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30)
마존현세강림기-1832화(1829/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16화)
4장 응전하다 (1)
이현수의 얼굴이 더 굳어질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었다.
‘말도 안 돼.’
바토르는 그럴 수 있다.
아니, 물론 바토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도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
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바 토르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저 장민마저 저자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는 것은 도무 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회, 회주님.”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강 진호밖에 없다. 이건 이미 전략이고 미래고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 니다.
압도적인 폭력이 주는 위압.
그 말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 은 자가 이현수에게 이제껏 없던 압 박을 주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이……
물론 알고 있다.
홍왕도 저자만큼이나 강했을 것이 다. 그리고 창왕 역시 마찬가지였겠 지. 지금 그가 보는 백연홍이 더없 이 강하다고 해도 삼왕은 삼왕이니 까.
하지만 총회가 그들을 상대할 때 는 언제나 그들의 수하들과 함께였 다.
하지만 백연홍은 자신의 힘만을 믿고, 총회에 단신으로 쳐들어왔다. 그 상황 자체가 이현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회주님을 상대하던 이들이 이런 기분이었던 건가?’
성향은 다르다. 그리고 방식도 다 르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어처구니가 없는 오만함 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 지 이현수는 오늘에서야 실감한 것 이다.
“……괜찮겠습니까?”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그의 시선에는 이렇다 할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이현수조 차 지금 강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회주님?”
“내버려 둬.”
이현수가 아연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
“무학이라는 건 한 길만 있는 건 아니지.”
“오르고 또 오르면 결국 같은 곳 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곳까 지 오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 다.”
“그야•…”
빤한 이야기였다.
결국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뜻 아닌가?
“문제는 저들은 다른 길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거야.”
“회주님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게 문제일 수도 있지.”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이사들 을 바라본다.
“내 강함은 직선적이다. 나는 상 대를 더 빠르고 강하게 찍어 누르는 것밖에는 몰라.”
“하지만 그건 모두에게 맞는 방식 은 아니지.”
“무,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만……
이현수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현수가 삼킨 말 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배운다는 것은 살아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법이다. 저러다 죽어버 린다면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우득.
강진호의 입에 물린 담배가 찢겨 나간다.
그라고 해서 초조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절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 으니까. 아차 하는 순간에 누군가의 목숨이 날아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 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버텨야 한다.
아이가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달 려들어 부축해 주면, 그 아이가 제 발로 서는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 다. 이사들을 아이에 비할 수는 없 겠지만, 지금 저들이 처한 상황은 그것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넘어서야 하는 법 이지.’
설사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완벽
한 패배로 얻는 것도 있다.
제대로된 결착을 짓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것은 누구에게 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켜봐.”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빌어먹을.’
그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게 아무 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이사들이 저리 직접 나선 게 단 순히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강진호가 참으라고 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도 안
다.
그럼에도 자꾸만 조여드는 심장을 어쩔 수가 없다.
‘제발!’
그의 시선이 백연홍을 맞상대하는 장민에게 과격하게 꽂혔다.
고오오오오.
흐른다.
기운은 마치 물처럼 흐르고, 또 흘렀다.
백색의 검기가 도도한 강처럼 검 을 검날을 타고 흐르다가 검 끝에 이르러서는 다시금 위로 또 위로 빨
려 들어간다.
마치 검기의 강이 검 주위를 감 싸고 도는 것만 같다.
‘어처구니가 없군.’
홍왕처럼 어마어마한 내력으로 압 박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강진호 처럼 과격하기 짝이 없는 내력으로 찢어발기려 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도도할 뿐.
하지만 그 도도함이 만들어낸 장 대함이 장민의 전신을 짓눌러 온다.
홍왕이 세상을 덮치는 거대한 해 일 같고, 강진호가 세상을 불태우는 검은 폭염 같다면, 백연홍의 경지는
하늘을 꿰뚫을 듯 솟아오른 봉우리 같았다.
그저 높고 또 높다.
“알겠는가, 마두여?”
백연홍이 여유롭기 짝이 없는 얼 굴로 장민과의 거리를 좁혀온다.
“무학이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것.”
“거꾸로 말하면, 약자를 향해 휘 둘러지는 무학은 의미가 없다는 것 일세.”
백연홍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린 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그 힘 으로 약자를 핍박하는 이들을 상대 할 때지.”
하늘 높이 치켜들어진 검에서 구 름과도 같은 검기가 일어난다.
“그래, 너희 마두들 말일세!”
커다란 폭음도 없다.
살을 찢어낼 듯한 기세도 없다.
백연홍의 검기는 마치 불어오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부드럽 고 또 부드럽게 장민을 향해 날아들 었다.
그극!
마치 산들바람과도 같은 검기에
스친 바닥이 커다란 도끼로 내려친 것처럼 푹 파이고 갈라졌다.
거스르지 않는 힘.
백연홍에 검기에 닿은 것들은 결 대로 부드럽게 갈라진다. 닿은 땅은 갈라지고, 공기는 자연스레 검기를 피해 휘돌았다.
그건 날카로운 검기로 베어내는 것보다 더욱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찢어내는 것보다 더욱 서늘 한 광경이었다.
장민이 있는 내력을 모두 끌어 올렸다.
그의 몸 안에서 홀러나온 혈기와
마기가 마치 타오르듯 그의 몸을 감 쌌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
인세에 존재할 법한 모습이 아니 다. 그야말로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악령을 보는 것만 같았다.
“흐아아아아아!”
악귀처럼 전신을 마기로 두른 장 민이 날아드는 검기를 향해 몸을 날 렸다.
잠시나마 느낀 두려움을 부정하기 라도 하듯이 말이다.
부드럽게 일렁이던 검기가 장민의 전신을 파고든다.
카가가가각!
그의 몸을 두른 마기가 날아든 검기에 비명을 내지르며 밀려난다.
서걱! 서걱!
혼신의 힘을 끌어낸 마기다. 화기 는 물론이고, 대전차포까지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경도를 가진 마기의 갑옷이건만, 장난처럼 날아드는 백 연홍의 검기는 그런 장민의 마기를 종잇장처럼 썰어냈다.
“큭!”
몸 곳곳이 베여 나가는 고통에 장민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진다.
검기에 베이는 고통은 일반적인
날에 베이는 고통과는 그 격이 다르 다. 검기에 실린 내력이 육체의 기 운마저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기가 찢겨 나가고 전신에서 고 통이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마기를 두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맨몸으로 이 검기를 상대했다면, 그 는 이미 잘 잘린 고기 조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장민이 마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백연홍의 검기 사 이를 파고들었다.
베인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안개처럼 홑
어진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는 백 연홍의 지척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 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장민이 괴성과 함께 양손을 쭉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장력이 검은 짐승처럼 백연홍을 향해 날아 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갈라 버릴 것 같던 백연홍의 검기도, 이 이질 적인 짐승만은 가르지 못하는지 부 서지고 또 소멸한다.
“ 흐음?”
자신의 검기를 역류하듯 타고 오
르는, 짐승과도 같은 장력을 보며 백연홍이 입가를 비틀었다.
“한 수가 있다는 건가?”
검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 간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 힘이 실린다.
“착각이 심하군.”
그의 검끝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은 검기가 물처럼 쏟아지기 시작 한다.
드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폭 포처럼.
압도적인 수량은 만 근 거암도
으스러뜨리고, 쏟아지는 폭포는 그 지형마저도 바꾸는 법.
작디작은 검끝에 분노로 세상을 뒤덮어 인간의 오만을 심판하는 자 연의 의지가 담겼다.
콰아아아아아아아j
자신을 뒤덮어오는 거대한 검기의 향연에 장민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채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 에 거대한 검기의 폭포가 그의 육신 을 휩쓸고 지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J
“자, 장로니이이이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방진훈의 입
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온
다!
그의 두 눈이 절망으로 뒤흔들렸다. 어마어마한 검기.
감히 뛰어들어 막아보겠다는 엄두 도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검기였다.
“이……
하나 그도 잠시.
세상을 부숴 버릴 것 같은 검기 의 폭포가 순간 씻은 듯이 사라진 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벌 어지지 않은 것처럼.
그런 후…….
그저 고요함만인 남은 세상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다.
주르륵.
장민의 턱수염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의 몸 전신에 거미줄처럼 생겨 난 상흔에서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나 왔다. 마치 전신의 모든 피를 뽑아 내겠다는 듯이 말이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붉 게 물들인다.
겨우겨우 균형을 잡은 장민이 덜 덜 떨리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백연
홍을 바라보았다.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와는 달리 백연홍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 은 모습으로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있었다.
“ 호오?”
백연홍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쓰러지지 않은 건 칭찬해 주지. 근성은 뛰어나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민의 무릎이 휘청이며 꺾였다.
털썩.
“우웨에에에엑!”
파열된 수도꼭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장민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를 보며 백연홍이 혀를 찼다.
“칭찬해 주기가 무섭군. 이래서 마두 놈들이란.”
바닥을 부여잡은 장민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인생에 있어서 패배를 처음 겪어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너 무나도 참혹하고 끔찍한 패배였다.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다.
상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건만, 그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마치 무저갱에라도 빠진 둣한 절 망감이 그를 휩쓸었다.
“하늘 위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는 법이지.”
백연홍이 장민을 웅시했다.
“진짜 하늘을 만나기 전에는 자신 이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고 여기 는 법. 그 오만이 사람의 목을 죄지.”
“과하게 치켜든 목은 베이는 법이 다.”
물론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그
목을 붙여둘 생각은 없다. 지금껏 그가 마두의 목을 붙여둔 적은 없으 니까.
하지만…….
“어쩔 텐가?”
백연홍이 고개를 돌려 위긴스와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뭘 말입니까?”
“어차피 내가 마무리를 하려 들면 덤벼들 것 아닌가.”
“그럴 생각이 없다면 마무리부터 하지. 어떤가?”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저 새끼가 뭐라는 겁니까?”
위긴스가 한숨을 쉬며 그 말을 통역해 주자,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엿 같은 새끼가 사람 우습게 보 네.”
방진훈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가 장민과 백연 홍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와봐, 새끼야. 그 턱주가리에 한 방 먹여줄 테니까.”
그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위긴스 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