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6)
마존현세강림기-1818화(1815/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2화)
1장 숨막히다 (2)
“소수 정예라……
이현수의 보고를 받은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놈답다고 해야 하나,’
생각할수록 헛웃음이 나온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그런 반응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 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장 옳 은 방법입니다만.”
아연한 얼굴.
웬만해서는 이현수에게서 잘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런 이현수의 마음을 짐작한다는 듯 강진호가 낮 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론적으로라……
확실히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소수라는 말은 유지에 대한 대가 가 들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총회 역시 이 많은 인원들을 유지하기 위 해서 어마어마한 비용과 인력을 써
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 창왕과의 전투에서 확연히 드러났듯이, 전투의 규모가 커지고 전투에 참여하는 고수의 질 이 높아질수록 총회를 구성하는 병 력들은 큰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웃긴 말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초극에 올라 인간의 한계를 벗어 난 고수를 수로 압박한다는 건 불가 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도 동시에 공격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십여 명 을 넘지 않는다.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땅을 파고 들어가는 온갖 발악을 다 한다고 해 도 스물을 채 채우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동시에 스무 명을 상대할 수 있는 무력의 차이를 내버 리는 순간, 수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개미는 천만 마리가 모여도 개미 다. 물론 희생을 고려하지 않고, 천 만이나 되는 개미를 끝없이 투입한 다면, 지친 인간이 개미에게 물려 죽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지 만…….
‘그건 죽을 때까지 싸울 때의 이
야기지.’
체력이 달린다면,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쉬어버리면 그만이다. 절대 적인 힘의 차이를 가진 이가 기동성 의 우위마저 가지는 순간, 병력은 그 의미를 잃는다.
냉정하게 말해 이 많은 회원은 그 초극에 오른 절대고수를 단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이다. 저들 중에 고수가 몇이 라도 더 나와준다면 총회의 전력은 수직상승할 게 분명하니까.
물론 마염이라든가, 다른 무력대 들이 존재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상대를 잡아낼 수 없는 다수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확 실한 소수만을 운영하는 쪽이 훨씬 낫지. 비용은 접어두고 규모가 커질 수록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까.”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 론 그 소수가 다수 이상의 전력을 갖출 만큼 어마어마하게 강해야 한 다는 전제가 있지만요. 그 전제를 성립시키기만 한다면, 그 이상 강한 전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잖아.”
“예. 고수라는 건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재능 이 있다고 다 벽을 넘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한계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지.”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 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 만 놈에게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 요
소가 있지.”
“시간과 경험.”
평범한 이는 불가능하다. 누군가 를 극강의 고수로 키워내기 위해서 는 그 스스로 그들의 수준을 넘는 무학적 지식을 갖춰야 하니까.
아무리 뛰어난 이라고 해도 평생 을 바쳐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경지 다. 그 경지에 올랐을 때는 이미 남 은 시간이 얼마 없다.
그렇기에 경지에 오른 이들은 자 신의 무학을 전할 수 있는 비급을 만들어 내고, 문파를 통해 전하고
또 전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오를 것이라 믿 으며.
하지만…….
‘청마는 달라.’
그는 생의 시작부터 상승에 오를 수 있는 무학에 대한 지식을 완벽하 게 체화한 상태였다.
마치 지금의 강진호처럼.
그런 자가 현대로 돌아옴과 동시 에 지금 이 시기를 목표로 자신의 심복들을 육성했다면, 백 년의 시간 동안 그들이 삼왕급의 무인으로 성 장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
다.
강진호가 지금 총회에서 마염들을 비롯한 소수를 선별하여 백 년 동안 수련을 시키고 자신의 심득을 전수 한다면? 백 년이 지났을 때, 그들의 무위가 삼왕급에 오르지 못할까?
‘적어도 가능성은 충분하겠지.’
그리고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면에 있어서는 창왕은 강진호보다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는 자 다.
“가능은 합니다.”
그런 강진호의 생각을 읽었는지 이현수가 선수를 쳤다.
“문제는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 가가 아니죠. 아무리 두 번째 삶을 사는 거라지만, 사람이 미래의 가능 성을 보고 백 년을 버틴다는 건 할 짓이 아니잖습니까.”
“……그렇지.”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제 아무리 이현수라고 해도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 일이 사실 이라면, 청마의 인내심은 사람의 그 것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친놈이……
애초에 평범한 인간은 그만한 경 지에 오를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삼왕급이거나 그 삼왕급을 초월한 무인들은 인간으로서 무언가가 결여 되어 있는 것들이라는 의미다.
강진호가 그렇고, 홍왕이 그러하 며, 창왕이 그랬다.
하지만 청마의 집요함은 다른 삼 왕들을 평범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 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입니다.”
“이해하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 니야.”
“예‘?”
“과거의 청마는 나 하나와 마교의
마인들을 부려 중원을 거의 정복했
지.”
“청마는 언제든 마교를 다시 부활 시킬 수 있었어. 이 세상에도 마교 는 존재했으니까. 나 이전에 그들을 찾아내고 적당한 마공을 던져 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충성을 바쳤겠 지.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 로 마교를 부활시킬 수 있었을 거 야.”
이현수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한 역할은 놈이 해버리면 그만이다. 이십 년 정도면 충분해.
이 세상에 과거 그가 지휘한 마교를 만들어내기까지. 그런데 놈은 마교 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놈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 는 그걸로도 부족했다는 거지.”
“ 그건••••••
“다시 말해……
강진호가 씹어뱉듯 말했다.
“전성기의 마교를 이끈 놈이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만들어낸 것이 지 금의 체계라는 거지. 그걸 대체 무 슨 수로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군.”
생각해 보라.
그 청마의 지시를 받아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삼왕급의 고수들을.
아니. 굳이 삼왕급까지도 필요 없 다.
그에 준하는 급의 고수가 딱 대 여섯 명만 있어도, 총회는 물론이고, 과거의 마교로도 대적이 불가능하 다. 강진호의 몸이 열 개가 아닌 이 상 사방에서 치고 빠지는 고수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과거, 몇 만에 이르는 마교를 한 몸처럼 움직이게 만든 이가 청마다. 그놈이 소수를 집중해 지휘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생각해 보니 정말 청마다운 짓거 리군.”
평범한 이라면 과거 자신이 한 실패를 거울 삼아 더 빠르고 더 확 실하게 세력을 규합해 나갔을 것이 다. 하지만 청마는 근본 자체를 뒤 틀어 버렸다.
“회주님 때문이네요.”
“응?”
“어중이떠중이가 몇 천, 몇 만이 있어도 회주님 하나만 못했다는 이 야기 아닙니까. 그래서 회주님의 마 이너 카피들을 양산한 거구요.”
“전생이고 현생이고 도움되는 게 없네. 진짜……
강진호가 조심스레 재를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은 차이커창이 놈들과 접촉 한 이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더 해보 겠답니다.”
“의미 없는 짓이지.”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런다고 뭐가 나오지는 않을 거 야. 놈이 일을 그리 허술하게 처리 할 리가 없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
습니까? 지푸라기 하나를 잡으면 뻘 짓이지만, 지푸라기도 수백 개가 모 이면 나름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커창이나 이현수의 방식을 폄 하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청마를 상대로 딱히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 는 건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니까.
“그쪽은 맡기지.”
“예.”
“대신••••••
“예?”
“경계를 강화해.”
이현수가 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경계를 강화하라니?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
“이런 말씀을 제가 드리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 청마라는 자는 총회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그 자는 자신의 말을 어 기는 이가 아니라면서요?”
“그도 그렇지.”
“……그런데 왜?”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 다.
“청마는 자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이야. 목적을 위해서는 욕구도 참아내고, 가시밭길에 몸을 굴리면 서도 웃을 수 있는 놈이지.”
“그래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가라앉은 강진호의 목소리가 이현 수의 귀를 파고들었다.
“제아무리 청마의 통제 아래 있다 지만, 기본적으로 고수라는 놈들은 대가리에 나사 하나씩은 풀려 있는
놈들이야. 그 정도로 미치지 않고서 는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가 없어.”
이건 아까 이현수가 삼왕을 떠올 리며 했던 생각이다.
그러니 동의할 수밖에.
“정말 청마가 그런 놈들을 키워냈 다면, 아무리 청마라고 해도 완전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놈들 중 에서 누가 사고를 쳐도 이상하지 않 아.”
“아, 아니, 잠시만요. 그거 좀 이 상합니다. 놈들이 사고를 쳤으면 벌 써 쳤겠죠. 지금까지 참다가 이제 와 사고를 친다는 게……
“이미 몇 번은 쳤겠지.”
“예?”
“그래서 흑왕이라는 이름이 생긴 거고.”
“아••••••
이현수가 이해했다는 듯 입을 다 물었다.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지. 나 역 시 누군가 나를 적마라 불렀기에 적 마가 되었고, 누군가 나를 적천마존 이라 불렀기에 적천마존이 되었지. 자신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만들어 진 왕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 정도는 놈에게 아무런 문제가 안 돼.”
이현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다.
“일단 경계령을 내리겠습니다.”
“조심하라고 해. 보통 미친놈들이 아닐 테니까.”
“예.”
다급하게 밖으로 나가는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삼왕급을 동 시에 셋 이상 상대하는 건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둘까지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고, 셋 이상은 필패다.
그럼 청마는?
청마가 강진호가 이 세상에 돌아 올 것을 예상했다면, 얼마만 한 준 비를 했을까?
‘다섯은 되겠지.’
그러니 그리 자신 있게 강진호 앞에 모습을 드러냈겠지. 강진호가 어떤 수를 써도 절대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피 냄새가 나는군.’
이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 전쟁의 냄새가 코끝을 찔러 온다.
그 향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묘하
게 흥분하고 있는 자신이 거기에 있 었다.
“구제불능이야.”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넘어서야 할 존재들이 명확해지는 순간, 머릿속에 끼어 있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 다.
해야 할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