하는 거 회주님이 결정하시고 나면 나도 점검 나갈 테 니까, 일 대충 해놓기만 해봐. 너,
이 새끼. 이제는 내가 직속상관이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쇼. 소속이 다른데.]“뭐, 인마?”
[아, 바쁩니다. 끊어요.]뚝 끊긴 전화를 보며 이현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이 새끼가 농담인 줄 아나 보 네.”
그러다가 정강이 부여잡고 두어 번 구르다 보면 현실을 알게 되는 거지.
“복지라……
이현수가 턱을 긁었다.
‘이상한 데 꽂히셨네.’
물론 강진호가 그쪽에 관심이 있 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다. 총회 의 일에 전념하지 않는 건 조금 아 쉬운 일이지만…….
“다행일지도 모르지.”
더는 열정을 투여할 수 없는 곳 에 매달려 있는 것도 강진호 개인에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총회는 이제 총회의 사람들이 나름 최선을 다해 꾸려 나가면 된다.
상사의 관심을 빼앗긴 부하 직원
같은 심정이 된 이현수가 뒷머리를 슬쩍 긁었다.
“나이가 들더니 사람이 감상적이 됐……
쿵!
그 순간, 이현수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웅?”
강진호가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오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소파에 앉았다.
“와봐.”
“예?”
“빨리 와서 앉으라고.”
이현수가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 어나 강진호의 건너편에 앉았다.
“아니, 갑자기……•”
“저번에 회의한 것.”
“네‘?”
“이 정도 시간 지났으면 대충 정 리됐을 테니 보고해 봐. 어떻게 됐 어?”
“……미래 먹거리요?”
“그래.”
“어, 그게……
이현수가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 했다. 한참 뒤룩뒤룩 눈을 굴리던
이현수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 일이 며칠 고민한다 고 떡하니 나오는 게 아닌……
“웃어?”
강진호의 눈썹이 꿈틀대는걸 본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됐 다?”
“아, 아니, 회주님.”
“요즘 편하지?”
“••••••예?”
“회의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나온 게 없다고? 그럼 그동안 뭐 했어?”
그제야 이현수는 깨달았다.
‘아, 이거……
열정을 투여할 곳이 바뀐게 아니 라, 그냥 분야가 넓어진 거구나.
‘엿 됐네.’
어색하게 웃는 이현수를 보며 강
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이 현수.”
“예, 회주님!”
“가서 이사들 다 데리고 와.”
“……이, 이사님들요?”
“응. 네 위로 내 밑으로 다.”
“ 어서.”
거, 사람이 군대도 아니고, 치사 하게 이럴 수가 있냐는 이현수의 마 지막 항변은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