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34)
마존현세강림기-1836화(1833/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20화)
4장 응전하다 (5)
“사, 사부……
이현수의 주먹이 절로 움켜쥐어진 다.
‘미친!’
해냈다.
그의 눈으로는 뭐가 뭔지 파악하 지도 못할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
이다.
하지만 그의 낮은 무위로도 위긴 스가 쏘아낸 어떠한 일격이 저 백연 홍을 속절없이 날려 버렸다는 것만 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부님이!”
차마 뒷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한 이현수였다.
하지만 모두 동의하지 않는가.
이사들 중에서도 무력으로는 은근 히 기대를 받지 못하던 이가 위긴스 였다.
물론 감히 그를 무시할 사람은 없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바토르나
장민에 비한다면 격의 차이가 존재 한다고 여겨지는 이가 위긴스였다.
그런데 설마 그 위긴스가 저 백 연홍을 짓밟아 버릴 줄이야.
“회주님!”
이현수가 고개를 격하게 돌렸다.
그의 눈에 강진호가 허탈한 웃음 을 짓고 있는 모습이 똑똑히 들어왔 다.
“이래서 무학이란 재미있는 거지.” 더 빠르고, 더 강한 게 전부가 아 니다.
그런 것만으로 승부가 결정 난다 면, 굳이 손을 섞어볼 필요도 없다.
누가 더 강한 내력을 사용할 수 있 고, 누가 더 빠른 공격을 할 수 있 는지 증명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승부란 수많은 변수에 의 해 좌우된다.
그 날의 컨디션, 무학의 상성, 경 험, 그리고 성향까지.
그 수많은 변수가 있기에 승부란 치러보지 않으면 그 결과를 쉬이 짐 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와 변수가 만나 위긴스가 결국에는 백연홍의 육체를 꿰뚫는 데 성공했다.
강진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위
긴스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피가 끓는 기분.
어쩌면 그조차도 위긴스라는 무인 을 너무 얕잡아본 것인지도 모른다.
이래서 사람은 벽을 만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싸울 수 있으니까.
“사, 사부님은……
아래로 뛰어 내리려는 이현수를 강진호가 만류했다.
“기다려.”
“예‘?”
“한 방 먹였다고 끝난 건 아니야.”
이현수의 시선이 백연홍이 날아간 곳으로 격하게 돌아갔다.
“허억♦•••••
손이 덜덜 떨린다.
몸의 으스러질 것 같다.
그럼에도 위긴스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후욱••••••
흘러내린 땀이 자꾸만 눈으로 들 어온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육체를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움직여!’
겨우겨우 몸을 세운 위긴스가 입 술을 꽉 깨물었다.
‘ 얼마나……
그의 일격은 확실히 백연홍의 육 체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 공격이 상대에게 얼마 나 큰 대미지를 주었는가는 확실히 미지수였다.
그의 시선이 무너진 담벼락 너머 로 보이는 산에 고정되었다.
쿠르르릉.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 다.
그리고…….
저벅, 저벅, 저벅.
정적이 내려앉은 연무장으로 누군 가의 발자국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오기 시작했다. 상대의 무위를 감안 한다면 저 발자국 소리가 의미하는 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정말 부상이 심해서 그 육체를 무게조차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저벅, 저벅, 저벅.
먼지투성이가 된 백연홍이 무너진 담벼락 뒤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위긴스가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드러난 백연홍의 몸은 처음 그가 보여준 여유가 무색할 만큼 처참했 다.
어깨를 꿰뚫은 검이 손잡이까지 박혀 있고, 그곳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슴은 물론, 바지까지 적셔 대는 중이다. 평범한 이라면 즉사하고도 남았을 만큼 끔찍한 상처였다.
하나 위긴스를 향해 다가오는 백 연홍의 얼굴에는 고통의 혼적이 조 금도 보이지 않는다.
저벅.
걸음을 멈춰 선 백연홍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어깨와 심장 사이에 틀 어박힌 검을 빤히 바라본다.
“내가……
“이만한 상처를 입은 게 몇 십 년 만이던가.”
백연홍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 진다.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군. 설 마 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적 천마존도 아니라 그 부하에게 이런 상처를 입을 줄이야.”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사람을 찢
어 죽일 듯한 살기를 품고 위긴스에 게로 향했다.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 군.”
위긴스가 낮게 웃었다.
“칭찬으로 받지요.”
“칭찬이다.”
백연홍의 시선이 위긴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진심으로.”
적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위긴스 는 지금 상대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기뻐할 수 없었다.
상대에게서 쏟아지는 살기를 버티 는 것만으로도 그는 한계에 몰려 있 었다.
반면에 백연홍의 몸에는 아직 힘 이 느껴진다. 육체의 상처가 얼마나 큰가와는 별개로 이미 승부는 나버 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해도 넘을 수 없는 건가?’
위긴스의 얼굴에 허탈함이 어렸 다.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조차 뛰어넘은 최고의 일격을 날 렸다.
그럼에도 넘을 수 없다.
그렇기에 벽이겠지.
벽.
위긴스가 주먹을 꽉 움켜쥐는 순 간이었다.
투둑.
백연홍이 자신의 몸에 틀어박힌 검을 움켜잡고는 천천히 뽑아냈다. 말려 들어간 근육이 제자리를 되찾 으며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온다.
“흠.”
검을 완전히 뽑아낸 백연흥이 어
깨의 혈도를 눌러 상처를 지혈한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위긴 스의 발치에 던졌다.
푸욱!
검이 바닥에 꽂힌다.
“뽑아라.”
백연홍이 싸늘한 목소리로 일갈했 다.
“검을 들지도 않은 이를 베고 싶 지는 않으니까.”
위긴스가 손을 뻗어 자신의 검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바닥에 박힌 검을 뽑아낼
힘조차 남지 않은 듯 그의 몸이 휘 청이며 검 위로 기대어졌다.
백연홍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 모 습을 지켜보았다.
“어쨌거나 내 몸을 꿰뚫은 자.”
그가 검을 늘어뜨리고는 위긴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쳤다 해서 무시할 이유는 없 지. 오히려 전력을 다해 베어주는 게 예의일 터!”
백연홍이 마치 얼음이라도 씌운 것처럼 싸늘한 얼굴로 검을 들어 올 렸다. 위긴스가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백연홍을 마주 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tt 크크크크 ”
esse.
낮은 웃음소리가 백연홍의 귀를 파고들었다.
백연홍이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장민이 그의 건너편에 서서 그를 비웃고 있었다.
“표정 한번 재미있군.”
“……이 마두 놈이?”
장민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배에 구멍을 뚫어주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건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으니까.”
바토르 역시 몸을 일으켜 백연홍
을 포위해 온다.
“세 분이서 할 거면 저는 좀 빠져 도……
방진훈은 영 내키지 않는 얼굴이 지만, 그도 은근슬쩍 걸어와 백연홍 의 뒤쪽을 차단했다.
좌우사방으로 포위당한 백연홍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 이놈들이……
“설마 비겁하니 어쩌니 하고 지껄 일 셈은 아니겠지? 혼자 쳐들어온 건 네놈인데.”
“너 혼자 모두를 죽일 자신이 있
으니,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 아닌 가? 그런데 우리가 한 명씩 번갈아 싸워줄 이유가 있나?”
백연홍의 입술을 깨물었다.
저 말은 틀린 게 없다. 그가 이곳 을 홀로 오를 때는 모두가 덤빈다 해도 문제없이 강진호를 처리하고 빠질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반격을 맞아 상 황이 뒤틀려 버린 것이다.
“더럽게 비겁하네, 영감.”
“그럼 풀어줄 생각인가?”
“ 설마.”
바토르가 눈을 찌푸렸다.
“승부에는 비겁함이 존재하지만, 전쟁에는 비겁이란 게 없지. 홀로 이곳에 올랐을 때부터 이건 전쟁이 야. 상대를 살려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백연홍이 기세를 뿜어내는 장민과 바토르를 보며 이를 갈아댔다.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 내가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너희 따위가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
장민이 그 말을 듣고 히죽 웃었 다.
“말이 ‘상대한다’에서 ‘쓰러뜨린다’ 로 바뀌었군.”
“약한 모습 보이지 마라, 백연홍. 그런다고 살려줄 생각은 없으니까.”
백연홍이 헛웃음을 흘렸다.
“약한 모습?”
그의 눈에 진득한 살기가 들어찼다.
“범은 상처를 입어도 늑대 무리 따위에는 당하지 않는 법이지. 모조 리 죽여주마!”
상처를 입은 이사들과 똑같이 상 처를 입은 백연홍.
그들이 서로를 향해 기세를 내뿜 던 그 찰나였다.
“거기까지.”
어느새 옥상에서 뛰어내린 강진호 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 었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것은 환대 가 아닌, 불만 어린 시선일 수밖에 없었다.
“끼어들지 마라, 주인!”
“마존이시여, 이건 저희의 일입니다.” 강진호의 말에 반기를 드는 법이 없는 장민조차도 완곡하게 그를 거 절한다. 하지만 강진호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여기까지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백연홍을 바라보았다.
“네가 졌다.”
“……뭐라 지껄이는 것이냐?”
“너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생각 이었겠지.”
“살아 돌아갈 길이 막힌 순간, 네 패배다. 남은 건 발악일 뿐이지.”
백연홍이 입을 닫았다.
저 말이 그의 정곡을 찔렀다.
저 넷은 어떻게 감당해 낼 자신 이 있다. 비록 상처가 깊어 원래 실 력의 반도 낼 수 없다고는 하나, 저
들과 그의 차이는 그 부상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크니까.
하지만 이자는 아니다.
이 몸으로 적천마존을 상대한다는 건 자살행위다. 굳이 과거의 명성과 흑왕의 평가를 이끌고 오지 않아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백연홍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부족함을 알고 물러나라는 건가?”
“빌어먹을.”
백연홍이 검을 회수해 검집에 밀
어 넣는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이번엔 운이 좋았다, 적천마존.
네게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뭐?”
“누가 널 살려 보내준다고 했지?”
백연홍의 눈이 살짝 혼들렸다.
“무슨 뜻이냐?”
“네가 이들과 승부를 벌여 이기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중요 한 건 네가 이곳에서 사람을 죽였다 는 거지.”
모두의 시선이 연무장을 내려가는 길로 향한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짙 은 피 내음이 다시금 느껴진다.
“나는 처음부터 널 살려줄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어. 목숨은 목숨 으로 갚는 법이지.”
“흐…”
백연홍이 히죽 웃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좋군, 아주 좋아. 말 그대로 마 두로군.”
강진호는 백연홍의 도발에 반응하 지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 나름의 기준 이 있는 법. 강진호의 기준으로 총 회에 쳐들어와 회원을 죽인 이를 그 냥 돌려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어디 덤벼봐라, 적천마존. 그 목을 잘라주지!”
백연홍이 다시 검을 뽑으려던 찰 나였다.
부아아아아아아앙 !
갑자기 거친 엔진음이 들려온다 싶더니, 길 아래에서 새하얀 승용차 가 마치 솟아오르듯 연무장 위에 나 타났다.
쿠우웅!
붕 떠오른 차가 바닥에 처박히듯 떨어지더니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 가와 과격하게 멈춰 섰다.
벌컥!
문이 확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 린 이가 주변의 상황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미친놈이.”
혹왕.
아니, 청마.
너무나 급격하고도 뜻밖의 방문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