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09)
마존현세강림기-1811화(1808/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20화)
4장 재회하다 (5)
이현수의 시선이 강진호의 손에 들린 맥주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저, 혹시 회주님.”
“음‘?”
“맥주와 발포주의 차이가 뭔지 아 십니까?”
“그게 뭔데?”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독한 인간.
보나마나 마트에 들어가서 그중에 제일 싼 걸 뭉텅이로 실어왔겠지.
“아니, 돈도 많으신 분이……
보통 사람이 돈을 쌓아놓고 살면 물건도 나름 적당한 가격대를 고르 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대체 무슨 놈의 절약 정신이 저리 투철한지 모 르겠다.
“뭐가 잘못됐나?”
“아닙니다. 술은 술이죠.”
누굴 탓하겠는가.
“앉으십시오. 치킨이 먼저 왔습니 다.”
강진호가 맥주를 내려놓고는 식탁 에 앉았다. 녹색의 맥주 캔 옆에 있 는 붉은 캔을 본 이현수가 뭔가 미 묘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뭔 콜라를 이렇게……
“좋아해.”
“……좋아하는 건 압니다, 회주 님.”
근데 보통 콜라를 맥주처럼 마시 지는 않거든요?
물론 강진호가 콜라를 리터 단위 로 들이켠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뭔가 기묘한 느 낌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더 빨리 오셨네요.”
“오라면서?”
“진짜 이렇게 바로 오실 줄은 몰 랐습니다. 그냥 던져 본 말인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내가 회주인데, 아랫사람 이 말 막 던져 보게 되어 있나?”
“수평적이고 아름다운 직장 관계 를 만들어 나가는 게 좋은 문화를 이룩하는 선결 조건이죠.”
“뭐라고?”
“잘못했습니다.”
이현수가 낄낄 웃고는 식탁에 앉 아서 맥주를 땄다.
취이익.
딴 맥주를 강진호에게 내민 이현 수가 자신의 맥주를 따 살짝 내민 다. 강진호가 자신의 맥주를 이현수 의 것과 가볍게 부딪치고는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시원하긴 하네요.”
이현수가 맥주를 내려놓고는 강진 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요, 회주님.”
“응?”
“무슨 문젭니까?”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십니까, 회주님이 고민이 있으실 때의 전형적인 표정 인데.”
귀신인가?
아니, 그전에…….
자신의 표정만 보고 속내를 읽어 낼 수 있다고?
이건 심지어 거의 평생을 강진호 와 함께해 온 청마도 하지 못한 일 이다.
“……그게 보여?”
“보다 보니 보이더라고요. 의외로 회주님은 표정이 다양합니다. 그게 미묘해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 지.”
보통 그건 표정이 없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또 이런 상담에는 전문가 아니겠습 니까?”
강진호가 헛웃음을 홀렸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통 그런 말을 제 입으로 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후.”
어차피 그 이야기를 하러 온 참 이다. 그러니 주저할 것도 없다.
짧게 한숨을 내쉰 강진호가 천천 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꽤 길게 이어진 이야기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이현 수가 심각한 얼굴로 반쯤 식어버린 맥주 캔을 바라본다.
“혹왕이……
이현수가 머릿속이 정리가 잘 되
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한 번 휘저 었다.
“그러니까, 그 흑왕이라는 놈이……
강진호를 힐끗 바라본 이현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다.
“과거, 마교의 장로…… 그러니까 마교의 이인자였고, 회주님을 보좌 해서 중원을 정복하려던 악의 무리 였다는 겁니까?”
“악의 무리라는 표현은 좀……
“맞잖습니까?”
“••••••맞지.”
그래, 맞긴 하지.
마교가 악의 무리였지. 강진호는
그 악의 무리의 두목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들 은 적 없는 말이다 보니 뭔가 어색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양반도 귀환 자여서 이 시대에 태어나 삼왕 노릇 을 하고 있었다고요?”
“뭔 황당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현수가 허허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 새 맥주를 빼 왔다.
“여기요.”
« Q «
맥주를 받아 든 강진호가 미지근 해진 맥주 캔을 밀어내고는 새 맥주 를 땄다.
“흑왕, 흑왕이라……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그 말이 맞았군.’
이사들끼리 논의를 할 때, 흑왕은 총회가 아니라 강진호 개인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 다. 소 뒷발로 쥐를 잡은 격이기는 하지만, 결국 그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강진호의 말대로라면 혹왕은 총회 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분명하니
까.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오 Q..»
…•
“회주님은 뭘 고민하고 계신 겁니 까?”
이현수가 강진호의 핵심을 찔러왔 다.
“굉장한 이야기였지만, 알맹이가 없습니다. 그 흑왕이 회주님을 위협 한 것도 아니고, 총회를 공격하겠다 고 선언한 것도 아닙니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는 모르겠 지만, 어쨌거나 한국, 그러니까 총회
와 회주님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 언한 것 아닙니까?”
“그렇지.”
이현수의 눈이 살짝 날카로워졌 다.
“그럼에도 불안해하시는 이유는 흑왕, 그러니까 청마라는 작자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이기 때문입니 까?”
“아니.”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는 청마는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은 웬만해서는 지키는 편이 야.”
“……그렇다는 건 그 청마라는 놈 이 자신의 모든 목적을 이루고서도 회주님, 그러니까 총회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상황이 가능할 수도 있다 는 의미시죠?”
“그래.”
이현수가 고개를 모로 꺾었다.
“그런데 고민이시라고요?”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 반응이 딱히 기분 나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반응 이니까. 설명을 하면서 강진호 스스 로 느꼈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껄끄러움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말이다.
“설명하기는……
“아니, 뭐, 괜찮습니다. 이해합니
다.”
“응?”
“ 이해한다고요.”
이현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했다.
“회주님이면 당연히 그러실 것 같 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다른 부분이 이해가 안 갑니다.”
“••••••뭐가?”
“회주님 말대로면 그 새끼가 회주 님 앞에서 아가리를 함부로 턴 것 아닙니까?”
“웅?”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서 그 새끼 의 주둥아리를 뭉개 버리지 않으셨 습니까?”
“••••••으응?”
“턱을 뽑아버리셨어야죠! 그 개새 끼가 어디 건방지게!”
아니, 왜 네가 화를 내냐?
머리끝까지 열이 차오른 듯한 이 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더없는 황당
함을 느꼈다.
“흑왕이고 나발이고! 그냥 그 자 리에서 슥삭해 버리셨어야죠!”
“슥삭을……
순간, 이현수의 표정이 심각해졌 다.
“아니, 아니지. 농담이 아니라……
“응?”
이현수가 더없이 심각한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그 새끼 아직 한국에 있을 것 같 은데, 얼른 가서 잡아 죽여 버릴까 요?”
“아니, 이 미친놈아!”
“미친놈이고 자시고, 이런 기회가 쉽사리 오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 새끼가 중국으로 돌아가 흑왕계 사 이에 숨어버리면 일이 얼마나 골치 아파지는 줄 아십니까? 그런 놈이 제 발로 잡아 죽여 달라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강진호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 다.
이놈•이 미친놈이라는 건 이미 알 고 있었지만, 지금 보니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고민하실 일이 아니라니까요! 대 체 언제부터 그렇게 정정당당한 분 이셨습니까! 비겁과 비열은 회주님 의 모토 아니었습니까?”
“아니었어, 이 새끼야!”
강진호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이게 무슨 모함인가.
끌어오른 열을 식히며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예!”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 각한다만.”
이현수의 ‘그것 보십시오. 비열하
잖습니까’라는 눈빛을 본 강진호가 이를 갈았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전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청마가 아니라 이현수의 주둥아리 를 뭉개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강 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놈은 그런 수작에 당할 놈이 아니야.”
«으..«
M..•
“빠져나갈 방법 정도는 백 개는 더 마련해 뒀을 것이다. 방향은 다 르지만, 그 창왕보다 오히려 더 까 다로워.”
말하자면 창왕은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상대를 손바닥 위에 올 려놓고 이리저리 농락하며 짓밟는 것을 선호한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제멋대로 휘 둘려 속이 썩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청마는 다르다.
청마는 그야말로 극단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
참을 때는 극한까지 참아내고, 목 적을 이룰 순간이 온다면 다소간의 희생은 완전히 무시한 채 최단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는 타입이다.
과거, 중원의 정파들이 그런 청마
의 속도전에 휘말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죽어 나가지 않았던가.
“끄응, 하긴 그렇겠죠.”
이현수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욱하는 마음에 한 제안이지, 이 계획이 실제로 먹힐 거라고는 생 각하지 않았다.
“창왕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두뇌 에, 회주님보다 더 뛰어난 무위라 니.”
“……나보다 더 센 건 아니고.”
“말하시는 것만 보면 완전히 더
세던데? 쫄아서 못 죽이신 것 아닙 니까?”
“……쫄았는지 아닌지 중명해 줄 까?”
강진호의 눈에 살기가 머금어지는 것을 본 이현수가 재빨리 맥주를 들 어 올렸다.
“자자! 한 잔 하시고.”
“……미친놈.”
강진호가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이래서 사람이란 대화하고 상의할 상대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가 홀로 생각할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이야 기건만, 이현수가 있으니 대화가 한
결…… 아니, 좀 과하게 가벼워진다. 맥주를 쭉 들이켠 이현수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일단은 확인이 먼접니다.”
“확인?”
“예. 우리는 그놈이 뭘 하려는지 조금도 모르잖습니까. 그걸 모르고 서는 이야기가 겉돌 뿐입니다.”
유 o.»
M..•
“중국 쪽에 정보원들을 다시 파견 해 보죠. 그리고 홍왕계에 전달하면 그놈들도 최선을 다해 흑왕의 계획 을 파악하려 할 겁니다. 차이커창, 그 병신이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
지만……
도대체 이 꼬인 성격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강진호도 웬만큼 꼬인 인간이지 만, 그가 뱀이라면 이현수는 제멋대 로 엉킨 이어폰 줄 같은 인간이었 다.
“그리고 회주님.”
“음?”
“그들의 계획이 무엇이든 간에, 회주님이 하나는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회주님은 참을 수 있습니까?”
그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 하지 못한 강진호가 이현수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다시 한번 단호 하게 말했다.
“세상에 회주님보다 더 강한 세력 을 가진 이가, 회주님보다 더 강한 무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참아내실 수 있습니까?”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총회니 가족이니, 친구니… 쓸데 없는 것 다 빼십시오. 이건 어린아
이의 기 싸움 같은 겁니다. 원래 무 인이라는 건 아이의 치기를 간직한 채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이죠. 상 식적으로 어쩔 수 없다. 이건 별수 없이 참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쪽이 먼저 지는 겁니다.”
“대답해 보십시오, 회주님.”
이현수가 강진호의 눈을 맞추며 물었다.
“회주님은 참을 수 있으십니까?”
그 눈빛을 받아내던 강진호가 낮 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거였나?’
그를 괴롭히던 감정이 뭐였는지 알 것 같았다. 피하고 싶은 표현이 지만, 어린아이의 치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럼…….
강진호는 이제 어른이 되었는가.
“ 나는••••••
한 번 입을 다문 강진호의 입이 다시금 서서히 벌어진다.
강진호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낮게 웃었다.
“그게 안 되는 인간이야.”
이현수의 입가에도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