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27)
마존현세강림기-1829화(1826/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13화)
3장 공격받다 (3)
찰칵.
옥상 난간까지 걸어온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인다. 그의 시선에 백연홍에게 달려드는 바토르 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런 그의 곁을 이현수가 그림자 처럼 지켰다.
“……괜찮을까요?”
하지만 이현수의 얼굴은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강진 호가 말한 대로라면, 저 백연홍이라 는 자는 총회의 이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터였다.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입을 열었다.
“본인들이 원한 거니까.”
강진호의 뇌리에 조금 전 장민의 발언이 떠올랐다.
“마존께서는 나서지 마십시오.”
“……건방지긴.”
장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 르는 바는 아니다.
‘내 실수이기도 하니까.’
인간은 고난을 통해 성장한다. 살 아가며 단 한 번도 위기를 겪어보지 않고,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이는 그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건 지금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뛰어넘는 순간이다.
“나는 저들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지.”
저들이라고 해서 지금껏 강대한
적과 싸워오지 않은 건 아니다. 하 지만 진정으로 이겨내야 하는 적은 언제나 강진호의 몫이지, 이사들의 것이 아니었다.
“회주님의 생각은 알겠지만…… 이현수가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이사들을 바라보았다.
“혹여 저러다 죽…… 아니, 다치 기라도 하면.”
차마 ‘죽기라도 하면’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모양이다.
“그리 쉽게 당할 놈들은 아니야.”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는다.
“일단은 지켜보자. 저놈의 실력도
파악을 해봐야 하니까.”
둘의 시선이 전투에 돌입한 이들 을 쫓았다.
“오오오오오오!”
바토르의 주먹이 사정없이 내질러 진다. 광풍을 동반한 일격이라는 말 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 같은 공격이 백연홍을 향해 쏘아졌다.
무시무시한 권력.
스치는 것만으로 온몸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처럼 막대한 내력이 더없이 과격하게 쏟아졌다.
하지만…….
“굉장하군.”
그 권력을 받아내는 백연홍의 얼 굴에는 위기감이 아니라 감탄이 떠 올라 있었다.
‘막대한 내력과 외공, 거기에 마 공이라는 건가?’
생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합이다. 온갖 무학이 난립하던 그 의 시대에도 이런 식으로 무학을 익 힌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날아드는 권력에 실린 힘은 천하 의 백연홍조차 놀라게 할 정도로 강 렬했다. 패도를 전신으로 구현한 것
같은, 어마어마한 힘이다.
다만…….
“조잡하군.”
그의 검이 부드러운 원을 그렸다.
결코 빠르지 않게, 느릿하게 회전 한 검에 도도한 내력이 강처럼 흘렀
다.
A O O으
——才、、•
희고 검은 내력을 실은 검이 날 아드는 권력의 옆에 들러붙더니, 지 그시 권력을 옆으로 밀어낸다.
“흠?”
권력이 저항하듯 꿈틀거리자, 슬 쩍 미소를 담은 그가 검을 잡지 않
은 손으로 검면을 가볍게 퉁, 때렸 다.
그러자 폭발적인 기세로 날아들던 권력이 백연홍의 몸을 빗겨 지나가 며 바닥에 틀어박혔다.
콰아아아아아앙!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 백연홍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만들었 지만, 백연홍은 등 뒤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힘은 넘쳐 나는군.”
그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힘이라는 건 제대로 쓰이 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이
지. 내 몸에 닿지도 못하는 힘이 무 슨 의미가 있겠나. 안 그런가?”
백연홍이 검을 늘어뜨리며 바토르 를 향해 웃어주었다.
“이……
바토르의 눈이 점점 더 혈기를 머금어간다.
하지만 그의 눈과 다르게 머리는 아직 완전히 이성을 잃지 않았다. 마공이 주는 충동을 의지력으로 내 리누르며, 최대한 이성을 부여잡고 있는 중이었다.
‘극성에 다른 이화접목(移花接木).’ 저 검은 부드러움의 극에 달해
있다.
이화접목에 통달한 이는 상대의 힘을 맞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의 힘을 이용한다. 그럼 한 푼의 힘 만으로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격에 생과 사가 오가는 생사결 을 치르는 와중에 힘을 빼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다는 건 더 큰 힘을 상대를 내리누르는 것 보다 배는 더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저자는 말 그대로
검을 극한에 이를 정도까지 수련한 이라는 뜻이었다.
“……상성이 나쁘군.”
바토르가 이를 드러냈다.
패도를 추구하는 그와 극도의 유 검을 추구하는 백연홍은 천적 관계 라고 해도 좋을만큼 상성이 좋지 않 았다.
상대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저 자가 이용할 수 있는 힘 역시 커지 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상성?
그따위는 힘으로 깨부수면 그만이 다.
콰아아앙!
바토르가 박찬 바닥이 그대로 부 서지며, 사방에 거미줄과 같은 금을 남긴다. 그리고 바토르의 몸이 그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빛살과 도 같은 속도로 백연홍에게 돌진했 다.
콰아아아아아아!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들 이 바토르의 몸을 휘감고 소용돌이 친다. 마치 거대한 드릴이 백연홍을 덮쳐 가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백연•홍이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두어 발 물러섰다.
그의 검이 몰아치는 기운에 저항 하지 않으며 낭창하게 휘어졌다.
“힘이라는 건……
다시 옆으로 두 걸음을 옮긴 백 연홍이 역수로 쥔 검면에 자신의 반 대손을 가져다 댔다.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데 도.”
카가가가각!
그의 검이 날아드는 바토르를 옆 으로 비껴낸다. 하지만 바토르 역시
상대의 대처를 모를 리 없다.
“이노오오옴!”
일순 기운을 사방으로 분출해 낸 바토르가 양팔을 곰처럼 내벌리며 백연홍을 그대로 덮쳐 갔다. 베어 허그처럼 끌어안아 허리를 뭉개 버 리겠다는 듯 말이다.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바토르가 괴성을 내질렀지만, 의외로 지금 그 는 더없이 냉정한 상태였다.
저 깔끔한 검을 구사하는 이라면 굳이 그와 힘으로 맞부딪칠 리 없 다. 적당히 뒤로 물러나 반격의 여 지를 볼 것이다.
바토르가 노리는 건 바로 그 틈 이었다.
검을 전개하기에 좁은, 짧게 뻗은 권이 순식간에 적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 힘을 홀려내는 기술보다 그의 속도가 더 우위를 잡을 수 있는 거 리!
하지만 그 순간.
당연히 물러날 거라 생각했던 백 연홍이 성큼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 며 바토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 뭣?’
그러더니…….
빙글!
바토르의 시선이 멍해진다.
‘ 하늘‘?’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끄륵••••••
등 뒤를 덥친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토르가 새우처럼 몸을 꺾었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의 충 격.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이미 바닥 에 처박혀 있고, 그의 몸 주위에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거대한 구 덩이가 파여 있었다.
“쿨럭!”
피 섞인 기침을 토한 바토르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어떻게……
모르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 상대의 성향 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명백하다. 아 마 저자는 그가 자신을 덮쳐 가는 힘을 역이용해 바토르를 바닥에 메 다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안다고 해서 과정 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그의 힘을 역이용한다는 기 미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자 신이 이런 꼴이 되어 있다는 말인 가.
그리고…….
“끄으으……
아무리 그의 힘을 역이용했다고 한들, 신이 내린 육체라 불리는 자 신의 몸에 이만한 충격을 줄 수 있 다고?
바닥에 메다꽂힌 것만으로 손발이 덜덜 떨리는 충격을?
“튼튼하군.”
구덩이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백연홍이 빙긋 미소를 짓는다.
“놀라울 정도야. 아직 힘이 남았 나?”
“이 새끼……
피가 흘러내린 입가를 닦아낸 바 토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광경을 본 백연홍이 고개를 끄덕였 다.
“뭐, 좋지.”
그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려 바 토르를 겨눴다.
“그럼 그 몸에 검이 얼마나 통하 는지 한 번 확인해 볼까?”
이현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저게 뭐야.’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다.
아니, 이현수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백연홍이 바토르를 메다꽂은 것에 불과하지만, 저 안에 는 그가 상상할 수도 없는 상승의 무리들이 녹아들어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안에 녹아 있는 무리가 아니라, 눈앞에 드러난 결과였다.
‘저게 말이 되나?’
마치 숙련된 유술의 유단자가 힘 만 센 일반인을 상대하는 것 같다.
TV에서 꽤 보지 않았는가, 수련 을 오랜한 이가 덩치 큰 초심자를
가지고 놀 듯이 이리저리 메다꽂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결코 덩치 큰 초심자가 될 수 없는 이였다. 겉으 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착각하기 쉽 지만, 바토르는 결코 멍청한 이가 아니고, 무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도 아니다.
오히려 차고 넘치는 이다.
저 장민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이 사들 중 삼왕급에 오를 수 있는 확 률이 가장 높은 이가 바토르라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바토르가 저리 쉽게
당한다고?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다.
단 일수의 교환이지만, 그것만으 로도 힘의 차이는 너무 명백하게 드 러났다.
‘아니, 힘의 차이란 말은 좀 이상 하지.’
힘으로는 절대 부족하지 않은 이 가 바토르니까.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한 이현수 가 마른침을 삼켰다.
“ 알겠군.”
“예‘?”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무당이다.”
“ 예?”
“능유제강(能柔制强) 이군.”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입 니까?”
“그래.”
강진호의 시선이 백연홍에게 꽂혔 다.
‘어딘가 했더니.’
그의 무학에 과거 무당파의 무리 가 녹아 있다. 도가인 것은 짐작했 지만, 이제 출신이 확실해졌다.
“무당이라면 정파 중의 정파잖습 니까.”
“그렇지. 귀찮은 것들이었지.”
“그런 이가 왜 흑왕의 아래에…… 이현수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이런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 문이다.
강진호의 시선이 백연홍의 검 손 잡이 끝에 새겨진 소나무의 형상을 확인한다.
‘송문고검 (松紋古劍)
형태는 그가 알던 것과 전혀 다
르지만, 무당의 상징인 소나무가 새 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웃기는 놈이군.’
스스로 무당의 문하임을 벗어난 것 같은데, 무리는 무당의 것을 좇 고, 검에도 과거 무당의 상징을 새 겨 넣는다.
벗어난 듯하지만 벗어나지 못한 다.
어쩌면 이건 강진호를 포함한 귀 환자들의 숙명일지도 몰랐다.
“무당이라……
강진호의 입가가 뒤틀린다.
과거, 그가 상대한 무당의 검수 중 저만한 수준에 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저 백연홍이라는 자는 그의 시대 이전이나 이후에 무당의 검으로 검의 극의를 밟아본 자일 것 이다.
‘저런 놈들이 또 있다는 거로군.’
시대가 달라 만나지 못한 절대자 들이 이 세상에 몇이나 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이상하게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그럼 바토르 님은……
“내버려 둬.”
“하지만……
강진호의 눈이 차가워졌다.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지. 진짜 벽을 마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바토르도 그걸 알아야 해.”
떨리는 이현수의 시선이 구덩이에 서 걸어 나오는 바토르에게로 꽂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