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39)
마존현세강림기-1841화(1838/2125)
마존현세강림기 74권 (25화)
5장 다그치다 (5)
‘그러니까……
천태훈이 멍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 보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이유는 뭐…….
그래, 이유는 간단하다.
방진훈이 그를 뒷산에 있는 연무장 으로 불렀고, 그는 부르는 대로 도 착했다. 여기에 별다른 이유가 붙을 게 뭐가 있겠는가.
문제는 이유가 아니라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었다.
‘저분들이 여기 왜 와 계시냐고. 그것도 저런 얼굴로.’
그의 앞에 이사들이 보인다.
평소에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 거나, 화통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터뜨리던 양반들이 지금은 전쟁을 앞둔 장수들처럼 비장하기 짝이 없 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 기세에 눌린 천태훈이 슬쩍 옆 을 돌아보았다.
‘이 새끼들은 여기 또 왜 있지?’
눈엣가시 같은 놈들.
마염들의 수장인 이명환과 바토르 의 수제자인 공영길이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서 있다.
응? 기절할 것 같은 얼굴?
천태훈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 둘 을 돌아보았다.
이명환이야 그렇다 치자. 저 인간 은 제 놈이 가진 직위나 능력과 다 르게 좀 소심한 타입이니까.
하지만 공영길은 다르다.
저 뇌까지 근육으로 차 있는 인간 은 과한 자신감 때문에 평소에도 다 른 회원들과 트러블을 일으키던 인 간이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생 각 없는 황소 같은 인간이라 문제를 만드는 타입이란 의미다.
그런데 그런 놈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고?
“야…… 너흰 뭐 알고 왔냐?”
“•…”웅?”
이명한이 고개를 돌려 천태훈을 바 라보았다. 뭐, 이런 병신이 다 있냐 는 눈으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신 겁니까?”
“……난 그냥 사부님이 오라길래.”
“아•…”
공영길과 이명한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천태훈 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보는 순 간, 천태훈은 급격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뭔 일이……
“이 새끼들이.”
그가 막 입을 연 순간, 방진훈이 잡아 죽일 듯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 보았다.
찔끔한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다 처 돌아 가지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특히나 방진훈의 제자인 천태훈은 감히 눈도 마주칠 생각을 하지 못했 다.
‘아, 씨. 진짜 미치겠네.’
적어도 왜 불렀는지라도 이야기를 해줘야…….
바로 그때였다.
“회주님 오십니다.”
방진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 니, 저 앞쪽에서 걸어오는 강진호와
이현수의 모습이 보였다.
연무장에 도착한 강진호가 모두를 한 번 훑어보고는 한 사람에게 시선 을 고정했다.
강진호의 시선을 받은 천태훈이 마 치 메두사라도 본 것처럼 굳어졌다.
“한 명?”
“예, 뭐……
방진훈이 머리를 긁었다.
“그냥 평가만으로는 애매하고, 다 른 놈들은 테스트를 해서 뽑아야 하 는데…… 아직 테스트를 시작도 못 했습니다. 개중에 좀 확실하다 싶은
놈 하나만 불러왔습니다.”
네? 이게 뭔 소리이신지?
여전히 영문을 모른 천태훈이 방진 훈에게 시선을 보냈다.
“쟨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인데?”
“안다고 달라질 게 있습니까? 그냥 굴리면 그만이지.”
“그래도 동의를……
“아, 제가 동의하면 됩니다. 제자라 는 건 대학원생 같은 거라서 선택권 도 없고, 인권도 없거든요.”
강진호가 더없이 안쓰러운 눈으로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천태 훈이 눈에 힘을 주고 먼 산을 바라 보았다.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은 충동을 겨우 막아낸 강진호가 코를 한 번 문지르고는 입을 열었다.
“이걸로는 좀 부족해.”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음?”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물론 회주님의 말대로 이대로는 저들과 수를 맞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수를 맞추는 것 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최대한 수는 맞춰야겠지만, 안 되 는 일을 억지로 하는 건 되레 이쪽 의 전력을 깎아먹는 일입니다. 시간 은 한정되어 있으니, 최대한 영리하 게 써야죠.”
“그럼?”
“여기 있는 인원은 이대로 훈련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가 능성 있는 이들을 테스트해 합류시 키는 건 찬성이지만, 애매하면 그냥 집단으로 왕급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겁니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이현수가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이제는 ‘될까’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안 됩니다.”
“그럼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어야 죠.”
이현수의 단호한 말에 강진호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회주님께서는 일단은 여기 있는 이들만 확실하게 처리해 주시 면 됩니다.”
“안 그래도……
강진호가 이를 드러낸다.
“그러려고 했어.”
그리고 그 살기 어린 눈빛을 본 천태훈이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요.’
곧 알게 될 일이었다.
털썩.
사람이 정말 지치고 아프고 힘들면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몸으 로 알게 된다?
그건 정말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
황일 것이다.
‘죽을 것 같다.’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이건 매타작 수준이 아니라 사람을 탈곡기에 넣고 돌린 수준이다. 전신 에 아프지 않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저 강진호를 상대로 일대일로 싸웠 는데.
순간순간 의식이 저 멀리 날아가다 보니 정확하게 인식을 할 수가 없 다. 과연 이 상황을 영광으로 알아 야 하는가, 아니면 지옥에 떨어진
자신을 저주해야 하는가.
그 결과는 오래지 않아 나왔다.
쿠우우우우웅!
“가, 감사합……
쿵!
공영길의 커다란 머리가 바닥에 떨 어진다.
아, 잘렸다는 말이 아니라 의식이 날아가면서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는 뜻이다.
그래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천태 훈과는 다르게 공영길은 깔끔하게 기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천태훈은 그 광경을 보면서 조금의 승리감도
느끼지 못했다.
‘빌어먹을.’
기절했다는 건 기절할 때까지 달려 들었다는 뜻.
그에 비해 공영길이 몇 배는 더 열성적으로 싸웠다는 뜻이었다.
부들부들 떨며 몸을 옆으로 돌린 천태훈의 눈에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괴물 같은……
강진호가 강한 것을 누가 모르겠는 가.
하지만 그가 이사들과 연신 차륜전 을 벌이면서도 상처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생각한 이는 또 몇 이나 되었겠는가.
하늘 위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고, 그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존재했다.
털썩.
마지막으로 이명환이 그 자리에서 꼬꾸러지자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 다.
“다음.”
다음?
이미 다 쓰러졌는데 또 다음이라 니? 여기 누가 또 있나?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대자 로 뻗어 있던 바토르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짐승같이 이를 갈며 투 기를 끌어올렸다.
‘저분, 분명 기절했었는데?’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는 모습을 분 명 두 눈으로 봤다. 그런데 강진호 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의식을 회 복하고 투기를 내뿜고 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앗!”
그러고는 성난 황소처럼 강진호를 향해 달려든다. 전신에서 붉은 마기 를 화염처럼 내뿜으며 말이다.
하지만…….
쿠우우우우웅!
그그그그그극!
강진호가 뻗어낸 손이 바토르의 어 깨를 움켜잡는다. 황소처럼 날뛰던 바토르가 그 손을 밀어내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파댔다.
“힘만으론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흐흐,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주 인! 이제 와 내가 정교함을 추구한 다고 그놈들을 상대할 수 있겠나? 힘이 모자라다면, 힘을 더 기르면 그만이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좋지.”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앙 !
바토르의 몸이 쏘아낸 포탄처럼 튕 겨 나갔다. 그의 배에 날아든 강진 호의 일격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힘은 단기간에 기르는 게 아니 지.”
“쿨럭!”
피를 토해낸 바토르가 핏발이 선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본다.
“네 힘은 이미 충분해. 내력도 모 자랄 게 없지. 오히려 내공과 외공 의 조화 덕분에 네가 낼 수 있는 힘은 나조차 능가할 거다.”
“하지만 그건 힘이 세다 이상이 되 지 못해. 드넓은 강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흘러도 느릿하게 흐르는 강물을 무서워하는 이는 없어. 하지 만 그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양이 폭포가 되어 흐를 때는 감히 그 아 래에 들어가려는 이가 없지.”
“……무슨 의미냐?”
“힘이라는 건 끊어 칠 때 의미가 있는 거다.”
바토르가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동일한 힘을 얼마나 짧은 시간 안 에 폭발시킬 수 있는가, 뭉치고 뭉 친 힘을 얼마나 단기간에 상대의 안
에 쑤셔 박을 수 있는가.”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네 권은 늘어진 고무줄 같다. 힘 은 어마어마하게 실려 있지만, 그 힘이 긴 기간 동안 나뉘어 분출돼서 딱히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아. 적당 히 방향만 바꿔주면 관계도 없는 곳 으로 계속 뻗어 나가지.”
이건 이미 백연홍과의 싸움에서도 느낀 것이다.
“모르진 않았겠지.”
“……알고 있었다.”
“그래. 예전에는 알았겠지. 지금은 잊었고.”
그 말에 바토르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말이 딱 맞다. 모르지는 않았다. 무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 누구나 듣는 말이니까. 하지만 지금 은 잊었다. 머리로만 알고 되새기지 않는 지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니까.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 았다고 생각하면 더는 돌아보지 않 아. 그걸 갈고닦아 나가는 게 옳다 고 믿으니까. 물론 그건 틀리지 않 았지.”
“하지만 자신이 옳다 생각한 길이
한계에 도달했다면, 무얼 놓쳤는지 에서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바토르가 피에 젖은 이를 드러냈다.
“한 방 더!”
“ 얼마든지.”
바토르가 괴성을 내지르며 강진호 에게 달려든다. 그 한 발, 한 발에 지축이 혼들리고, 산이 비명을 내질 렀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기세의 돌진을 보면서도 강진호는 한 걸음 도 물러나지 않았다.
콰앙!
짧은 폭음.
그 폭음과 함께 바토르의 몸이 산
너머로 날아간다.
“바, 바토르 님……
천태훈이 기겁을 했지만, 그를 제 외한 누구도 날아간 바토르에 시선 을 주지 않았다.
“빨리 시작하시죠.”
위긴스.
언제나 여유 넘치던 그의 얼굴이 아니다. 차갑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한 위긴스가 살기를 있는 대로 내뿜 으며 강진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진호가 그런 위긴스의 얼굴을 보 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대책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럼 똑같을 텐데?”
“알게 뭡니까. 수련이라는 게 그런 거죠. 몸으로 수도 없이 겪어보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
“좋은 대답이야.”
위긴스가 검을 휘두르며 강진호에 게 달려든다. 그의 검이 뇌전을 두 르고 맹렬하게 휘둘러진다.
“끄으으.”
“……빌어먹을.”
그 와중에 쓰러져 있던 이들이 하 나둘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또 하나를 쓰
러뜨린 강진호를 향해 짐승처럼 달 려든다.
이윽고…….
“뭐 해?”
천태훈이 가만히 좌우를 둘러보았다.
날려진 이들은 보이지 않고, 쓰러 진 이들은 의식을 잃었다. 두 다리 로 서 있는 것은 그뿐이다.
“들어와.”
자신이 재수가 좋은 건지, 아니면 재수가 없는 건지 판단을 내리지 못 한 천태훈이 눈물을 머금고 강진호 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