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40)
마존현세강림기-1842화(1839/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1화)
1장 뛰어넘다 ⑴
“……죽었냐?”
“어.”
“죽었구나.”
이명한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중얼거린다. 고개를 돌려 공영길이 살아 있는지 확인할 힘조차 남아 있
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죽었거나.’
이젠 아픈지도 모르겠다.
몇 번 달려들어 개처럼 얻어맞고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나니 여기가 천국인지 지옥인지도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물론 그가 천국에 갈 리는 없겠지 만.
“으으으..
이명한이 덜덜 떨리는 고개를 억지 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말 그대로 대자로 뻗어 있는 천태훈의 모습이
보였다.
“……이 양반은 정말 돌아가신 모 양인데.”
“어. 내가 아까부터 봤는데, 확실하 게 죽었어.”
“그렇지?”
산 사람을 그 자리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두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천태훈에게는 입을 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냥 죽여라.’
다른 놈들이야 제 발로 걸어온 거 지만, 그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팔다리가 다 부러져 널브러 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경찰에 고소해도 특수폭행이 나올 일이고, 노동청에 고소하면 담당자 가 피눈물을 흘리며 삼청교육대를 운운할 사안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에게 저항할 권리가 없는 것을.
“으아아아아아! 씨바아아아아알!”
사부님.
사부님이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 제 가 너무 힘듭니다.
무능한 스승은 사람을 짜증 나게 하지만, 유능한 스승은 사람을 힘들 게 하는 법이다.
피를 뿌리면서도 몇 번이고 강진호 에게 다시 달려드는 방진훈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았 다.
감동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지금부터 그 가 겪어야 할 일들이 눈에 선해서였 다.
콰당!
방진훈이 그 자리에 쓰러진다. 팔 이 기이하게 꺾여 있는 모양새가 안
그래도 요즘 쑤신다고 투덜대던 뼈 가 깔끔하게 동강 난 모양이었다.
“후……
강진호가 낮게 숨을 뱉어내고는 쓰 러진 이들을 바라보았다.
처음 모인 이들 중 제 발로 서 있 는 이는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장 민과 바토르조차 숨을 헐떡일 뿐, 몸을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 었다.
“생각을 해.”
강진호가 그들을 보며 낮게 일갈했 다.
“육체를 혹사시켜서 오를 수 있는
영역은 이미 끝났어. 남은 것은 스 스로 무얼 더 찾아낼 수 있는가, 스 스로를 얼마나 더 확립할 수 있는가 다.”
강진호 역시 육체를 이용하는 수련 은 이제 거의 하고 있지 않다. 감각 을 놓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몸을 점검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이명한이나 공영길, 천태훈 은 몰라도 이사들은 이제 육체의 단 련으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 에 올라 있다.
벽이란 그런 것이니까.
“지금까지는 누가 닦아놓은 길을 걸으면 그만이었다. 이해할 필요도
없이 반복하고 체화하면 더 강해졌 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야.”
그것만으로도 최상급까지는 갈 수 있다.
중원에서 말하는 절정고수, 혹은 절대고수.
하지만 왕이라 불리는 이들은 그것 을 넘어 자신들만의 무학을 확립한 일대종사(一代宗師)의 영역에 든 이 들. 그런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 다.
“몸을 통해 배운 것에서 끝내면 절 대 더 나아갈 수 없다. 지금부터 너 희의 시간이다. 뭘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강진호가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 O ”
저 멀리 걸어가는 강진호는 바라보 던 이현수가 빙긋 웃고는 전화를 들 었다.
“여기 들것 초대형 한 개랑 평범한 것 여섯 개.”
여전히 깔끔한 일처리를 자랑하는 이현수였다.
우드드득.
병실로 옮겨진 바토르가 힘겹게 몸
을 일으켰다.
다리가 부러졌었지만, 이미 뼈는 거의 붙어 금이 간 정도까지 회복이 됐다. 무인과 일반인의 회복력은 차 원이 다른 수준이고, 그들 정도 되 는 수준에 오른 무인의 회복력은 일 반적인 무인의 회복력과도 그 궤를 달리한다.
백연홍에게 배를 꿰뚫리고 내장이 조각났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 련을 바로 시작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이 회복력 덕분이다.
하지만…….
“•…”쿨럭!”
내부가 모두 진탕된 내상은 그리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기침을 토한 바토르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 뜨렸다.
‘ 빌어먹을.’
아침부터 날이 저물도록 하루 종일 싸웠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강진호에게 제대 로 된 타격을 입힌 이는 없었다. 강 진호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차륜 전을 펼쳤고, 그들은 체력을 회복해 가며 전력으로 달려들었는데도 말이 다.
“아득하네요.”
그런 바토르의 심정을 아는지 위긴 스가 헛웃음을 터뜨린다.
“대체 우린 뭘 보고 있던 건지.”
백연홍을 상대하고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그만한 강자들이 널려 있다 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정말 그들을 버티지 못하게 만든 건 자신들의 무 위가 전혀 먹히지 않는 존재가 있다 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걸 백연홍에게 느낀다는 게 이상한 거지.’
강진호는 지금 자신의 검을 잃은 상태. 맨주먹만으로 그들을 상대했 다. 하지만 강진호와 맞붙을 때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오히려 항상 곁에 있었기에 감각이
마비된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 의 무위를 생각할 때, 강진호를 비 롯한 삼왕을 예외처럼 취급해 왔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 아득한 거리를 버텨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백연홍이라는 매개체가 생 겨나는 순간부터는 더는 강진호라는 존재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삼왕과 다른 이들 간의 차원이 다 른 거리. 그 거리 중간에 이정표들 이 생겨나는 순간, 끊겨 있던 길이 이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장민을 바라 보았다.
침대 위에 앉아 벽에 들을 기대고
있는 장민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 고 있었다.
“장로님?”
장민이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 보았다.
“충격이 크신 겁니까?”
“충격?”
장민이 피식 웃었다.
“마존께 패한 것이 충격이라면, 세 상에 충격이 아닐 것이 없지. 해가 뜨는 것도 놀라운 일이야.”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던 중이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장민이 작게 침음을 홀리고는 입을 열었다.
“마존께서 하신 말씀을 되새기고 있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가 닦아놓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는 어렵다고 하신 그 말씀을.”
이건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장민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었다.
위긴스는 스스로의 길을 반쯤은 찾 은 이다. 그리고 바토르 역시 전인 미답의 길을 흘로 걷고 있었다.
그 위력은 접어두고서라도 그들에 게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심지어 방진훈조차 이제까지의 길을 거부하고 강진호의 영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학을 창조하고 있지 않은 가.
하지만 장민만은 다르다.
그가 걷는 길에는 이미 강진호라는 종사가 있다. 그 뒤를 따르고, 그 혼적을 쫓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성 과를 보장해 주는, 압도적인 강자의 존재가 말이다.
강진호를 만나기 전의 장민도 교 내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는 특별한 존재였지만, 강진호에게 마공을 전
수받고 그의 스타일을 모방한 이후, 그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이 강해졌 다.
그런데 이 길에서 제 발로 스스로 나가야 한다는 건가?
‘가혹하시구나.’
살날이 오래 남지 않은 그에게 새 로운 길을 개척하라니. 이건 가혹해 도 너무 가혹하다.
“그래봐야 별수 없잖습니까.”
방진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까라면 까야지.”
“그 양반이 안 될 일을 시킬 사람
은 아니잖습니까. 될 만하니까 시킨 거지. 아무리 해도 안 되겠다 싶었 으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알아보자 고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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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설사 안 된다고 해도 지금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쿠웅!
그 순간, 바토르가 침대에서 내려 섰다.
고통으로 살짝 일그러졌던 얼굴이 재빨리 제자리를 되찾는다.
“이러쿵저러쿵해 봐야 소용도 없는 것을!”
바토르가 이사들을 한 번 노려보고 는 발을 떼기 시작했다.
“되든 안 되든 부딪쳐 보면 될 일 이지.”
바토르가 병실 밖으로 나가자 위긴 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셨군.’
따지고 보면 바토르 역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강자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계 최 강이라는 말이 더없이 걸맞은 이가 바로 바토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토르는 연이어 패배만을 경험하고 있다. 창왕과는
손도 제대로 섞어보지 못했고, 백연 홍에게는 말 그대로 농락을 당했다. 그리고 오늘은 저 강진호에게 짓밟 혔다.
그 드높은 자존심이 버텨낼 리가 없다.
하지만…….
“자존심이든, 아니면 합리든……
위긴스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은 이유를 따질 것 없이 발버 둥 쳐야 할 때라는 거겠죠.”
«쯔 ”
丄후、•
방진훈도 침대에서 내려왔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
지만, 일단은 관조부터 해봐야겠습 니다.”
“좋은 생각이군.”
강진호와의 대련은 단순한 육체의 단련이 아니었다. 그들이 공격을 할 때마다 강진호는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 몸으로 체감하 게 해주었다.
‘화두는 있다.’
위긴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강진호가 던져 준 화두. 그리고 그 가 발견한 화두.
그 화두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부
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긴밤이 되겠군.”
“빌어먹을, 잠이나 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위긴스와 방진훈이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가자, 장민도 침대에서 내 려왔다.
“새로운 길이라……
낮게 중얼거리던 그가 고개를 내젓 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사들과는 달리 병상에서 몸을 일 으킬 엄두도 내지 못한 세 사람이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본다.
“영길아.”
“••••••왜?”
“너…… 저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 냐?”
“ 이해했겠냐?”
“그렇지?”
이명한이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 멀구나.’
이사들이 왕들과의 차이에 절망하 는 것처럼 그들도 이사들과의 차이 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중이었다.
그전 단련해 나아가면 언젠가는,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저
들과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 라 믿었지만…….
‘그걸 앉아서 기다려 주겠냐고.’
그들이 강해지는 만큼, 아니, 그보 다 더 빠르게 저들 역시 강해진다. 이대로라면 저들이 죽는 그 순간까 지 차이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 이다.
“……뭐부터 해야 하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
무심하게 말한 공영길이 침대를 움 켜잡았다.
“ O O O O.”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 지지만, 공영길도 어찌어찌 몸을 일 으켰다.
“회주님이 한 말은 우리랑은 관련 없는 말이지. 우린 일단 수련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지.”
“맞는 말이지.”
“저 양반들이 명상을 한다면, 우린 그 시간에 굴러야지. 몸이 부서지도 록.”
“……말은 쉽게 하네.”
지금도 죽을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라…….
‘죽진 않아.’
강진호의 말대로 수련하다 죽었다 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 다. 그리고 죽지만 않는다면 못할 게 뭔가.
이명한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 다.
“우선은 발버둥부터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리군.”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는 고 개를 돌렸다.
“ 일어나십쇼.”
“언제까지 누워 있을 겁니까? 대련 하러 가십시다.”
시체처럼 누워 있던 천태훈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차라리 죽여라, 이 새 끼들아……
서글프고 가슴 아픈 중얼거림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