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42)
마존현세강림기-1844화(1841/2125)
마존현세강림기 75권 (3화)
1장 뛰어넘다 (3)
우두둑.
강진호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지치는군.’
이사들과 차륜전을 펼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에는 장 사가 없고, 강진호의 체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그를 더 힘들게 하 는 것은 이건 단순히 저들을 때려눕 힌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이었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동시에 그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건 강진호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저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모자 란 부분을 채워주는 정도야 지금까 지 수도 없이 해왔지만, 누군가가 벽을 깰 수 있게 돕는다는 건 그에 게 있어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이현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들린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본 강진호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지금쯤 찾으실 것 같아서.”
“……귀신이 따로 없네.”
“훌륭한 보좌의 기본 아니겠습니 까.”
이현수가 씨익 웃으며 강진호의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다 른 손에 들린 잔도 자신 앞에 놓지 않고 강진호의 앞에 내려놓았다.
“뭐야?”
“한 잔은 지금 원 샷, 다른 한 잔 은 조금 천천히?”
이놈은 과거에 태어났으면 역사에 남을 간신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잔을 들어 올 렸다.
한 잔을 쭉 들이켜 원 샷해 버린 강진호가 조금 과격하게 잔을 탁, 내려놓았다.
“……살 것 같다.”
“후후, 고수고 나발이고 카페인은 못 이기는 법이죠.”
그건 아니고, 인마.
이현수가 한 잔 남은 아메리카노 를 슬쩍 밀며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보면 알잖아.”
“……죄송하지만, 이쪽 방면으로 제 눈깔은 장식품과 별 차이가 없습 니다. 장식품은 멋있기라도 하지.”
사실만 말하는 것인데 왜 이리 서글프게 들릴까?
“쉽지 않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 다.
이건 딜레마였다.
벽이라는 건 스스로 넘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단한 스승이라고 해 도 할 수 있는 건 제자를 벽 바로 앞까지 이끄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스승이라 평 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눈앞에 펼쳐진 벽을 뛰어넘는 것 은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속 편한 소 리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저들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승산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질 테 니까.
“가능성은요?”
“……그걸 알 수 없는 게 이 길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할까?”
“뭐가 그렇습니까. 아무것도 모른 다는 소리잖아요.”
“……그렇지.”
이현수가 영 못 미더워하는 눈길 을 보냈지만, 강진호도 딱히 할 말 이 있었다. 이건 강진호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청마조차도 이게 불가능해 서 애초에 벽을 넘은 경험이 있는 이들을 끌어모은 것 아닌가.
“이건 확률의 영역이 아니야.”
“그럼요?”
“믿음의 영역이지.”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 보았지만, 강진호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시선을 슬쩍 피하는 것뿐이었 다.
“거, 진짜 대책 없으시네.”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재촉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강진호를 탓한 다고 해결책이 생기는 문제가 아니 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는 입장이 다 보니 초조하고 속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음?”
“ 될까요?”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 입을 닫았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강진 호가 아메리카노를 두어 번 쪽쪽 빨 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될 거야”
“……그것도 믿음의 영역입니까?”
“그렇지. 그런데……
강진호가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 였다.
“될 거야.”
같은 말이지만, 분명 의미가 달랐 다.
처음 한 말이 근거 없는 맹종에 가깝다면, 뒤에 한 말은 강진호 나 름의 확신이 어려 있다. 그 확신이 무엇인지는 강진호도 정확히 말로 풀어 설명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벽을 넘는다는 건……
“••••••예?”
“포기하지 않는 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지.”
강진호뿐 아니다.
총회의 이사들에게도 최근 몇 년 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자, 끊임 없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평범한 이 라면 몇 번이라도 포기하고 굴복했 을 일을 그들은 버텨내고 이겨냈다.
그런 이들이 이 작은 벽 따위를 뛰어넘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역시 강진호의 바람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믿는다’, ‘믿지 않는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선택해야 할 건 하나뿐이지.”
“간명해서 좋네요.”
이현수도 이번에는 딴지를 걸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사님들은 그렇다 치고, 다른 놈들은 어떻습니까?”
“ 멀었어.”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 다.
“아직 한참 멀었지.”
“이사님들에 비교하면 당연히 그 렇겠지요. 그런데 애초에 목표가 다 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강진호가 턱을 괴었다.
이건 다른 의미로 이사들을 성장 시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벽이란
깨달음의 영역이라 어느 한순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돌파해 버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저들의 실력을 키우 는 데는 반드시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수십, 수백으로 쪼개 쓰고 있는데도 아직도 모자라다.
조금 초조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 이상은 저들이 해줘야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바라본 강 진호가 낮게 물었다.
“다른 쪽은 어떻게 되고 있나?”
“추천받은 이들과 적당히 가능성 이 있겠다 싶은 놈들을 데려다가 마 염들과 붙여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거, 영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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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레벨 차가 너무 납니다. 기형적 일 정도예요.”
‘그렇겠지.’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총회는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특 정한 이들에게 하드 트레이닝을 시 키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 위 험성을 알아차린 방진훈이 총회의
독문 무공을 만들고, 제자들에게 동 영상 강의까지 해가며 갭을 좁히려 노력했지만, 그 차이는 쉽사리 줄어 들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찾아내지 못한, 재능 있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설사 재능이 넘치는 이를 발견한다고 해 도 그를 짧은 시간 내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단련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일단 세넷 정도로 후보를 좁히고 는 있습니다만……
“발버둥은 쳐봐야지.”
“예. 딱 그 심정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수련해야지.”
“……그렇게 하시고 또요?”
“그건 내 수련이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강 진호를 보며 이현수가 얼굴을 굳혔 다.
평소라면 대단하다고 상찬했을 일 이지만, 지금은 글쎄…….
더 나아가기 위해 수련을 하는 건지, 아니면 결국 이 모든 것의 해 결책은 강진호가 더 강해지는 것밖
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몸 쓰는 수련은 별 의미가 없다 고 하셨잖습니까. 명상이나 하시지.”
“이론은 그런데……
강진호가 입맛을 다셨다.
“이게 평생 하던 버릇이 있어놨더 니, 몸을 쓰지 않으면 도무지 진정 이 되지 않아. 나도 고쳐야 한다는 건 아는데.”
“……이해합니다.”
그게 어디 쉽게 고쳐지겠는가.
한숨을 내쉰 이현수가 밖으로 나 가는 강진호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어깨에 얼마나 많은 무게가 실려 있을지를 생각하니, 그의 마음 도 함께 무거워졌다.
‘뭐, 나는 내 나름대로……
강진호의 짐을 덜어주면 될 일이 다.
휴대폰을 켠 이현수가 작성해 놓 은 문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씨 익 미소를 지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차피 인생은 도박인 것. 화끈하게 저질러 봐야지.
으드드득
바토르가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핏발이 선 그의 눈이 마치 광인 의 그것처럼 갈 곳을 모르고 이리저 리 난잡하게 움직인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내쉬던 바토르가 자신 의 심장 어림을 움켜잡았다.
심장이 미친 둣이 뛰고, 전신이 간질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려왔다.
“왜……
세상이 모두 그를 조여오는 느낌
이다.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되돌 아올 때마다 스스로가 미쳐 가고 있 다는 것을 실감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헛것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마귀. 수많은 마귀들.
그가 지금까지 죽인 이들과 그를 죽이기 위해 달려든 이들.
그리고 오만한 얼굴의 백연홍과 홍왕까지.
뛰어넘어야 할 이들, 그리고 뛰어 넘어 온 이들.
그들 모두가 어찌할 수 없는 무
게가 되어 그의 영혼을 짓누르고 육 체를 짓밟는다.
‘심마••••••
부처는 보리수나무 밑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마귀들을 모조리 무찌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던가.
감히 그 위대한 깨달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도 심마는 여 지없이 찾아왔다. 이 심마가 가장 두려운 것은 고통 같은 게 아니다.
심마가 깊어질수록 스스로를 잃어 가고 있었다.
확신은 무너지고, 경험은 의미를 잃는다. 내디딘 발은 바닥을 딛지
못하고 허공을 허우적댈 뿐이었다.
이 무력감과 자괴감이 끝을 모르 고 이어진다.
“끄윽♦•••••
바토르의 눈에서 피눈물이 홀러내 린다.
“왜에에에에에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그의 주먹이 바닥을 후려쳤다.
과거의 그였다면 산을 부수고 대 지를 갈랐을 주먹이건만, 지금은 고 작해야 바닥의 콘크리트를 으스러뜨 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나 주먹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
콰아아아앙! 콰앙! 콰아아아아아 아앙!
“왜 나는 안 되는 거냐! 왜! 어째 서어어어어어 어어 !”
퀭하니 파인 그의 눈에서 광기가 쏟아져 나온다.
주먹이 부서져라 바닥을 후려치던 바토르가 힘을 잃고 털썩 쓰러진다.
“후욱…… 후욱…… 후욱……
그의 눈에 찢겨져 피를 홀리는 그의 손이 들어온다.
고작 바닥을 몇 번 후려쳤다고
그의 육체가 상처를 입다니.
“ 흐흐……
허탈한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를 지탱하고 있던 모든 것이 그저 허상이라는 것을 이해한 순간, 알고 있던 세상이 일변해 그를 짓눌 러 온다.
‘이걸 버텨냈다는 건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말라붙어 버 린 그의 육체가 조금 더 쪼그라들었 다.
“ 나는••••••
으드드득
갈아붙인 이가 부러져 나간다.
뛰어넘지 못할 수도 있다. 시작할 때는 한 점의 의심조차 품지 않았지 만, 이제는 바토르도 자신의 현실을 자각했다.
어쩌면 그는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완벽했던 육체도, 세상을 오시했 던 무위도, 그리고 그를 철탑처럼 지탱해 준 자신감도.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남은 것들이 라도 건질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웃기지 마!’
바토르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설령 모든 것을 잃고 패배자가 될지언정, 두려워 돌아 나온 비겁자 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는 두렵지 않아!” 바닥을 움켜잡은 바토르가 깊은 숨을 몰아쉰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끝까지 가보자!”
광인 같은 얼굴로 가부좌를 튼 바토르가 천천히 자신의 안으로 침 전해 들어갔다.