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29)
마존현세강림기-1831화(1828/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15화) 3장 공격받다 (5)
“……열둘이라고?”
“그렇다.”
위긴스는 스스로를 달변가라 생각 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만큼은 도무지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 떠올린 생각은 백연홍의 말 이 거짓일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자 가 굳이 자신들에게 거짓을 논할 이 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자가 굳이 스스로를 포장 할 필요가 있겠는가.
더구나…….
‘저자는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급으로 엮이는 것에 불만이 있다.’
그런 이가 자신과 동급이라 불리 는 이들의 수를 부풀릴 리가 없다.
그렇다는 건…….
‘정말 열둘이나 된다는 건가?’
삼왕급이?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아 니, 차라리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 위긴스를 움직이게 만든 것 은 옆에서 들려온 장민의 담담한 목 소리였다.
“ 열둘이라……
장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많군.”
삼왕급이 열둘이나 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장민은 딱히 동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그중의 하나는 확실하
게 줄여둬야겠군.”
장민의 말에 백연•홍이 큭큭대며 웃어젖혔다.
“늙은 마두가 노망이 난 모양이로 군.”
그의 눈에서 새파란 광망이 흘러 나왔다.
“감히 내 앞에서 그딴 말을 지껄 이는 것을 보니!”
위긴스와 바토르를 상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기세였다.
“끌끌끌, 마두라……
장민이 낮게 웃어젖혔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로군.”
장민의 눈에서 시뻘건 광망이 쏟 아져 나왔다.
딱히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정공을 익힌 이가 마공을 익힌 이를 중오하고, 마공을 익힌 이가 정공을 익힌 이를 증오하는 건 너무 도 당연한 일이니까. 그 모두가 어 우러져 살고 있는 이 총회가 이상한 것이다.
“그 주둥아리가 뭉개지고도 그딴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알고 싶군.”
“하하하핫!”
백연홍이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 다.
“마두 놈에게 이런 도발을 받아보 는 게 얼마 만이던가.”
백연홍의 두 눈에 살기가 어렸다. 마음속에 살심이 동한다는 듯 그가 연신 입술을 혀로 핥았다.
살기 어린 눈으로 장민을 노려보 던 백연홍의 표정이 일변하더니, 미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마교의 후예였 지?”
“마교라…… 그래.”
백연홍이 재미있다는 듯 장민을 바라보았다.
“내 때는 아직 마교 놈들의 기세 가 지금과 같지 않은 때였지.”
“이봐, 노마두.”
백연홍의 얼굴에 흰 웃음이 피어 났다.
“내 시대에 가장 많은 마두들의 목을 벤 이가 누구인 것 같으냐?”
으드드득.
장민이 이를 가는 소리가 섬뜩하 게 울려 퍼졌다.
그에 대한 도발은 참아 넘길 수 있었지만, 교에 대한 도발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장민이 얼마나 많은 교도들의 죽 음을 보았겠는가. 그 융성했던 마교 가 나락으로 처박혀 망하기 일보직 전까지 가는 모습을 그 두 눈으로 목격했던 장민이다.
당연히 교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 가 나온다면 흥분할 수밖에.
“잘도 지껄여 대는군.”
“좋은 세상이야.”
백연홍이 뜻 모를 말을 해 댔다. 하지만 이내 모두가 그가 하려는 말 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너 같은 마두가 감히 내게 함부
로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 야. 과거의 나는 비명을 지르는 마 두와 살려달라고 비는 마두, 그리고 목이 잘려 있는 마두밖에는 보지 못 했는데.”
“이••••••
“세상 흉악한 것처럼 굴던 마두 놈들이 계집아이처럼 비명을 질러 대는 꼴은 정말 재미있었지.”
꽉 움켜쥔 장민의 손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백연홍은 되레 더 크게 웃을 뿐이었다.
“왜? 너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
나?”
“너도 똑같은 비명을 지르게 해주 마.”
장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기이한 일이다. 저들의 입장에서 는 당연한 일이지만, 장민의 입장에 서는 더없이 기이한 일이었다.
저들은 항상 저런 식이다.
도를 숭상하고 활인을 추구한다는 이들이 마인들을 상대로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잔인해진다.
심지어 저건 위선조차 아니다.
저들에게 있어서 마인이란 세상을
위해서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하는 암 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설사 그 마 인이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해 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의 눈에 죄를 짓지 않은 마 인은 그저 아직 죄를 짓지 않은 것 에 불과할 뿐, 언젠가는 반드시 죄 악을 저지를 이들이니까.
그 인식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나는 통하는군.”
“음?”
“안 그래도 네놈의 입에서 어떤 비명이 나을까 궁금하던 차였으니 까.”
상대에 대한 증오를 버릴 수 없 는 것은 장민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 문이다.
장민과 백연홍이 서로를 마주 보 았다.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장민의 눈 과 가라앉은 살기를 내뿜는 백연홍 의 눈이 허공에서 서로 충돌한다.
이윽고…….
파아아앗!
먼저 뛰어든 것은 장민이었다.
장민이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길 고 거친 조강(不剛)을 1미터도 넘게 뽑아냈다. 마치 피로 조각한 것처럼
섬뜩하기 짝이 없는 색의 조강이 대 기를 찢어 발겼다.
백발을 깔끔하게 넘긴 노인이 양 손에 조강을 뿜어내며 혈기와 함께 돌진하는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섬뜩함을 전해주었다.
“웃!”
그 속도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 었는지, 백연홍의 입에서 경호성이 흘러나왔다.
카아아아아아앙!
장민의 조강이 백연홍의 얼굴을 찢어낼 듯 날아들었다. 백연홍이 검 을 들어 그런 장민의 조강을 막아낸
가가가각!
검과 조가 서로 얽혀든다.
“ 흐음?”
가가가가각!
조가 조여지며 백연흥의 검을 내 리눌렀다.
검과 조가 맞물린 곳 너머로 장 민의 얼굴을 본 백연홍이 눈을 가늘 게 떴다. 장민의 얼굴에서 득의함이 느껴졌다.
“앞의 멍청이와는 다르다는 건 가?”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
저 조는 백연홍의 검을 옭아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괜한 힘을 주어 상대가 이화접목의 묘리를 활 용하게 해주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 로 끌어당기겠다는 생각이다.
‘나이를 괜히 먹은 건 아니로군.’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저 덩치와 이자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차 이가 난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밖에 모르 는, 저 바토르란 자에 비하면, 이자 는 백전의 노장. 상대의 성향에 맞 춰서 자신의 방식을 바꿀 줄 아는 자였다.
물론 타고난 것의 차이도 있겠지 만 말이다.
‘재미있군.’
백연홍이 입가를 뒤틀었다.
이럴 때면 그는 어찌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자신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을 보았을 때.
자신의 위에 설 수 있다는 무모 한 만용을 보았을 때.
그 자신감을 짓밟아 상대보다 위 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보다 살아 있음을 느낄 때가 없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같은데.”
백연홍이 가볍게 검을 뒤틀었다.
장민은 한순간에도 기운의 방향을 수십 번 바꾸며 백연홍의 반격을 막 아내려 했지만, 백연홍의 수는 그 위에 있었다.
사량발천근(四兩拔千斤).
상대의 힘을 적절히 이용하면 단 한 줌의 힘으로도 천 근의 힘을 낼 수 있는 법. 장민의 몸이 중력이 없 는 것처럼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큭!”
하나 장민은 장민.
세상이 뒤집히고 기운이 엉망진창 으로 휘도는 와중에서도 그는 자신
을 놓지 않았다.
가아아아아악!
장민의 조가 대기를 찢어발긴다.
불어오는 삭풍처럼 과격하게 휘둘 러지는 조의 잔영들이 허공을 뒤덮 으며 백연홍을 향해 쏟아진다. 그 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만 해도 전신이 믹서에 갈린 듯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백연홍이 자신의 머리 위에서 쏟 아지는 조강의 폭풍을 보며 내심 감 탄했다.
‘ 대단하군.’
과거, 그가 상대한 마두들 중에서
이만한 힘을 보여준 이는 거의 존재 하지 않았다. 무학이 약해진 시대에 이만한 이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나…….
“그래 봐야 마공. 거칠기 짝이 없 군.”
백연홍의 검이 소용돌이치는 조강의 폭풍 속 한가운데를 찔러 들어갔다.
마치 그물처럼 얽혀 있는 조강이 건만, 백연홍의 검은 허공을 찌르듯 그 그물의 틈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 갔다.
자신이 펼쳐 낸 조강 속에서 뭉
툭한 검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본 장민은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정 도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큭!”
하지만 그 놀람을 채 느끼기도 전에 장민이 반사적으로 몸을 뒤집 었다.
서걱!
백연홍의 검이 장민의 옆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검의 날이 닿지 않았음에도 그의 목 피부 가 쭈욱 갈라진다.
“흐아아압!”
장민이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아래로 장력을 내뿜었다. 허공에 얽 혀 있던 조강들이 그 장력의 기세를 더해 백현홍을 향해 비처럼 쏟아진 다.
“ 흐음.”
백연홍이 들어 올린 검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쏟아지던 조강들이 마치 원래 그러려던 것처럼 방향을 뒤틀 어 백연홍의 몸을 비껴 나간다.
마치 마법처럼.
단단한 강철이라도 두부처럼 갈라 버릴 예기를 품은 조강들이지만, 닿 지 않는다면 베어낼 수 없는 법. 무
수히 쏟아진 조강들 중 백연홍의 몸 에 닿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그 옷자락조차 베어내지 못 했다.
여유롭다 못해 게을러 보이기까지 하는 검짓으로 장민의 공격을 모조 리 홀려낸 백연홍이 검을 회수하고 는 뒷짐을 지었다.
탁.
그런 후, 바닥에 내려선 장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백연홍 을 바라보았다.
그건 어찌 말하자면 경외에 가까 운 감정이었다.
강자는 이미 충분히 겪어봤다.
그는 마존을 모시는 자이며, 창왕 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고, 홍왕의 힘도 전신으로 실감했다.
하나…….
그중 어떤 이도 그에게 이와 같 은 이질감을 주지는 못했다.
고고하다.
백연홍의 검이 이룩한 경지는 지 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무학을 완전 히 부수어놓았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한다.
그건 무학의 진리와도 같은 말이
다. 하지만 진리라는 것은 실현할 수 없기에 진리인 법이 아니던가.
속도와 파괴력을 지상과제라 여기 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 백연홍의 검 은 커다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뭐가 그리 놀라운가.”
백연홍이 빙긋 웃는다.
“무학이란 단순히 힘의 향연이 아 니지. 무학이란 애초에 더 약한 이 가 더 강한 이를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용력을 타고난 이들이 더 강해지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용력으로는 적을 이겨낼 수 없던 이들이 이길 방법을 찾아낸 것
이지.”
“그러니 본디 무학이란 더 강하 고, 더 빠른 것을 상대하는 법이라 는 의미네. 그러니 너희의 무학…… 과연 그걸 무학이라 부를 수 있을지 는 모르겠지만, 너희의 무학은 본질 에서 벗어난 게지.”
백연홍의 눈이 차게 빛났다.
“알겠는가? 그렇기에 마도(魔道) 라 불리는 것일세.”
백연홍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장 민에게 다가갔다.
“그럼어디……
“그 몸으로 확실하게 알아두고 죽 는 게 좋을 걸세. 왜 그대들의 길이 잘못되었는지 말일세.”
백연홍의 얼굴에 살심이 피어올랐 다.
그의 검이 허공에 부드러운 반원 을 그리고는 물결치듯 그 반원을 갈 라낸다.
모든 것은 음과 양이 나뉘어 태 극을 이루며 시작하는 법.
허공에 완연한 태극을 그려낸 백 연홍의 검에서 더없이 도도한 기운 이 홀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