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3)
마존현세강림기-1815화(1812/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24화)
5장 인정하다 (4)
“그……
마스터가 초점 없는 눈을 이리저 리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며 위긴스가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대체 사람을 얼마나 험하게 다뤘 으면……
그가 아는 마스터는 더없이 현명 한 노인이었다. 세월을 비껴내지는 못했지만, 겹겹이 쌓인 세월은 그에 게 현명함이라는 무기를 주지 않았 던가.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마스터에게서는 그 현명함의 편린조 차 찾아볼 수가 없다.
정신 나간 노인처럼 여기저기를 쉴 새 없이 흝는 모습이 위긴스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개 같은 놈들.”
알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마스터는 배신자
이고, 반드시 처단해야 할 죄인이다.
하지만 그건 총회의 권리이자 위 긴스의 권리였다. 복수라는 것은 자 신의 손으로 이루어야 의미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더는 복수해야 할 가치조차 지니지 못한 마스터의 모 습이 그의 가슴에 불을 질러 댔다.
“ 엉망이군.”
강진호 역시 마스터의 상태를 보 고는 헛웃음을 흘려 댔다.
다른 이들은 마스터가 이리 나락 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지만, 강진호가 느끼는 감정은 그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악취미군.”
이건 강진호가 자주 쓰는 방식이 다.
섭혼술을 이용해 상대의 정신을 붕괴시키고, 마기를 밀어 넣어 회복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처리한 이들이 지금 까지도 꽤 되지 않던가.
아마 마스터가 강진호의 손에 잡 혔다면 목숨을 끊어버리거나 이런 식으로 정신을 붕괴시켰을 것이다. 마치 그가 해야 할 것을 미리 해주 었다고 주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거 뭐, 대화나 되겠습니까?” 방진훈의 말에 바토르가 볼을 실 룩였다.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저자는 나름 일가를 이 룬 무인이다. 이런 식으로 험한 꼴 을 보게 하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 차라리 고문해 죽이는 것만 못하다.”
물론 고문도 당했지만 말이다.
바토르의 말에 딱히 공감하는 것 은 아니지만, 이대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터에게 다가갔다.
“혹시•…”
“가능할 것 같군.”
고개를 끄덕여 위긴스의 말을 받 아준 강진호가 손을 뻗어 마스터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장민도 뽑아내지 못할 정도의 마 기라……
마스터의 머릿속을 채운 마기가 느껴진다. 워낙 은밀하게 파고들어 있다 보니 저 장민조차도 미처 모든 마기를 제거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마공을 운용해 마스터의 내부에 있는 마기를 흡수 했다.
서늘한 감각.
비슷한 마기라도 쓰는 이에 따라 서 그 성질이 조금은 다른 법이다. 강진호의 마기가 마기치고는 불타는 듯한 폭력성을 지녔다면, 이 마기는 더없이 서늘하고 또 음울했다.
남김없이 마기를 모두 뽑아낸 강 진호가 가만히 마스터를 바라보았 다.
완전히 초점을 잃은 그 두 눈이 점점 빛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빛이 된 마스터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본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가닿 은 곳은 당연히 강진호였다.
“……회주님이시군요.”
“인사를 다시 해야 하나.”
빙긋 웃는 강진호를 본 마스터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뵙지는 못할 줄 알았습니 다. 아니…… 다시 뵙지 않기를 바 랐죠.”
“원하는 걸 다 할 수는 없는 게 세상이지.”
“……그렇지요.”
체념한 얼굴의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그 말에 위긴스가 입술을 깨물었 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일을 벌였 으면, 도망이라도 잘 칠 것이지.”
위긴스의 목소리에 울분이 묻어난 다.
마스터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 위긴스 그 자신이다.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 역시 마스터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지도 모
른다.
그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서는 참아낼 수가 없다. 위긴스 역시 제 속을 뒤집는 이 불편함을 정확히 설 명해 낼 수 없으니까.
제자리로 돌아간 강진호가 내려놓 았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이제 말해보지.”
“무슨 일이 있었지?”
마스터가 고개를 슬쩍 들어 위긴 스를 바라본다. 그러자 위긴스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챙겨 마 스터에게 내밀었다.
“드십시오.”
“……고맙군.”
받아 든 물을 한 모금 마신 마스터 가 강진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 르겠군요.”
강진호가 대답 없이 마스터와 시 선을 마주쳤다.
“그날…… 회주님께서 창왕과 숭 부를 결하던 그날, 저는 그 자리에 서 몸을 뺐습니다. 마지막 창왕의 노림수가 무너진 순간, 제 운명은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요.”
마스터가 낮게 웃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 니다. 만약 창왕이 패하게 된다면 저는 그곳에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 려보니 이미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니, 그 말은 면 피에 불과하지요. 저는…… 저는 더 는 당당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이 아니게 된 겁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다.
“오르고 지켜내는 것은 너무도 어 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추락은 너무
도 빠른 법이지요.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조금씩 타협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는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 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회주님.”
“그래서……
강진호가 조금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 그다음은?”
“……몸을 숨겼습니다.”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원탁을 등에 업고 있을 때는 몰 랐습니다. 원탁으로 돌아가는 게 불 가능해지고, 더는 원탁의 지원을 받 을 수 없게 되니…… 총회라는 곳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 실감이 나더 군요. 지나는 이들의 눈 하나, 하늘 을 지나는 비행기 하나까지 모두가 저를 감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위긴스의 입술이 실룩였다.
마스터가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역시 조금 전 마스터가 말한 방 식을 모두 동원하여 마스터를 추적 했으니까.
“그렇기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몸 을 숨겼습니다. 거기서도 안주할 수 없었죠.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아 도 정기적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그
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한다 고.”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다.
“유럽에 있는 수하들의 도움을 받 을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그랬다면 적당한 곳에 몸을 숨기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자네가 그걸 발견 못했겠나?”
“그럴 수도 있지. 어쩌면 나는 조 금 편해질 수 있었을지 모르네. 하 지만 그 대가는 그들의 목숨이 되겠 지. 회주님은 배신자를 살려두지 않 으니까.”
위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
강진호와 척을 진 순간부터 그는 어디에서도 편히 쉴 수 없었을 것이 다. 지금의 총회는 원탁이 처음 상 대한 총회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 되 어 버렸으니까.
“세상에 홀로 떨어진 것 같더군. 잠을 잘 수도 없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네. 조금만 긴장을 풀면 어디선 가 검은 손이 날아들어 내 목을 움 켜잡을 것만 같았지.”
마스터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우스운 일이다.
그토록 강진호와 조우하는 것을 두려워했건만, 막상 강진호를 앞에 두고 있으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더는 그와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 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던 와중에……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네. 내가 왜 잡혔는지 나 도 모르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주변을 처음 보는 이들을 둘러싸고 있더군.”
“왜 텔레포트를……
“실패했네.”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상하 게도 마법이 발동되지 않더군. 그리 고 나를 제압한 그들은 내 몸 안에 마기를 박아 넣더군. 그때부터는 저 항할 수 없었지.”
위긴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 다.
‘심지어 흑왕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라는 말인가?’
이건 꽤 심각한 문제다.
마스터 정도 되는 이를 제압하는 데 흑왕이 움직일 필요도 없다는 의
미니까. 그만큼 흑왕계의 전력이 강 하다는 뜻이다.
가만히 마스터의 말을 듣고 있던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어떻게 마법을 억제한 겁 니까?”
“ 그게••••••
“이상한 일도 아냐.”
그 대답을 한 건 위긴스가 아니 라 강진호였다.
“회주님?”
“청마가 현대로 돌아온 지 백 년 이 넘었다면, 모든 준비를 끝마쳤겠 지. 그의 목표가 단순히 중국에 대
한 장악이 아니라면, 유럽과 마법사 들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았을 리 없지.”
단 십여 년의 세월만으로도 마교 를 이끌고 중원을 지배한 청마였다.
이 정도는 대단할 것도 없다.
“그 뒤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군. 그저 고통스러웠지. 그저……
어찌어찌 침착함을 유지하던 마스 터의 두 눈에 공포감이 어렸다.
“……육체의 고통은 얼마든지 참 을 수 있었네. 하지만…… 흑왕, 그 자가 내게 준 고통은 육체의 그것과 는 차원이 달랐네. 고통 속에서 몸
부림치고 또 몸부림치다…… 나를 잃어버렸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영원히 방황하는 것 같았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대충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 로군.”
마스터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앞 에 내려놓은 잔을 부여잡는다. 그러 고는 힘겹게 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게. 회주님, 그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홈……
강진호가 살짝 턱을 긁어 댔다.
마스터는 결코 약한 자가 아니다. 그가 삼왕급의 절대강자는 아닐지라 도, 총회의 이사들에게는 뒤지지 않 을 것이다.
그런 이가 저리 쉽게 제압을 당 했다?
“너를 제압한 이들은?”
“……여럿이었습니다.”
“합공인가?”
“아니…… 아닙니다, 회주님. 그들 여럿이 오긴 했지만, 굳이 그럴 필 요는 없었을 겁니다. 저는 그들 중
하나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강진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마스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미 당신을 배신한 제 말이 무 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회주님…… 이건 온전한 제 진심입 니다. 그들과 대적하지 마십시오.”
위긴스가 당황하여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스터!”
“자네도 마찬가지네. 그들…… 그 들과는 대적해서는 안 돼. 그들의 힘은…… 우리가 알던 세상의 균형
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해.”
마스터가 겁에 질린 얼굴로 중얼 거렸다.
“그런 이들이 세상에 있는 줄 알 았다면…… 나는 결코,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걸세. 모든 것을 내 려놓고 그들과 관련이 없는 세상으 로 달아났겠지. 어차피 결과는 처음 부터 정해져 있던 거야.”
마스터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했다.
“그, 그들과 대적해서는 안 됩니 다.”
“그들은…… 그들은 너무도 강합 니다. 회주님, 아무리 당신이라고는 해도……
“ 알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 강진호가 피식 웃어버렸다.
“할 말은 그게 다인 모양이군.”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를 비벼 껐다. 그 짓뭉개지는 담배가 마스터 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마스터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배신의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