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5)
마존현세강림기-1817화(1814/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1화)
1장 숨막히다 (1)
“선물은 잘 전달했습니다.”
“그 꼴로?”
돌아온 리우양을 확인한 청마가 피식 웃어버렸다.
“……죄송합니다.”
“다행인 줄 알아야 할 거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분의 성정이 많이 유해지신 것 에. 과거의 나는 그분이 손댄 이가 살아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아니면 내 체면을 생각해 주신 거겠지. 황송하게도 말이야.”
청마가 낮게 웃었다. 더없이 유쾌 하다는 듯 웃는 청마를 보며 리우양 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비웃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건 결코 비웃 음이 아니었다.
“그래. 어떤가, 그분을 대면하고 돌아온 기분은?”
“저는……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 습니다.”
리우양이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 강하다는 건 알 수 있었습 니다.”
“흐음.”
“그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사람을 절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야 성까지.”
“그거, 꽤 간지러운 말이로군.”
“충분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삼왕들을 짓밟을 수 있 었는지, 어떻게 동방의 작은 나라에 서 그만한 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
었는지.”
청마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듯.
“하지만……
리우양이 슬쩍 청마의 눈치를 살 피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저와 다른 평범한 이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 에 불과합니다. 그가 아무리 강하고,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흑왕 께서 신경 쓸 만한 이는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했던 말을 반복하게 하는군. 머 리가 나쁜 이들을 데리고 있는 건 귀찮은 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청마가 고개를 돌려 리우양을 바 라보았다.
“다른 놈들은 뭘 하고 있지?”
“흑왕께서 한국에 오래 머무르시 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입니 다.”
청마가 손을 들어 이마를 덮었다.
“정말 귀찮은 일이야.”
한숨을 푹 내쉰 그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잔을 잡았
다.
“아무래도 생각을 조금 잘못했던 것 같아.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고분고분한 놈들을 키웠어야 하는 건데.”
“그들이 거칠다고는 하나 흑왕에 대한 충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 다.”
“그래서 너희가 아직 살아 있는 거야.”
청마가 피식 웃었다.
“증명하지 못한 놈들은 모두 지옥 에 있지.”
와인을 단번에 넘겨 버린 청마가
몸을 일으켰다.
“중국으로 돌아간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연락해서 그 누구도 경 거망동하지 말라고 해. 한국으로는 출입도 금지다.”
“예!”
“이 명을 어기는 놈은 내가 직접 처리한다고 분명히 전해라.”
“그리하겠습니다.”
청마가 비어버린 와인 잔을 바라 보았다.
“아무리 좋은 술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 법이지.”
잠시 술잔을 들기는 했지만, 이제 는 일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궁금하군.”
청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과연 나와 술을 마실 생각이 있
으신지 말이야.”
“혹왕이?”
[그래.]“마스터라…… 보기 좋게 한 방
먹었군.”
달아난 마스터의 흔적을 찾은 건
총회만이 아니다. 홍왕계 역시 정보 력을 모두 동원하여 마스터를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발자국조차 보이 지 않던 마스터가 흑왕계의 손에 잡 혀 총회로 끌려갔다라…….
‘이건 굴욕이군.’
차이커창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예상은 했지만, 혹왕이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빠르군.’
끊임없이 교전을 벌이고 서로를 견제해 온 창왕계와는 다르게, 흑왕 계는 언제나 은인자중하며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이들이다.
그런데 흑왕계도 아니라 흑왕이 직접 한국으로 넘어가 강진호를 대 면했다.
이건 차이커창의 계산을 깔끔하게 뛰어넘는 일이다. 불확실성으로 점 철되어 있는 흑왕계에 파격성이 추 가됐다.
심지어 홍왕계는 저 흑왕이 중국 을 떠나 한국에서 강진호를 만나는 순간까지 흑왕의 종적을 조금도 파 악하지 못했다. 이건 혹왕이 홍왕계 의 정보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는 증거였다.
[그쪽에서 뭘 꾸미는 건지 알아보
라는 건 어떻게 됐어?]
“감도 안 잡힌다.”
[무능해 빠진 새끼.]이현수의 비난에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흑왕계를 뒤지는 것으로는 흑왕 의 목적을 알아낼 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나라고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 다. 흑왕계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다. 창왕이 혹왕계와 접촉할 때 움직인 놈을 확보했지.”
[그래서?]“흑왕계는 일반적인 무파와는 체
계 자체가 달라. 일반적으로 흑왕계 라고 알려져 있는 놈들은 다 허수아 비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봐.]“그러니까……
차이커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흑왕계는 두 체제로 이루어져 있 다. 아래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무인 들은 흑왕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 어. 그놈들은 혹왕의 심복들이 자체 적으로 끌어모은 이들에 불과해.”
살짝 심호흡을 한 차이커창이 말 을 이어갔다.
“진짜 흑왕계는 흑왕의 심복이라 할 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하나하 나가 왕처럼 군림하며 자체적인 세 력을 갖추고 있다.”
[흑왕의 수하들이 왕으로서 병력 을 모으고, 혹왕은 그 위에 황제처 럼 군림한다는 건가?]“그것도 아니야.”
[뭐라는 거야? 빌어먹을.]“흑왕의 심복들이 병력을 모으는 것에 혹왕은 관여하지 않아. 그건 완전히 심복들의 자유다. 흑왕은 그 병력들에 대한 권한도 요구하지 않 는 모양이다.”
차이커창은 이현수가 겪는 혼란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 역시 이 상황을 처음 파악했 을 때는 이해를 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러니까……
차이커창이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가 흑왕계라고 부르는 것들 은 애초에 흑왕의 심복들이 육성한 사병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에 지 나지 않는다는 거야. 진짜 흑왕계는 혹왕을 비롯한 소수에 불과해.”
[소수라고?]“그래.”
그러니 흑왕이라는 자의 정체가
지금까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 이다.
흑왕은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다. 그와 동시에 하나이기도 하고 여럿이기도 하다.
“자신을 흑왕계의 소속이라 믿는 이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이를 흑왕 이라 생각했겠지. 의도적으로 그리 퍼뜨렸든, 아니면 오해가 겹쳤든! 여하튼 그러니 흑왕에 대한 정보는 중구난방이었던 거다. 한 사람이 아 니니까.”
[그중 진짜 혹왕을 본 이는 없다 는 거로군.]“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 나?”
차이커창이 씹어뱉듯 말했다.
“생각해 봐. 흑왕은 자신의 모습 을 거의 드러낸 적이 없어. 하지만 지금까지 아주 숨어 지낸 건 또 아 니지. 그랬다면 그가 흑왕이라는 이 름을 얻지도 못했을 거고, 명성을 얻지도 못했을 테니까.”
[설마…….]“그래.”
차이커창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 었다.
“세상이 아는 흑왕이 진짜 흑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처음부터 흑왕이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 았다면, 우리는 흑왕의 심복들만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 해……
차이커창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 다.
“중원은 흑왕의 수하들을 보고 그 들이 창왕과 대등한 수준이라 여겨 흑왕이라는 칭호를 붙였다는 의미 지.”
차마 홍왕의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었다.
그건 너무 굴욕적인 일이니까.
[그게…….]이현수의 목소리에 실린 떨림이 수화기 너머로도 전해졌다.
“물론 그중 그만한 수준에 도달한 이는 극소수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한 명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면 흑왕이 몸 소 나선 걸 수도 있다.”
차이커창이 심호홉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고려한다 면, 흑왕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그 소수의 정예가 하나하나 모두 삼왕 급의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
다.”
[환장하겠군.]차이커창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 다.
이번에 얻은 정보와 지금까지 그 가 흑왕계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들 을 조합하면 상황은 일목요연해진 다.
혹왕계는 실체가 없다.
그 누구도 흑왕일 수 있고, 그 누 구도 혹왕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흑왕이 스스로 한국으로 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면, 차이커창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흑왕의 실체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 었을 것이다.
[소수라는 어정쩡한 말을 쓸 수밖 에 없다는 건가? 그 심복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니까?]“지금은 그렇다.”
[차라리 안 듣는 게 나을 뻔했 군.]이 말에는 차이커창도 완전하게 동의했다.
지금까지 위험한 정보는 수도 없 이 다뤘다. 그중에는 밖으로 퍼질 경우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극비 정보도 물론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보 자체를 외 면하고 싶던 적은 처음이다. 알면 알수록, 가능성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하는 영역 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일단은 알았다. 정리를 좀 해봐야겠어.]“……더 들어오는 소식이 있으면 전해 주마. 한동안은 단편적인 정보 에 불과하겠지만.”
[묘하게 협조적이군.]“그래야 할 때니까.”
차이커창이 대답도 듣지 않고 전 화를 끊어버렸다.
통화의 목적은 흑왕의 계획에 대 한 것이지만, 마지막쯤에는 그런 것 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다.
‘홍왕계만으로는 무리야.’
흑왕계를 상대할 때, 총회의 도움 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원래 차이커 창의 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움의 영역.
하지만 흑왕계에 대해 알면 알수 록 차이커창은 홍왕계만으로 이 상 황을 풀어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안 돼서, 능력이 부족해서
병력을 키워내지 못한 게 아니다.
흑왕에게는 수를 채울 뿐인 병력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이번 창왕과의 싸움에서 드러나지 않았던가. 무인계에서 병력이란 결 국 절대의 영역에 오른 이들을 보좌 하는 역할이 한계다. 초극에 오른 무인이 존재한다면,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한 병력 따위는 빗자루로 쓸어 내듯 처리해 버릴 수 있다.
만약…….
조금 전, 이현수와의 통화에서 말 한 것처럼 혹왕계에 삼왕급의 무인 이 다수 존재한다면?
‘흑왕을 포함해 셋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이 상이라면?’
필패.
견적도 서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저 지평선 너머에서 홍왕과 창왕, 그리고 마왕이 한편이 되어 돌진해 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흐르 는 광경이었다.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차이커창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고 믿었다. 정말 흑왕이 그런 전력 을 갖추었다면, 지금까지 참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제아무리 신중한 인간이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흑왕계는 아직 어떤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무인들의 생리 를 아주 잘 알고 있다. 힘을 가진자 가 마지막까지 그 힘을 휘둘러보지 않고 조용히 죽어주는 일은 절대 벌 어지지 않는다.
“후이!”
“예!”
그의 고함 소리에 밖에서 대기하
고 있던 이가 안으로 뛰쳐 들어왔 다.
“잡아온 흑왕계 놈들은 지금 어디 에 있나?”
“우선 제압해 감금해 두었습니 다.”
“앞장서라. 내가 직접 취조한다.”
“예!”
다급하게 앞쪽으로 뛰쳐나가는 이 를 보며 차이커창이 안색을 굳혔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혹왕계의 전력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 면……
틀어쥔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아 무도.’
자꾸만 스멀스멀 밀려 들어오는 불안을 애써 밀어내며 차이커창이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