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4)
마존현세강림기-1816화(1813/2125)
마존현세강림기 73권 (25화)
5장 인정하다 (5)
위긴스가 강진호의 눈치를 살피다 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 로드.”
그의 얼굴에 긴장이 역력하다.
“제가 감히 로드께 이런 말을 드 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가 슬쩍 위긴스를 바라봤
다.
딱히 뭔가가 담기지 않은 눈빛임
에도 위긴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그..
“할 말 있으면 해보지.”
“시간 끌지 말고.”
위긴스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로드, 물론 마스터가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
위긴스의 시선이 다른 이사들을 한 번 훑었다.
“저라고 해서 마스터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모르는 바는 아닙 니다. 하지만 로드, 마스터의 공 역 시 감안하여 주십시오.”
“공?”
“예. 마스터는 원탁을 안정화시켜 총회의 일을 쉽게 만들어준 공이 있 습니다. 만약 마스터가 없었더라면 원탁을 그리 빨리 안정화시킬 수 없 었을 겁니다.”
“ O..w
M –
“그리고 일본과의 전쟁 당시 마스 터가 원탁을 이끌고 총회를 지원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외
에도 마스터는 언제나 협력적이었습 니다.”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나서 뒤통수를 때렸지.”
“물론 그건 사실입니다만……
위긴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공을 세운 이의 과는 공으로 상 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비록 마스 터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가 세운 공을 감안하여 목숨만은 붙여주십시오.”
위긴스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해하기 어렵군.”
강진호가 그런 위긴스를 보며 고 개를 갸웃했다.
“마스터의 배신에 가장 화가 났을 사람은 다름 아닌 위긴스 아닌가.”
“……그 말도 맞습니다.”
위긴스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처음 배신을 당했을 때는 배신감 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머 리가 새하얗게 탈색되더군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마스터를 그 토록 몰아간 건 다름 아닌 저입니 다. 팔다리를 모두 잘라놓고 걸어보
라 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그리 고 걷지 못한다고 죽이는 건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다른 이사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들 생각하지?”
“뭐,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 양반이 저러고 나오는데.”
방진훈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용서해 주라는 건가?”
“용서는 뭔 씨발, 얼어 뒈질 용서 입니까!”
방진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다.
“과를 공으로 덮는다는 개소리가 말이나 됩니까? 애초에 그건 저지른 짓거리가 어느 정도일 때의 이야기 아닙니까! 저 인간이 배신한 덕분에 죽은 애들이 몇인 줄 아십니까?”
방진훈이 금방이라도 마스터에게 달려들 기세로 살기를 내뿜었다.
“개 같은 놈이. 우리가 죽이겠다 고 칼 물고 설친 것도 아니고, 지 조금 편해 보자고 일을 벌인 건데! 용서요? 용서는 그런데다 가져다 붙 이는 게 아닙니다!”
방진훈의 말에 바토르도 찬동하고
나섰다.
“맞는 말이다, 주인.”
바토르가 차가운 눈으로 마스터를 노려보았다.
“죄에는 그에 걸맞은 대가가 필요 한 법이다. 이건 단순히 죄지은 자 를 벌하는 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 다. 이자를 어떻게 처벌하느냐에 따 라 회의 기강이 정해지는 거다.”
으으..«
M..•
“이런 죄를 짓고도 용서받는 이가 있다면, 누가 회의 규율을 겁내겠는 가. 당장이야 주인의 권위가 있으니 반발하는 이가 나오지 않겠지만, 모
든 것은 그런 작은 균열에서 시작하 는 법이다.”
강진호가 일리가 있다는 둣 고개 를 끄덕였다.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 까?”
이현수가 동의를 구하자, 강진호 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여기까지만 하지.”
“••••••예‘?”
“애초에 서로 회의를 하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니까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어.”
강진호가 마스터를 보며 말했다.
“나는 용서할 생각이 조금도 없거 드 ”
“로, 로드.”
위긴스가 당황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물론 강진호의 성향상 깔끔한 용서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온정 정도는 줄 수 있다 여겼다.
그저 목숨을 살리는 정도는 말이 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럴 생각 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물론! 물론 저 역시 마스터가 완 전히 용서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죽음이라 는 벌을 받을 필요까지는……
강진호가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재밌는 말을 하는군.”
그의 얼굴에 감정의 편린이 느껴 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위긴스 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게는 저자 를 용서하고 말고 할 자격이 없어.”
“••••••예?”
“죽은 이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무 슨 수로 용서를 한다는 거지?”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이 논리에는 반박을 할 수 없다.
“죽은 이에게 용서를 받아올 방법 이 있다면, 얼마든지 용서를 해주 지.”
위긴스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 다.
“아니면……
“그 유족들을 모두 찾아가서 저자 를 죽이지 않고 용서하겠다는 답을 모두에게서 받아온다면 그리해 주 지. 그럴 용의는 있나?”
“••••••로드.”
“착각하지 마, 위긴스.”
강진호의 눈이 낮게 가라앉는다.
“이건 감정의 영역이 아니야. 나 라고 해서 마스터에게 딱히 악감정 이 있는 건 아니다. 일을 초래한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너 일지도 모르지. 그래, 어쩌면 마스터 도 피해자일 수 있지.”
“하지만 그래서 마스터를 용서하 면 뭐가 남지? 그저 너와 내 마음 이 조금 더 편해지는 게 전부 아닌 가. 그까짓 감정을 위해서 죽어간 이들의 복수를 포기하라고?”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나는 차라리 내가 더 죄를 짊어질지언정 그런 식으로 일을 처 리하지는 않아. 마스터의 죽음으로 위로를 받아야 할 목숨들이 있는 이 상, 내 감정 같은 건 아무런 가치도 없어.”
위긴스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떨궜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로드. 로드의 말씀이 틀린 게 없습니다. 다만, 저는……
“거기까지 하게, 위긴스.” 마스터가 헛헛하게 웃었다.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어떤 말이 오가는지는 알 것 같군. 굳이 나를 변호할 필요는 없 네.”
“마스터.”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 을 져야 하는 법이지. 그 책임을 지 고 싶지 않아서 달아난 내가 할 말 은 아니지만 말일세.”
마스터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 다.
“회주님.”
그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한 다.
“배신의 대가는 받겠습니다. 그
저…… 제가 저지른 일의 대가가 원 탁에 돌아가지 않게만 해주시길 간 청드립니다.”
강진호가 말없이 마스터를 바라보 았다.
만약 마스터가 총회가 아니라 강 진호를 공격했다면, 강진호는 별다 른 조건 없이 마스터를 용서했을지 도 모른다.
설사 팔이나 다리가 하나 잘려 나가는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마스 터의 목숨만은 부지해 줬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는 인간
강진호가 아니라 총회의 회주인 강 진호였다. 이제는 강진호도 그 차이 가 뭔지 더없이 확연하게 알고 있었 다.
그의 감정보다 중요한 것은 마스 터가 저지른 일로 죽지 않을 수 있 던 이들이 죽어갔다는 점이다.
“원탁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
“네게 가담한 자들의 목숨을 끊는 정도로 끝날 거야. 이미 그러고 있 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 다.”
마스터가 살짝 강진호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나이트들은 그 죄를 씻을 수 없 겠지만, 그 휘하에 있는 이들은 명 을 받으면 그저 따라야 하는 이들입 니다. 적극적으로 그 상황에 저항하 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담자가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요구가 조금 많아졌지만, 강진호 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들에게는 죄를 묻지 않지. 네 식솔은 물론이고, 네 수하들에게도 죄를 묻지 않겠다.”
마스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예상 이상의 대답이다.
가족에게 죄를 묻지 않는 건 너 무 당연한 일이지만, 적어도 그의 수하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을 거라 생각했다. 그라면 그리했을 테니까.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참아내는 것과 격하게 반발 하는 것 사이에 또다른 제삼의 길 이.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뒤 였다.
“감사합니다, 회주님.”
마스터가 만족했다는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어차피 삶의 미련을 놓아버린 그 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의 목숨 하나로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
“저는 각오가 됐습니다. 그만 끝 내주십시오.”
비장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아 니, 어찌 보면 조금 초탈한 모습처 럼 보이기도 했다. 제 목숨에 연연 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나 사람들에 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강진호 역시 그 태도가 인상적이 었는지 마스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나 생각 이상으로 강진호의 침 묵이 길어지자, 마스터가 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진호의 입이 천천히 열 렸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예?”
“나는 네 목숨을 거둔다고 했지, 쉽게 죽여준다는 말을 한 적은 없 어.”
“회, 회주님?”
강진호가 고저없는 목소리로 말했 다.
마스터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한 다.
조금 전의 초탈한 태도는 온데간 데없다. 그 당황 가득한 얼굴을 보 며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죽어서 다 끝낼 수 있다고 생각 했나?”
웃기지도 않는 소리.
냉정하게 말해 사람의 목숨은 저 마다 다들 가치가 다르다. 하지만 마스터의 목숨값이 아무리 대단하다 고 해도 먼 이국의 땅에서 비명횡사 해야 했던 그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대체할 수는 없다.
“네가 해야 할 건 하나다.”
“죽지 않는 것.”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간, 이 약속은 모두 없던 걸로 흐}지. 네 게 가담해 총회에 피해를 입힌 이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살려두지 않아.”
무감정한 목소리.
그렇기에 오히려 더 무서운 목소 리였다. 분노와 차가움이라는 감정은 언젠가 시간과 함께 무뎌지는 법이 니까.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마스터 의 처분에 감정을 싣지 않고 있었다.
“달아나도 마찬가지다.”
“감옥 문을 열어두지. 네게 금제를 가하지도 않아. 너는 그저 선택하면 된다. 흘로 달아나 고통에서 벗어날 건지, 그게 아니면 그 안에서 모두를 위해 고통을 감내할 건지.”
“으..”
“원탁을 위해 배신했다던 네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데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겠지.”
“회, 회주님!”
강진호가 턱짓으로 마스터를 가리 켰다.
“끌고 가. 지하에 가두고 문은 열 어둬.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 나는 순간 내게 알려.”
“……알겠습니다.”
멍한 얼굴을 한 마스터의 양팔을 바토르와 방진훈이 움켜잡았다.
“저, 저는…… 저는! 회주님! 회 주니이이이임!”
끌려 나가는 마스터를 향해 강진 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미리 각오해 둬. 나는 청마처럼 무르지 않으니까.”
그 말이 과연 마스터의 귀에 들 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달라
질 게 없었다.
마스터가 끌려 나간 회주실에 차 가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찰칵.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이상하게도……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사람은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하 지.”
“이상하게도 말이야.”
강진호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쓸쓸히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