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31)
마존현세강림기-1833화(1830/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17화)
4장 응전하다 (2)
“ 흐음.”
백연홍이 홍미롭다는 듯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 정공이로군.”
처음 목격한 총회 무인들의 무학 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 다. 물론 그들이 익힌 무학의 베이
스는 오랜 세월 동안 발전시켜 온 무학이겠지만, 아마 그 무학을 재해 석하고 보급한 건 이 사내일 것이 다.
“훌륭하군. 이런 상황에서 정공이 라……
한눈에 보아도 눈앞의 사내는 다 른 총회의 이사진들에 비해 그 급이 떨어진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자는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
적천마존이 눈앞에 있고, 저 마교 의 노괴가 존재하고, 심지어는 바토
르마저도 마공을 자신의 무학과 융 합하여 더 강해지려고 하는 판에도 말이다.
백연홍은 그 사실을 무척 높게 평가했다.
“이런 시대에 정공과 마공을 나누 는 건 시대착오적인 일일지 모르지 만.”
백연홍 역시 알고 있다.
지금은 정공을 익힌 이들이 그 무학을 살인을 위해 쓰는 시대다. 언제나 시대의 마지막은 처절하고 끔찍하기 마련.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미학을 찾아볼 수 없다.
하나 그럼에도 정공을 익힌 이들 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더 가는 것 은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국어로 처 지껄이면 못 알아먹 는다고, 이 새끼야!”
방진훈이 이를 갈아붙이자 백연홍 이 빙긋 웃었다.
“어디 한번 볼까?”
그의 검이 부드럽게 회전한다.
하나 그 순간.
“ 억‘?”
방진훈이 기겁을 하며 몸을 뒤틀 었다.
기이잉!
그가 있던 자리가 길게 갈라지며 시커먼 균열이 생겨났다.
‘뭐야, 이거?’
방진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 륵 흘러내렸다.
‘뭔 놈의 검기가……
강한 것은 알고 있다.
바토르와 장민이 상처 하나 내지 못하고 꺾였는데, 상대를 경시한다 는 건 목을 내놓고 다니는 인간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강함과 약함의 문제 가 아니었다.
느릿하게 휘두르는 검끝에서 발출
된 검기가 어느새 얼굴 바로 앞에서 나타난다. 그야말로 공간과 거리를 격해서 순간 이동이라도 한 둣 말이 다.
아무리 저자의 검술이 그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다고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백연홍이 식은땀을 흘리는 방진훈 을 보며 빙긋 웃었다.
“눈은 괜찮군.”
“이 새끼가……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 지.”
백연홍이 그 자리에서 퍽, 꺼지듯
사라지더니, 방진훈의 바로 앞에 나 타났다.
극성에 달한 경공은 무학을 마법 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큭!”
하나 방진훈은 당황하지 않고 백 연홍의 안면에 일시에 삼권을 날렸 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절 대 당황하지 않겠다고 이미 다짐한 후다.
“느려.”
툭.
백연홍이 검의 손잡이로 방진훈의 주먹을 슬쩍슬쩍 밀어낸다.
그러고는…….
푸욱!
백연홍의 검이 방진후의 어깻죽지 를 얕게 찔렀다.
“틈도 많고.”
방진훈이 이를 악물고는 그런 백 연홍을 걷어차려 했다.
“쓸데없이 힘이 실리면 더 느려지 는 법이지.”
서걱.
방진훈의 허벅지가 길게 갈라지 며, 붉은 피가 머리 위로 튀어 오른 다.
“정공이란 중심을 지키는 데서 시
작하는 법. 인내심이 있으면서도 혈 기를 이기지 못하는 타입이로군. 네 마음 안에 평정심이 존재하지 않는 다면, 너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 서걱!
방진훈이 몸을 굴려 날아드는 검 을 피해낸다.
‘환장하겠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백연홍의 검은 결코 빠르지 않다. 처음 날린 검기는 방진훈이 기경할 정도로 쾌속했지만, 그 뒤부터는 말 그대로 느릿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 었다.
하지만 그걸 피할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몸으로 겪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 지만, 백연홍의 검이 날아들 때마다 그의 몸이 마치 멈춰 있는 것만 같 았다.
모든 무학에는 나름의 흐름이 있 는 법.
백연홍의 검은 방진훈의 흐름을 끊고, 기를 잘라내고, 의지를 꺾는 다.
“아쉽구나.”
백연홍이 빙긋 웃으며 방진훈을 검으로 겨누었다.
“백 년 정도 더 꾸준히 수련한다 면, 나름 일가를 이룰 수 있을 재능 일 텐데.”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아 까부터 자꾸 거슬리게 중국어로!”
그 순간, 백연홍의 검이 방진훈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서걱.
살이 썰려 나가는 섬뜩한 소음과 함께 백연홍의 검이 방진훈의 왼쪽 가슴에 한 치가량 파고들었다.
방진훈이 멍하게 자신의 가슴에 틀어박힌 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네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 지 않겠지. 여기까지 하자꾸……
화아아아악!
“홈!”
그 순간, 백연홍의 몸 주위에서 붉디붉은 화염이 순식간에 피어올랐 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본 것에는 당하지 않 는다는 둣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백 연홍이 피어오르는 화염의 주위로 커다란 원을 그려냈다.
둥글게 회전하는 원이 점점 그 크기를 좁힐 때마다 타오르던 화염
이 이지러지며 중앙으로 모여들었 다.
“읏차.”
백연홍의 검이 그런 화염을 반으 로 갈라낸다. 그에 처음의 기세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화염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방진훈을 빤히 바 라보던 백연홍이 입맛을 다시고는 위긴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생각한 것보다는 기술이 다양하 지 않은 모양이지? 빤한 것만 보여 주는군.”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이래 봬도…… 다룰 수 있는 마 법의 수는 백 가지가 넘는 사람입니 다만.”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새 삼 실감하게 되는군요. 통하지 않는 기술 따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죠.”
“잘 아는군.”
백연홍이 고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일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합리의 영역을 논하는 이는 이루 지 못하는 법.”
“가장 효율적인 수련을 찾아내는 이는 더는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련을 지속하지 못하지. 똑똑한 이 는 언제나 앞서 나가지만, 묵묵한 이에게 결국은 따라잡히는 법.”
백연홍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너는 대성을 이루지 못할 자다.” 위긴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들 었다.
“아니, 굳이 내가 내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겠지. 네게는 향상심이 느 껴지지 않아. 스스로 이미 한계를 긋고 더 올라갈 수 없다고 여기고 있겠지.”
“……말은 좀 조심해서 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 오랜 삶에서도 그 간 단한 것 하나도 배우지 못하셨습니 까?”
“정곡을 찔렸나?”
백연홍이 피식 웃었다.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포기 한 건 내가 아니라 너일 텐데 말이 야.”
위긴스의 손이 아공간으로 밀고 들어간다.
아공간에서 나온 그의 손에는 기 이한 문양이 음각되어 있는, 기다란 장검이 들려 있었다.
“딱히 더 강해지는 걸 포기한 건 아닙니다. 그저 다른 방식을 고려할 뿐이지요.”
“다른 방식이라……
백연홍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포기한 자들의 변명일 뿐이 지. 포기하지 않는 자들은 그런 말 을 입에 올리지 않아.”
위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자의 말은 하나하나가 그의 폐부를 찔러 댄다.
하지만 무학이라면 몰라도 말이라 면 위긴스 역시 누군가에게 뒤질 사 람은 아니었다.
“그런 분이 어째서 흑왕의 아래에 서 주구 노릇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음?”
“포기하지 않는 분이시라면, 흑왕 을 넘으려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백연홍이 파안대소 를 터뜨렸다.
“흐하하하하하하핫! 그거 걸작이 로군! 흑왕을 넘어? 으하하하하하하
하핫!”
백연홍이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 로 크게 웃어 댔다.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겨우 진정한 백연홍이 위긴스를 보며 키득댔다.
“너는 흑왕을 모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르는 나는 겁이 없고, 모르는 당신은 겁쟁이가 되었군요.”
“겁쟁이라……
백연홍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대답은 순순히 나왔지만, 백연홍 의 얼굴에는 조금의 수치심도 떠올 라 있지 않았다.
백연홍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는 모른다.”
“나만이 아니다. 내게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이가 모두 열둘이다. 그 오만한 이들이 모두 흑왕에게 고 개를 숙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느냐?”
위긴스가 말없이 백연홍을 노려보 았다. 하지만 백연흥은 딱히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라는 듯 흥에 취한
듯 말을 이어갔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 지. 개미는 평생을 가도 태양의 존 재를 알지 못하고, 머리 위에 하늘 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법.”
백연흥이 더없이 차가운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너의 좁은 세상으로는 나를 이해 할 수 없다.”
어깨를 으쓱한 백연홍이 검을 들 어 위긴스를 겨눴다.
“시간 충분히 끌었으면 다시 시작 하자꾸나. 내 배려심은 여기까지다.”
위긴스가 검을 꽉 움켜잡았다.
‘의미가 있을까?’
바토르도, 그리고 장민도 저자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실력은 확실히 그 두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는 범용성이 높은 타입이지, 고점이 높 은 타입은 아니다.
그가 아무리 악을 쓴다고 해도 저 백연홍을 쓰러뜨릴 수는 없을 것 이다.
그럼에도…….
굳이 백연홍과 검을 섞어야 할 까?
그 무의미한 짓을 해야 할 이유
가 있을까?
꾸우욱.
검을 움켜잡은 위긴스의 손에 힘 이 들어간다.
‘향상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라…… 아마 저자가 말한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승부를 겨루기도 전에 이해 득실 을 생각하는 것.
패할 것 같은 싸움에 의욕을 내 지 못하는 것.
위긴스 역시 그게 무인으로서 치 명적인 약점이라는 사실은 이미 인 지하고 있었다. 그를 지탱해 주던
합리는 어느 순간 거대한 벽이 되어 그를 가로막고 있다.
위이이이이이잉!
그의 검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 이 새하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이내…….
파지지지지직!
빛이 뇌전으로 화해 검을 뒤덮었 다. 마치 벼락을 두른 듯한 검의 형 상을 본 백연홍의 눈에 이채가 어렸 다.
“재미있는 수를 쓰는군.”
“당신들의 시선으로 보면 제가 근 성 없는 이쯤으로 보일지 모르지
만
위긴스가 입꼬리를 뒤틀었다.
“제 입장에서 보는 당신들은 비효 율적이기 짝이 없는 이들일 뿐입니 다.”
“하핫!”
백연홍이 흥이 난다는 듯 검을 겨누었다.
“그 입만큼 실력도 있었으면 좋겠 군.”
“얼마든지……
위긴스의 눈이 섬뜩한 빛을 머금 었다.
“보여드리죠.”
그 순간, 위긴스의 몸이 그 자리 에서 퍽, 꺼지듯 사라졌다.
“ 엇?”
파지지지지직!
순간, 위긴스의 종적을 놓친 백연 홍의 귓가에 뇌전이 작렬하는 소리 가 들려온다. 백연홍이 반사적으로 검을 둥 뒤로 휘둘렀다.
카아아앙!
백연홍의 검과 위긴스의 검이 충 돌한다.
완전한 사각으로 블링크해 공격을 한 위긴스이건만, 백연홍의 검은 그 공격조차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위긴스가 노린 것은 애초 에 검격이 아니었다.
파지지지직!
검에서 솟아오른 뇌전이 백연홍의 검을 타고 홀러 그의 팔뚝까지 스며 든다. 백연홍의 손목을 덮은 옷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올랐다.
“웃!”
백연홍이 검을 튕겨 위긴스를 떨 쳐 냈다.
그의 검이 전투를 시작한 후 처 음으로 부드러움이 아닌 강함을 보 인 순간이었다.
백연홍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 목 어림을 바라보았다.
소매는 이미 타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속살을 드러낸 손목은 시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도무지 당신들의 근성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 긴 자가 강한 법이죠. 당신이 나보 다 더 강할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백연홍의 입가에 고소가 어렸다.
“……재미있군.”
저벅.
위긴스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간 그에게서 흐르는 물과 같은 맑은 기 운이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어디 한번 해보거……
퍼억!
그 순간, 백연홍의 발밑이 푹 꺼 지더니, 그가 딛고 있던 바닥이 통 째로 파낸 것처럼 사라졌다.
“뭐……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괴이 한 상황에 천하의 백연홍조차 순간 휘청였다.
그런 후에…….
콰아아아아아아!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백연홍의 눈에 하늘에서부터 낙하하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들어왔다.
“게임도 아니고……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 앙!
바윗덩어리들이 백연흥의 육체 위 로 비처럼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