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20)
마존현세강림기-1822화(1819/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6화)
2장 훈련하다 (1)
“마존이시여.”
방으로 들어온 장민이 강진호를 향해 절을 했다.
“……예식을 좀 더 간소화해 볼 생각은 없나?”
“교의 예식대로라면 원래는 오체 투지를 한 채로 바닥에 머리를 아홉
번 찧는 예를 취해야 하는 법입니 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고, 마존께서 원치 않으시기에 예를 최 대한 간소화하고 있지만, 이 이상 예를 간소화한다면 마존에 대한 교도 들의 충심이 옅어지지 않을까 우려되 옵니다. 그러니 마존께서는……
“그, 그만.”
내버려 두면 삼박사일 동안 떠들 기세다.
강진호가 질린다는 얼굴로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으니, 와서 앉아.”
“예!”
자리에 앉은 장민을 보며 강진호 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다들 말을 안 들어먹어.’
이상하게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 는 것 같다. 자신이 특별히 뭘 잘못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때?”
앞뒤를 잘라먹은 질문이지만, 장 민은 강진호의 말은 완벽하게 알아 들었다.
“쉽지는 않습니다.”
장민이 조금 송구하다는 듯 고개 를 숙였다.
“저들을 삼왕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는 건 제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 역시 삼왕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게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강진호가 조금 심드렁한 눈으로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존재할 리가 없지. 사람을 가 르치고 이끄는 것과 스스로 강한 것 은 아무 관계가 없어.”
“마존의 말씀이 더없이 옳습니 다.”
장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 었다.
“저들이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지 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은 저 역시 이해하고 있는 바입니 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 다.”
«으…”
…•
“하나 이미 거의 한계에 이른 이 들을 다음 단계로 이끈다는 것은 정 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효과가 있 을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됐어.”
장민은 장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을 걸 때는 누구보다 확신에 차 말을 하지만, 교에 대한
일이나 다른 일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을 아끼는 이가 장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이가 이리 앞장서서 움직일 만큼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 기겠지.’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현수는 그에게 고집을 부리라고 했지만, 껄끄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 는다.
상대의 전력이라도 확실하게 안다 면 생각하기가 조금 편해질 텐데, 안개 속에 가려진 알 수 없는 적을 상대로 혼자 용을 뻬고 있는 기분이
었다.
고민에 빠진 듯한 강진호의 얼굴 을 본 장민이 침음을 흘렸다.
“송구하옵니다, 마존이시여.”
“……갑자기 또 왜‘?”
“저희가 미욱하여 마존을 심려케 해드렸습니다. 저희가 조금만 더 강 했더라도 마존께서 저 간악한 이를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으셨을 터인 데.”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별말을 다 하는군.”
“마존이시여.”
장민이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보았
다.
“교도들은 마존을 배알하고부터 삶의 평안을 얻었습니다.”
“한시도 편할 날이 없던 교도들입 니다. 마존께서 그들을 거두어주셨 기에 그들도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 습니다.”
“낯간지러운 말은 치우자고.”
“그게 사실입니다, 마존이시여.” 장민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건 무력만으로도, 재력만으로 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스로 무 학을 갈고닦아 그들을 구원하려 애
써보았지만, 제가 느낀 것은 절망뿐 이었습니다. 마존께서 현신하지 않 으셨다면, 저도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았을 겁니다.”
“나는 그냥 여유가 있어서……
“그것입니다, 마존이시여.”
“교도들은 지금 마존께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합니다. 마존 역시 그 사실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러니 마 염들을 뽑아 새로 마공을 가르치신 게 아닙니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장민의 눈빛에 강진호가 부담스럽다는 듯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이으…»
M…•
“도움이 되지 않은 이들을 품고 그들을 돌보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이들을 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 든 일입니다. 교도들 역시 그 사실 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데 이제 와 뭐가 두렵겠습니 까. 마존께서 원하신다면 일만 교도 중 누구도 제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되레 그 은혜를 갚을 길 이 생겼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 며 죽을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무리 강진호가 그들에 게 안정된 삶을 가져다주고 강해질 방도를 열어주었다고는 하나, 그것 만으로 목숨을 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존이시여.”
장민이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과거, 마존께서 중원을 지배하셨 을 때, 마존의 명에 따라 목숨을 거 는 이들을 걱정하셨더이까?”
“적은 과거보다 더욱 강하고, 과 거보다 더욱 잔악할 것이 분명합니 다. 마존께서 교도들을 아끼고 사랑 하는 마음을 품으신 것은 한없이 감 격스러운 일이오나, 그 마음이 언제 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명하십시오. 저희가 길을 열겠습 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예.”
“그들뿐 아니야.”
강진호가 장민을 똑바로 바라보았 다.
“장민도 더 강해져야 해.”
“마존이시여……
장민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제 몸은 거의 한계에 달했습니 다. 이제는 이 노구를 이끄는 것조 차 쉽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
강진호의 시선이 살짝 떨리는 장 민의 손으로 향했다. 어제 바토르들 을 상대하며 무리한 여파가 아직 회 복되지 않은 것이다.
“마존께서 명하신다면 이 몸이 가
루가 될 때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서 마존 께서 원하시는 경지에 제가 오를 수 있을지는……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지.” 강진호가 장민을 보며 말했다.
“장민.”
“예, 마존이시여.”
“네게는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마, 마존이시여!”
“이번에도 먼저 나서준 것에 감사 한다. 생각해 보면 네게는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
“제가 마존께 받은 광영의 천분의
일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강진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일단은 거기까지 하고.”
강진호가 슬쩍 문 쪽을 바라보았 다.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며 바토르가 험 상궂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끝났나?”
“……대충은.”
“젠장, 다 늙은 영감탱이가 질질 짤 판이라 노크도 못했군.”
“이, 이놈이?”
“바토르…… 기가 죽지 않은 건 좋지만, 그런 말은 얼굴에 멍이라도 좀 가시고 나서 해라.”
“많이 나은 거다! 어제는 시커멓 게 물들어서 팬더나 다름없었다!”
“……자랑이다.”
바토르를 위시로 한 총회의 이사 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겸연쩍은 얼 굴로 서로를 마주 본 이들이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인가, 주인?”
“ Q ”
강진호가 모두를 보고는 살짝 고
개를 숙였다.
“고맙다.”
“……미쳤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로드?”
“횡령이라도 저지른 거 아닙니 까?”
모두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말을 한 방진훈에게로 꽂혔다.
“아, 아니, 그게 아니면 저 양반 이 저럴 리가 없는데.”
“돈이 썩어나는 인간이 횡령을 왜 해!”
“모르시는 말씀! 원래 돈 많은 사 람이 돈 욕심이 더한 법입니다! 그
러니 돈이 많은 것 아닙니까?”
“듣고 보니……
의혹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 는 바토르의 모습에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저건 날이 갈수록 이상해진다니 까.
“딱히 총회의 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에 먼저 나서주고 스스로 의 욕을 가져 줘서 고맙다. 생각해 보 면 지금까지 모두에게 도움을 받았 는데 딱히 감사를 표해본 적도 없 고.”
“갱년기가 오셨나. 낯 간지럽게
뭔 소리를 해 대는 겁니까?”
“……죽을 때가 됐나?”
“좀 이상합니다, 로드.”
강진호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 다.
‘내가 좀 착각했네.’
여기 이런 데였지?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마.”
“예.”
“그러십시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이현수와 대책을 논의해 본 결 과,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 같
강진호가 가장 뒤에 있는 이현수 를 바라보자,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 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상대의 전력은 여전히 오리무중 입니다. 홍왕계의 차이커창이 조사 를 하는 중이지만, 솔직히 뭔가를 알아낼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 다.”
“이놈은 홍왕계에 원수졌나?”
“원수 맞죠.”
“……그, 그렇지. 맞지. 원래 원수 였지.”
괜히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방진훈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 를 돌렸다.
“계속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적의 전력을 최상이라 상정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적들 중 삼왕급 능력자가 여섯 정도 될 수 있습니다.”
“……그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최악의 경우입니다.”
이현수가 씹어뱉듯 말했다.
“어설프게 적을 얕잡아봤다가 지 옥을 보느니, 차라리 시작부터 최상 으로 잡는 게 낫습니다. 이미 창왕 때 경험해 보셨잖습니까?”
“그 새끼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방진훈이 이를 빠득빠득 갈아붙였 다.
“그래서 뭘 어쩌자고?”
“상대에게 삼왕급이 열 정도 있다 고 했을 때, 우리가 그들을 상대하 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대로라 면 말입니다.”
“……그래서?”
이현수가 이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을 위해 특별한 방법을 마련 해야죠. 지금 총회의 가장 큰 문제 는 전력의 부족이 아닙니다. 절대적 인 강자를 상대로 집단전을 펼쳐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강자는 회주님 이 다 알아서 슥삭해 버렸으니까.”
“크흠.”
강진호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결론은……
이현수의 시선이 장민에게로 향했 다.
“장로님께서 마교를 이끄신다면 홍왕을 쓰러뜨릴 수 있으시겠습니 까?”
“으음.”
장민이 눈을 찌푸렸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볼 만하겠
지.”
“바토르 님이 제자들을 이끄신다 면요?”
“……당연히 가능하다!”
“허세 부리지 말고 냉정하게 말씀 해주십시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현수의 시선이 위긴스에게로 향 했다.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위긴 스가 선수를 쳤다.
“무리다. 내 제자들과 카발리에들 을 모두 동원해도 불가능해.”
“원탁의 나이트들을 모조리 끌고 온다면?”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겠 군.”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어 댔다.
“빌어먹을, 이건 내가 제일 불리 하잖아. 그럼 나는 마염들이라도 붙 여주나?”
“제일 인원도 많으시면서 뭔 소립 니까?”
“그게 인원이 많다고 되는 일이냐 고!”
모두가 이현수가 하려는 말을 이 해했다.
“스스로를 갈고닦는 동시에…… 지금껏 우리가 키워온 이들까지 모
두 동원해 단 한 사람을 막아낼 수 만 있다면 된다는 건가?”
“예. 그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바토르가 코웃음을 쳤다.
“말이야 쉽지.”
“쉽다고 한 적 없습니다. 당연히 어렵습니다. 희생도 과히 치러야겠 죠. 하지만!”
이현수가 이를 악물고 말한다.
“이게 총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그들과 진짜 적이 되든 적이 되 지 않든,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회의 방 식이 아닙니다.”
“……가능할까?”
“가능하게 해야죠. 무엇보다……
이현수의 고개가 강진호에게로 돌 아갔다.
“우리에게는 최적의 연습 상대가 있으니까요. 살아 있는 교보재가.”
“……조금 더 좋은 표현은 없나?”
“인간 튜토리얼?”
“살아 있는 교보재로 하지.” 이사들의 입에서 헛웃음이 홀러나 온다.
“말도 안 되는 전략이군. 차라리
놈들 대가리 위에 핵을 떨구는 게 낫겠어.”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하지만……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생각한 대책 중에 그나 마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건 이게 전 부군요. 각자의 방식대로 키운 제자 들이라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 다.”
“예. 예전의 중원에서는 강자를 진법으로 상대했다고 하더군요. 방 식은 좀 다르겠지만, 그런 형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총회의 모든 여력을 이곳에 투입 할 겁니다. 그러니 모두 믿고 따라 와 주십시오.”
“개소리 같긴 하지만……
이사들의 눈에서 섬뜩한 빛이 흘 렀다.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목숨이라도 걸어봐야지.”
실마리를 잡은 이들의 얼굴에 더 없이 결연한 빛이 머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