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38)
마존현세강림기-1840화(1837/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24화)
5장 다그치다 (4)
한바탕 난리가 난 총회이지만, 수 습은 의외로 빨랐다.
무너진 건물을 보수하고 길을 다 시 까는 정도는 별문제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가 된 건 그들의 마음에 남은 상흔이었다.
찰칵.
이명한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천천히 내뿜는다.
그 모습을 본 공영길이 눈을 찌 푸렸다.
“너 왜 갑자기 담배냐?”
“그냥.”
“회주님 따라 하냐? 관둬라, 새끼 야. 그 양반은 간지라도 살지. 너는 꼬라지가 영 아니다.”
“지랄은.”
이명한이 피식 웃고는 담배를 깊 게 빨았다.
“애들은 뭐래?”
“뭘 뭐래. 그냥 평소 같지.”
“그래도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 아냐.”
“사내 새끼들이 징징대면 처 맞아 야지.”
이명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공영길에게 이런 말을 꺼낸 자신 이 멍청한 거지.
‘충격이 없지는 않겠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절대적인 강자와 맞서 손도 써보 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런 건 딱히 충격도 아니다.
진짜 충격은 적이 그들의 터전으 로 들어와 무너뜨리고 살아 돌아갔
다는 점이었다.
자존심?
‘그런 게 아니야.’
패한 데서 오는 굴욕감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도 언제든 전화에 뒤덮일 수 있다는 현실을 자 각한 데서 오는 불안함이다.
웃긴 일이지.
스스로 언제나 사선을 살아간다고 말하던 이들이 막상 강제로 사선 위 로 끌려오게 되자 전쟁터에 징집된 신병처럼 불안함을 어찌할 수 없었 다.
그걸 비웃을 수 없는 이유는……
이명한이 느끼고 있는 심정도 그들 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멸이라……
적의 전력은 확실치 않다. 그저 홍왕계나 창왕계도 하지 못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할 만큼 강하다는 것 밖에.
이명한 역시 전장에서 죽는 것은 언제나 각오하고 있던 사람이지만, 이 총회가 무너지고 불에 타오르는 광경은 단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 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명한에게 그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는 일이 언젠
가 현실이 되어 그를 덮칠 수도 있 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목숨을 건다라……
과거에는 전장에 설 때만 각오를 굳히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총회에 몸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제라 도 죽을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 다.
“넌 별생각 없냐?”
넌지시 물어온 이명한의 말에 공 영길이 비웃음을 흘렸다.
“왜? 겁이라도 나냐?”
“……사람이 말을 하면 새끼야,
좀!”
“그건 네 각오가 물렁한 거지.”
공영길이 비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무인은 언제 죽어도 억울할 게 없다. ‘사선을 산다’, ‘칼날 위를 걷 는다’…… 병신 같은 새끼들이 입만 살아 가지고는. 평소에는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새끼들이 죽을까 봐 덜덜 떠는 꼴을 보면 웃기지도 않 아.”
“그게 걱정됐으면 시작도 안 했 어. 우리는 내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잖아.”
“……그렇지.”
“그때마다 내리길 거부한 건 나 야. 그런데 이제 와서 뭐? 이럴 줄 몰랐다고? 지랄.”
공영길이 엿 먹으라는 듯 가운뎃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잘나서 좋으시겠네요.”
“그럼.”
모두가 다 공영길처럼 생각해 주 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공영길은 마초 중의 마초다. 그러 니 저 바트로와 죽이 맞아 수제자처
럼 지낼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다 른 이들은 공영길처럼 대가 세지 않 고, 공영길처럼 의지가 굳지도 않다.
목숨을 가벼이 여긴다고 하면 그 건 공영길에 대한 실례가 되겠지만, 최소한 다른 이들은 공영길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좀 더 중요히 여기는 게 분명했다.
“말이 나오는 것 같던데.”
“몇몇 놈들 눈치가 좀 이상하긴 하더라. 확 패버릴까도 했는데.”
“참아라, 새끼야. 뭔 사고를 치려 고.”
“걱정하지 마. 그런 새끼들은 손
안 댄다. 겁 먹은 새끼들 패서 뭐 하냐. 내 손만 아프지.”
공영길의 눈가가 실룩였다.
“그보다 이사님들은 좀 괜찮으시 다냐?”
“내가 뭘 알겠냐.”
이명한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 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뭔가 레일에서 강제로 밀려 나간 느낌이네.’
창왕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로 그 들이 해야 할 것이 없어진 것 같다. 이번 백연홍의 습격도 냉정하게 말 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
도 없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데, 자신의 삶이 결정되다니.
그건 이명한이 바라는 삶이 아니 다.
그가 막 한마디를 더 하려는 순 간, 휴대폰이 울렸다.
“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영길의 휴 대폰도 짧게 진동했다.
“뭐지? 전체 공지인가?”
폰을 연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좁혔다.
“나 지금 회주실로 오라는데?”
“ 나도.”
“……왜 우리 둘을 동시에 부르 지?”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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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니요……
이명한이 어색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었다.
“회주실로 오라시길래 회주님이 계실 줄 알았는데……
“내가 있어서 불만이다?”
“저,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이명한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 다.
이제는 마염들의 수장이자 비임원 회원들 중 최고수로 꼽히는 이명한 이다. 처음 그가 마염에 들었을 때 와 지금은 받는 처우도 다르고, 바 라보는 눈길도 달라졌다.
언젠가 몇 대가 지나면 회주의 자리도 노려볼 만하단 평가를 받는 이가 바로 이명한이다.
하지만 그런 직위나 평가는 이 사람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
다. 조금 전까지 본인의 남성성을 전신으로 뽐내던 공영길이 부동자세 로 바짝 얼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명확하지 않은가.
“시, 실장님이 계실 줄 몰라서 그 렇습니다. 절대 불만은 아닙니다.”
“말은 잘해요.”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앞을 가리 켰다.
“ 앉아라.”
“그래도 되겠습니까?”
“내가 잡아먹냐, 새끼들아?”
“아, 앉겠습니다.”
공영길과 이명한이 재빠르게 소파
에 앉자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예!”
“저기 오시는 분께 설명을 들으면 된다.”
“예?”
그때, 문이 열리고 강진호가 안으 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상석에 앉아 있는 이현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나와.”
“예!”
깔끔하게 일어난 이현수가 슬그머 니 옆자리로 가 앉았다.
“뭐‘?”
“……아닙니다.”
차마 이현수에게 그럴 거면 왜 거기에 앉아 있었냐는 소리를 입 밖 으로 내 말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 다.
w 으 ”
“S”.
강진호가 두 사람을 보고는 가볍 게 고개를 끄덕였다.
“별문제는 없고?”
“예, 회주님!”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바짝 기합이 들어간 이들을 보고 있으니 이상한 감회가 생기는 강진
호였다. 이사들도 한때는 저럴 때 가……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가?
여하튼.
“다름이 아니라 너희의 의견을 물 어봐야 할 일이 생겨서 불렀다.”
“예! 하명하십시오!”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강진호가 살짝 머뭇거리자 이현수 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선수를 쳐버 렸다.
“이번에 와서 난장을 부린 백연홍 인가 뭔가 하는 새끼 있잖아.”
“예‘?”
“몰라?”
“아, 압니다! 당연히 알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이번에 영 사이가 안 좋 은 흑왕계에 그런 놈들이 열두 명 정도 있단다.”
“두 명이요?”
“열두 명.”
“두 명이요?”
차마 이명한을 탓하고 싶지도 않 은 이현수였다.
솔직히 이게 믿고 싶지 않은 일 이기는 하잖은가.
“현실 도피하지 말고, 새끼야.”
“들어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서……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을 하고 이 현수의 말을 받았다.
“너희도 알다시피 절대고수는 수 로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 적어도 그와 손발을 섞을 수 있는 급의 고 수 하나는 반드시 필요해.”
“예, 그렇죠.”
최소한 공격을 막아내고 버틸 이 가 하나쯤은 있어야 다른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법이다. 멀리서 마법을 날리든, 활을 쏘든, 아니면 틈을 봐서 검을 박아 넣든.
그게 아니면 다리에 매달리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총회 차원에서 그놈 들을 막기 위해 그 역할을 해줄 사 람이 필요하다.”
이명한과 공영길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의 눈에 떠오른 감정은 하나 였다.
“저희가요?”
“저희 따위가?”
‘이건 무슨 개소리이십니까, 회주 님?’이라는 표현을 전신으로 해 대
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기라는 게 아니라……
“에이, 저희도 그렇게 들은 게 아 닙니다.”
“저희도 귀가 있는데 말은 알아들 었죠. 그런데 발목도 잡을 놈이 잡 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토끼쯤은 되어야 사자 발목도 잡고 늘어지는 거지, 모기가 무슨 수로 사자 발목 을 잡습니까?”
강진호는 이명한이 ‘모기는 피라 도 빨 수 있으니 다행이지. 우리는 하루살이지, 하루살이’라고 중얼거리
는 부분을 애써 무시했다.
“쉽지 않은 일은 건 알고 있다.” 강진호가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능하니까 시 도해야 하는 일과 안 되는 것 같아 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
“너희가 정 어렵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
“저기……
이명환이 얼떨떨함에서 벗어 나오 지 못하는 와중에 공영길이 살짝 높 아진 목소리로 묻는다.
“혹시 하겠다고 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슨 의미지?”
“지금과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아••••••
강진호가 아차하고는 말을 이어갔 다.
“다른 이들과는 따로 수련을 하게 될 거야.”
“ 이사님들과요?”
“아니. 수련은 내가 시킨다.”
“하루에 한 번 정도 나와 따로 수 련을 하면서 무위를 높일 방법을
찾……
“하겠습니다.”
이명한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뭐야, 이 미친놈이?’
뭘 고민도 안 해보고 하겠대?
“야, 너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뭔 생각을 해, 미친놈•아. 이게 생각하고 말고 할 일이냐?”
공영길이 되레 어이없다는 듯 이 명한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얼굴 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 너는 원래 회주님과 수련을 하던 놈이었지. 그러니 그딴 말이 나오지. 야, 너는 꺼져. 나는 한다.”
공영길이 더없이 확고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바닥을 핥으라면 핥고, 뒈지라면 뒈 지겠습니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따라붙겠습 니다. 수련하다 죽어도 좋으니, 더 강하게 굴려주십시오!”
공영길의 기세에 천하의 강진호가 살짝 눌렸다.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허리를
뒤로 뺀 강진호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하려는 게 뭔지는 이해한 거 겠지?”
“이해 못했습니다.”
“응‘?”
“저는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해는 머리 좋은 다른 사람이 하겠 죠. 어쨌거나 저를 회주님이 직접 일대일로 훈련을 시켜주신다는 거잖 습니까?”
“……그렇지.”
공영길이 이를 뿌득 갈았다.
“제가 예전에 마염 선발에서 떨어
진 게 일생일대의 한으로 남은 사람 입니다. 남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로 또 사는 꿈을 꿀 때, 저는 그 시험 다시 치는 꿈만 꿨습니다.”
“그런데 이걸 제가 왜 망설입니 까! 시켜만 주십시오. 여기서 더 세 질 수만 있으면 죽어도 좋습니다!”
“의, 의욕이 넘쳐서 좋네.”
길고 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건만, 돌아온 반응은 그 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 만 말이다.
“너는?”
이명한이 뭔가 고민이 된다는 듯 강진호의 공영길을 번갈아 바라보았 다.
하지만 강진호가 채 설득을 해보기 도 전에 공영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넌 꺼져. 너는 비실비실해서 버티 지도 못해. 지금까지 따로 수련받고 도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건 애초 에 재능이 없다는 거야. 괜히 회주님 체력 낭비하게 만들지 말고 나가.”
“뭐, 이 새끼야?”
이명한의 눈에도 불꽃이 튀었다.
“하겠습니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반드시 만족하 게 해드리겠습니다!”
의욕을 불태우는 두사람을 본 강 진호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이현수 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입 을 열었다.
“거보십시오. 같이 부르면 된다고 했잖습니까.”
“무인들은 다 애새끼라니까.”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강진 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