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8)
마존현세강림기-1820화(1817/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4화)
1장 숨막히다 (4)
콰아아아아앙!
“뭐야, 씨발!”
“지진인가?”
건물 안에 있던 회원들이 밖으로 우르르 튀어나왔다.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린다.
“어, 어디……
쿠우우우우우웅! 쿠우웅!
뛰쳐나온 이들의 고개가 뒤쪽으로 홱 돌아갔다. 총회 건물 너머에 있 는 뒷산 쪽에서 뿌연 홁먼지가 구름 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공격인가!”
“공격은 무슨 공격이야! 이 미친 놈아!”
“아니, 폭격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서야 저게 말이나 되냐고!”
총회의 회원들이 얼이 빠진 얼굴 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바라보았 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저 광경이
폭격이나 포격으로 벌어진 일이 아 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먼지구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의 여파가 그들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 이다.
“창왕의 잔당인가?”
“그놈들이 여기까지 왜 와?”
“아니, 그럼 다른 적이라도…… 바로 그때였다.
“다들 들어가. 별거 아니다.”
마염들 중 하나가 휘적휘적 걸어 와 손을 내저었다.
“그럼 뭔 일인데?”
“이사님들이 간만에 대련하신단
다.”
“뭐라고?”
회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저 폭발이 이사들의 대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건가?
“••••••우와!”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강 진호를 보고, 홍왕과 창왕을 경험한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한계에 대 한 감각은 무너진 지 오래였으니까.
과거, 이중걸이 지배하던 총회 때 였다면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겠지 만, 지금의 이들에게 이 정도 폭발 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놀라운 건 그쪽이 아니라, 이만한 충격을 일으킨 이가 다름 아닌 이사 들이라는 점이었다.
“……힘도 좋으시지.”
“우리 이사님들도 장난 아니시 네.”
새삼 모두가 이사들의 힘을 실감 했다.
그동안 그들이 상대해 온 적들이 워낙에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총회 의 이사들 하나하나의 힘도 각각이 종사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 다.
“하기야 방 이사님만 봐도……
과거에는 이중걸과 치열한 세력 싸움을 벌인 방진훈이다. 설사 당시 의 방진훈이 강진호의 개입 없이 이 중걸과의 승부에서 이겼다고 해도 영남회의 김석일은 당해내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방진훈이라면?
세력이고 나발이고 따질 것도 없 이 방진훈 개인의 무력만으로 총회 고 영남회고 모조리 쓸어버렸을 게 분명하다.
그런 방진훈이 이사들 중 최약체 로 분류된다는 게, 지금 총회의 이 사들이 얼마나 위엄 넘치는 이들인
지를 말해주었다.
문제는 지금껏 그들이 상대한 이 들은 그런 이사들을 간단하게 뛰어 넘는 괴물들이라 그 강함이 전혀 실 감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산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냥 들어가도 되나?”
“대련인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아니, 저 건물 안 무너지냐고. 낡아 빠졌는데.”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
이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바토르가 뿜어낸 권강이 쏘아낸 포탄처럼 날아든다. 절로 입이 쩌억 벌어질 만큼 강렬한 권력을 연이어 날려 대는 바토르지만,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에는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바토르가 짐승처럼 고함을 내질렀 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쏟아지는 권강 속에서 모
즙을 드러낸 이는, 그런 바토르와는 다르게 더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한심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바토르의 권 강을 모조리 피해낸 장민이 유유히 바토르에게 다가와 그의 가슴을 후 려친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바토르의 몸 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끄•••••• 이 망할••••••
바토르의 눈에 경악이 들어찬다.
장민에게 얻어맞은 그의 가슴에 시뻘건 손자국이 깊게 파여 있었다.
‘어, 어떻게……
그와 장민의 차이는 절대 이 정 도가 아니었다.
불과 한 해 전만 하더라도 그와 장민은 서로 박빙으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장민이 그와의 승부에서 최 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도 안 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 라도 이 차이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이 더 젊다. 그리고 자신이 더 노력했다.
그런데 왜 장민과의 차이가 벌어 졌다는 말인가.
경악을 숨기지 못하는 바토르의 눈을 본 장민이 입꼬리를 뒤틀었다.
“왜? 늙은 나 정도는 언제든 능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어리석은 놈.”
장민이 씹어뱉듯 말했다.
“무학이라는 것은 어우러져야 그 의미가 있다. 홀로 강대함을 추구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 네 무학 은 상대하는 이를 보지 않는다. 그 저 강함을 좇을 뿐이지.”
“네가 강함을 보는 동안 나는 너
를 보았다. 네 강점은 무엇인지, 네 약점은 무엇인지. 나를 보지 않은 너는 백 번이 아니라, 천 번을 다시 붙어도 나를 이길 수 없어.”
질끈 깨문 바토르의 입술에서 피 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굴욕적이다.
더없이 굴욕적이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다.”
장민이 고개를 돌려 앞쪽에서 헐 떡이고 있는 위긴스와 방진훈을 바 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도 확연한 낭패감이 어려 있었다.
“하던 수련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강해진다면, 대체 누가 고수가 되지 않겠느냐?”
방진훈이 피 섞인 침을 뱉고는 얼굴올 일그러뜨렸다.
“그럼 뭘 어쩌라는 겁니까?”
“궁구해야지.”
장민이 싸늘한 눈으로 모두를 돌 아보았다.
“잠을 줄여 수련을 한 게 언제더 냐?”
“더 강해지고 싶다는 갈망에 식사 시간마저 줄여본 게 언제더냐?”
위긴스가 차마 장민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저 덩치 큰 얼간이 놈이 방향을 잘못 들긴 했지만, 그래도 너희 중 에서는 가장 나은 놈이다. 그러니 아직도 강해지고 있는 거다. 하지만 네놈들은 아니야.”
방진훈이 앓는 신음을 홀렸다.
“무인이 강함이 아니라 안온함을 추구하는 순간, 무학은 퇴보하고, 정 신은 썩게 된다. 아무리 힘겹고 어 려운 상황일지라도 자신을 갈고닦는 걸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야 쉽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와 방진훈이 총회에 서 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던 가.
하지만 반박을 할 수가 없는 이 유는 저 장민이 자신의 말은 평생 동안 온전히 실천해 온 이였기 때문 이다.
그는 다 무너져 가는 마교를 필 사적으로 이끌어온 이다.
아무리 위긴스나 방진훈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지만, 어디 감히 장 민에게 비길 수 있겠는가.
“더 갈구하고, 더 노력해라. 훗날 너희를 뛰어넘은 다른 놈들에게 무
시받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대로 라면 그리 머지않았다.”
방진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 다.
그 말에 떠오르는 몇몇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잡힌다고?’
생각한 적 없다.
따라잡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그 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바토르나 장 민 같은 이를 능가할 수 없을 거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따라잡지 못하 는 것과 따라잡히는 것은 별개의 문 제였다.
“ 영감.”
바토르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말 한다.
“대충 한 번 힘썼다고 다 끝난 듯 이 말하는데, 그 얇디얇은 뼈마디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부터 해보시지.”
바토르가 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그의 눈에 붉은 혈광이 어렸다.
“죽여 버리겠다!”
“와라! 이 황소 같은 놈!”
바토르가 괴성을 내지르며 장민에 게 달려들었다.
쪼르르르륵.
투명한 얼음 사이로 차 있던 아 이스 아메리카노가 단숨에 쭉 줄어 든다.
빨대를 입에서 뗀 강진호가 컵을 내려놓자, 옆에 있던 이현수가 재떨 이를 슬그머니 강진호 쪽으로 밀었 다.
“땡큐.”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 인다.
그의 눈에 들러붙어 싸우는 바토 르의 장민의 모습이 보였다. 바토르 가 말 그대로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뛰고 있지만, 장민은 노련한 투우 사처럼 그런 바토르를 요리하는 중 이었다.
“……장민이 참 잘해주는군.”
“장로님은 생각이 깊으시니까요.” 이현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장로님이 아니면, 이사님들을 몰 아칠 사람이 없습니다. 아직 확실하 게 흑왕계와의 대립이 정해진 건 아 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라 도 회의 이사진들은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장민 장로님께서는 그걸 알고 계
신 거죠. 제가 부탁드리기 힘든 일 인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 서 움직이셨습니다. 이게 연륜이랄 까.”
감탄한 눈으로 장민을 바라보는 이현수.
그런 이현수를 지켜보던 강진호가 담배를 태우며 하늘을 슬쩍 을려다 보았다.
‘내가 하려던 건데.’
그걸 저렇게 선수를 치나.
저렇게?
“크흠.”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잘된 거긴 하지.’
사람이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매 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강진호가 아무리 저들을 몰아붙인다 고 해도, 강진호가 아닌 장민이 나 서는 것처럼 충격을 주기는 쉽지 않 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실력 이전에 열의니까.
“그런데 회주님.”
“음?”
“정말 저분들이 삼왕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 까?”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질문이 좀 잘못됐군.”
“예?”
“시기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다 르겠지. 저들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 다면 언젠가는 삼왕의 수준에 오르 겠지.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 르고.”
“……하지만 시간이 없군요.”
“그래.”
강진호가 진중한 눈으로 바토르들 을 바라보았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그건 불가능 한 일이다.”
“회주님이 직접 나서도 어렵습니 까?”
“나는 신이 아니야.”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 청마조차 백 년이 걸린 일이 다. 물론 시작점은 다르겠지만, 몇 달 만에 저들을 그 수준으로 끌어올 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강진호가 가만히 뒷산을 바라보다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 우리가 키워낼 수 있는 건 저들만은 아니니
까. 저들의 실력을 끌어 올리고, 보 좌할 수 있는 이들을 만들어내면 돼.”
“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 다.”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채찍질하지 않아도 되는군.’
그가 굳이 말하고, 그가 굳이 윽 박지르지 않아도, 이사들은 제가 해 야 할 일을 알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사들뿐 아니라 총회의 다른 회원 들도 이제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스 스로 찾기 시작할 것이다.
‘소수 정예라……
그건 정말 이상적이고 홀륭한 방 식이겠지.
다만…….
“그게 전부가 아냐.”
처음이다.
총회가 그를 받쳐 준다는 생각이 드는 건.
“설사 내게 같은 기회가 있다고 해도 나는 청마 같은 방식을 선택하 지는 않아. 내게 필요한 건 내 손발 이 되어 움직여 줄 수족 같은 게 아니니까.”
저들은 그의 부하라기 보다는 동 료에 가깝다.
그게 지금 청마와 강진호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대련이 끝나면 장민에게 가서 내 일 아침에 내게 오라고 해.”
“예? 바로가 아니라요?”
“바로 올 수 있으면 그랬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여유 있는 척하기는.’
제아무리 장민이라고 해도 전력을 다한 바토르를 상대하는 게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바토 르에게 충격을 줘서 그의 분노를 끌
어내야 한다.
‘총회는 더 강해지겠지.’
그리고…….
그건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