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2)
마존현세강림기-1814화(1811/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23화)
5장 인정하다 (3)
이현수의 눈에 경악이 들어찼다.
그와 위긴스가 추적하려고 그만큼 애를 썼음에도 그 흔적조차 발견하 지 못한 마스터다. 그러다 보니 마 스터를 잡는 것 자체를 거의 포기하 고 있던 실정이 아닌가.
그런데 그 마스터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다.
더없이 처참한 몰골로 말이다.
“이게 뭐 하는……
위긴스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가 마스터를 옹호하거나 걱정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것이 다.
“생각처럼 좋은 반응은 아니군요. 이러면 곤란한데.”
사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 지만 그의 입꼬리는 여전히 말려 올 라가 있었다.
“흑왕께서 신경 써 준비하신 선물 입니다. 예의를 안다면 기분이야 어 쨌든 웃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이사들의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 이놈이……
이건 사람을 완전히 깔아보지 않 고서는 감히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 다.
“흑왕인지 뭔지 하는 놈은 아랫놈 에게 예의라는 걸 가르치지 않는 모 양이지?”
방진훈의 이죽거림에 사내의 눈이 사나워졌다.
“이곳이 중국이었다면 그 말을 입 에 담는 순간, 당신의 입이 찢어졌 을 겁니다.”
“여기는 한국이야, 이 새끼야. 그 리고 네 아가리는 지금 찢어질 거 고.”
방진훈이 당장에라도 사내에게 달 려들 듯하자 위긴스가 손을 뻗어 방 진훈의 어깨를 꾹 눌렀다.
“진정하게.”
방진훈 역시 지금 감정적으로 행 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지 심 호흡을 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런, 이런. 한국인들은 예의가 바르다고 들었는데, 제가 잘못 안 모양이군요.”
사내가 트렁크 안으로 손을 넣어 마스터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러고 는 마치 쓰레기를 꺼내듯 잡아 빼 바닥에 던졌다.
털썩.
축 늘어진 마스터가 힘겨운 신음 을 흘렸다.
전신에 성한 곳이 없는 듯, 피투 성이가 된 마스터를 두 눈에 담은 총회의 이사들이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그들이라고 마스터에 대
한 감정이 좋을 리는 없지만, 그런 감정을 끌고 오기에는 지금 마스터 의 몰골이 너무 처참했다.
“저는 전달했습니다. 그럼…… 사내가 트렁크를 닫고 자신의 차 문을 열었지만, 이사들은 딱히 그런 사내를 제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부우우우웅!
아래쪽에서 커다란 엔진음과 함께 언덕 위로 빨간 스포츠카가 튕기듯 올라왔다.
“회주님?”
부우우우우웅!
커다란 연무장을 가로지른 스포츠 카가 그들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 다. 차가 멈추기 무섭게 문이 열리 더니, 그 안에서 강진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호의 시선이 이사들을 한 번 홅고는 바닥에 쓰러진 마스터에게로 향했다. 말없이 마스터를 확인한 강 진호의 시선이 이윽고 사내의 얼굴 에 고정되었다.
이사들에게는 이죽거리기 바빴던 사내건만, 강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급격하게 허리를 꺾었다.
“이리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 다! 저는 혹왕을 모시고 있는 리우 양이라 합니다!”
조심스레 허리를 든 리우양이 공 손하기 짝이 없게 마스터를 가리켰 다.
“흑왕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찰칵.
강진호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 였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리 우양을 바라보았다. 리우양이 더없 이 긴장한 얼굴로 정중히 손을 모았
그 모습을 본 강진호가 피식하고 웃었다.
“교육은 잘됐군.”
“아, 아니, 저 새끼가……
방진훈이 두 눈에 불을 켰다.
조금 전, 그들을 상대할 때와는 태도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조금 전에는 안하무인, 그 자체였던 놈이 지금은 목줄 잡힌 개처럼 굴고 있지 않은가.
“선물은 잘 받았다고 전해.”
“예!”
리우양이 다시 한번 깍듯하게 허
리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
“ 예?”
“ 이쪽으로.”
강진호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그 가 긴장한 얼굴로 강진호를 향해 다 가갔다.
“말씀하십시오.”
“올라오다 보니 차량 통제소의 애 들이 기절해 있더군.”
“네 짓인가?”
“……기절만 했을 뿐,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그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
강진호가 손을 뻗어 리우양의 얼 굴을 움켜잡았다. 느릿한 손길이지 만, 사내는 감히 피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듯이 느릿하게 다가오는 손을 그저 받아들였다.
우드드득.
강진호의 손이 리우양의 얼굴을 조였다.
“끄읍••••••
손가락이 얼굴을 파고들 듯 조여
오자 리우양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 다. 하지만 부동자세로 허리에 붙은 그의 팔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남의 영역에 들어올 때는 남의 방식을 따라야지. 그런 것도 못 배 웠나?”
“죄, 죄송…… 끄으읍……
감정 없는 눈으로 리우양을 바라 보던 강진호가 홍미를 잃었다는 듯 그를 차 쪽으로 집어 던졌다.
쿵.
차에 처박힌 리우양이 재빨리 몸 을 일으켜 세웠다.
“다음에는 예의를 가지고 오도
록.”
“……명심하겠습니다.”
“가봐.”
“예!”
손가락이 닿은 부분의 피부가 찢 어져 피가 줄줄 흘렀지만, 리우양은 감히 불만을 표할 수 없다는 듯 여 전히 반듯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리우양의 저 공 경이 자신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청마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는 것 을 잘 알고 있었다.
‘재미있군.’
물론 과거의 마교에서도 청마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교도들 중에서도 교주인 강진호보 다 청마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더 많 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리우 양이 강진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청마는 단순히 과거처럼 공포로 모 두를 지배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저건 청마에 대한 존중과 공경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태도였다.
단순히 성향만 변한 게 아니라 조직을 다루는 방식 역시 바뀌었다 는 뜻이겠지. 자신이 변한 것처럼 말이다.
차에 오른 리우양이 조심스레 차 를 몰아 아래로 향한다. 차가 멀어 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의 시선 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스 터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할까요?”
“홈.”
강진호가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 었다.
“적당히 수습해서 위로 데리고 와.”
“예.”
위긴스가 자신이 직접 맡겠다는 듯 마스터에게 다가갔다.
“선물이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유쾌한 선물은 아니로 군.”
상황을 수습하고 난 후, 회주실에 모여 앉은 이사들의 표정이 미묘하 게 굳어 있었다.
“마스터는?”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했습니 다.”
위긴스의 말에 이현수가 눈을 찌 푸리며 말했다.
“사부님이 이곳에 있으면 도주의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무리야.”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상처도 아 닐 지경이다. 안쪽이 완전히 망가졌 어. 텔레포트는커녕 간단한 회복 마 법도 쓰지 못할 거다.”
“그렇게나……
“그리고 몸 안에 음습한 기운이 가득 차 있어. 설사 몸이 상하지 않 았어도 저 상태에서 마력을 운용하 는 건 불가능할 거다. 제 아무리 마 스터라고 해도 말이야.”
“몸 안을 파고드는 음습한 기운이
라……
바토르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거,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향하자,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을 했다.
“베이스는 같을 테니까.”
“뭔가 우리 쪽 무기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러게요……
실없는 농담이 오고 갔지만, 분위 기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현수가 정말 해야 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선물이라니.”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 다.
“정말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선 물이군요.”
위긴스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마스터를 잡아 보냈다는 게……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로드께 따로 언질은 없었습니
까?”
“그럴 놈이 아니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너희 생각과는 다르게 마 스터를 잡아 보낸 것에는 딱히 의도 랄 것도 없을 거야. 그냥 적당히 해 줄 만한 것을 생각하다 보니 마스터 가 걸렸겠지.”
“마스터는 우리에게는 의미가 있 을지 모르지만, 저들에게는 딱히 가 치가 없는 존재니까.”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가치 없는 존재라……
그 가치 없는 존재를 총회는 잡 지 못했다. 하지만 흑왕계는 아무렇 지도 않게 마스터를 생포해 이곳으 로 끌고 왔다. 그것도 도주조차 시 도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요리해서 말이다.
마스터가 얼마나 생포하기 힘든 자인지를 생각한다면, 이건 총회에 대한 과시라고도 볼 수 있는 일이었 다.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혹왕계 는 손쉽게 해낼 수 있다는 과시.
‘생각할수록 열 받네.’
분명 선의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에 미묘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 사람의 속을 살살 긁어 대는 노림수 가 말이다.
“마스터의 종적을 찾아낼 수 있는 정보력에, 확보한 마스터를 확실하 게 생포할 수 있는 힘이라……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것 하나만으로 재단하는 건 무 리겠지만…… 아무래도 흑왕계는 저 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능력이 있 는 모양입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소파에 등 을 기댔다.
“그래서 겁이라도 먹었나?”
“농담이 심하시네요.”
이현수가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그들이 만만한 적을 상대 로 전쟁을 벌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총회의 적은 언제나 총회 보다 강했다. 그러니 새삼스러울 것 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스터는 언제쯤 의식이 돌아오지?”
“지금이라도 깨우려 한다면 깨울 수 있습니다. 다만, 말을 할 수 있 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몸 안의
기운을 제거하고 회복마법을 써야 합니다. 로드께서 허락하신다면 그 리하겠습니다.”
“장민.”
“예, 마존이시여!”
“가서 마기를 제거해 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강진호의 시선이 위긴스에게로 향 한다.
“깨워서 데리고 와. 어떻게 된 일 인지 한번 들어봐야겠어.”
“예.”
위긴스와 장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강진호가 담배 한
대를 빼 물었다.
“농담이 늘었군.”
선물도 할 줄 알고 말이야.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폐 속 깊숙하게 연기를 빨아들였다.
알고 있다.
이건 그에 대한 도발이 아니다.
청마가 정말 그를 도발할 생각이 었다면 이런 식으로 살살 긁어대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마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무언가 를 쌓아가기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방식을 선호하는 타입이니까.
하지만…….
설사 청마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 다고 해도 지금 강진호의 속이 긁히 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 었다.
점점 달아오르는 속을 진정시킨 지 얼마나 되었을까.
굳게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 위긴스와 장민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따라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초점이 풀린 눈을 한 마스터가 그들을 따라 회주실 안으로 들어온 다. 힘겹게 안으로 들어온 마스터가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앉아.”
마스터가 홀린 듯 걸어 강진호의 건너편에 앉았다.
“어디 한번 들어보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 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